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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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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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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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 독서가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 평점10점 | w******2 | 2022.06.03 리뷰제목
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지난번 책 소개를 할 때 '현실을 잊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고 썼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헤세에서 혼난 기분이다. 헤세는 '우리 자신과 자신의 일상을 잊고자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책으로 향할 때는 굳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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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지난번 책 소개를 할 때 '현실을 잊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고 썼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헤세에서 혼난 기분이다.

헤세는 '우리 자신과 자신의 일상을 잊고자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책으로 향할 때는 굳은 의지를 품고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헤세의 진지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의 독서습관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저 책이 좋아서,

그저 책이 많은 것만으로도 채워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정이 되어서 책을 좋아했다.

 

거장의 책에 대한 사유가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자꾸 건드려준다.

나의 책 읽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헤세의 책에 대한 끄적임이다.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

책을 정리하면서 뜻하지 않게 만나지는 것들과

신세대 작가들과 그들의 글에 대한 헤세의 생각들

작가로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들

다독이 아니라 정독을 하라는 가르침 등 헤세의 많은 생각과 느낌들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이 월별로 읽은 책들의 책탑을 쌓아 올린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처음엔.

하지만 달리할 일 없이 책에 몰두하고자 하는 나에게 그것은 또 다른 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길을 책을 통해서 찾으려고 하는 나만의 몸짓.

헤세의 가르침이 틀린 건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진지하게 책을 탐구하라는 가르침은 나 역시 생각해오던 바여서 무언가 공통점을 찾은 거 같기도 하다.

 

자신을 독서가, 애서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최근 자신의 독서에 의문점이 생긴 사람들

책을 계속 읽고 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해답을 찾거나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얘기해 주고 싶다.

 

잘못된 독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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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완독 리뷰] 평점10점 | p******6 | 2022.05.27 리뷰제목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초등학교 방학 때 읽었던 '나비'라는 소설을 읽은 이후 그의 작품을 가끔씩 들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책을 멀리했던 걸 생각하면 그만큼 유명한 작가였다는 것을 역설한다. 헤세의 문장은 주옥같은 것이 워낙 많아서 따로 엮은 책들도 많다. 헤세는 뛰어난 소설가로서만이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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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초등학교 방학 때 읽었던 '나비'라는 소설을 읽은 이후 그의 작품을 가끔씩 들을 수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책을 멀리했던 걸 생각하면 그만큼 유명한 작가였다는 것을 역설한다. 헤세의 문장은 주옥같은 것이 워낙 많아서 따로 엮은 책들도 많다. 헤세는 뛰어난 소설가로서만이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자 문학의 장인이었다. 나 같은 독자가 소비하는 작품을 생산하는 입장의 헤세가 책에 대해 가진 생각들을 나눈다니 호기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책 쓰는 사람이 많은 요즘, 이구동성으로 많이 읽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유명한 작가들도 그러하니 당연히 헤세도 다독가였으리라. 그런 헤세가 독서에서 시작해 책에 역학적으로 얽힌 모든 이들과 시스템을 비판하고 나섰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답해왔다. 고상해 보이는 느낌도 들지만 시간 나면 가장 먼저 생각나고 즐기는 게 약간의 소음이나 음악이 있는 공간에 책 읽는 것이니 있어 보이려고 하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헤세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재미로 읽든 가볍게 읽든 시간을 들이는 것인데 많이 읽은 만큼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써놓고 남는 것은 없다. 마치 어떤 날 보고 웃고 넘어가 다시 안 보며 기억에서 사라지는 유튜브 영상과 다를 게 없다. 실제로 고상한 취미로 독서하는 사람, 가벼운 교양 수준의 지식만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헤세는 못마땅하다. 독서도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혼을 담아 쓴 작품을 그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책의 정수를 담으려면 집중해야 한다. 긴장하고 임해야 할 독서를 긴장을 풀 목적으로 하는 것은 거꾸로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경제를 배우고 싶어서, 심리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러나 너무 어렵게 말고 쉽고 재밌게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 읽은 책이 많다. 차차 호기심이 생겨서 깊이 공부하게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 착오였다. 정말 파고들고 싶다면 가리지 않고 읽게 된다. 경험상으로도 그랬다. 최근에도 직무 관련해서 앞으로 맡을 일을 대비해 배워두어야겠다 싶으니 교양 수준을 따지지 않게 된다. 논픽션이든 픽션이든 마찬가지다. 소설은 그저 한번 재밌든 감동을 받든 소비하면 끝인 줄 알았다. 작가가 만든 세계로 삶이 투영되고 확장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것이든 갈망하던 것을 만족시켜서 사로잡히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매료되는 것은 곧 몰입한다는 것이고, 괴로운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어서 쾌감이나 황홀함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몰입 자체가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창작이든 아니든 작가가 가진 많은 것이 압축되어 담긴 것이 책이다. 요즘같이 너도나도 책을 쓰기 쉬워지면서 질 나쁜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독서의 질은 책이 아닌 독자에 의해 결정된다. 진지하게 임하여 질 좋은 독서가 쌓이면 책의 수준에 상관없이 우수한 통찰을 얻게 된다. 어떤 것이든 명확하게 보이고 자신감이 넘칠 것 같다. 확신하는 이유는 읽는 내내 헤세의 문체에서 그걸 느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들었던 생각에 귀 기울여야겠다. 독서의 양과 책 읽은 사람으로서 보이는 것에 내심 신경 쓴 것을 멈추고, 천천히 한 권이라도 양질의 독서를 해야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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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헤르만 헤세-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u | 2024.04.07 리뷰제목
작가로서 헤르만 헤세가 뛰어난 것은 알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새삼 '그'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이 책은 작가의 모습 뒤에 있는 또 다른 헤세의 모습, 이를테면 독자, 서평가, 장서가로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얼마나 문학과 책을 애정하고 깊이 탐구하는지, 또 얼마나 단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더불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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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헤르만 헤세가 뛰어난 것은 알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새삼 '그'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작가의 모습 뒤에 있는 또 다른 헤세의 모습, 이를테면 독자, 서평가, 장서가로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그가 얼마나 문학과 책을 애정하고 깊이 탐구하는지, 또 얼마나 단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내가 만약 나만의 책장을 꾸민다면 과연 헤세와 같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작가로서의 헤르만 헤세도 좋지만, 그 이면에 탐서가로서 존재하는 헤세의 생각과 폭넓은 문학관을 엿볼 수 있어 한편으로는 또 다른 공부도 되었다.

