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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작가의 마감 평점10점 | h*****7 | 2022.12.01 리뷰제목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다. 무엇보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이 반가워서 구입한 책이다. 어쩌다 보니 몇 달이나 걸려 읽었다. 작가들의 습관, 성격 등 내밀한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 유명한 작가는 물론 처음 알게 된 작가들도 수두룩하다. 이야기는 1장 쓸 수 없다 2
리뷰제목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다. 무엇보다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이 반가워서 구입한 책이다. 어쩌다 보니 몇 달이나 걸려 읽었다. 작가들의 습관, 성격 등 내밀한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 유명한 작가는 물론 처음 알게 된 작가들도 수두룩하다. 이야기는 1장 쓸 수 없다 2장 그래도 써야 한다 3장 이렇게 글 쓰며 산다. 4장 편집자는 괴로워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만 보아도 글을 써서 먹고사는 작가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하다. 그리고 부러움 약간과 위로까지도.

 

 

글을 쓰다 보면, 그것이 서평이든 원고든 술술 써질 때도 있지만 막힐 때도 있다. 유명 작가들은 어떨까. 보통 독자가 생각하기에는 아무런 고민 없이 술술 쓸 것 같은 작가들도 그런 고뇌가 있다는 것에 묘한 재미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고 혼자 써야 하는 것이 글이다. 여러 감정에 둘러싸여 마치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하루하루를 견디며 어떻게 글쓰는 삶을 살아가는 걸까.

 

 

빗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은 쓸쓸해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제법 도움이 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태어난 탓인지 나는 비라는 녀석이 좋아서 미치겠다. 여름비, 겨울비, 봄비, 어느 계절에 내리는 비라도 저마다의 정취가 마치 포근한 솜처럼 기분 좋게 머리를 에워싼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는 보통 때보다 두 배 정도 글이 잘 써진다. 아니,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p31, 호조 다미오의 쓰지 못한 원고 중>)

 

 

그래도 잘 써지고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날이 있다는 건 작가에게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날만 있겠는가.

 

 

쓸 수 없는 날에는 아무리 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나는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 안이다. 아니, 볼일도 없는데 여긴 뭐 하러 들어왔지. 밖으로 나오다 이번에는 격자문에 머리를 내리친다. “으음, 으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따위 글을 써봤자 뭐가 된단 말인가. 그저 노동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 것을(p43, 요코리쓰 리이치의 쓸 수 없는 원고)

 

 

그럼에도 써야 하는 것이 작가의 삶이겠지. 기쿠치 간은 신문소설을 쓰던 중의 고통에 대해서 말한다. 그는 신문소설만큼 뼈가 휘도록 힘겨운 일은 없다면서 작가 지옥 중 신문소설 지옥이 가장 괴롭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나는 아침에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신문소설은 한 회당 원고지 네 매면 충분하니 금세 쓸 듯해도 펜을 들기 전에 이미 두세 시간 허비한다. 다 쓰고 나면 일이 고된 만큼 두세 시간 넋이 나간다. 결국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을 전부 신문소설에 뺏겨버리니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펜이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의 괴로움이란, 뼈를 깎아내는 것처럼 견디기 힘들다.‘(p121)

 

작가들이 이럴진대. 묘한 위로가 되지 않는가. 벽에 부딪혀보고 결국엔 샘솟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렇게 환희를 느끼며 글쓰기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시간을 견디고 즐기다 보면 글쓰기는 늘게 되어있다. 그럴 거라는 희망을 가져 보자.

