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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9.0 (2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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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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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불륜, 그 종착역은... [종이달] 평점8점 | e***i | 2019.06.07 리뷰제목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한다지만, 일탈의 사랑은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난 그저 불장난일 뿐이다. 물론 그 순간 타오르는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 얼마나 미묘하고 불안정한지... 성직자 조차도 애욕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곤 하거늘, 그 정념의 불에 한갓 중생들이 쉬이 이끌리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허나... 불장난의 종착역은 언
리뷰제목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한다지만, 
일탈의 사랑은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난 그저 불장난일 뿐이다.

 

물론 그 순간 타오르는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 얼마나 미묘하고 불안정한지...

 

성직자 조차도 애욕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하곤 하거늘, 
그 정념의 불에 한갓 중생들이 쉬이 이끌리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허나... 불장난의 종착역은 언제나 망신과 파멸이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가끔 운명 같은 외도를 꿈꾼다. (맞나?)^^

 

"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고타가 불쑥 말했다. 정말로 깎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298쪽

 

불륜과 횡령! 이것이 <종이달>의 핵심 언어이다.
1억 엔이란 거액을 횡령한 우메자와 리카. 착한 그녀가 왜 돈을 빼돌렸을까?

 

한순간의 돈 부족이 문제였다.
화장품을 사면서 돈이 부족했던 그녀는 급한 김에 고객이 맡긴 돈 봉투에서 5만 엔을 꺼내게 된다.
자기 파멸의 전주곡은 이렇게 우연인 것처럼 다가온다.


소박하고 소소한 삶에 만족하려 했으나 남편은 뭔가의 벽을 만들고...
은행의 계약직 사원이 된 그녀는 VIP 고객의 손자인 연하의 대학생 고타를 만나 쾌락에 빠진다.

 

미묘한 틈에 스며든 감정의 흔들림은 통제할 수 없는 일탈로 치닫는다.

누구나 한 번씩 겪게 되는 삶의 균열이다. 하지만 그 균열은 점점 더 자신을 한계점으로 몰아붙인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무수히 '만약에~'란 말을 뇌까린다. 그랬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라고...


종이달은 '가짜' 즉, "진짜같이 보여도 진짜가 아닌, 처음부터 모든게 다 가짜"를 의미한다....

주인공 리카의 (행복하다고 느낀) 삶도 한갖 종이달이 비추는 세상에서의 허영일 뿐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리카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사랑? 돈? 
그녀는 그저 자신이라는 틀, 자신을 가리고 있는 안전한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단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라고 변명해 주고 싶다.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데... 영화가 더 났다고 느껴졌다.

돈에 휘둘리는 우리네 일상과 애정의 결핍이 안쓰럽긴 하다만, 그 허상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덧붙임>

심심할 때... 한번 보세요... 영화 <종이달> 입니다.

https://vimeo.com/13932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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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종이달 평점10점 | k******5 | 2014.12.14 리뷰제목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표지가 멋지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제목은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한다. <이책은> 서평 모집 당첨 도서. 책 먼저 받고서도 이제서야 서평을 올리게 됨을... <저자는>  저 : 가쿠타 미쓰요 ---발췌하다 2005년 『대안의 그녀』로 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극찬을 받은 작가로,
리뷰제목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표지가 멋지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제목은 어렴풋한 짐작을 하게 한다.

<이책은>

서평 모집 당첨 도서.

책 먼저 받고서도 이제서야 서평을 올리게 됨을...

<저자는>

 저 : 가쿠타 미쓰요 ---발췌하다

2005년 『대안의 그녀』로 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라는 극찬을 받은 작가로, 수준 높고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문학성과 대중성까지 동시에 인정받아 현재 일본문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작가이다.

1967년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아동문학작가가 되기 위해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지망했고 대학 재학 중이었던 1988년에 사이카와 안이라는 필명으로 아동 소설을 발표, 코발트 노벨 대상을 수상하였다...

 

국내에 발표된 작품으로는 『납치여행』 『틴에이지』 『내일은 멀리 갈 거야』 『그녀의 메뉴첩』 『공중정원』 『대안의 그녀』 『전학생 모임』 등이 있다.

