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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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기술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

리뷰 총점 9.0 (3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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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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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기억이 신의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평점10점 | y*****2 | 2017.09.17 리뷰제목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이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럴 때면 보르헤스의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부럽기만 합니다. 푸네스라는 농부는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에 보고 들은 것들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는 특정한 날, 하늘에 뜬 구름 모양 같은 자질구레
리뷰제목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이 예전 같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럴 때면 보르헤스의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부럽기만 합니다. 푸네스라는 농부는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뒤에 보고 들은 것들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심지어는 특정한 날, 하늘에 뜬 구름 모양 같은 자질구레하고 세세한 사항까지도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푸네스는 푸네스대로의 고민이 생겼습니다. 쌓여가는 기억 때문에 괴로워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담아두면 고통스러운 기억은 지울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래서 ‘기억은 신의 선물이고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생긴 모양입니다.


브라질의 신경생물학자 이반 안토니오 이스쿠이에르두는 학습과 기억이 저장되는 기전연구의 선구자입니다. 기억을 연구하는 그가 역설적으로 ‘망각의 기술’을 논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기억과 망각은 동전의 양면 같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는 ‘기억은 뇌에서 벌어지는 정보의 저장과 인출로 정의되고, 망각은 기억상실이라 일컫는 기억의 손실로 정의된다’라고 말합니다.


기억하면 흔히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구분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내용의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은 ‘서술기억’인데, 서술기억은 의미, 이해,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에 대한 기억인 ‘의미 기억’과 일화에 대한 기억인 ‘일화 기억(삽화 기억)’으로 구성된다는 것입니다. 감각 또는 운동 기능에 대한 기억은 ‘절차 기억’ 혹은 ‘습관’이라고 합니다. ‘작업 기억’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기억은 기억이 저장되고 인출되는 기전과 관련된 접속체계를 말합니다. 기억의 종류에 따라서 작동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기억이 형성되는 기전을 분자생물학의 수준에서 설명합니다. 우리는 기억이 뇌의 어딘가에 쌓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통한 신호전달체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경험이 일단은 뇌의 언어로 번역되어 기억흔적이나 기억파일로 응고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응고화된 정보는 뇌의 다양한 부위에 있는 시냅스망에 뇌의 언어로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된 기억은 필요할 때 불러올 수가 있는데 이를 ‘기억의 인출’이라고 말합니다. 뇌의 언어가 일상의 언어로 인출되는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망각, 그러니까 경험한 것을 떠올리기 못하는 방식에는 습관화, 소거, 차별화, 억압 등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네 가지의 방식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으로의 접근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셈입니다. 이 가운데 앞의 세 가지는 학습의 형태입니다. 일종의 망각의 기술인 셈입니다. 따라서 경험한 것을 송두리째 없애는 진짜 망각은 아닌 것입니다. 망각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치매에 걸린 환자의 뇌를 보면 신경세포가 죽어 사라지거나 시냅스가 손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망각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저자는 기억의 기전은 물론 기억의 훈련, 망각이 필요한 이유, 망각의 기술이 질병치료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 등, 다양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설명들의 체계가 다소 혼란스럽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기억과 관련된 과학적인 연구는 물론 문학작품 등 다양한 소재를 인용하고 있어 기억에 관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어왔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앎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기억을 연구하는 저자가 망각을 논하게 된 이유를 나가는 말에 정리하였습니다. 망각은 새로은 기억을 저장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 대부분의 기억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다는 점, 기억제거방법으로 알고 있는 망각은 소거, 습관화, 변별학습 등으로 기억과정을 억제하는 것일 뿐으로 기억의 장기적인 폐기에 불과하다. 더하여 저자는 ‘우리가 망각하기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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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망각의 기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2 | 2017.08.20 리뷰제목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는 심오한 문장이 부제인 책, <망각의 기술>워낙 평소에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라서, "과연 인간에게 기억과 망각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하지만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시작한다면, 분명 그 기대는 깨질것 이다.이 책의 추천사에서 제임스 맥고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역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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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는 심오한 문장이 부제인 책, <망각의 기술>

워낙 평소에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라서, "과연 인간에게 기억과 망각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시작한다면, 분명 그 기대는 깨질것 이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제임스 맥고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역사적 개념과 문학적 견해, 과학실험 결과를 결합하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기억과 망각 사이에 벌어지는 투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추천사를 봐보니, 일단 이 "제임스 맥고"라는 사람은 책의 본문에서도 종종 인용되곤 하는 기억연구의 대가다.

