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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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리뷰 총점 9.4 (4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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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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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자기답게 산다는 것 - 키키 키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19.06.26 리뷰제목
제가 알고 있는 키키 키린은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서 할머니로 분했던 모습이 전부입니다.  이번에 책을 읽게 된 계기로 키키 키린이 출현한 영화들을 찾아보니 거의 맡은 배역이 할머니 역할이었습니다. 70살이 넘은 키키 키린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한 것 같지만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라는 주제로 출간 된 키키
리뷰제목

 

 

  제가 알고 있는 키키 키린은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서 할머니로 분했던 모습이 전부입니다.

 이번에 책을 읽게 된 계기로 키키 키린이 출현한 영화들을 찾아보니 거의 맡은 배역이 할머니 역할이었습니다. 70살이 넘은 키키 키린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한 것 같지만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라는 주제로 출간 된 키키 키린을 읽어보니 작은 키에 두드러지지 않은 미모 덕분에 젊었을 때부터 이미 할머니 역할을 맡아 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동년배 여배우들은 아직 곱기 때문에(40대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계속 할머니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한가지 알게 된 것은 인자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강한 성격으로 인해 배우에 길에 들어와서는 연예계에서 쫓겨 날까봐 부동산을 겸업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기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키키 키린이 결혼 초부터 죽기 직전까지 TV나 잡지 인터뷰, 영화 시사회 등에서 남긴 120가지 말을 책 속에 담아 놓은 게 출판사 항해에서 출간한 키키 키린 입니다.

 

 키키 키린의 구성은 총 8장에 걸쳐 삶에서 죽음까지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1장 삶     -------------  인생과 행복에 대해

 제2장 병     -------------  암과 질병에 대해

 제3장 늙음  -------------  나이 듦과 성숙에 대해

 제4장 사람  -------------  인간과 세상에 대해

 제5장 인연  -------------  부부에 대해

 제6장 집      ------------- 가족과 육아에 대해

 제7장 직업  -------------  일과 책임에 대해

 제8장 죽음  -------------  생과 사에 대해

 

제1장 삶 1.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P.13

 ▶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지루하고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하는 우리에게 키키 키린은 그 일상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행복이라는 게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출근을 늦추더라도 오랜만에 아이들 머리도 감겨주고 옷도 입히며 등교 준비를 도와주어야겠습니다.

 

제2장 병 33. 암에 안 걸렸다면, 별 볼 일 없이 살다가 별 볼 일 없이 죽었을 거에요.

 암에 안 결렸다면, 별 볼 일 없이 살다가 별 볼 일 없이 죽었을거에요. 그저 그런 인생으로 끝났겠죠.

 (중략)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인생은 끝납니다. 늘 눈앞에 죽음이 있음을 알려주는 암이, 나는 고마워요. 동일본 대지진이나 쓰나미, 중국의 고속철도 사고 같은 일이 생겨도 사람들은 내게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암에 걸리면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P.79

 ▶ 우리는 죽음은 남의 일이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작년에 읽었던 박연선의 소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에서 주인공 강무순은 할머니 홍간난 여사를 보고 "아주 운이 좋아야 맞이할 수 있는 미래라고 했습니다. 온갖 불행한 사건사고를 피해 무사히 늙어야 맞이할 수 있는 미래!" 죽음을 인지해야 인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게 됩니다.

 

제3장 늙음 42. 결국 좋지 않은 일까지 모두 자양분이 되더군요.

 이제 나이를 먹고 여러 곳이 고장 나서 인간적으로 자꾸 헐거워지는 느낌이에요.

 쉬지 않고 55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좋은 일도 그렇지 못한 일도 있었죠. 그런데 나쁜 일이 단지 나쁜 일은 아니더라고요. 결국 좋지 않은 일까지 모두 자양분이 되더라군요. -P.99

 ▶ 나쁜 일을 경험한 후 왜 나에게 나쁜 일이 생겼는지 자책하고 하늘을 원망하며 계속 마음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쁜 일이 모두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는 걸 유방암으로 유방 한쪽을 제거했고 전신암이 걸려 계속 치료를 받으면서도 배우생활을 계속했던 키키 키린에게 배우게 됩니다.

 

제4장 사람 51.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 상대의 단점이 내 안에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걸 알게 되면, 결혼이란 것에 대한 이해가 생기지 않을까요?