<책내용 맛보기>

 출판사 리뷰중에서 발췌하다
평범했던 주부 계약직 사원은 왜 은행 고객의 돈을 횡령하고 도주했는가?
안온한 일상의 폐부를 찢고 섬뜩한 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리얼 서스펜스

소설은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주 중인 41세 주부 우메자와 리카의 회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횡령 사건 직후 일본에서는 리카의 여고시절 동창생 오카자키 유코, 요리교실 친구 주조 아키, 옛날 애인 야마다 가즈키 이렇게 3인의 시점에서 리카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린다.

<책읽은 소감>

지인은 은행에 근무하던 중 경찰서에 불려가 횡령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작게는 신입사원으로 출납을 보는데 한 달 뒤에 물어넣기를 여러 번. 점심시간에 교대를 해주며 공과금을 받아서는 지로용지와 돈을 함께 착복하는 수법으로 당했다는데, 공과금을 낸 고객이 한 달 후 독촉장을 가지고 와 확인해보면 전표는 없고 돈만 대신 내줘야하는 상황. 그러다 큰 건이 터졌는데 내부자가 백지수표를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는데 내연의 관계라 의심을 받고...맘만 먹으면 가능한 시스템였다니 신입사원은 그 일로 정나미도 떨어지고 은행을 그만 두었다는 오래전 이야기. 세월 흘러 몇 십년 만에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은 남자직원을 마트서 우연히 조우했다나...

 

프롤로그에서 리카는 태국 치앙마이에 있다. 거기에 도착하기까지의 지나간 시간들을 조용히 읊조린다. 이 세상에 자신 하나 사라졌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날까 라고 자조하는데 죽음이 아니고 행방이 묘연함을 말함이다. '종이달'은 무슨 뜻일까? 사진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옛날 일본의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고 그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리카가 회상하는 시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하다 느꼈던 종이달 이었음이라.

 

리카는 빼어난 미모는 아녀도 비교적 예쁜 외모로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지냈다. 부모님이 경영을 하셔서 늘 풍족했고 자신이 가진걸 나눈다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기부하면 한 아이가 학교를 다닐 수 있고...그런 행사에 용돈으로 후원했다니 부모님은 칭찬을 했고 용돈을 더 주셔서 점점 후원 아이를 늘려 6명까지도 했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친구는 리카가 그 당시 정의감에 불탔고 순수함으로 임했음을 회상한다. 다른 아이들은 1차 후원금을 냈을때 평생 잊지 않겠다는 짧은 문구와 사진이 오는 그 현상만을 즐기고 공유하는데 편지나 사진이 오지 않으면 중단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리카는 그 문구가 평생 그 아이에게 짐으로 얹혀 있을터인데 후원을 하려면 끝까지 해야잖나 그런 말을 했더랬다.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보고 다니던 카드회사에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생활. 그러던 차 소개받은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하며 회사는 그만뒀다. 알뜰살뜰히 집안 일을 하면서 요리를 해 남편이 맛나게 먹어주면 그게 행복인가 지내지만 이들에게는 아기가 안 생긴다. 자신이 문제일까봐 병원도 못가고, 남편이 문제여도 어쩌나 싶어서 둘은 그렇게 지내는데 남편은 불평불만이 없는 착한 남자라는데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착한 것과 다정한 것은 다르다. 그냥 화를 안 내고 불평불만을 안할 뿐이지 이 남자는 아내에 대해 살가운 애정공세를 펼치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고자인가 싶다.

 

하루는 리카가 몸이 동해 배란일이라고 말했더니 그런 소리를 먼저 할 줄은 몰랐다며 등을 돌리고 잔다. 향수까지 뿌렸던 리카는 이불을 뒤짚어 쓰고 말로 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을 갖는다. 여자든 남자든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면 회복불능이기 싶다고 한다. 그 후로 부부는 단 한번도 별을 따지 않는다. 리카는 다시는 잠자리 얘기는 하지 않을뿐더러 남편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남편이 직무상 해외출장으로 오래 집을 비워야 하자 같이 가자고 하는 남편. 어차피 잠자리도 하지 않는 관계인 리카는 자신의 일이 있다고 따라나서지도 않는다. 여기서 이해가 안갔던게 남편이 바람을 피나...끝까지 그런 이야기는 없다.