기억연구의 대가신가는 좋은데... 

거꾸로 말하면 이 추천사가 철저히 과학자의 입에서 나온거였구나... 내가 그걸 책을 시작할 때는 몰랐구나... 약간 통수의 느낌도 있다 ㅋㅋ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에서 "역사와 문학과 인문과 과학의 동등하고 황홀합 결합"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 85%에 15%의 인문학적 접근으로 쓰여진 책이다.

(근데 이 사실을 먼저 알면 문과생들은 나처럼 속아서 책을 집지는 않을 것 같다. 근데 그걸 감안해도 이 책은 읽어볼만 한, 재밌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종종 아래와 같은 글들에 당혹감을 느끼고.. 처음에는 차근차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가..

나중엔 그냥 선택과 집중을 하게된다... 선택과 집중은 이 책에서 긍정하는 가치이니, 아마 저자도 양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


 



여튼 위와 같은 당혹스러운 페이지들을 (꽤) 넘기면 신경과학적 사실이지만 꽤나 흥미로운 설명들도 들을 수 있고, 때로는 인문학적인 울림을 주는 문장들을 만날 수도 있다.


아래처럼 노인이 젊은이보다 원격기억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머릿속에서 쓸쓸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결론은 노인분들이 먼 옛날의 기억을 더 잘 기억하는 것도 다 신경과학적으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과학자의 중립적인 가면을 쓴 은근한 팩폭으로 책 읽다가 빵 터지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들면 아래와 같은.





여튼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거다.


"기억을 상실하는 것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망각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사실 소거, 습관화, 차별화 등으로 반응을 제어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망각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의 기억 흔적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네발로 걷는 방법을 아예 잊어버리는 것처럼, 시냅스의 폐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이 진짜 망각이다."


"우리가 망각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기억하는것 만큼이나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저자는 망각은 인간의 생존과 효과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망각의 가치를 긍정한다.

망각하기 전문가인 나는 아래와 같은 구절들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지난 며칠동안 우연히 습득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망각하는 일은 40세가 넘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이틀 전에 사무실 건물 주차장 어디에 차를 두었는지는 잊어버리는 편이 더 낫다. 더 중요한 것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더 재빠르고 기억력이 좋지만 주의가 산만한 젊은 사람보다는 40세가 넘은 사람에게 경영업무나 경영직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큰 그림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의 세부사항을 잊어버리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거나 쓸모 없는 세부사항을 버리는 재능은 습득 가능하고, 이런 재능은 큰일을 하기에 적한한 자산이다."


책에 따르면 기억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1. 의미기억 : 의미, 이해,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에 대한 기억

2. 일화기억 : 일화나 우리에게 일어난 일, 영화 이야기에 대한 기억

3. 절차기억 : 감각 또는 운동 기능에 대한 기억(플룻 연주하는 법 같은)

4. 작업기억 : 아주 단기간동안 특정 작업을 위해 저장하는 기억. (이를 테면 금방 들은 전화번호를 외워서 누르는 것)


이 중에서 나는 일화기억이 현저하게.. 거의 없다시피 한데. 나 같은 사람이 읽으면 일말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공부를 그래도 곧잘하고 삶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의미기억만 현저하게 발달해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기억의 천재인 푸네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푸네스는 온갖 나무 무리 속 모든 나무의 모든 잎뿐만 아니라, 그가 그서을 지각하거나 마음속에 그린 때를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완전한 기억력을 가진 사내이다.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보르헤스는 말했다.

"그는 푸네스가 사고에는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고하려면 일반화를 위해 망각해야만 한다."