 (중략) 저는 때때로 남편이나 부인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네'하고 생각합니다. - P.119

 ▶ 연애 할 때는 성격이 다른 아내에 끌려 결혼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혼 초기에는 그 다른 성격 때문에 몹시 힘들었습니다. 왜 제 성격을 못 맞춰 주는지 고민도 하고 힘들어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저도 아내 성격을 이해 못하고 잘 못 맞춰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런데로 이해하며 잘 살지만요.(정도 들고 포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5장 인연 74. 다음 생에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서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웃음).

 사랑이기보다, 저한테 남편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게 그쪽한테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고요. 여전히 "아무튼 고마웠어요. 힘들었죠?"라고 말을 걸면 "전혀..."라고 답하지만(웃음). 다음 생에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서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웃음). -P.167

 ▶ 키키 키린의 남편은 우치다 유야라는 록 가수로 성격이 괴팍하고 결혼 초 폭력성도 있었다고 합니다. 둘은 50일만에 결혼해 3년만 같이 살고 50년간 별거를 했지만, 별거 후에 더 부부로서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키키 키린은 자기의 강한 성격을 더 강한 성격의 남편을 만났기에 별거를 했지만 잘 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웃는 이야기로 다음 생애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잘 맞춰가고 있다고 하지만 둘은 천생연분이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제6장 집  90. 우리 집에서는 자기 속옷 정도는 당연히 자기가 빠는 거에요.

 아이는 응석쟁이로 키우면 안 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게 해야죠. 집안일도 부모가 할 때 같이 시켜야 한다고 보고요.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어깨너머로 보고 크는 법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자기 속옷 정도는 당연히 자기가 빠는 거에요. 우리 애도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어리둥절했지만, 한번 시범을 보여주니 혼자 알아서 잘 하더라고요. - P.201

 우리 아이들을 응석쟁이로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좀 더 독립적으로 키웠어야 하는데 딸이라 좀 너그럽게 대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키키 키린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속옷은 아니더라도 양말이라도 빨 수 있도록 이번 주말에 시켜봐야겠습니다.

 

제7장 직업 105.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죠. 그러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살고 싶다고 바라는 건 정말 건방진 일입니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 먹고살자는 말은 건방진 소리"라던 화가 아키노 후쿠의 말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세상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먹고살려고 온갖 일을 다 하는데,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죠. 그러나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살고 싶다고 바라는 건 정말 건방진 일입니다. -P.233

 ▶ 직장 생활에 100% 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대출에,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등을 위해 다니고 있을 뿐. 기회가 되면 작은 책방을 하고 싶거나 다른 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키키 키린 말대로 하고 싶은 거와 먹고사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제8 죽음 113. 나이 들어 죽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습니다.

 (중략) 더 살고 싶다는 마음은 끝이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네요. 나이 들어 죽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는데, 그걸 두고 남은 사람들이 뭐든 더 해서 살리려고 한다는 게.... 만일 내 자식들이 그런 소리를 하면 '그건 너희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이럴줄 겁니다. -P.251

▶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라는 요즘 과연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저 생명만 연장하는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작년에 1년간 투병하며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가족 앞에서 평온히 삶을 마감한 LG 구본무 회장처럼 그저 나이 들어 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키 키린은 어린 나이에 2번의 결혼, 괴팍한 남편을 만나 3년의 결혼생활 후 50년간 별거를 하는 등 결코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자유분방하게 삶을 관조하는 자의 여유를 보이면서 75세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은 진정한 인생의 행복의 의미를 모르고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작지만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삶의 고난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삶을 당당히 살아간 키키 키린의 마지막 말로 리뷰를 마칩니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 항해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3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9 댓글 82
종이책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평점10점 | k*****7 | 2019.06.27 리뷰제목
키키 키린이 어떤 사람인 줄 잘 몰랐다. 그녀가 일본 내에서 어느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지, 그녀의 말이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 지도 몰랐다.  고레에다 히로까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지라 거기에서 나오는 어머니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머가 넘치고 활동적이고 생생한 어머니로 표현되어서 참 멋진 엄마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녀는 이제 다른 세상으로 떠났고 그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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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이 어떤 사람인 줄 잘 몰랐다. 그녀가 일본 내에서 어느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지, 그녀의 말이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 지도 몰랐다. 

 

고레에다 히로까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지라 거기에서 나오는 어머니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머가 넘치고 활동적이고 생생한 어머니로 표현되어서 참 멋진 엄마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녀는 이제 다른 세상으로 떠났고 그녀의 말(인터뷰나 다큐멘터리 코멘트) 이 묶여 책으로 나왔다.