 

남편은 자신이 버는 수입으로 그럭저럭 넉넉지는 않아도 생활이 됨을 지나가는 말로 아내에게 말하는데  전업주부인 리카에게는 생색내기로 들린다. 그러다 은행의 시간제 일을 하게 된다. 고객들의 호응이 좋아지면서 계약직 전환해 영업을 지망한다. 부유한 노인들이 고객층인데 대개는 자식들과 연락두절인 상태이고...밉지 않은 외모에다 외로움에 지친 노인들은 리카를 차나 화과자로 대접도 하고...그녀의 인기는 높아만 간다. 괴팍한 대단한 고객이 리카가 맘에 든다며 다른 은행의 모든 걸 이 은행으로 옮기기까지. 그러면서 리카에게 고가의 선물도 하고...리카만 놀라운 게 아니고 다른 시간제 직원들도 놀라워하고 부러워한다.

 

어느날 괴팍한 고객의 집에 방문하니 낯선 이가 있고 손자임을 알게 된다. 명함을 주게 되고 회식이 끝나고 우연히 조우해 술자리가 이어졌고 그후로도 몇 번 간간이 만나게 된다. 그러던 차에 대학생인 손자 고타와 관계를 하게 되고 4년 만에 희열을 맛본다. 그렇다고 육체적 탐닉에 빠진 건 아니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리카는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뜬금없는 자신감이 솟는다. 고타가 할아버지의 인감을 훔치러 갔다는 사실과 영화를 만드는 중이고 빚이 있으며 자신의 부모도 망하다시피 추락한 상태라는 것. 등록금만을 애걸했지만 거절당하고 의절한 상태라는데 리카는 자신이 아는 모습이 아니라 의아하다.

 

은행에 근무하는 사람이 돈이 도구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이면 그때부터 사고의 조짐이란다. 지름길인 백화점을 늘 통과만 하는데 그날은 피부테스트 단 5분이면 된다는 말에 발길이 멈췄고 고가의 화장품을 사기에 이른다. 문제는 자신의 지갑에 돈이 있는줄 알았다가 없어서 일단 수금한 돈으로 지불, 금방 CD기서 찾아 입금한다. 이 행위가 처음인 리카. 고타를 알게 되면서  품위가 있으면서 젊어 보이는 옷을 사게 되고 피부관리, 미용실...

 

리카에 대한 절대믿음을 갖고 있는 고타의 할아버지가 맡긴 돈을 가짜 예금증서를 만들어 주며 있지도 않은 신상품을 가짜로 만들고. 그네들은 리카가 권하니까 그 돈은 없어도 되는 부유층임을. 바야흐로 그녀의 종이달은 뜨기 시작한다. 그 돈으로 고타의 빚을 갚으라 주고, 맨션을 임대하고, 차를 사주고, 호텔 스위트룸에 숙박하고, 고타와 만날 때는 재벌의 아내인양, 직장 출근시는 시간제 직원으로의 이중생활을 하며 남편과의 무미건조한 삶에서 이렇게도 살 수 있음을 깨닫는다.

 

리카에 대한 우호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유코. 유코는 리카의 기사를 보며 아연실색하는데 행여나 리카의 소식이 궁금해서 동창회에 참석한다. 동창회에서는 없는 사람이자 사건의 장본인인 리카를 매도하기에 이르고 유코는 준비해간 통에 남은 음식을 담아 싸온다. 저녁이 해결되자 평소 30분여 걷던 거리를 버스를 탄다. 남편의 동의하에 절약을 실천하는데 전기세 아낀다며 8시 취침...딸이 청소년용 화장품을 훔쳐서 경찰서에 불려 간 유코는 눈물을 흘린다. 자신은 절약이라지만 생일날 잘 먹자고 굶다가 죽으란 말인가. 시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도 이건 아니다.

 

리카의 사회 친구인 아키는 이혼을 당했다. 쇼핑 중독으로 말미암아 두 번이나 큰 금액을 변상해 준 남편이 딸의 양육권마저 주지 않았다. 딸은 친조부모의 휘하에서 자라나는데 다행이 만나게는 해줬다. 자신이 벌어야 하는 삶이 시작되자 어쩔 수 없이 아끼고 모으고, 그러다 다시 체면 유지를 위해,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쇼핑중독의 본능은 되살아나고...12살 딸에게 선물한 백이 문제가 된다. 자신을 보는 딸의 눈초리가 교태가 묻어남을 간파한 것.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어린애의 행동이 소름끼치면서 딸은 늘 필요한 게 있을때만 연락했구나...