책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통해 '책이라는 세계'를 깊이 탐구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책과 문학에 대한 에세이를 모아 엮은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애서가이자 탐서가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희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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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헤세의 시는 책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진짜 '가치'를 일깨워 주는 듯하다.

내 안에 깃들어 있는 빛 찾는 길을 가만히 알려주는 독서 덕분에 지혜와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만큼 날카롭고 진지하게 서술되고 있어 절대 농담 같은 것은 일절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헤세만의 원칙이 더해지며 나와 같이 그저 책을 애정 하는 정도로는 절대 여기에 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의 유머는 물론 너무 책을 사랑한 나머지 신나게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는 모습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두고 자랑하는 어린아이가 떠올라 슬쩍 웃음이 나기도 한다.

다소 진지한 형태로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책이라는 세계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
감히 주장한다. 남독은 결코 문학에 영예가 아닌 부당한 대접이라고 말이다.
(...)
책은 오직 삶으로 이끌어주고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에게 불꽃 같은 에너지와 젊음을 맛보게 해주지 못하고 신선한 활력의 입김을 불어넣어 주지 못한다면, 독서에 바친 시간은 전부 허탕이다.

※남독
책의 내용이나 수준 따위를 가리지 아니하고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마구 읽음.
12~13페이지 中
=====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닥치는 대로 읽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글로, 나 역시 이 글에 대해 공감하는 바이다. 다독 그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작가나 내용, 수준 따위는 따져보고 읽기를 권유하고 싶다.

특히 정보를 얻고 싶어 책 제목을 검색하다 보면 수백, 수천 권을 읽은 인플루언서나 게시물들이 확인되지만, 막상 내용을 살펴보면 無無다.

간략한 인용글 몇 자 끄적거린 내용으로 과연 이 사람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그저 목적을 의심하게 된다. 이만큼 읽었다는 과시를 하고 싶거나 혹은 광고를 위한 남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능력이 된다면 다독도 괜찮다. 하지만 독자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비판(비난이 아니다. 비판이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에 다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책은 몇 권 읽었다는 인증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스스로 깨닫는데 있기 때문이다. '다 좋아요~'라는 감상평으로 서평을 작성할 것 같으면 그냥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
우리는 자신과 일상을 잊고자 책을 읽어서도 안 된다. 이와는 반대로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우리의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
(...)
만약에 정말 이럴 수만 있다면, 지금 읽는 것의 10분의 1가량만 읽는다고 해도, 우리 모두 열 배는 더 행복하고 풍족해 지리라.
15페이지 中
=====