 

(2005년 유방암에 걸려서 완치되었다가 다시 전이되어 2018년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도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다. 젊었을 때부터 어머니 역할을 많이 했었고 나이들면서 맡은 어머니 연기로 많은 상과 주목을 받았다-우치다 유야라는 뮤지션과 결혼해서 딸을 얻고 난 후 별거를 했지만 결혼생활은 평생 유지했다)

 

내가 영화에서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어느 가족이다. (일일시호일은 아직 못 본지라) 가족의 꼭짓점에서 외부자들을 포용하던 어른이었는데, 배우가 가진 성정이 함께 발현되다 보니 배역은 꼭 연기만이 아닌 다른 것까지 더 포함된다는 생각이 든다.

 

"각오를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수술을 하겠다는 각오말고요. 이렇게 육십들까지 살아왔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내가 없어도 다들 잘 살아가겠구나 싶거든요. 이제 울어줄 부모도 없으니 죽어도 되겠구나, 이제 잘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각오죠" (2005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처음으로 안 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 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하면, 실패한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 지금도 봐요. 여기 옷이 헤졌잖아요. 그럼 헤진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2011년 8월)

 

"사랑이라기보다, 저한테 남편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게 그쪽한테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고요. '여전히 아무튼 고마웠어요. 힘들었죠' 라고 말을 걸면 '전혀--' 라고 답하지만(웃음). 다음 생에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서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영화 <진구 키린 나의 하느님> 공개 시사회에서, 우치다 유야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며)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립] 하는게 답 아닐까요?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얼 해야 할지, 일단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도 좋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어떻게 할지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야죠. 더 나아가 그런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고요.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2016년 6월)

 

짧은 문장들이지만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있다. 이 책 서문에서도 나오지만 그녀는 자기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녀가 출연하는 새로운 영화는 볼 수 없겠지만, 그녀가 남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녀가 했던 말들을 되새기면서 살아가면 나도 그녀의 경지까지 이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나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살아가다 보면 날이 갈수록 멋진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다르는 삶, 조금이라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9 댓글 36
종이책 인생 선배가 전하는 말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19.07.03 리뷰제목
잔잔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기억하는 배우는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중 키키키린이란 배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항상 차분한 연기를 보여주는 할머니. 그러고보니, 할머니 역할의 그녀만 기억 속에 있다. 처음부터 할머니는 아니었을 것인데. 지난 겨울 딸과 함께 <일일시호일> 영화를 보고난 후 알았다.그녀의 죽음을. 그녀의 편안한 연기를 좋아했기에 뭔가를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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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잔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기억하는 배우는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중 키키키린이란 배우는 기억하고 있었다. 항상 차분한 연기를 보여주는 할머니. 그러고보니, 할머니 역할의 그녀만 기억 속에 있다. 처음부터 할머니는 아니었을 것인데. 지난 겨울 딸과 함께 <일일시호일> 영화를 보고난 후 알았다.그녀의 죽음을. 그녀의 편안한 연기를 좋아했기에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이 궁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배우인 그녀의 모습 외에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새로이 알게 되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10,20대의 그녀는 낯설었다. 내가 엄마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서 우리 엄마가 저런 시절이 있었어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서문을 대신해서]라는 장에서 '요로 다케시'라는 사람은 '키키 키린' 에 대해 '자기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처럼 의외로 강단있고, 매사 분명한 성격으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끌고 갔던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속에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잔잔히 전해져 오는 그녀의 말을 자꾸 곱씹게 된다.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p 13

 

덜 나이를 먹었을 때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바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별일 없는 것이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그것가지고 뭘 그렇게 좋아하냐는 하찮은 일이라도 나에게도 소소한 행복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이 말에 크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는 안 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 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하면, 실패한 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p 39

 

실패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이전을 생각하기에 후회를 하기 마련일것이다. 실패한 그 순간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말은 후회할 시간에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로 들렸다. 실패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새기고 또 새기고픈 말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꽤 흥미롭습니다. 젊을 때 당연하게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든요. 그레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런 변화가 재밌습니다. 나이는 누구나 먹는 거라 아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살아온 모습대로 죽는 거 아닐까 싶네요. -p 89

 

당연한게 당연한 것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좌절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돌릴 수도 없다. 암과 싸우면서 삶에 대해서 겸손해졌다고 했는데, 그 때문일까?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늙음을 대하는 태도는 달관의 경지로 보였다. 그녀와 같은 마음을 갖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 상대의 단점이 내 안에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그걸 알게 되면, 결혼이란 것에 대한 이해가 생기지 않을까요? -p 118

 

 남편에게 불만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남자라고 내가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 순간 불만이 가라앉는다. 나에게 불만을 털어놓는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녀의 결혼 생활이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의 삶도 재미없었을거라고,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자신이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어보여서 마음이 편했다는 말에서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현명한 것인지를 알고 있는듯했다.