 

가즈키는 리카의 기사를 보고는 깜놀한다. 자신과 사귀었던 그 리카라면 이런 일은 못 할텐데...아내가 있고 남매를 둔 가장인데 한참 연하인 애인도 있다. 회식 후 우연한 관계로 발전했는데 데이트 비용 등을 애인이 다 부담하고 무엇보다 유부남인 자신을 옮아매지 않아서 만남을 지속한다. 아내는 퇴근하면 멍한 시선으로 삶의 의욕없이 술잔을 들고 있거나 매사 심드렁하니 돈타령을 한다. 그러자니 늘 귓전으로 흘려 듣고 피하기만 한다. 아내는 과거에 잘 살았는데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작가의 한 명으로 손꼽힌다는 저자는 이런저런 상을 많이도 수상했다. 그런 수상작가답게 내밀세밀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예담의 책들은 늘 나에게 좋은 기억인데 하물며 권남희 역이다. 애도하는 사람/으로 기억을 한 권남희 역이라 그런가  매끄럽게 읽히면서도 여성의 심리를 잘도 묘사했다. 평소 대화도 없다시피한 가장과 그 안에서 성적 학대까지 감수하면서도 가정은 깨지 않는 리카. 오히려 숨통을 트이게 한 고타에게 남의 돈으로 선심을 쓰고, 남의 돈으로 세상에서 해보고 싶은 건 다 한 리카. 그녀는 많은 걸 다 가져봤고 해봤다. 고타가 그랬다. 한 번도 당신에게 뭘 사달라거나 빌려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리카는 맞다고 생각한다.

 

1억 엔이 얼마인가 검색하니 20억 원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말은 들키지 않아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첫 번이 문제다. 처음으로 해 본 것에서 힌트를 얻어 다음번에는 들키지 않게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수법이 진화하는거다. 은행에서 리카가 처음이나 초반에 들켰다면 일이 그렇게 커지진 않았다. 고객의 돈을 잠시 빌렸지만 갚아나갈 수 있는 대책도 같이 세웠음이라. 그러나 한번 맛보기 시작한 딴 세상은 제어가 되지 않았고 점차 대담하게 더 지능화되는 수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성실하게 쌓아놓은 이미지가 평생의 인적 재산인데 그게 리카를 잡는 발목이 되다니.

 

자아존중감이 낮을수록 타인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많이 의식한다고 한다. 성취감은 자신이 느끼는 것이고 만들어 가는 것. 심하지만 않다면 쇼핑을 통하거나, 성형을 하거나, 자기 개발을 한다던지...뭐든 좋은 것이라해도 중독이라는 건 좋지 않다. 부모에게 효도도, 자식에게 부모 노릇도 돈이 많아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음을 안다. 기왕이면 더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음이다. 또 돈을 가지고 있으면 내가 갖지 못하는게 아닌 갖지 않아도 됨이다. 이미 가진거나 진배없음이라. 그 기준은 자신이 정하기 나름이다. 리카가 저지른 비행은 실화라는데 돈이 없이 현대를 산다는건 쉽지 않다. 돈을 많이 가지고도 내면이 헛헛하다면 늘 결핍일터 내면을 탄탄하게 다져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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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종이로 만든 가짜 행복 속에서 평점9점 | g******1 | 2016.01.28 리뷰제목
거액의 공금 횡령을 하고 태국으로 도주해 쫓기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리카는 어쩌다 자신이 그렇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한다. 만일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만일 그 때 아이가 생겼더라면, 만일 그 때, 고객의 집에서 고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시작된 '만일 그 때'는 4년제 대학 대신 전문대를 가야만 했던 가정의 급작스런 쇠퇴에까지 생각하
리뷰제목
거액의 공금 횡령을 하고 태국으로 도주해 쫓기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리카는 어쩌다 자신이 그렇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한다. 만일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만일 그 때 아이가 생겼더라면, 만일 그 때, 고객의 집에서 고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시작된 '만일 그 때'는 4년제 대학 대신 전문대를 가야만 했던 가정의 급작스런 쇠퇴에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그럴까. 만일 그 때 그 작은 어떤 계기 하나가 큰 일에 대한 도화선이 된다면, 남의 돈을 잠깐만 빌리자는 생각으로 쓰게 된 어떤 작은 계기가 점점 일을 확대해서 거금의 공금을 횡령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어떤 환경에 처해 있었더라도 인간은 똑같은 삶에 이르게 되는 걸까.