 

나쓰메 소세키 또한 신문소설을 연재하며 데뷔했으니 할 말이 많을 듯하다. 역시나 신문소설을 쓰는 동안은 바빠서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정말이지

하루에 책을 읽을

시간이 얼마 안 된다.”(p122)

 

 

소세키는 문인의 생활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대 유명한 스타 작가였으니 막대한 부를 쌓았다느니 굉장한 저택을 지었다느니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고 한다.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면 이렇게 더러운 집에 살 턱이 있겠느냐, 이 집도 내 집이 아니라 셋집이다, 라면서 소세키는 반박을 한다. 그러면서 더 밝은 집이 좋다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햇빛 쏟아지는 미닫이창 아래서 쓰면 가장 좋지만, 이 집에는 그런 장소가 없으므로 종종 양지바른 툇마루에 책상을 꺼내 놓고 머리에 햇빛을 흠뻑 받으며 펜을 든다. 너무 더우면 밀짚모자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글이 잘 써진다. 결국 밝은 곳이 제일이다.‘(p151)

 

 

평생 독서를 하고 원고와 씨름하는 작가들의 눈은 피로를 넘어 혹사당할 것 같다. 밝은 곳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싶다. 원고 쓰기에 몰두하며 툇마루에 앉아있는 소세키의 모습이 그려진다.

 

 

오늘날과 달리 옛날에는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직접 원고지에 손으로 써야 하는 수고도 상당했을 것 같다. 작가들의 삶의 배경을 보면 가난 속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는 어떤 중압감이 항상 따라다녔을 것 같다. 행간에 그들의 무거운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왔다.

 

 

맨 나중 이야기는 편집자로서 고뇌를 얘기하는 작가들이 나온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부터 다니자키 준이치의 글을 싣고 있다. 이 중 편집자와 밀당을 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도저히 쓸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데도 편집자는 거절당할 것을 각오하고 찾아왔는지 좀처럼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가령 원고지 세 장이든 다섯 장이든 좋으니 써달라고 매달렸다. 전혀 물러날 기색이 아니었다. 아쿠타가와가 세 장 쓸 정도면 열 장 쓰겠지만 지금 재료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아무리 해도 쓸 수 없다고 거절하자 편집자는 그럼 한 장이든 두 장이든 좋으니 써달라고 애원했다. 이에 아쿠타가와가 원고지 두 장으로는 소설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편집자는 원래 당신 소설은 짧으니 두 장이라도 제법 괜찮은 소설이 된다. 오히려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포기하지 않았다.‘(p233, 무로 사이세의 아쿠타가와의 원고)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는다.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줄다리기를 보는 듯하다.

이 밀당을 지켜보았던 무로 사이세이의 말은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얼핏 작가가 윗사람으로 보이지만,

작가가 무서워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편집자다.”

-무로 사이세이-(p237)

 

 

그런가 하면 편집자가 되어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와 기쁨으로 충만한 편집 여담을 얘기하는 마키노 신이치도 있다. 짧은 편지글 형식의 글인데 그 일부를 소개해 보겠다.

 

 

7월에 입사하여 잡지 소녀』『소년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은 지금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그건 독자라는 많은 친구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정원에 핀 꽃들이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일 만큼 싱그러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술술 풀릴 리가 없지요. (중략) 다만 언젠가는 노력의 결과가 진주가 되어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꼭 오리라고 굳게 믿을 따름입니다. 미래는 깁니다. 편집자로 활동하며 예술을 쌓아 올릴 작정입니다.’(p251, <입사의 변)

 

 

정원에 핀 꽃들이 미소 짓는 것처럼여겨질 만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결국엔 예술로 승화시키겠다는 각오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결국, 글쓰기는 좋아서 하든 해야 해서 하든 작가는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독자는 그것을 즐길 뿐이다. 작품 너머의 내밀한 작가들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1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6 댓글 0
종이책 작가의 마감 평점10점 | g*****3 | 2021.03.13 리뷰제목
제목을 보고 무조건 끌리던 도서다. 또한, 일본의 유명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라고 하니 어느 누가 궁금해 하지 않을까? 과거와 달리 방송매체가 전파가 되면서 이제는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에 대해 종종 보곤 한다. 마감이 끝나면 자유가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또 있으니 잠깐의 자유에서 안정을 취하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오늘 읽은 [작가의 마감]은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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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무조건 끌리던 도서다. 또한, 일본의 유명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라고 하니 어느 누가 궁금해 하지 않을까? 과거와 달리 방송매체가 전파가 되면서 이제는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에 대해 종종 보곤 한다. 마감이 끝나면 자유가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 또 있으니 잠깐의 자유에서 안정을 취하고 다시 시작해야한다. 오늘 읽은 [작가의 마감]은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근래가 아닌 고전 작가들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아쿠타카와 류노스케 등 익히 들은 이름도 있고 때론 낯선 저자의 이름도 보인다. 

