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엔딩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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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엔딩 크레딧

리뷰 총점 9.7 (2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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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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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책의 엔딩 크레딧 - 안도 유스케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2.05.09 리뷰제목
이야기는 소프트웨어고 책은 하드웨어죠. 62p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이 조금은 궁금하지 않을까. 출판사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내놓는 포스팅들을 통해서 약간의 과정을 알 수 있다고 해도 그 전면을 다 아는 것은 부족하다.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추천할 수 있는 책. 아니 그냥 책이 좋아요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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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소프트웨어고 책은 하드웨어죠.

62p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이 조금은 궁금하지 않을까. 출판사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내놓는 포스팅들을 통해서 약간의 과정을 알 수 있다고 해도 그 전면을 다 아는 것은 부족하다.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추천할 수 있는 책. 아니 그냥 책이 좋아요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봐야만 할 책이다. [배를 엮다]를 통해서 사전의 제작과정을 알았고 [미드나잇 저널]을 통해서 기자들의 일을 약간을 엿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인쇄 회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작가가 원고를 쓰고 편집자가 출판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책의 사양을 정합니다. 그걸 우리와 같은 인쇄 회사가 제품화합니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책이 되지 않습니다. 인쇄 회사나 제본 회사가 책을 만드는 겁니다.

11p

 

누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없이 그저 단순하게 돈을 벌려고만 일을 한다면 그 일을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 영업부의 나카이도는 자신이 맡은 일을 실수 없이 마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우라모토는 인쇄가 장인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반면 후지미노 공장의 계장 노즈에는 돈 때문에 일을 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처남의 병원비를 대려고. 하지만 그는 스카웃 제의 앞에서 망설인다. 왜 그랬을까.

 

도요즈미인쇄라는 글자 너머에는 전체 직원이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거야.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니까.

350p

 

책을 읽기 전 가장 뒤에 있는 서지 정보를 확인한다. 작가 이름은 책의 표지에 가장 먼저 등장을 하지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그런 페이지다. 물론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그 이름이 대표하는 것뿐이다. 그 너머에는 이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를 위해서 애쓴 사람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으로 올라가듯이 책의 엔딩 크레딧은 서지 정보가 담긴 바로 그 페이지다.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며 한 권의 책에 담긴 그들의 노고를 인정한다. 감사하다.

 

앞으로 책이 더 안 팔릴 건 불 보듯 뻔하니 인쇄업도 객관적으로 사양 산업이고 가라앉는 배야.

14p

 

책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불어왔다. 이야기 속에서도 한 챕터로 언급되고 있다. 바로 전자책이다. 요즘은 신간이 나오면 바로 전자책이 같이 나오는 추세다. 무겁게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정액제인 경우에는 싼 가격에 많은 책을 볼 수도 있고 공간이나 시간의 제약이 없으니 전자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그렇다면 종이책을 만드는 인쇄 회사들은 어떨까. 종이책이 사라진다면 그들의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더는 인쇄기를 돌리지 않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변화에 인쇄 회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라고 한다. 사람들은 현실을 살아가며 여유를 잃었고 상상이라는 것에 여지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런던의 마지막 서점]에서처럼 전쟁이 나도 누군가는 방공호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수도 있고 아무리 전자책이 대세라 하더라도 아이들이 제일 처음으로 마주하는 책이라는 존재는 종이책이 훨씬 더 좋지 않은가. 차갑고 딱딱한 태블릿 보다는 말이다. 그러니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 현장의 이야기라서 우리의 현장과는 다른 점이 분명 존재한다. 그럴지라도 편집자는 누군가는 뒤편에서 책을 만드는데 열심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 소설을 읽고 책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작가의 말이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책을 조금은 더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판권의 이름들 너머 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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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엔딩 크레딧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4 | 2022.05.23 리뷰제목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엔딩 크레딧 "   안도 유스케의 <책의  엔딩 크레딧>을 읽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책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이름들의 엔딩 크레딧-   한 권의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요즘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손쉽게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 책을 주문하고 2일 이내에 책을 받을 수 있다. SNS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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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엔딩 크레딧 "

 

안도 유스케의 <책의  엔딩 크레딧 읽고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책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이름들의 엔딩 크레딧-

 

한 권의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요즘은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손쉽게 온라인 서점을 통해서 책을 주문하고 2일 이내에 책을 받을 수 있다. SNS 발달과 ebook의 활성화로 인해 종이책은 사양산업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오늘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고,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런데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책을 쓴 저자와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내용이 잘 쓰여진 책도 제대로 인쇄가 되지 않는다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없다. 