리카가 회상하는 자신의 이야기에는 은밀한 이슈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적인 이슈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녀는 범죄자다. 엄청난 돈을 횡령했다. 10억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가 악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카를 설명하기 위해, 그녀의 지인 세 명이 리카의 이야기와는 별개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하는데, 그들 모두 리카를 악인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예쁘고 착하고 정의감 넘치는 의인으로 그려진다. 그렇다. 리카가 '만일..'에서 회상하는 가장 처음의 횡령은 다른 사람을 위해 시작되었다. 그 다른 사람은 다름 아닌 대학생 내연남이자 고객의 손자다. 돈이 차고 넘쳐나서 은행에서 나온 방문 영업사원이 허드렛일까지 마다않는 수전노 노인 고객의 손자다. 그녀는 그 노인 고객의 돈을 횡령해서 손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준다. 그 맨 처음의 범죄를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영업실적이 좋으니 갚을 능력이 있었고, 곧 갚을 거였다. 범죄고 무엇이고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는 일단 한 번 발을 들여놓는 일이 힘든 것이지, 발을 한 번 담거본 이후에는 그것을 멈출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폭력을 한 번만 행사한 배우자는 없고, 섹스를 단 한 번만 하고 마는 연인은 없지 않은가. 한 번 하면 계속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남의 돈을 허락 없이 '빌려' 쓰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하고, 거짓말을 하는 일이다. 

학창시절 리카의 선하고 의로운 면모를 기억하는 유코, 요리학원에서 만나 자주 만나며 리카와 좋은 관계를 가졌던 아키, 한 때 리카와 사귀었던 적이 있던 가즈키 이들 모두 리카의 횡령 소식을 뉴스로 접한다. 10억이라는 큰 돈을 어디에 썼을까. 우리나라라고 해도 그런 사건이 생기면 으레이 남자 꽃뱀에게 사기당했을 거라고 추측하기 쉽다.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매체들은 앞다투어 그녀의 사생활에 남자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 추측은 맞다. 적어도 객관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리카의 심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본 이 책은 그녀가 남자꽃뱀이나 사기꾼에 의해 놀아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삶이 어느날을 경계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으로 선회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선 리카는 남편과 피상적으로는 잘 지내고 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봐주고, 리카의 늦은 귀가도 이해해준다. 그러나 아이를 갖고 싶어, 거사를 위해 나름 준비한 리코에게 남편은 잠자리를 거절하고 정숙하지 못한 여자 취급을 한다. 이 때의 시대 배경이 1990년대라고 해도, 단지 보수적인 남자라고 볼 수만은 없는 폭력적 억압이 존재한다. 어째서, 여자의 욕망은 단정치 못한 것이 될까. 게다가 남편은 여자가 다니는 직장이 아르바이트에서 계약직일 뿐이라는 점, 버는 돈이 자신에 비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교묘히 부각하며 그녀가 자신의 돈으로 식사를 사고 선물을 하는 것들을 하찮게 여긴다. 그런 허세 앞에서 리키는 자존심을 다친 것이다. 

물론 섹스가 애정의 필요충분조건인지 아닌지는 논할 생각이 없다. 내가 말하는 건 거절하는 방법을 말하는 거다. 함께 사는 배우자에게 애정을 욕망하는 것이 금지당했을 때 오는 결핍을 꼭 밖에 나가 젊은 남자에게서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녀에게 어느날 젊은 대학생 남자 아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몸을 그토록 아껴주고 조심조심 대하고 욕망하는 남자를 알게 되어 채워지게 된 충족감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고타와의 만남은 자신이 물질적인 것들을 베풂으로써만이 지속될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고타는 리키에게 자신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것도 싫었을 테고, 실제로 남자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는 일이 자존심 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토록 리키의 돈을 거절하지만,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리키가 주는 폭신폭신하고 아늑한 삶에 쉽게 적응하고 해외 여행 경비를 요구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상태가 된다. 그러는 동안 리키는 돈의 맛에 길들여지고,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굳이 착각해본다. 자신이 그들과 같은 20대의 입구에 있는, 미래에 대책 없는 희망을 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쉽게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몸을 허락하고 쉽게 미래를 약속하는, 이름 없는 누군가라고 착각해본다.  오랜 세월 남편의 손길을 받은 적 없는 불쌍한 아내가 아니라, 앞으로 실컷 성을 구가할 분방한 젊은이라고 착각해본다. 고타의 어깨를 안은 왼손 약지에 반지라곤 껴본 적이 없다고 착각해본다. (237/558)