 

세상에 나와서부터 좌절하기 시작하면 곤란하니까, 내 선에서 어느 정도 좌절을 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p 202

 

 집안에서 아이에게 모두 맞춰주다 보니, 나가서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낄때 상처받을 수 밖에 없다.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도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필요는 있는 것인데, 나 부터도 그러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녀의 확실한 교육관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나는 물감의 한 가지 색, 혹은 정원의 나무 한 그루가 되면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포지션에 있을 때 가장 홀가분합니다. -p 212

 

그녀가 주연인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다 보니 자주 그녀를 만났고, 자연히 중요한 역할로 인식되었고,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배우가 되었다.

 

 삶이 끝날 때까지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이상은 있습니다. 집착을 완전히 버리고 어깨에 힘을 빼고 홀로 우뚝 서는 것이죠. 존재의 무게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밖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 마음의 기량 면에서. - p 254

 

 50대에 그녀가 한 말이다. 그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난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 지 잘 모르겠는데.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목표가 있다면 성과를 거두기가 쉽다. 인생에 있어서도 이런 삶의 방향을 잡고 있다면 더욱 더 책임감 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으로 만난 '키키 키린'은 배우로서 보이는 면도 좋았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진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잊고 사는 것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지나쳐 버리는 것들, 많은 중요한 것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이런 글을 만나고 나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그녀가 나레이션을 맡았던 <인생 후르츠> 와 영화 <어느 가족>을 보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책 속의 글들이 소리가 되어 날아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18
종이책 『키키 키린』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9.07.01 리뷰제목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일본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는 꼭 챙겨보려고 한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의 많은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가 키키 키린과 릴리 프랭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나라고 지칭하는 인물들이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어느 가족」 이었다. 그 영화에서 키키 키린이 아주 늙은 할머니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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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일본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는 꼭 챙겨보려고 한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의 많은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배우가 키키 키린과 릴리 프랭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나라고 지칭하는 인물들이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어느 가족」 이었다. 그 영화에서 키키 키린이 아주 늙은 할머니로 나와 놀랐다. 그때까지 키키 키린의 나이를 자세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그 영화에서 키키 키린은 틀니까지 빼고 나와 늙고 병들어 보여 안타까움을 주었었다. 나중에서야 그가 암을 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시는 키키 키린의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이 책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었다.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키키 키린이 했던 말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배우의 말을 하는 만큼 사진들이 꽤 여러 장 수록되어 그가 걸어왔을 발자취들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스크린에서 빛나는 배우로 보였던 그가 새롭게 한 인물로 보였다. 비로소 나에게 살아 움직이는 배우로 보였다.

 

키키 키린은 2018년 9월 15일, 75세의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배우다. 드라마나 영화 텔레비전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년을 활동한 배우였다. 8장에 걸쳐 삶과 병, 늙음, 사람, 인연, 집, 직업, 죽음에 대하여 말했다. 배우라고 해서 화려한 삶만을 사는 게 아닌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말들이었다.

 

 

 

나는 처음으로는 안 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 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하면, 실패한 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 (39페이지)

 

만약이라는 가정을 했을때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 발췌 문장에서처럼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별다른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넘어진 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키키 키린의 말이 빛나는 이유다.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그녀의 긍정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던 말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않으면 삶 속에서 성장하기 어렵고, 당연히 생활 감각도 잘 모르게 됩니다. (61페이지)

 

흔히 하는 말이다. 일상의 행복은 평범함에서 온다고. 그토록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도 시간이 지난후 느끼게 되는 건 역시 평범한 일상이다. 일상의 소중함은 그걸 잃었을 때 깨닫는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꽤 많은 문장들을 기억하고 싶어 표시를 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늙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말들, 암에 걸려 좋은 것들도 아주 무심하게 표현을 했다. 암에 걸리고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있다는 것과 죽어간다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13페이지)

 

무심코 했던 말들이 비수가 되어 날아오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처럼 멋진 말들을 할 수 있는지! 누군가와 대담, 혹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말을 했던 것 같다.