 

책은 큰 제목으로 쓸 수 없다, 그래도 써야 한다, 이렇게 글 쓰며 산다 마지막으로 편집자는 괴로워로 나위어지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분화 되어 작가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당시엔 신문에 연재글이 실었던지라 꾸준하게 글을 써야하지만 마감이란 것이 아니 글 쓰는 것 자체가 술술 풀리지 않는다. 물론, 잘 써지는 날이 있지만 마감 시간에 쫓겨 쓰는 것이 대부분이 아닐까? 원고 열 매 내외를 쓰는데도 사흘이나 끙끙 앓았던 다자이 오사무. 당시, 수필을 써야했던 저자에게 '작가의 언어도 날것이기에 조심해서 써야한다'고 했는데 누구도 믿지 않았으나 자신에게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많은 원고가 아니어도 그렇게나 글이 써지지 않았나 보다. 

 

때론 아픈다는 핑계로 편집자에게 말하는 작가도 있고, 방바닥에 누워 생각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 고민하는 저자, 하루종일 연필과 종이를 붙잡고 씨름하지만 한 글자도 써내려가지 못하다 한밤중에 흥이 솟아나 홀로 일어나 펜을 잡는 작가, 어떤 이는 아침에만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작가들의 글을 읽으니 낯설지 않는 행동들이라 절로 웃음이 나와버린다. 즉, 예나 지금이나 마감게 대한 분투는 같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글을 계속 써내려가는데 책에서 좋았던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작가의 이력'도 같이 설명한 부분이다. 

 