리카는 혼잡한 출근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놀라며, 폭신폭신한 돈의 순수성이라는 역설을 생각한다. 폭신폭신한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은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와, 그 인간 뒈졌으면 좋겠어 하며 깔깔대는 십대들과 혀를 차며 어깨를 부딪치고 밀어내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람들이다. 돈은 사람을 선하게 만들고, 아늑하게 만들고, 반대로 돈의 부재는 사람을 악하고 드세게 만든다. 리키의 눈에, 경쟁의 악다구니 속에서 하루하루를 채우는 사람들에게 해맑은 웃음은 사라진 것이다.


확실시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통장을 리카에게 맡긴 나고 다마에, 야마노우치 부부 등. 해맑게 웃고, 목소리가 거칠어지지 않고,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쉽게 사람을 믿고, 악의 같은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상처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돈이라는 폭신폭신한 것에 둘러싸여 살아왔을 것이다.(39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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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종이달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j*******7 | 2019.03.18 리뷰제목
처음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영화와 원작 소설 둘다 너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그렇게 하루이틀 미루다가 관림시기를 놏치고 말았다. 영화관에 붙어 있던 포스터가 사라지고 난 후부터는 '달'은 '달'인데.. 무슨 '달'이였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N형님과 D형님, 그리고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달'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다가.. 검색된 게 너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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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영화와 원작 소설 둘다 너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그렇게 하루이틀 미루다가 관림시기를 놏치고 말았다. 영화관에 붙어 있던 포스터가 사라지고 난 후부터는 '달'은 '달'인데.. 무슨 '달'이였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N형님과 D형님, 그리고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달'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다가.. 검색된 게 너무 많아서, 그리고 그걸 다 일일이 읽을 패기가 없어 거의 포기했었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다시 책제목을 알게 되어서 보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전처럼 또 고생하기도 싫고 대체 어떤 내용인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읽는 동안은 시간이 꽤 걸렸다. 실화라고 하는데.. 내게는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 눈은 글을 읽고 있는데 머리는...ㅡㅡ;;; 리카처럼 큰 부정을 저지르기에 나는 너무 소심한 인간이라 그런가, 아니면 20대 초반에 카드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카드 돌려막기했던 경험 때문일까..흠..;;

카드를 만든 지 2년 조금 안 되었을 때 나는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동기들보다 2살이 많다 보니 모임을 소집하거나 회비를 걷는 것은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회비를 걷어서 모임을 해도 가끔은 술값이 모자를 때가 종종 있어서 일단은 내 카드로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부족한 회비를 더 걷는 방식으로 했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잦아지고 나중에 걷는 회비가 잘 안 모여서 나중에 내가 정신차렸을 땐 있는 카드의 결제일을 서로 다르게 해서 모자른 60여 만원을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정신 안차리면 이러다 신용불량자 되는 건 한순간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한두 달 알바를 빡세게해서 한번에 다 갚아버리고 비상용 2개(만약의 응급실 및 등등을 위한)만 놔두고 나머지 카드는 다 잘라버렸다. 다시는 정신줄 놓지 않도록..;;; 여하튼 그때 이후로 나의 카드 결제 한도는 내 월급 이내다. 혹여라도 +α를 쓰게 될 때는 그 다음 달에 나올 보너스나 적금을 깰 생각하고 썼다.

여하튼 리카의 경우와는 많이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경험인데도.. 희한하게 현실감있게 와닿지가 않았다. 그렇게라도 다 퍼주고 싶은 남자가 없어서인가..?? 흠.. 하지만 뭣보다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서일 것 같기도 하다. 리카처럼 그렇게 큰 돈을 횡령하려면 용기는 둘째치고 그 상황을 스스로에게 자신이 납득을 시킬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성격상 마감이 있는 걸 잘 못 견딘다. 그래서 서평이벤트의 기한도 아예 다른 일 다 제쳐두고 그 책부터 하던가 아니면 마감 당일 겨우 올린다. 그것도 겨우 감당하는데.. 그 이상은.. 어휴~ 상상도 안 되지만 상상을 하기도 싫다. 조마조마한 건 딱 질색이니까..