 

이 책 『책의 엔딩 크레딧』은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안도 유스케는 여러 작품들을 집필하고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3년 넘게 인쇄업계를 취재했고, 그 취재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이 책 『책의 엔딩 크레딧』을 썼다고 한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과 배우뿐만 아니라, 연출, 조명, 쵤영 등 다양한 파트의 사람들의 노고가 있어야 하듯,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그와 비슷한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우리는 엔딩 뒤에 나오는 제작진의 이름 목록을 보고 그들의 노고와 숨은 공로를 알게 된다. 책 또한 책의 뒤편에서 필름을 출력하고 인쇄판을 만들고 제본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과 존재는 책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보이지 않는 이름이 되었지만, 그들은 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분명히 존재하고,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저자는 이 책 속에서 책을 사랑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열정과 노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보통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해보자면 작가가 원고를 쓰고 편집자가 출판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책의 사양을 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다 마쳤다고 해서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책이 되지 않는다. 책의 소프트웨어는 구성이 되었지만, 제품화하는 단계는 완성되지 않았다. 인쇄회사나 제본회사가 실제로 종이를 인쇄해서 책을 인쇄해야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쇄 회사는 책의 탄생을 돕는 산파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책이라는 몸을 얻으며 세상에 태어나니까 태어날 때 거드는 우리야말로 책의 산파가 아닐까 하는 거죠."

- p.61

 

이 책에서는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와 후지미노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담당업무와 그들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종이 수급과 출판사나 작가의 갑작스런 제작 변경에 따라 스케줄을 조율해야 하는 인쇄 영업맨, 종이의 습도, 온도 등을 고려하여 잉크를 배합하고 그날그날 기계의 컨디션과 상황을 점검하여 인쇄 설정을 결정해야 하는 인쇄 기술자,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잉크의 점착성을 판단하고 마른 뒤의 색까지 예측하고 조합해야 하는 제조 담당자 등의 이야기를 통해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책 판매량에 있어 하락세를 겪고 있는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사양산업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프로의식을 볼 수 있었다. 

 

『슬로우 스타터』, 『나기시노의 바람』, 『페이퍼백 라이터』, 『사이버 드러그』, 『책의 보물상자』 라는 5개의 출판, 인쇄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저자는 그들의 생각과 책 인쇄에 대한 열정 및 투철한 사명 의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ebook이 활성화되고 각종 영상 콘텐츠로 독서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책은 출판되어 우리들에게 올 것이다. 책의 엔딩 크레딧 속의 그들이 있는 한 말이다.  

 

"제 꿈은...인쇄가 모노즈쿠리로 인정받는 날을 맞이하는 겁니다." 라고 말한 우라모토의 바램처럼 그들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오늘도 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들이 이 마음을 간직하고 계속해서 책들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이 책 덕분에 이제 책을 주문하고 마침내  그 책이 나에게 오게 될 때, 도움을 준 모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완성을 기다리는 책이 끊이지 않는 한 책이 없어진다는 공포에 떨고 있을 틈이 없다. 스스로 선택한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앞으로도 책을 만들어 갈 것이다.

