지리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교양이 아닐까!
‘자연지리’뿐만 아니라 사람이 만든 지리 즉 ‘인문지리’까지 함께 설명하여 세계사에 대한 통합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는 매력적인 책!
인간이 가장 먼저 문명을 꽃피운 중동은 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 되었을까. 국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국된 지 300년도 되지 않은 미국은 어떻게 초강대국이 되었을까. 미국과 비슷한 식민 역사를 경험한 중남미 나라들은 왜 미국과 다른 역사를 걷게 되었을까. 인류가 처음 탄생한 아프리카는 왜 발전이 더딘 것일까. 이처럼 굵직굵직한 세계 정세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으로 궁금해지는 것이 많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방대한 세계사를 검색된 몇 가지 정보만으로 명쾌하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나름 <벌거벗은 세계사>, <차이나는 클라스>, <역사저널 그날> 등을 시청하면서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세계사 정보를 끌어 모으는 노력도 해보았지만, 머릿속에서 한 데로 정리되지 못한 채 다시 흩어져버리니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그렇게 관심도에 비해 이해는 떨어지는 안타까움을 내내 끌어안고 있던 나는 뜻밖에도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를 만나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도’ 즉, 지리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다. 학창 시절의 나는 연대표는 줄줄이 외울 줄 알아도 그것이 어디에서 일어났고 왜 일어났는지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게 다 지리의 중요성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역사에서 지리는 각별한 존재이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시공간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하는데 공간은 곧 지리를 뜻한다. 물론 지리를 역사의 부산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리는 역사나 역사학 그 이상을 커버하는 거대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 추천사 중에서 5p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이자 유튜브에서 ‘역사를 위한 지도, 시사를 위한 지리(역지사지)’라는 콘셉트의 역사 강의를 하고 있는 한영준은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그곳의 지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동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어디고 그곳의 지리적 특징이 어떤지 아는 것은 필수이며, 미국의 역사 또한 영국의 13개 식민지에서 시작해 영토가 늘어난 과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물과 사건의 ‘언제’와 ‘어디서’를 아는 것은, 인물과 사건의 ‘어떻게’와 ‘왜’를 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세계화가 한층 더 대두된 시점에서 지리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현재를 읽고 미래를 비추는 청사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알아두면 좋을 교양 지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은 바다와 산맥 등 ‘자연지리’뿐만 아니라 사람이 만든 지리 즉 ‘인문지리’까지 함께 설명하여 세계사에 대한 통합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퍽 매력적이다.
지리를 아는 것이 진짜 교양이다
이번 책에서는 먼저 서양의 지리를 다룬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 중동에서 시작한 문명이 지중해와 유럽으로 전파되고, 중세 이후에도 유럽과 중동은 끊임없이 교류 또는 경쟁하며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에서 ‘중동’의 지리를 가장 먼저 설명한다.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라는 지리적으로 다소 어색한 묶음의 지역이 왜 ‘중동’으로 묶이게 되었는지, 그럼에도 왜 중동 국가들은 다양한 나라로 나뉘어 있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지리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다음으로 민주주의부터 자본주의, 산업화까지 세계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유럽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만성적 분열을 부추기는 다양한 그들의 지리적 환경을 통해 알아본다. 덕분에 흑해, 홍해, 지중해, 시나이반도, 소말리아반도, 크림반도, 발칸반도 등 이 지역을 설명하는 다양한 지형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로서는 지도를 통해 조목조목 명쾌하게 설명해주니 수월하게 익힐 수 있어 좋았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 남쪽에는 두툼한 장화 모양의 반도가 있습니다. 바로 아라비아반도죠. ‘중동’하면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 ‘아랍’도 아라비아의 준말이에요. 중동 지역의 가장 많은 민족인 아랍인, 중동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인 아랍어 모두 아라비아반도에서 온 말입니다. 물론 아랍과 중동이 동의어는 아닙니다. 중동 지역에는 아랍인만 있는 게 아니라 튀르크인, 유대인, 베르베르인, 페르시아인 등도 있거든요. / 26p
터키는 반도국입니다. 삼면이 바다라는 이야기죠. 터키 북쪽에는 흑해가 있습니다. 지중해와는 다른 독자적인 바다로 쳐요. 흑해에 있는 반도가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싸우고 있는 크림반도죠.