앞서 적었듯이 낯선 작가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생애를 적어놓은 한 페이지를 읽을 때면 왜 그렇게들 힘들게 살았는지...시대가 불안정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한 작품을 빚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처럼 이들의 말년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거의 병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 중엔 30대, 40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여성 작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읽다보니 유난히 남성 작가가 많아서 답답했던 찰나 몇몇 여성 작가를 보게 되었다. '하야시 후미코'는 힘든 상황에서 글쓰기를 하면서 성공을 했는데 너무 무리한 탓에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후미코가 남긴 '어느 하루'는 일기로 청탁을 받아 글을 쓰는데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시작하는데 자신이 글 쓰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힘들어하는 내용이다. 조금만 자신에게 자유(?)를 주었다면 더 많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프롤레타리아작가 동맹, 일본공산당 가입과 검거와 석방, 집필 금지를 겪었던 미야모토 유리코. 남편 역시 투옥되었는데 석방될 때까지 많은 편지를 보냈다. 이 책에는 남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모은 것 중에서 발췌한 글이다.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그럼에도 번역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심정을 적어 놓았다. 모든 작가들에게도 공통점인 어떤 고통이 따라도 그럼에도 글을 써야하는 숙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편집 후기에 '재밌어서 견딜 수 없는 잡지'를 만들었다던 [반장난] 월간지를 소개한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성적 표현의 자유는 위험한 도박이었는데 용감하게도 에로소설을 실었고 결국 화제가 되었다. 결국 폐간이 되었지만 책에 실린 빈 페이지에  원고가 도착하지 않아 백지 그대로 내보내게 되어 사과한다는 문구가 대신 실려있다. 이 페이지를 본 순가 어라? 나도 모르게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분명 누군가는 글을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에게 있어 글쓰기는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어찌되었든 글을 씀으로써 자신을 다듬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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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작가의 마감 - 나쓰메 소세키 외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1.03.07 리뷰제목
하루에 일어난 일 가운데 어느 것을 빼고 어느 것을 적어야 하는지, 취사선택의 범위를 모르겠다. (15p)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갖는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남들에게는 감춰두고 싶은 개인사까지도 조금은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시대와는 또 다르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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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일어난 일 가운데 어느 것을 빼고 어느 것을 적어야 하는지, 취사선택의 범위를 모르겠다. (15p)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갖는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남들에게는 감춰두고 싶은 개인사까지도 조금은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시대와는 또 다르다. sns의 발달로 인해서 독자들은 작가들과 훨씬 더 쉽게 개인적인 친분을 맺을수가 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는 아는 사이라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한 친분이 또 작가의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글을 쓴다. 때로는 청탁을 받아서 쓰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써 두었다가 그것을 출판사에 보내기도 한다. 그저 단순하게 자신이 생각나는 것을 쓴다면 다르겠지만 청탁을 받는 경우에는 마감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마감에 맞춰서 글이 딱 나타난다면야 오죽 좋겠냐만은 이게 무언가를 맘들어 내야만 하는 과정이다 보니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막 써지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일이 마감인데도 불구하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 내 경우에는 기록의 의미가 더 강하다. 많은 책을 죽죽 읽어가다 보니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나 헷갈리는 경우가 생긴다. 같은 책을 또 읽는 경우가 반복된다. 그것을 미연에 막고자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서평을 쓰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가급적 발설하지 않으면서 내가 느낀 점을 진솔하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가벼워 보이지 않게 적으려고 하다보니 때로는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작가들은 다를까. 그들도 같은 인간이고 기계가 아니다 보니 많은 생각과 고민 속에서 이야기를 적는다. 그들이 마감을 앞두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그들은 슬럼프를 이기고 글을 쓰고 마감을 지키고 원고를 내고 책을 만들어 낸다. 그런 고군분투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감탄을 한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가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고뇌는 모른 채 그저 이야기에 빠져서 읽게 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들의 고민은 이 책 속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마치 얼핏 작가가 윗사람으로 보이지만, 작가가 무서워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편집자다. 가장 먼저 원고를 읽고 잘 썼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람이라서다. (235p)

그런가 하면 마지막에는 편집자의 이야기도 들어있어서 작가의 이야기를 다듬는 애환을 느낄수가 있다. 지금처럼 편집자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의 잡지들은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한 회씩 편집을 한 경우가 있는 듯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살려서 편집을 한다. 포인트를 바꿔보는 편집자가 있는가 하면 동료 작가에게 반드시 그 날짜까지 글을 써달라고 독촉하는 편지를 쓰는 편집자도 있다. 평상시의 작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입장에서 서게 되는 셈이다.

가장 재미난 부분은 바로 빈 페이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빈 페이지로 편집해야 했던 부분. 그 빈 공간에는 인쇄 실수가 아니라는 그런 한 줄의 문장만을 남겨야 했다. 편집부는 왜 이렇게 책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작가들의 고뇌와 아쉬움 그리고 애달픔이 그대로 녹아든 한권의 책.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서 독자들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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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작가의 마감/정은문고 평점10점 | i******n | 2021.03.09 리뷰제목
작가의 마감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마감을 지킨다는 것.   생각보다 고된 일이란 걸 가늠한다.   글이란 게 술술 잘 풀리는 날도 있겠지만 한 글자도 전진하지 못할 때도 있기에 집필의 괴로움 속에서 늘 씨름하고 있는 작가들의 고충을 이 책 속에서 더 가까이 지켜보며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기가 찰 정도로 진전이 없는 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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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마감을 지킨다는 것.

 

생각보다 고된 일이란 걸 가늠한다.