-p.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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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모두에게 바치는 헌사 평점10점 | y********j | 2022.05.29 리뷰제목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듯, 저도 한때 출판사 직원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만들 수 있다니, 우와 이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 아냐! 이렇게 동경했었죠. 취업하기 전 잠시 어떤 재단의 출판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있었던 터라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오만방자한 태도를 가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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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듯, 저도 한때 출판사 직원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만들 수 있다니, 우와 이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 아냐! 이렇게 동경했었죠. 취업하기 전 잠시 어떤 재단의 출판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있었던 터라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오만방자한 태도를 가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세계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거예요.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출판과 디자인을 계획하고, 원고를 몇 번이나 수정하고, 고객인 독자의 입장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작가의 입맛(?)에 맞게 허리를 숙여야 하는 고된 과정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의 엔딩 크레딧]을 읽기 전에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 영업맨인 우라모토 마나부. 그는 회사 설명회에서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물건을 만드는 것 혹은 그 장인)이다'라고 말하는 가슴 뜨거운 남자입니다. 그에 반해 나카이도 고지는 자신의 꿈에 대해 '맡은 일을 하루하루 실수 없이 마치는 것'이라고 정의하죠. 처음에는 뭐 이렇게 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다 있어!라며 불끈 했었는데, 우라모토의 행보를 보고 있자니 오히려 이 남자의 이상론에 살짝 질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멋진 책을 만들고 싶다, 고객에게 최고의 책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나 작가의 요구를 그대로 인쇄 공장에 전달하기만 할 뿐 요령이 없다는 인상이 강했거든요. 덕분에 고생하는 것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공장의 인쇄제조부에서 일하는 노즈에는 우라모토에게 '전서구'라며 현장의 고생은 생각하지도 않고 이런저런 요구만 물어온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다. 제작에 관여한 모든 이의 이름을 실을 수는 없지만 '도요즈미인쇄주식회사' 너머에는 노즈에나 지로씨, 후쿠하라, 우라모토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종이 구입처를 알아봐 준 게이단샤 업무부의 요네무라 신코나 기후의 이나바 야마지업 사람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p181

 

책이 정적인 창조물이라면 그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동적이다 못해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마치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비해 가라앉지 않으려고 물 밑에서 마구 물장구를 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요. 인쇄 공장에서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작가의 요구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최고의 책을 만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들,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한 의문,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의견 등 현실을 반영한 이슈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아무리 책을 좋아해도 그 애정과 열정만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작품을 읽고나니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판권을 그냥 넘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는 그저 스쳐지나갈지도 모를 페이지. 그 페이지에 한 권의 책을 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매일 한 권의 책을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달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묵지근해지는 것 같아요. 멋진 책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많은 분들, 그리고 이 책을 만들어주신 분들께 마음으로나마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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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당신도 몰랐던 책의 인생 『책의 엔딩 크레딧』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2.06.13 리뷰제목
어쩌다 보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 보니 습관처럼 계속 읽게 되더라. 누군가는 어렸을 적부터 책을 손에 들었다고 하던데, 나는 서른이 다 되어가는 때 읽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우연히 손에 잡힌 책 한 권 읽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우리 집에는 제대로 된 책장도 없었고, 누가 책 읽기를 즐긴 적도 없어서 집에 책이 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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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 보니 습관처럼 계속 읽게 되더라. 누군가는 어렸을 적부터 책을 손에 들었다고 하던데, 나는 서른이 다 되어가는 때 읽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이, 그냥 우연히 손에 잡힌 책 한 권 읽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우리 집에는 제대로 된 책장도 없었고, 누가 책 읽기를 즐긴 적도 없어서 집에 책이 있던 것 자체가 신기하다. 어쨌든, 그렇게 책과 나는 이렇게까지 이어져 온 인연이 되었는데, 막상 책을 대하면서 궁금했던 것은 해결되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나만 궁금했던 건 아니지?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 가장 먼저 글을 써야 하는 작가도 궁금했나 보다. ^^ 어느 날 작가는 편집자와 대화하다가 깨달았다고 한다. 자기가 쓰고 세상에 나오는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3년여의 세월을 취재하면서 이 소설을 완성해냈다. 여기까지 듣고 보니 또 놀라고 만다. 며칠 인쇄소 견학하고 담당자 취재하면 다 아는 거 아니었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단 며칠 만에 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다 알 수도 없고, 결코 쉽게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을.

 

소설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인쇄소에 입사한다. 나름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을 테다. 출판사 편집 담당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책 제작 일정을 의논한다. 출판사에서 건네받은 자료로 제작 공정의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 상황에 부딪힌다.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가는 일을 몸으로 경험한다. 편집부에서 요구하는 방향과 인쇄 현장의 작업이 같지 않은 것은 비일비재하다. 내 작품을 내놓는 데 애정을 쏟는 건 당연한데 작가와 디자이너의 일방적인 무리한 요구에 좌절하기 일쑤.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면서 고민도 많아진다. 책이라는 대상이, 책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작업 환경이 사양 산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가고, 꼭 종이책이 아니어도 되는 전자책이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으니, 처음 책을 대하던 마음과는 별개로 생계를 생각하면 암울한 게 이 시장의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향한 애정을 놓지 않는 주인공이다. 상사와 동료에게 핀잔을 들어도, 수시로 변경되는 작업 상황에 당황하더라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분야라고 해도, 여전히 그의 마음속 책은 처음과 같다. 아니, 오히려 더 단단하게 책의 정의에 이르게 된다. ‘책은 필수품이라고 말이다.

