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기록한 글을 수정해서 다시 올리는 글.
두루뭉술한 이야기보다는 오직 자신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메시지를 찾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메시지를 전할 ‘자격’을 갖추는 일이다.
p203
동생! 혹시 드로우앤드류라는 유튜버 알아? 유튜브를 안 보니 당연히 모를 것 같지만 혹시나 했어. 나는 휴대폰으로 영상 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 나라고 처음부터 알았겠니? 드로우앤드류의 책 <럭키 드로우>(드로우앤드류, 다산북스)가 나왔어. 지금 스트레스받으며 일하는 네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부캐'가 유행하면서 사이드잡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야.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더 맞물렸지. 퇴근 후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몸이 일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 물론 이 생각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평준화되었다고나 할까. 당시에는 나날이 그걸 이야기하는 유튜버들이 생겼고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왕초보들에게 공유하며 수익화했지. 블로그를 해라, 애드센스를 달아라. 파트너스도 있다. 스마트스토어는 해봤냐. 책을 써라. 이런 수많은 유튜버 사이에서 우연히 드로우앤드류의 영상을 봤어. 단순히 알고리즘 때문이었지.
드로우앤드류는 달랐어
엇! 근데 이 사람은 달라. 다른 사람들처럼 부업으로 돈 번 이야기를 하긴 해. 근데 느낌이 달랐어. 단순한 프로그램 사용 설명서 같은 방법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보다 상위 개념을 말하는 것 같았어.
내가 어떤 상황을 겪으면서 이런 문제가 생겼어. 어떻게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했지. 근데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거야.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렇게 해봤더니 이 결과가 나오더라고. 결국 어떤 걸 배웠고 어떤 점이 바꾸었고 어떤 걸 이루었어.
이런 느낌?
뭐가 다르지?
책 읽어 보니까 잘 읽혀. 이해가 잘돼. 책 전체에 그의 경험이 녹아 있어. 스토리가 있어! 저자가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던 경험, 해외에서 무시당하고 회사에서 해고당한 경험, 나아가기를 멈춰 본 경험, 고민만 하지 않고 일단 시작해 본 경험 등. 실패도 해봤고 멈출 줄도 알고 도전해서 성공도 해봤지. 이야기를 들려줄 자격을 갖춘 거 아니야?
모든 사람의 시작점이 같을 수는 없어. 나는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너는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 분명히 있을 거야. 하지만, 상황이 달라도 누구에게든 적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겠어. 힘들면 우울하고 슬프고 원망하지. 근데 불평할 시간을 줄이고 내가 잘하는 걸 더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내게도 삶은 매우 불공평했다. 그걸 빠르게 인정하고 세상에 적응해 불리한 환경을 내게 유리하게 바꾸는 것이 이 불공평한 세상을 똑똑하게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착하며 억울해하기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데 더 노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만든 한계의 벽을 부술 수 있었고,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해낼 수 있었다.
p160
나를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동생아! 너는 아침이 오는 게 설렌 적 있어? 내가 이 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더라. 그중 6년은 아침마다 출근해야 하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어. 어릴 때부터 상상했던 20대는 선생님이 돼서 학생들과 친구처럼 소통하는 장면이었거든. 근데 난 임용고시 3일 전에 겪은 사건으로 꿈과 목표를 잃어서 적지 않은 시간 방황을 했지. 차선으로 좋아하는 분야로 뛰어들어 지금까지 오기는 했지만, 상상했던 직장 생활과 너무 다르니 회사가 싫었고 일하기도 싫었어. 비전공자로 디자인을 했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날이 없었지.
그 6년 동안 나는 글을 다루는 일을 하고 말겠다고 매일 생각하고 말하고 다녔어. 파주에서 퇴근하고 합정와서 편집자 수업을 듣고 다시 파주로 귀가하던 어느 날. 이직한 동료가 본인 회사에서 편집자를 뽑는데, 내가 평소에 말하던 게 떠올랐다고 연락을 준 거야. 간절함이 통했는지 편집디자이너에서 편집자로 이직에 성공했어. 네가 아는 것처럼 이후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몇 년을 집에만 있었지만 말이야. 편집자로 일한 시간은 짧았고, 이상과 다른 현실로 실망하고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 건강도 잃었지만 행복했어. 왜냐하면 하고 싶었던 걸 했으니까! 간절히 바랐던 순간을 내가 만들었잖아! 아니, 내게 온 기회를 잡았잖아.
싫은 일조차 할 수 없는 몸이 되고 깨달았어. 나는 내 일을 싫어하지 않았구나. 그저 회사에서 억지로 하는 게 싫었을 뿐. 그럼 지금은 좋아하는 걸로 해 보자. 그때부터야.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장소, 책을 찍고 글을 쓰며 블로그를 꾸몄던 게. 그때 또 느꼈지. 꼭 편집자가 돼서 글을 만져야 하는 건 아니구나. 내 감정을 담아 글을 쓰는 것 자체로 기분이 좋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게 좋아서 계속 하는 거지.
지금도 글을 다루는 일은 안 하잖아. 오히려 원래 하던 일과 비슷해서 금방 지루해졌거든? 근데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해보면서 내가 공간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어. 좁고, 답답하고, 불필요하게 신경 써야 하는 사무실을 벗어나니까 스트레스가 확 줄어든 거야. 일이 재밌더라고. 심지어 일하는 순간이 행복했어. 그러면서 점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지금 하는 일이 회사 말고 내 거면 좋겠다!