 

글이란 게 술술 잘 풀리는 날도 있겠지만

한 글자도 전진하지 못할 때도 있기에

집필의 괴로움 속에서 늘 씨름하고 있는 작가들의 고충을

이 책 속에서 더 가까이 지켜보며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기가 찰 정도로 진전이 없는 슬럼프에 빠진 글쓰기에서

어떻게 헤쳐나올지 또한 궁금했다.

 

밥벌이의 괴로움이 마감으로 치닫게 되면서

삶에 불쾌감이 느껴지는 때는 얼마나 창작이란 고뇌가 몸서리치게 싫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써야만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마감 원고와 삶의 균형을 고심해보게 만든다.

 

쓸 수 없는 날에는 아무리 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나는 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 안이다.

아니, 볼일도 없는데 여긴 뭐 하러 들어왔지.

밖으로 나오다 이번에는 격자문에 머리를 내리친다.

"으음, 으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따위 글을 써봤자 뭐가 된단 말인가.

그저 노동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 것을.

p43

 

나는 아침에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신문소설은 한 회당 원고지 네 매면 충분하니 금세 쓸 듯해도 펜을 들기 전에 이미 두세 시간 허비한다.

다 쓰고 나면 일이 고된 만큼 두세 시간 넋이 나간다.

결국 하루에 활동하는 시간을 전부 신문소설에 뺏겨버리니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펜이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의 괴로움이란, 뼈를 깎아내는 것처럼 견디기 힘들다.

p121

 

 

글이 안 써질 때만큼은 몸에 있는 모든 활기가 다 소진된 느낌처럼

심연의 깊은 곳으로 침잠한다.

 

이런 시간을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이 겪는 시간이라지만

참 생각보다 괴롭고 힘겨워보여서

곁에서 지켜만 보고 있기 안타까워 보인다.

 

작가의 고통이 대중의 가슴을 때리려면

작가의 심장과 최대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말도 생각난다.

 

평정심을 가지고 글을 쓰기란 여간해선 힘들다.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만 수포로 돌아가기도 하고

완전한 포기 선언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팽개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어느 장단에 놀아나야 할지를 모를 정도로

글 쓰는 일에 회의감이 휩쓰는 많은 나날들을

고독함 속에서 버티고 견딘다.

 

그래도 써야 한다는 의무와

지켜야 하는 마감.

 

성실한 의무 수행을 위해 고행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작자들의 모습 속에서 다른 듯 같아 보이는 그들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의무로 쓰더라도 쓸 수 있는 상태에 있어서 다행처럼 보이기도 하고

굉장히 위태로운 살얼음판에 서 있는 것처럼

숨통을 조여오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마감.

 

지켜야만 하는 마감이

작가들에겐 매번 한계를 부딪히게 만드는

자기 검열이라는 부딪힘과 싸우고 힘겨워하기에

결코 쉽지 않아 보이는 창작의 세계에 쉽사리 발을 들이기가 어려워보인다.

 

그럼에도 완성된 한 편의 글 속에서

환멸과 기쁨, 눈물과 환희로

마무리 할 수 있어 누구보다도 열심히였던 그들만의 삶을 늘 동경한다.

 

지독하게 외로운 글쓰기 속에 빠져 울고 싶은 날도 많겠지만

그들이 그토록 글을 쓰게 만드는 힘도

그 안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책도 쉽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왔을 그들의 시간을 충분히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써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면

고심하고 있는 부분들을 이 책 속에서 털어내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작가의 마감 - 나쓰메 소세키 외 평점8점 | y******7 | 2021.03.13 리뷰제목
어렸을 땐 글쓰는 일이 참 쉬웠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연필로 적으면 되었으니까. 잘 써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고 욕심도 없이 말그대로 그냥 쓰면 됐었다. 숙제로 매일 제출해야 했던 일기나 글짓기 대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맞춤법은 틀리지 말아야지 정도의 의무감만 있을뿐이었다. 그런데 왜 아는 것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글들을 써왔음에도 나이먹을 수록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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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글쓰는 일이 참 쉬웠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연필로 적으면 되었으니까. 잘 써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고 욕심도 없이 말그대로 그냥 쓰면 됐었다. 숙제로 매일 제출해야 했던 일기나 글짓기 대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맞춤법은 틀리지 말아야지 정도의 의무감만 있을뿐이었다. 그런데 왜 아는 것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은 글들을 써왔음에도 나이먹을 수록 글쓰는 일은 자꾸 더 어려워지는 걸까. 아마도 잘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일거다.