책을 읽는 목적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장면인데, 이 문장을 읽으며 살짝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때로 일상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혹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책으로 도망치던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도피나 치유의 목적 하나만 가지고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헤세의 글에서 풍기는 훈장님 같은 느낌 때문인지 무릎 꿇고 반성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살짝 여지를 둘 수 있는 건 치유와 회피의 목적으로 책을 집어 들었을지언정, 책 덕분에 더 성숙하고 단단하게 삶을 살아갈 용기와 힘을 얻었다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칭찬해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가 좀 더 세심하고 예민한 감각으로 더 직접적인 연관 속에서 읽을 줄 알게 되면, 그만큼 더 모든 사상과 문학을 그 일회성과 개별성, 엄밀한 제한성 속에서 파악하게 된다. 나아가 모든 미와 매력이란 바로 이러한 개별성과 일회성에 바탕을 둔다는 점도 알게 된다. 이와 동시에 더욱 뚜렷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온 세상 수백 수천의 목소리들이 결국 모두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며,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신들을 부르며, 동일한 소망을 꿈꾸며, 동일한 고통을 토로한다는 점이다.

눈이 밝은 독자라면 수천 년이 넘도록 무수히 많은 언어와 책들로 짜인 몇 천 겹의 직물에서 놀랍도록 고귀하고 초월적인 모습의 키메라를 찾아볼 수 있으리니, 이는 상반되는 수천의 특성을 지닌 채 합일을 꿈꾸는 인간의 모습이다.
32페이지 中
=====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구분표로 기준이 세워질 때가 있다. 그것을 헤세는 일회성, 개별성, 제한성으로 파악된다고 표현하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며 저자나 제목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이 있는데, 흔히 인간사의 모습에 대해 담고 있는 책들이다.

예컨대, 수백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는 장자, 공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책들을 읽으며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동일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다.

이런 진리를 깨닫게 되면, 놀랍다는 생각과 함께 시간이 흘러도 인간사는 여전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
독자는 작품에 대해, 그리고 작가의 전문성에 대해 경의를 품어야 하며, 소재와 무관하게 작업의 질에 따라 작품을 평가해야 한다. 나는 언제나 그럴 용의가 있을뿐더러, 요즘 들어서는 심지어 그 어떤 이념이나 정서적 내용보다도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기술적인 작업에 점점 더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왜냐하면 수십 년간 글쟁이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념이나 감정은 적당히 꾸미거나 따라 하기 쉽지만 기술적인 작업의 수준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45페이지 中
=====

헤르만 헤세의 작가로서의 생각과 독자, 그리고 서평가로서의 마음이 함께 어우러진 문장이다. 한 가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태도 혹은 마음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특정 부분에서 보여주는 이념이나 정서적 내용보다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기술적인 작업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
다른 것도 아니고 예술작품에서 진실성과 신의, 정확성과 치밀함이 중요하지 않다니!
(...)
아무튼 나는 예술가의 윤리에 관한 한 트집쟁이요, 구닥다리 돈키호테 노릇을 하련다.
49페이지 中
=====

꼬장꼬장한 노인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헤세의 이런 모습 덕에 문학과 책에 대해 그런 깊이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이 또한 응원하는 바이다.

수많은 사람 중에 누구 한 명쯤은 이런 구닥다리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세상이 좀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
왜 그걸 마치 영원을 두고 쓴 글인 양 읽으면서 공연히 까탈을 부리느냐고?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생각을 바꿀 수 없다. 큰일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당연시하는 태도는 쇠퇴의 시작이다. 인류를 존중한다면서 자기가 부리는 하인은 괴롭히는 것, 조국이나 교회나 당은 신성하게 받들면서 그날그날 자기 할 일은 엉터리로 대충 해치우는 데서 모든 타락이 시작된다. 이를 막는 교육적 방책은 오직 하나뿐이다.
(....)
이른바 거창하고 신성한 모든 것은 일단 제쳐두고, 대신 사소한 일, 당장에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이다.
(...)
어째서 예술작품이라고 불리는 작업만큼은 정확하지 않아도, 양심적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가? 신념이 근사하면 '사소한' 기술적 실수 정도는 눈감아주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이 창대는 오히려 거꾸로 들이댈 일이다. 그러잖아도 사실 거창한 신념과 태도나 강렬들이란  서슬이 퍼래도 막상 찬찬히 뜯어보면 종이호랑이에 불과해서 아연실색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종이호랑이
종이로 만든 호랑이라는 뜻으로, 겉보기에는 힘이 셀 것 같으나 사실은 아주 약한 것을 이르는 말.
50~51페이지 中
=====

격한 공감과 박수를 치게 만드는 문장이다. 나 역시 디테일을 중시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큰 것은 신경 쓰면서 자잘하고 작은 것은 대충 넘어가려 하는 것을 보면 늘 못마땅하다 생각했었다.