 

읽다가 문득 작은 방 하나를 채운 책장을 둘러봤다. 줄이고 줄였는데도 여전히 벽 한 면을 차지하는 책장에 꽂힌 책들, 그걸로도 부족해서 바닥 여기저기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 한숨부터 쉬어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선뜻 정리하고 버리지 못하겠다. 방문을 열면 훅 끼치는 책 냄새, 한여름의 장마 때는 꿉꿉한 냄새까지 피어오른다. 추워서가 아니라 책 때문에 집안의 난방을 켠 적도 여러 번이다. 환기가 중요한 것 같아서 책이 있는 방의 창문을 일부러 조금 열어두고 지낸다. 한번 읽고 꽂아두기만 했지,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을 생각한 적은 거의 없다. 판권을 표시하는 부분을 한번 휙 훑어보는 정도로 페이지를 넘기곤 했다. 작가가 글을 쓰면 출판사에서 그 글을 받아 교정하거나 다른 부분 확인하고 인쇄소에 넘기겠지. 인쇄소에서는 그 파일 그대로 기계 설정하고 책으로 만들어내면 끝. 이렇게 말하고 보니 참 단순해 보이는데, 이 소설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단순함의 디테일을 보여주었다.

 

작가, 출판사 담당자, 인쇄소. 크게 보면 책을 완성하는 구성은 이 정도일 텐데, 나는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각자의 영역, 역할이 분명 있지만, 책을 대하는 자세나 책의 완성을 향한 마음은 구분이 없었다. 누군가 책을 만드는 것을 보고 출산과 비교하던데, 딱 그거 아닐까. 애정을 담고 아껴주고 쓰다듬으면서, 별일 없이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는 일.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그랬다. 모두가 고생해서 만들고 있지만, 특히 인쇄소 베테랑들의 자세를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하고 정확하게 잉크를 배합한다고 해도, 사람 손이 하는 정교함은 따라올 수 없을 듯하다. 오랜 시간 같이 일해온 기계를 동료 대하듯 하는 것만 봐도 일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책의 엔딩 크레딧에 기록되어야 할, 단순히 인쇄소의 이름만 적힌 것을 보면서도 느끼게 된다. 그 인쇄소의 이름에 수많은 사람과 가족의 이름이 담겨 있다고, 이 책이 그들의 노력과 애정으로 만들어졌다고, 바로 책의 뒤편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을 이제는 안다고 말이다. 책 제목 그대로, 책의 엔딩 크레딧에 올려질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앞으로 책은 어떻게 우리 곁에 남을 것인지 묻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에서 찾으려던 정보는 검색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되기도 한다. 이미 들어왔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 줄었다고 한다. 사실 이 말은 어떤 수치로 보고 듣지만, 실감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은근 느끼는 건 나부터도 책을 사거나 읽는 게 줄었다는 거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것도 있고, 책을 앞에 두고도 집중해서 읽는 게 점점 어렵다. 굳이 종이책이 아니어도 디지털 시대에 이제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곤 한다. 자려고 누워서 잠깐 읽거나, 밖에서 자투리 시간에 읽거나. 휴대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을 수단이 있는데, 굳이 종이책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역시 종이책의 매력과 만족감은 분명 다르다.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책의 내용, 손으로 만져지는 촉감, 이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만족감 등 종이책을 갖고 싶은 이유는 다양하다. 그 다양함 속에서 책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인쇄기는 활기차게 움직이며 오늘도 새로운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 책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스러져 갈 것이다. (477페이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 제작은 계속될 것이다. 우라모토의 눈앞에서 확실하게 계속되고 있다.