보르헤스와 ​저자는 思考를 위해서는 일반화가 필요하고, 일반화를 위해서는 망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 같이 일반화가 습관이 사람에게는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다. ​

나는 항상 군더더기들은 모두 삭제하고, 일반화해서 사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학창시절에는 공부하는 것이 수월했다. 쓰잘데기 없는 것들은 다 빼버리고, 논리적인 구조를 구축해서 그것을 토대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가끔 일을 하다가 큰  체계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해야하는 때가 아주 가~끔 찾아오는데, 그 때 나는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세부적인 디테일을 만지는 일이 나에게는 안 맞는다. (그래서 대다수의 일은 별로 흥미를 못 느낀다)


어쨌든 망각전문가인 나에게는, 망각을 긍정해주는 이 책이 효용론적 관점에서 아주 긍정적이였다.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내 입맛대로 책을 읽은것 같긴 하지만, 나는 서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것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이상 순전히 개인적인 독후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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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망각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긍정적인 뇌의 활동이다 평점10점 | l****1 | 2017.07.11 리뷰제목
망각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렇지 않아도 까마귀 고기를 섭취하는 것도 아닌데 날이 갈수록 자꾸만 기억력을 볼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자존감이 상처 입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하기사 살면서 망각이란 것 때문에 얼마나 성가신 일이 많았던가? 시험 공부할 때도 그렇고,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물론이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
리뷰제목

 망각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그렇지 않아도 까마귀 고기를 섭취하는 것도 아닌데 날이 갈수록 자꾸만 기억력을 볼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자존감이 상처 입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하기사 살면서 망각이란 것 때문에 얼마나 성가신 일이 많았던가? 시험 공부할 때도 그렇고,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물론이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들에 있어서도 망각의 농간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않아도 되었을 불편들을 참으로 수없이 많이 겪었다. 그런 불편 속에서 마구 허우적거리는 시간이 잦다보니 절로 소망하게 된다. 누군가 부디 이 망각을 영원히 없애줄 방법을 찾아주기를. 

 

그런데 여기에 반기를 들고 찾아온 이가 있다. 그가 바로 브라질 태생의 신경생물학자 '이반 이스쿠이에르두'란 사람이다. 그는 주로 기억과 관련된 뇌 활동을 연구하는데 이 쪽 방면에서 세계적으로 꽤나 저명한 학자다. 그런 그가 단호히 말한다. '기억만큼 망각도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존재의 지속을 보다 잘 하기 위해 일부러 망각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것이 바로 망각의 기술이다.'라고.


 '망각의 기술'은 바로 그런 것을 소상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기억과 관련한 뇌 과학의 권위자인만큼 책의 분량이 작더라도 내용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의 뇌에서 기억이라는 게 어떻게 이뤄지는가에서 부터 시작하는데 기억과 연관된 뇌의 해부학적 지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반 이스쿠이에르두에 따르면 우리들이 흔히 기억이라 부르는 것은 '서술기억'인데, 이것은 의미, 이해,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에 대한 기억인 '의미기억'과 일화에 대한 일화 기억(혹은 자전 기억)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엔 이것만 있지 않으며 자전거를 탈 때와 같이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처럼 감각 또는 운동 기능에 대한 기억을 '절차 기억'이라고 한다. 또한 여기에 더하여 남의 전화번호를 외워놓고 전화를 한 뒤 곧 잊어버리는 것처럼 특정 상황에 국한하여 잠시 기억하는 것도 있는데 이를 '작업 기억'도 있다. 우리의 기억은 이렇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억들은 모두 뇌의 특정 공간에 저장되는데, 기억한다는 것은 마치 캐비넷에서 필요한 파일을 꺼내듯, 이 공간에 저장된 기억을 인출하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망각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는 기억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저장된 기억을 인출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해 망각이란 저장된 기억에 대한 접근을 막는 것인데, 우리 뇌에선 주로 네 가지 방법을 통해 망각을 실행한다. 우리 뇌에서 기억의 인출은 기억을 맡고 있는 뉴런 세포에 '점화'라는 자극을 통해 이뤄지므로 망각의 실행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을 인출할 때 사용하는 자극에 대한 반응을 억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억제의 방법으로 우리 뇌가 사용하는 것이 바로 습관화, 소거, 차별화 그리고 억압이다. 뇌는 이 네 가지 방식을 통하여 우리 뇌에서 기억이 차지하는 용량이 과잉 되지 않도록 조절하는데, 그래서 이반 이스쿠이에르두는 '망각의 기술'이라 칭하는 것이다.