 

<작가의 마감>은 편집자로 일하며 매혹된 책을 직접 독자에게 전하고픈 마음에 번역가의 길도 걷게 된 안은미 편집자가 엮은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 일본의 유명작가들의 '글쓰기'와 '마감'에 대한 짧은 글들이 담겨있다.

 

보면서 풉 웃기도 하고 너무 공감되서 밑줄을 긋기도 하며 읽었다. 아마 내가 글을 쓰며 (서평포함) 느꼈던 감정과 이 유명 작가들의 푸념이 큰 차이가 없음이 신선하고 재밌었기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귀엽게 느껴졌다. 이런 가감없이 날 것 그대로의 글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다. 물론 이 책의 어떤 글들은 누가 작가 아니랄까봐 뭐 이렇게 문학적으로 푸념하냐, 어려운 말로 투덜대냐 싶은 글도 있었지만. 어쨌든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다 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솔직한 글들이 마음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재밌는건 이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보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소설을 더 쉽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던 보통의 사람들이 에세이를 쓰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어떤 글이든 책을 쓰는 일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소설을 쓴다는 것은 다른 글보다 어려움의 수준이 한참 윗단계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유명 소설가들이 저런 말을 하는게 신기하고 새로웠다. 또 마감으로 인해 편집자와의 작가와의 다양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다.

p.65

아, 싫다. 이번 주 안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해치워야지. 그리고 남은 일주일 동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완성해야지. 여차하면 억지로라도 끝을 내겠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p.41

쓴 직후에는 작품에 대한 객관성이 조금도 없는탓에 남의 비평을 듣기가 무섭게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눈길이 안닿는 벽장에 넣어 둔 책 완전히 잊고 살다가 꺼내서 다시 읽어보면 결점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활이 있다.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활이 예술보다 더 중요하다고, 자신을 타이르는 버릇이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요코미쓰 리이치-

 

p.81

갑자기 한밤중에 흥이 솟는다. 나는 홀로 일어나 펜을 잡는다. 펜이 손과 마음과 함께 달린다. 그 기쁨! 그 강함! 또 그 즐거움! 순식간에 두 장, 세 장, 네 장, 다섯 장을 써 내려간다. 아까 괴로운 직업이라고 말한 푸념은 어느새 잊어버린다. -다야마 가타이-

 

책을 읽다보니 왜 이런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해졌는데, 책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이 있었다.

어째서 나는 마감을 주제로 다른 나라 작가의, 그것도 멀게는 100년 짧게는 50년 지난 글을 찾아 엮고 우리 말로 옮길 마음을 먹은 걸까? <책장 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시작됐다. 두 명의 만화가가 원고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모습이 펼쳐지는 그 드라마를 보다가 '위대한 작가'는 창작의 고통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p.295

 

꼭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도 일에는 '마감' 기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누구나 마감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느껴봤을 것이다. 그래서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일본에서 아주 유명하고 대단하다는 작가들조차도 마감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꼈고, 이런 저런 행동을 했었다는 것에 많은 독자들이 웃고 공감도 할 수 있겠다. 다만 위대한 작가의 창작의 고통과 마감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면 현재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작가 위주로 현존 하는 작가들의 글들이었다면 더 재밌었겠다 싶어 아쉬웠다. 물론 출판의 여러 사정이 있을 것이겠지만, 작가의 마감이란 재밌는 소재를 여기서 끝내지 않고 국내 작가들, 일본의 현존 작가들의 이야기로 또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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