하지만 ‘업’은 다르다. 업은 타고난 나의 적성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뜻한다. ‘직’이 하나의 직함으로 하나의 가능성밖에 담지 못한다면 ‘업’은 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양한 일로, 다양한 모습으로 끝없이 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p164
내 일을 하며 내일을 기다려 - 이키가이
드로우앤드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동생아, 네가 그럴 거라고 상상하면 설레지 않니? 따지고 보면 우리는 지금 하는 일을 싫어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너도 밤새도록 야근하며 디자인해도 결국 그건 회사 거잖아. 그러니 의욕이 안 생길 테고. 회사의 일이라서 싫은 건데 일 자체가 싫다고 느낀 걸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런데 누구나 원하는 환경에서 좋아하는 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거야.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건 나도 반대하니까. 우리 지금부터라도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보는 거야!!
이키가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보람', '존재하는 이유'를 뜻하는 개념이다. 일본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라고도 부른다. 이키가이는 모두 4개의 동그라미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동그라미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이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즉 아침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한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키가이의 정신이다.
p190
저자는 이키가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결핍이 있다는 걸 깨달았대. 그건 바로 다른 사람에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거였어. 내 존재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말이야. 보통 직장인들도 똑같잖아. 내가 아니어도 대체될 인력이 넘치고 있잖아. 회사를 옮길 때마다 그 회사의 요구사항에 맞게 길들지 않아? 우리는 그동안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 거지. 그래서 저자는 세상이 원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의 유튜브를 만들었나 봐.
책과 함께 온 이키가이 가이드북에는 좋아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잘하는 것, 세상에 필요한 것을 찾는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이렇게 글자로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거든? 근데 그걸 쭉 나열해서 써 봐. 생각보다 잘 모르겠고 막막하다? 이걸 채우면서 나를 알게 돼. 뻔한 말 같지만, 정말이야.
퍼스널 브랜딩
내가 한 채널에서 꾸준히 영상을 본 건 드로우앤드류가 처음이야. 그 이유가 뭘까? 일단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았다는 거겠지. 근데 질리지 않았던 건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방향이었어.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를 고른 것도 흐름을 잘 타기는 했지만 자신이 성공한 경험을 잘 살린 거잖아.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직원에게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으라고 했던 거야. 사실 그걸 찾는 게 가장 어렵잖아. 그러니까 여러 시도를 하면서 나를 브랜딩 해보는 거야. 우리는 보통 '내가 원하는 걸 찾으면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나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그걸 거꾸로 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걸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팔로우나 조회 수가 늘어나면 일단 사람들이 내 의견에 공감한다는 거잖아. 그렇게 내 콘셉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생각 좀 해볼게 말고 일단 해보라고.
저자는 퍼스널 브랜딩의 세 가지 요소를 이렇게 말하고 있어.
- 페르소나(나는 누구인가)
- 목적(나는 무엇을 하는가)
- 콘텐츠(나는 그 일을 어떻게 하는가)
p200
가장 중요한 건, 이 세 가지 요소에 맞게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 꾸준히!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일과 삶의 균형에 집착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더 집중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 일 자체를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세상은 넓고 재밌는 일은 너무나 많으니까.
p157
솔직히 자기 계발서 읽고 돈 아까웠던 경험 있지 않아? 누구나 하는 뻔한 말만 잔뜩 모아둔 것 같고.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 리뷰는 잘 안 남기거든.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돈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정말 좋았어.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어. 사례가 많은 것도 좋고, 유튜브에서 듣고 흘릴 이야기를 텍스트로 정리해주니 더 좋고. 직장인 10년 차인 내가 읽어도 느낀 게 있는데, 서른인 동생 너한테도 도움 될 것 같아서 이렇게 글까지 쓰는 거고. 아직 대학생인 막내가 읽으면 배울 게 더 많은 책이었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를 브랜딩하는 건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라고 생각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필요한 분야야. 브랜딩은 둘째 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일단 너를 발견해 봐. 지금 당장의 목적은 세우지 못해서 일단 좋아하는 걸 하고 있는 나처럼 말이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야. 멘탈 관리에 도움 되는 부분도 많아. 읽고 내게 유용한 부분만 골라서 흡수하면 돼.
동생 너한테 톡 보내면 매번 '퇴근하고 읽어볼게.'라고 하잖아. 근데 연락 없어서 왜 안 읽냐고 물어보면 '아직 회사야.'라고 답이 오지. 한참 후에 아직도 퇴근 안 했냐고 물어보면 '이제 퇴근해! 진짜 너무 힘들어... 집에 가면 그냥 기절해.'라는 다 죽어가는 모습이 안쓰러웠어. 누구나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그래서 네가 이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지금이 그런 타이밍인 것 같아. <럭키 드로우> 읽다 보면 너도 분명 '나도 이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 거라 확신해. 책은 이미 내게 있으니 전해줄게, 딱 기다려! 이 책이, 네가 지금 이 책을 만난 게 네 인생의 럭키 드로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은 점점 희미해졌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밀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그 일이 성공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았던 것이다. 면접에서 떨어져도 붙을 때까지 이력서를 뿌렸고,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도 들어올 때까지 새 상품을 올렸고, 조회 수가 떨어져도 다시 오를 때까지 계속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렇게 끊임 없이 인생이라는 게임의 레버를 당겼다.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