하지만 조금 궁금한 건 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그 한계를 넘겨 소비를 하고서 리카들은 잠이 잘 왔을까? 잠을 잘 들었을까? 갖고 싶은 걸 갖게 되었을 때의 행복이 더 오래 갔을까, 갚지 못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의 공포가 더 오래 갔을까.. 내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내 것이라 우기려는 그 마음의 맨 밑바닥은 어떤 것일까?

 

 

p.178

"뭐 사는데요?" 심드렁한 목소리로 묻는 고타는 삐친 꼬마 같아보였다.

"옷이랑 잡화랑. 쇼핑한 건 한꺼번에 택배로 보낼 거니까, 그때까지 들어주지 않겠어?"

리카는 삐친 꼬마를 달래듯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고타 앞에서 돈을 쓰는 걸 보여야만 했다. 고타는 200만 엔을 내가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집 저축에서 꺼낸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200만 엔을 준비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현실로 보여주어야 한다. 200만 엔을 받아든 그가 절대 상처 입지 않도록.

 

p.184

만약 이듬해, 1997년, 두 가지 사건이 없었더라면 히라바야시 고조에게도 야마노우치 부부에게도 눈치챌 일 없이 전액 다 갚고, 표면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고 리카는 후에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한 가지만 일어났더라면 분명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혹은 그 두 가지 일이 간격을 두고 일어났더라면.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리카는 언제나 멍한 기분이 든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걸어온 길 곳곳에 '만약에'는 장치되어 있다.

만약에 아이 갖기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만약에 마사후미와 그런 얘기를 했더라면. 만약에 타운지의 면접에 붙었더라면. 만약에 나가쓰타에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아니, 만약에 그 여름날, 부족한 5만 엔을 고객의 봉투에서 꺼내지 않았더라면.

리카는 무수한 '만약'의 끝에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거야'라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그러나 그 몇 개의 '만약'을 선택했다고 해도 '이렇게' 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망연해지다가 이어서 천천히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무수한 '만약'을 자신은 선택하지 않았고, 그리고 1997년, 거의 동시에 두 가지 일은 일어났다.

 

p.207

"나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내 용돈은 한 달에 5천 엔이어서 갖고 싶은 책이나 과자를 사다보면 언제나 한 달도 안 돼서 떨어지거든."

리카는 조그맣게 웃었다. "그걸로 됐어. 나 늘 생각하지만, 원가 하려면 철저하게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없어. 잠깐 손을 댔다가 이내 빼버리는 것이 사람으로서 가장 옳지 않다고 생각해"라고 했다.

 

p.300

돌아갈 수 없다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리카는 생판 남 일처럼 생각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리카는 그 찌는 듯이 더운 날을 떠올렸다. 화장품을 사느라 일시적으로 5만 엔을 빌린 순간을, 점원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잇따라 떠올렸다.

이때부터 그야말로 리카에게 금액을 적은 숫자는 뭔가 의미 있는 돈이 아니게 되었다. 단순한 덩어리가 되었다.

 

p.341

건너편 기슭은 페이사이라는 마을 같다. 그곳에서부터는 리카의 가이드북에 지도가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길이 있고 마을이 있다. 길이 이어지는 끝까지 가서 낯선 남자들이 이야기하던 것처럼 자신도 여권도 이름도 없이 산속에서 조용히 살 수 있지 않을까. 리카는 그곳에서 사는 자신을 그려보았다. 건너편으로 가는 것은 간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곳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은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아 희미한 공포조차 느꼈다.