거창한 것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사소한' 것이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고, 사소한 실수 하나가 때론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까다롭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그의 이런 태도가 매력적이게 다가오는 이유다.


=====
책을 통해 스스로를 도야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데는 오직 하나의 원칙과 길이 있다. 그것은 읽는 글에 대한 경의, 이해하고자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이다. 그저 시간이나 때우려고 읽는 사람은 좋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읽고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니, 읽기 전이나 후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빈곤할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들은 자신을 활짝 열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읽는 것은 흘러가거나 소실되지 않고, 그의 곁에 남고 그의 일부가 되어, 깊은 우정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위로를 전해주리라.
131페이지 中
=====

책을 읽는 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부분으로, 마음을 활짝 열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비로소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말한다.

무엇이든 흘려들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책도 그렇다. 내면에 무언가 남겨 쌓이기를 바란다면 적어도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책에 집중하자.


=====
수준 높은 '독서훈련'은 신문이나 떠나는 유행 문학들이 아닌, 오직 양서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작품들은 대개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책들만큼 달콤하지도 맛깔스럽지도 않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힘겹게 익혀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걸작들의 가치를 검증하기 전에, 먼저 우리 스스로가 자격을 갖추어야 마땅하리라.
193페이지 中
=====

고전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가치있게 여겨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시적으로는 달콤하게 느껴지거나 시선을 끌지는 않지만, 읽을수록 매력적인 풍미와 생각할 힘을 준다는 점에 있어 이것만 한 것도 없다고 본다.

더불어 고전을 읽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스스로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에게는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
최우수 도서나 최우수 작가 100선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절대적으로 정확한 비평이란 것도 없다. 경박하고 피상적인 독자라면 어떤 책에 흠뻑 빠져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 그랬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서 부끄러운 침묵을 지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책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 책을 거듭 읽으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면, 그는 오롯이 자신의 느낌을 믿을 것이며 어떤 비평으로도 자신의 그 기쁨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
정해진 규범이나 틀에 따르기보다 마음의 요구와 느낌을 따르는 사람이 늘 옳다.
208페이지 中
=====

각종 도서 관련 사이트를 돌아보면 온갖 명예를 뒤집어쓴 책들이 즐비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 의미 있는 책, 나에게 마음으로 다가오는 책이 개인적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헤세도 정해진 규범이나 틀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느낌을 따르라 말한다.



헤세의 문학과 책에 관한 소견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나니 어쩐지 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불현듯 행복해진다.

책, 그 자체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순수하게 무언가를 애정하고 그것에 흠뻑 빠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헤세를 통해 엿보면서 덩달아 자유로움을 느낀다.

더불어 사회적 권위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고 사랑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 더 애정이 샘솟는다.

누가 머라든(꼬장꼬장하다거나 까탈스럽다거나)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며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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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리뷰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m******9 | 2024.03.07 리뷰제목
이 글은 헤르만 헤세 저/김지선 역의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헤르만 헤세의 이름 그리고 책이라는 세계라는 단어들이 결합된 제목을 읽고 호기심이 안 끌릴 수가 있을까요. 애독가들에게 굉장히 공감가는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리뷰제목
이 글은 헤르만 헤세 저/김지선 역의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를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헤르만 헤세의 이름 그리고 책이라는 세계라는 단어들이 결합된 제목을 읽고 호기심이 안 끌릴 수가 있을까요. 애독가들에게 굉장히 공감가는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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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1 | 2023.08.14 리뷰제목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3.5 / 5.0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을 읽고 더 알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책 이름이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에서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로 바뀌었네요. 책을 좋아하고 애독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격한 공감과 묘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이 참 많았고, 책을 통해 당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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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3.5 / 5.0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을 읽고 더 알고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책 이름이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에서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로 바뀌었네요. 책을 좋아하고 애독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격한 공감과 묘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이 참 많았고, 책을 통해 당대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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