 뇌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우리 의지의 그 어떤 개입도 없이 단독으로 이 기술을 행한다.(p. 55)


 우리는 지금까지 망각이 그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알고 보면 그것은 이렇게 지극히 계산적인 행동이었던 것이다. 뇌가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일부러 망각을 실행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뇌는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의 용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뇌도, 에너지도. 사람에게 주어진 한정적인 자원을 보다 중요한 일에 쓰기 위해 기억 역시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자원 관리의 일환이다. 이를테면 '습관화'를 보자. 모든 포유류에겐 지향 반응이라는 게 있다. 쉽게 말해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면 그 쪽으로 저절로 고개가 돌아가는 반응이다. 당신이 어둔 밤길을 홀로 걷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더구나 낯선 곳을 말이다. 그런 곳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면 얼른 고개가 그 쪽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이 지향 반응이다. 모든 생물이 다 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당신이 익숙한 길을 대낮에 걷고 있다면 그런 소리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바로 두뇌가 새로운 자극을 적절히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 자극으로 인해 뉴런이 점화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습관화'다. 하도 익숙해 자극에 대한 기억력을 일정 정도 낮추어 두는 것. 같은 골목이라 하더라도 동네 골목과 낯선 외국의 골목은 아주 다르게 다가온다. 낯선 외국의 골목에 대해선 우리 두뇌가 '습관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습관화'는 우리가 세상을 좀 더 마음 편하게 돌아다니도록 도와준다. 망각이 하는 일이 바로 이와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선택과 집중에 뒤따르는 부산물인 것이다. 우리 두뇌가 보다 중요한 정보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들은 그 우선 순위의 정보들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지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세하게 설명을 하니, 망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었다. 224페이지에 부담 없는 분량이지만, 얻는 것은 꽤나 많은, 기억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더하여 이 책엔 어떻게 하면 기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며, 또한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읽기'다. 

 

 기억 훈련은 시냅스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최고의 기억 훈련법은 '읽기'다.(p. 134)

 기억을 훈련해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읽고, 읽고, 또 읽는 것이다.(p. 138)


 이는 실제로 증명되기도 했는데, 다른 것보다 읽기가 요구되는 직업을 가진 고령자가 확실히 기억력 상실이 적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치매가 두렵다면 지금부터 많이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는 뜻이다. 부지런히 읽자. 그것은 곧 내 몸에 좋은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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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망각의 기술 평점10점 | s******g | 2017.07.09 리뷰제목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 그 의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기억 또한 우리에겐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서인지 마치 내가 소유했던 것을 상실한 느낌이 더욱 커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망각이라는 것을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상과도 같은 것으로 당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혹은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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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 그 의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기억 또한 우리에겐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서인지 마치 내가 소유했던 것을 상실한 느낌이 더욱 커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망각이라는 것을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상과도 같은 것으로 당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혹은 망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의미로써 재해석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면 기억이라는 것 자체는 무엇이고,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21세기 들어서면서 우리 인간은 과거 추상적으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많이 해왔다.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도 그러했고, 우리의 사랑에 대해서도 그러했으며, 우리의 기억에 대해서도 그러해왔다. 이 책에서도 뇌 과학적으로 우리의 기억을 설명해내고 있다. 겉표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책의 내용에서의 기억은 매우 차갑고 딱딱한 뇌 과학적 용어들이 많이 나열되어있어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나의 기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기억이라는 것도 종류가 있어, 서술기억인 의미기억과 일화기억, 그리고 절차기억이 있다. 이 모든 기억은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며, 기억에 관련된 두뇌 영역을 살펴보면 주된 영역인 hippocampus와 인지처리를 담당하는 대뇌피질 영역과 연합되는 entorhinal cortex, 그리고 감정을 담당하는 amygdala가 함께 관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억에는 감정적 요소가 중요함을 알 수 있으며, 기억을 토대로 인지처리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모든 영역이 주로 측두엽에 자리 잡고 있어 기억을 위해 언어가 매우 중요함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언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기 전인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기억한다는 것은 말로써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에 언어로써 경험하고 이해하지 못한 기억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강렬한 감정적 요소를 포함한 기억은 장기 기억되고, 엄청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기억상실과 같은 일을 발생시키는 것을 보면, 기억이라는 것에는 감정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도 알 수 있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책에서는 망각의 기술에 대해 총 4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습관화, 차별화, 소거, 억압이다. 이 네 가지 기술을 쓰고자 하는 기억은 우리가 억지로 잊어버리고 싶은 나쁜 기억일 것이다. 나쁜 기억이 있다면 이 네 가지의 기술을 사용해 잊어버리도록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습관화인데, 매일 아침 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매주 한 번씩 정신과 의사가 나와 청취자들의 사연을 듣고 극복방안을 말해줄 때마다 주로 하는 상담방식과도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의사는 늘 자신의 가슴 아픈 경험을 묻어두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떠올리고 객관적으로 인식해보라는 상담을 주로 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 언급한 습관화 또한 나쁜 기억을 오히려 자꾸 떠올려 그 기억에 대해 무감각 해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였다.