완성을 기다리는 책이 끊이지 않는 한 책이 없어진다는 공포에 떨고 있을 틈이 없다. 스스로 선택한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앞으로도 책을 만들어갈 것이다. (478페이지)

 

주인공과 인쇄소 사람들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책이 필수품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피난처에서도 책의 공급을 반가워했다는 말에 괜히 울컥해지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에 책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말도 들었다. 본의 아니게 감금(?)당하다시피 생활하다 보니, 굳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심심하거나 무료해서 책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책은 아직 우리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가까이하는 대상이다. 그러니 책을 쓰는 사람도, 그 책을 발견해서 출판으로 이으려는 사람도, 세상에 내놓으려 열심히 인쇄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우리 곁에 존재해야 한다. 책을 중심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프로의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책을 읽는다고 우리 삶이 갑자기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가 책으로 얻는 무언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안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의 여행이든, 타인과의 소통이든, 지식이든, 무언가는 각자 다르겠지. 상관없다. 각자의 가슴에서 원하는 책을 만날 수 있다면야, 그 어떤 책이든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니까 말이다.

 

책과 사람은 일대일로 만난다.

독자는 설사 재미없네하며 던져 버리는 책에서도 뭔가를 건진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

책은 그런 것이다. (62페이지)

 

잉크 냄새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다. 책이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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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애쓰는 숨은 그림자들 평점10점 | r*****t | 2023.01.31 리뷰제목
책의 엔딩 크레딧 本のエンドロ-ル End roll of book 안도 유스케 安 祐介 2018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난 후 영화 제작에 기여한 사람들을 기록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듯이 수많은 책을 사고 읽으면서도 책의 판권을 제대로 눈여겨본 적은 없었던 듯하다. 나만 그러한 것만은 아닌 듯한 것이 이 책의 작가 안도 유스케 安祐介 역시 십여 권의 작품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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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엔딩 크레딧 本のエンドロ-ル End roll of book 안도 유스케 安 祐介 2018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난 후 영화 제작에 기여한 사람들을 기록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듯이 수많은 책을 사고 읽으면서도 책의 판권을 제대로 눈여겨본 적은 없었던 듯하다나만 그러한 것만은 아닌 듯한 것이 이 책의 작가 안도 유스케 安祐介 역시 십여 권의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원고를 보내고 나면 정작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3년 넘게 인쇄업계를 취재 후 책 제작, 특히 편집과 인쇄를 담당하는 책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년간의 인쇄소 취재로 안 것은 책을 만드는 일에 여러 사람의 손이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원고를 쓰고 장정 디자인이 정해진 뒤에는 기계가 책을 만들겠구나. 짐작하고 마냥 (책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었죠. 그래서 내 원고를 CTP.판으로 만들고 이 판을 인쇄기에 세팅하고 46 전지라는 사무용 책상보다 큰 종이를 피더(급지부)에 쌓는 과정 등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약간 충격이었습니다. 작가인 내가 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동안 전혀 몰랐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책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라는 형태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죠.” 
도요즈미 인쇄 회사의 영업 2부 세일즈맨 우라모토 마나부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월드인쇄에서 도요즈미 인쇄로 옮긴 이상주의자로 자신이 하는 일은 단순히 책을 인쇄하는 게 아니라 책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 꿈은……… 인쇄가 모노즈쿠리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 혹은 그 장인)로 인정받는 날을 맞이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고 특히 고참 세일즈맨 나카이도 고지와 대척점에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쇄입니다. 주문받은 사양을 충실히 실현하는 거죠.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굳이 말하자면 방금 대답한 대로 하루하루 맡은 일을 실수 없이 마치는 겁니다."
인쇄는 단순히 출판사에서 보낸 원고를 인쇄만 하는 곳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정에 참여하여 최고의 책이 만들어지도록 애쓰는 숨은 노고가 숨어 있다.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인쇄할 일감을 얻어올 뿐만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는 종이 수급, 변덕이 심한 작가들의 수정 요구로 인한 갑작스런 제작 변경에 따라 스케줄을 조율하는 인쇄 영업맨 우라모토와 나카이도, 원고를 손으로 타이핑하거나 . DTP로 제작하는 데이터 제작부 후쿠하라 에미, 북 디자이너 우스타 히나타, 그리고 종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잉크를 배합하고 그날그날 기계의 컨디션을 파악하여 설정을 결정하는 인쇄 기술자 노즈에 마사요시,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잉크의 점착성을 판단하고 마른 뒤의 색까지 예측해 별색을 조합해 내는 제작 기술자 요시자키 지로,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히 인쇄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책을 만드는, 책에 물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영화 엔딩 크레딧과는 달리 판권에 이들의 이름이 모두 기록되지는 않는다
판권 페이지란 책의 서지사항과 저작 및 출판권에 관해 기록해둔 면()으로 책의 맨 앞이나 맨 뒤에 배치하는데 위치는 출판사가 정한다전통적으로 영미권 도서는 앞에, 일본어권 도서는 뒤에 있는데, 한국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과거에는 대부분 권말에 인쇄했으나 언젠가부터 권두에 인쇄하는 출판사들도 많아졌고 지금은 반반 정도의 비율이라고 한다.  판권 페이지에는 저작권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저작권자의 이름을 맨 위에 얹고 그 아래 출판권자와 출판사 주소, ISBN 등이 들어간다. 저작권과 출판권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 이외에도 발행부수라든가 제작 사항, 출판사의 개성이 드러나는 내용을 담기도 하는데 이때 스태프의 이름을 넣는 대목에 있어서는 가지각색이다이를테면 발행인, 편집자,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회계 담당자까지 출판사 모든 스태프의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영미권 도서들처럼 저작권자와 발행인 이름만 넣기도 한다.
책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인물들은 판권에조차 등장한 적이 없는 '그림자 스태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작가가 원고를 쓰고 편집자가 출판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와 상의해서 책의 사양을 정합니다. 그걸 우리와 같은 인쇄 회사가 제품화합니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책이 되지 않습니다. 인쇄 회사나 제본 회사가 책을 만드는 겁니다." 11
인쇄 회사는 책의 탄생을 돕는 산파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책이라는 몸을 얻으며 세상에 태어나니까 태어날 때 거드는 우리야말로 책의 산파가 아닐까 하는 거죠." 61
도요즈미인쇄라는 글자 너머에는 전체 직원의 이름이 새겨져있는 거야.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니까.” 350
작가, 출판사의 편집자나 영업홍보 담당, 인쇄 회사나 제본 회사 사람들, 도매상 사람들, 수많은 노력의 결정체가 서점에 다다라 이렇게 자리 잡고 있다 182
 