얼지 않는 바다와 항구, 즉 부동항을 찾아다녔던 러시아 입장에서 흑해와 크림반도는 전략적 요충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욕심이 나는 게 당연하고, 흑해를 끼고 있는 터키와 러시아의 관계도 복잡 미묘할 수밖에 없죠. / 36p
참고로 암살당한 4대 칼리파 알리의 추종자들이 “알리만이 진짜 후계자(칼리파)” “알리의 후손만이 우리의 지도자” “알리의 후손은 죽지 않고 다시 구세주가 되어 돌아올 거야”라고 주장하면서 기존 교단에서 떨어져 나온 게 시아파입니다. ‘시아’는 ‘떨어져 나온 무리·분파’라는 의미예요. ‘알리의 추종자’라는 의미의 ‘시아트 알리’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합니다. / 46p
군사적으로 보면 북유럽 평원은 양날의 검이에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군대를 이동시키려면 점점 좁아지는 평원을 지나야 해서 힘들죠. 반대로 유럽의 군대가 러시아로 들어가려면 동서남북으로 전선이 넓어져서 보급로 확보에 애를 먹어요.
이 때문에 러시아는 나폴레옹 1세와 아돌프 히틀러 등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한 번도 정복당하지 않았고, 반대로 20세기 냉전 시대에도 러시아는 서유럽으로 빠르게 진격하지 못했어요. / 92p
유럽인들이 발견하고 이후 유럽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미국과 중남미 지역도 살펴본다. 크게 북동부, 남부, 중서부, 서부로 구분하는 미국은 각각 어떤 지형적 특색을 지니고 있는지, 이들 특색이 정치적 성향에까지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여기에 미국 대선 구도를 이해할 수 있는 정치 지형도까지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어 내륙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강이 남미 대륙의 발전에 끼치는 영향과 더불어 중남미가 하나로 묶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신대륙 발견 이전의 모습으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본다. 끝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이곳이 인류의 시작인 이유는 무엇인지, 각 나라들의 국가명에 얽힌 식민 지배의 서글픈 역사까지 함께 조명해본다.
우선 남부는 ‘바이블 벨트’라고 부릅니다. 개신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죠. 기독교의 근본주의, 신복음주의의 영향도 커요. 그만큼 정치·사회적으로도 보수적입니다.
남부 한가운데에 있는 앨라배마주부터 대서양 연안의 조지아주까지 ‘블랙 벨트’라 불리는 지역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아요. 빈곤, 실업, 빈부 격차, 교육 문제 등이 거론되는 지역지요.
서쪽에 있는 텍사스주, 아칸소주, 로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는 ‘라이스 벨트’로 묶어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미국 최대 쌀 생산지입니다. / 152p
라틴아메리카에 남아 있는 프랑스의 흔적은 명칭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19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프랑스 작가 미셸 셰비에르가 라틴아메리카를 처음 쓰기 시작했다고 하죠. 당시 영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로망스어군을 쓰는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라틴계 유럽과 그들의 영향을 받은 중남부 아메리카가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실제로 프랑스도 북아메리카의 미시시피강 어귀부터 캐나다 퀘벡주까지, 그리고 카리브해의 아이티와 남아메리카 북부의 기아나 등 식민지를 갖고 있었거든요. 라틴아메리카라는 명칭은 프랑스의 이런 제국주의적 발상에서 파생된 거였죠. / 169p
마야, 아스테카, 잉카까지 고대 문명을 속속들이 기억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대표적인 특징 하나만 기억해도 좋아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처럼 느슨한 연합체였던 마야문명, 중국 상나라처럼 인신 공양이 이뤄졌던 아스테카문명, 이집트와 페르시아처럼 전제군구제가 발달했던 잉카문명. / 184p
그동안 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나에게 특별한 가르침을 가르쳐준 책이라 뜻깊었다. 지리가 모든 걸 설명해주진 않지만 지리를 이해하면 세계사와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자의 유튜브 채널과 다음 출간될 책도 기대된다. 평소 지리 공부와 세계사 공부에 어려움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이 책으로 가볍게 시작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