 

얼마나 살면 이처럼 멋진 말들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경험과 깊이 있는 사고에서 나오는 말들, 거창한 말을 한 건 아니었지만 아주 평범함 속에서 나오는 말들이 빛났다. 행복을 발견해나가는 것도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있지 않겠나. 내가 누리는 이 삶이 행복하다 여기는 것도 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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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서 리뷰 [키키 키린] 말, 말, 말, 평점8점 | n******6 | 2019.07.09 리뷰제목
도서 리뷰 [키키 키린] 말, 말, 말,   이 책은 어쩐지 표지가 다 한 것 같다.    표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녀의 많은 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꽃, 나무, 초록, 죽음, 몽환, 자유, 그리고 또 죽음, 괴기함, 신비함, 그리고 또 죽음,  책 속의 저자의 말은 어렵지 않다. 나이 지긋하신 주변 어르신이 들려주는 잔잔한 삶의 담언 같다.  차라리... 키키 키린과 영화, 영화와 삶,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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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키키 키린] 말, 말, 말, 

 

이 책은 어쩐지 표지가 다 한 것 같다.

 

 

표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녀의 많은 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꽃, 나무, 초록, 죽음, 몽환, 자유, 그리고 또 죽음, 괴기함, 신비함, 그리고 또 죽음,

 

책 속의 저자의 말은 어렵지 않다.

나이 지긋하신 주변 어르신이 들려주는 잔잔한 삶의 담언 같다.

 

차라리...

 

키키 키린과 영화, 영화와 삶,

어떤 에피소드 중심으로 그녀의 말을 생애적으로 정리했다면

오히려 더 드라마틱하고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을 조금 무겁게 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광고, 잡지, 인터뷰 내용 등, 그녀와의 대담 속에서 건져 올린 말들을 담아 놓았는데.

여운을 남긴 듯 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번에 옆지기와 기차 여행을 하면서 책을 보면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대학 시절, 면회 시절, 결혼하던 무렵의 상황 등...

우리 만남과 지금까지 세월의 30여년을 이 책과 함께 나누었다.

 

"결혼은 분별없을 때 하는 게 좋단다" (34쪽)

 

이 말을 몇 번 읽으면서, 그래 나도 그랬지, 자기도 그랬고,

정말 결혼은 철 없을 때 하는거야. 맞지?

(그냥 웃고만 있는 옆지기- 스물 여섯에 결혼한 이 남자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워낙 단순한 사람이라, 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닐까, ㅎㅎ)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는데... 그러지 않겠지?

 

*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어떤 영화라도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속에서 아주 익숙한 얼굴이다.

 

<걸어도 걸어도>,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가족>, <앙> 등등

영화 속에서 '엄마'인 그녀는 독특한 이미지를 안고 있다. 단순하게 포근하고 지고지순한 엄마의 상(狀)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인상적인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 나라의 나문희 배우님, 김혜자 배우님, 김영옥 배우님 등이 떠오르기도 하고. (실제는 돌아가신 어떤 배우님이 계시는데 그 분 성함이 안 떠올라서... 그분과 이미지가 여러 부분에서 겹쳐지기도 하고...)

 

키키 키린의 여러 말에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말이 있는 것 같다.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스스로 발견하는 행복. 그래서 자유롭고 가볍게 잠재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가 보다.

키키 키린의 삶처럼.

 

남편과의 관계도 새롭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힘든 시절을 잠깐 보냈고. 바로 이별을 했고. 그리고 오랜 세월을 친구처럼 지낸다.

아, 사랑이 아닌가.

 

"굳이 잘 지내려고 하지 마시고 무심하게 있어 보세요. 나는 손주 포함, 모든 가족에게 거의 무심합니다. 모두 자립해서 하나의 가족을 만드는 거니까요. (194쪽)

 

나랑 닮은 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숲속의 나무처럼, 그런 포지션을 꿈꾸는 것도 그렇고, 가족에게 가급적이면 무심하려고 하는 점도 그렇고.

 

120가지의 말들이 대개가 공감이 간다. 그런데 이런 단편적인 말의 나열보다는 조금 드라마틱한 편집이었으면 어쨌을까 싶다.

 

*

이 책에서 표지보다 더 좋은 사진이 있다. 아래 가족 사진이다.

나도 이들처럼 찍고 싶어서. 오래도록 들여다 본다.

(그 사진 속에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크하하하.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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