또한 이 책에서는 비단 나쁜 기억뿐만 아니라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기억이 사라져야만 뇌가 효율적으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나이가 듦으로써 젊은 사람에 비해 기억을 상실하는 정도가 크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사소한 기억들은 인생을 크게 바라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나이가 든 중년이 회사에서 중역을 맡는 것이 더욱 적합한 일이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고 있다. 기억의 상실에 대해 오히려 희망을 갖게 하는 내용들이 제시되어 있었고, 기억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뇌 과학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기억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시키는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웠고, 과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뇌 세포인 뉴런의 생성은 아주 어린시기까지만 가능하고, 그 이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이 책에서는 최신 연구결과들을 통해 나이가 들어서도 뇌 세포의 생성이 가능한 것을 언급하고 있다. 나이 든 노인이 되어서 기존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질지라도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는 뇌 과학 연구결과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늘 뇌 과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아쉬웠던 부분으로 남는 것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바로 뇌 영역을 소개할 때 한글로 번역된 것만 제시하기 보다는 원어로 그 영역을 함께 적어 소개해주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뇌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원어로만 공부를 하다 보니, 한글로 번역된 용어는 참 낯설게 느껴진다. 다음 개정판이 나온다면 뇌 영역에 있어서는 한글 번역된 내용 옆에 괄호 속에 원어로 된 용어를 함께 써준다면 책의 내용에 보다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찌되었건 사회가 복잡다변화해지면서 더더욱 기억할 것들이 많아지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재개념화가 필요해졌으며, 경제적 논리에 치우쳐 인간관계를 맺고 상처받는 것이 당연해지고 있는 요즘, 기억과 망각에 대해 새로운 의미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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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망각의 기술 평점10점 | z*****y | 2019.01.18 리뷰제목
평소에 무의식중에 뭐든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있었는데그런점을 고쳐보고자 기억에 관한 책을 읽어보려고 둘러보다가 이 책이 맘에 들어서 구매했습니다.책 제목처럼 망각하는것에도 기술이 있다는것을 알려주는 책인데,실질적인 망각의 기술은 기억이 떠오르지않게하는 습관화,소거,차별화ㅡ억압 이 4가지 방식을 이용하고,또 기억을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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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무의식중에 뭐든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있었는데

그런점을 고쳐보고자 기억에 관한 책을 읽어보려고 둘러보다가 이 책이 맘에 들어서 구매했습니다.

책 제목처럼 망각하는것에도 기술이 있다는것을 알려주는 책인데,

실질적인 망각의 기술은 기억이 떠오르지않게하는 습관화,소거,차별화ㅡ억압 이 4가지 방식을
이용하고,또 기억을 변조하는 데 집중되서 진짜로 망각하는 기술이 아니라 뇌가 기억을 억제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기술을 알려주는데,되게 유익하고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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