그러나, 하고 리카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강을 건너버린 게 아닐까. 이곳에 이렇게 앉아 있는 자신이 이미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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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욕망의 양극단에 서지 않기를...**종이달**가쿠다 미쓰요] 평점9점 | s********8 | 2016.10.05 리뷰제목
돈이면 거의 무엇이든 만능으로 얻을 수 있는 시대, 그것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사는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억누르거나 표출 할 수밖에 없는 나약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시  인간이기에 양극에만은 치닫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몸부림을 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동경은 내면에서 점점 더 큰 형상을 만들어내고, 급기야 그것이 전부인양 생각하게도하여 이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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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거의 무엇이든 만능으로 얻을 수 있는 시대, 그것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사는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억누르거나 표출 할 수밖에 없는 나약함을 드러낸다.  그러나 역시  인간이기에 양극에만은 치닫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몸부림을 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동경은 내면에서 점점 더 큰 형상을 만들어내고, 급기야 그것이 전부인양 생각하게도하여 이성이란 훌륭한 것을 가진 인간을 맘껏 흔들어대다가 돌아갈 수 없는 먼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정신을 차린다해도 너무나 아득하여 돌아갈 용기조차 빼앗아버리는 이것이 욕망이다.

 

 나는 우메지와 리카의 욕망과 종이달의 연결점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헛된, 훅 불어버리면 날아가버리는 그런 얇은 종이로 만든 달이 오래가길 바라는 그녀의 불가능한 바람을 말하는 것인가라는 생각하던 때에 옮긴이의 글을 통해 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인 친구가 '종이달'에는 이런 의미도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사진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절,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가짜 달을 보며 찍었는지, 달 모양 위에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물론 그것은 종이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달이었던 것 같지만,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종이달'은 너무나도 이 소설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종이달'과 '가짜'와 '가장 행복했던 한때'를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면. 

 

 

'종이달'... 너무나 위험한 발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멋진 제목이다.

 달을 가질 수 있다는 무모한 욕망이 조금씩 이성을 얇게 다지기 시작한다. 그 첫 움직임은 너무나 미묘하여 대수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것을 무시하며 한 발씩 내닫음을 반복하는 어느 순간, 달이라는 것도 가질 수 있다는 무모하고 잘못 된 이성은 욕망과 한패가 되어  점점 커지며 괴물로 변한다.

권태로운 일상에서의 변화, 달고 단 꿀물이었던 그것은...

 서서히 독약으로 변하여 목으로 넘길 날을 정하고 있는 듯이 서서히 옥죄어 온다.

 

 리카는 소비자금융에서 돈을 빌리며,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뭔가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알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발을 들이밀고 있는 터무니없는 사태에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택 대출금은 이제 없다. 그걸 내던 금액, 월급의 일부를 계속 갚으면 언젠가 '빌린'돈은 모두 갚을 수 있다고. 그러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이때 막연히 생각했다. 이미 자신이 얼마를 썼는지, 얼마를 갚으면 되는지 알지 못했다. 

 

 돌아갈 수 없다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리카는 생판 남 일처럼 생각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리카는 그 찌는 듯이 더운 날을 떠올렸다. 화장품을 사느라 일시적으로 5만엔을 빌린 순간을, 점원에게 감사인사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잇따라서 떠올렸다.

 이때부터 그야말로 리카에게 금액을 적은 숫자는 뭔가 의미 있는 돈이 아니게 되었다. ...

 

 돈이라는 것은 많을수록 어째선지 보이지 않게 된다. 없으면 항상 돈을 생각하지만, 많이 있으면 있는게 당연해진다. 100만 엔 있으면 그것은 1만 엔이 100장 모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부터 있는,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부모에게 보호받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것을 누린다.

 

 

 우메지와 리카에게도, 오카자키 유코, 주조 아키, 야마다 가즈키에게도 각자의 마음 속에 멀쩡한 달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삶이 그것을, 어느 날의 그들을... 건드려 놓았던 것이다.

 어느 날은 포기를, 어느 날은 수용을...을 반복하다가 각자의 현재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욕망의 본성은 꺼내어 놓으면 리카의 그것처럼 종이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크고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그것이, 어느 날부터 그토록 바라왔던 대단한 것으로 더는 느껴지지도 않게되고, 그에 종속되어있던 것들마저 한꺼번에 무너져서 견디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그저 흩날려져버리게 되는...

 

 

 네온사인과 불꽃이 어슴푸레하게 물든 밤하늘이 펑펑하는 굉음과 함께 덮쳐와, 천천히 자신을 짓누르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카는 얼른 고타의 손을 잡았다. 고타는 리카에게 손을 잡혔지만, 맞잡지 않았다.

 "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고타가 불쑥 말했다. 정말로 깎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빨려들 듯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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