책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데다가 전자책으로 옮겨가면서 인쇄 회사도 위기에 직면하고 급기야 오래된 인쇄 기계 1호기를 해체하는 지경에 이른다
"솔직히 말하지만……. 종이책은 기득권 덩어리입니다."
하지만 우라모토는 스러져가는 출판계와 인쇄업을 붙들고자 출판사와 작가들을 찾아다니며 단순히 일감을 물어오는 것이 아니라 책을 되살리고 사람들이 책을, 좋은 책을 더 많이 접하고 읽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작 표현은 달라도 우라모토와 나카이도가 추구하는 것은 똑 같다. 좋은 책을 만드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꿈은, 내가 맡은 일을 하루하루 실수 없이 마치는 것, 그리고 인쇄기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
“당신이 해 온 말과 정반대잖아.”
"아니, 같아요.”
우라모토는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내가 맡은 일을 하루하루 실수 없이 마치고, 인쇄기 가동률을 유지한다. 그 축적 위에서 인쇄 회사도 모노즈쿠리를 할 수 있을테니까요."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씩 가시화해 가는 것은 결국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었다.
“그럼 나는 우라모토 씨의 말을 빌릴까.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이다', '책을 찍는 게 아니라 만들고 있다'라고."
"전에 말씀하신 것과 정반대 아닙니까?"
"이상과 긍지가 있어야 눈앞의 일도 힘 있게 할 수 있지."465
그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모든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4의 배수로 끝나고, 파본은 꼭 16페이지씩(1~16, 혹은 17~32, 33~48쪽하는 식으로) 통째로 없거나 거꾸로 인쇄된다고 한다. 책의 제장 과정을 알지 못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책의 엔딩 크레딧을 읽고 나서는 그 동안 초판 연도 등이나 알아보기 위해 보던 '판권'을 눈여겨보고,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스태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책은 매우 친숙한 물건이지만,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몰랐던 걸 알게 되면서 조금 더 책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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