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잊고 싶다고해서 잊어지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잊은 척은 하고 살 수는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듯 그때 그 일은 기억나질 않아.. 그렇게 스스로 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망각을 택하게 되는게 인간입니다.. 특히나 공존과 공동의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의 본성이라는 근원적인 성향으로서 누군가와의 이별이나 헤어짐과 관련된 아픔은 특히나 지옥같은 고통과도 같죠, 잊을 수 없는 그 순간의 기억을 인간은 세월과 시간과 주변의 삶이라는 현실을 통해 망각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지않고서는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이미 지나버린 해결할 수 없는 과거의 기억과 아픔을 되새기고 머리속에서 끄집어내어봐야 현실이나 미래의 삶이 달라질 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스스로가 제일 잘 아니까 말이죠, 그래서 잊기로 합니다.. 잊어지지 않지만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차곡차곡 쌓인 망각의 덮개는 어느순간 그 당시의 고통과 아픔의 지옥같은 감정으로 꽉찬 풍선의 바람마냥 터져버리기 전까지 꾹꾹 눌러서 기억의 방중 하나에 망각의 가스를 아슬아슬하게 불어넣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 열쇠를 던져버리고 찾을 이유를 만들 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열쇠는 생각지도 않던 어느 순간 찾아지고 도저히 감내하지 못할 것 같은 기억의 망각풍선의 두려움은 비대해질때로 비대해진 체 끝없이 커져만 가는게 두려워 빨리 터트려버리고 그 방을 비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2. 그때 왜 그렇게 되었어야만 하는것이었을까요, 왜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야만 했던 것이었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게 왜 그런 아픔이 생겨야만 하는 지, 되살아난 그때의 아픔의 기억은 도저히 그 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 그렇지요, 과거에 어느날 어떻게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의 순간에 벌어졌던 하나의 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내가 그렇게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조금 일찍, 조금 늦게 아니면 아예 그런 일이 생기기전으로 조금만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면,,,, 하지만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고 그런 순간의 과거는 나만이 기억하고 나 혼자만 그 아픔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깨닫더라도 그 과거의 기억이 내 탓, 내 잘못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입니다.. 그래서 우린,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질 못하고 자꾸 가둬두려고만 하는 것이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나만의 기억속의 고통과 아픔을 스스로의 망각속으로 묻어두고 그 풍선이 터질때까지 그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방의 열쇠를 찾은 순간 비대해진 풍선을 터트리고 싶은 것 또한 우리의, 나의 마음이고 어쩔 수 없이 살고 살아가야할 이 세상의 삶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한 것이죠, 이왕 이렇게 된거 터트려버리고 그 방을 좀 비웁시다... 뭔 말인 지, 여하튼 좋은 작품을 읽고나면 뭔가 느껴지는 감흥이란게 조금 감성적으로다가 다르게 와닿는 부분이 있긴하죠, 그런 작품을 만났습니다.. 루 버드의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이라는 다소 애매한 제목의 잔잔한 미스터리스릴러소설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심리적 감정은 한순간도 잔잔하지 않죠, 터져버리기 일보 직전의 망각의 풍선마냥 커질때로 켜져있습니다..
3.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중심부쯤 어디에 위치해있는 오클라호마시티는 건조한 곳이고 화려한 도심과는 다른 삶이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듭디다.. 동과 서를 구분하는 대도시와는 다른 미국 특유의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이 가득한 뭐 그런 느낌 이짜나요, 아님 말고, 여하튼 그런 곳의 80년대 중반의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가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먼저 도시의 한 상가몰의 영화관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죠, 주말의 늦은 저녁 마지막 영화를 상영하고 정리를 하는 와중에 강도가 침입해서 엄청난 일을 저지릅니다.. 총 6명의 직원중 한명만 남겨놓고 죽여버리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합니다.. 줄리애나와 제네비에브는 지역 축제에 놀러가서 늦은 저녁에 언니인 제네비에브는 사랑하는 줄리애나만 남겨둔 체 돌아오질 않습니다.. 줄리애나는 15분안에 돌아오겠다던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의 언니를 다시 만나질 못하죠, 그리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라스베가스의 와이엇은 사립탐정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스카웃한 인물의 뒷조사를 하고 있죠, 그리고 그에게 이런저런 의뢰를 하는 개빈이 그에게 새로운 사건을 맡깁니다.. 그에게 캔디스라는 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있는 오클라호마시티로 가서 사건을 알아봐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와이엇은 자신의 잊혀진 고향을 다시금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과거 아픔을 겪은 줄리애나는 현재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언니 제네비에브의 실종사건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와이엇과 줄리애나는 그렇게 오클라호마시티라는 방속에 갇힌 자신들만의 비대해진 풍선의 끝을 거머쥔체 계속 부풀어만가는 비대함에 힘겨워하고 있죠, 과연 이들은 그들의 풍선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4. 두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와이엇이라는 인물과 줄리애나라는 인물의 각각의 이야기로 번갈아가면 흘러갑니다.. 애초에 구성적으로 예상을 하길 이 두 인물이 어떻게든 상황적으로 함께 엮이질 않겠는가 싶은데 말이죠, 여하튼 이들은 애초에 줄거리에서 나온 과거의 각각의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과 이야기는 각각 다르게 진행이 되죠, 어떻게보면 이 소설의 중심적 역할을 와이엇이라는 인물이 구도를 잡고 간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비슷한 분량의 흐름으로 줄리애나의 이야기도 이어지지만 줄리의 과거는 있는 그대로의 현재와 과거가 단절되지 않은 하나의 흐름속에서 그녀가 찾고자하는 진실의 연결이 이어지지만 와이엇은 조금 다릅니다.. 과거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난 그는 라스베가스라는 곳에서 오클라호마시티의 기억을 망각한 체 살아왔지만 다시금 돌아온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 잊혀지길 원했고 사라지길 원해던 기억속 근원의 고통을 다시금 떠올리고 자신의 현재가 어떻게 과거의 기억에 매몰된 체 살아가고 있는 지 깨닫는 것을 보여주니 말이죠, 그리고 와이엇은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리길' 원했던 기억과 함께 이 소설의 또다른 사건의 스토리에 사립탐정의 직업적 방향성을 잃지않고 있죠, 캔디스라는 여성에게서 벌어지는 사건의 내막을 밝히는 것이 일단 주목적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주는 장르적 재미는 만만찮게 흘러갑니다.. 아마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만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상당히 지루했을 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와이엇을 통한 스토리의 흐름의 구심점을 흔들지 않은 체 과거를 소환하는 문장력을 보여주는 서사를 펼쳐보이죠, 좋습니다.. 무겁지도 않고 말이죠,
5. 남겨진 자들이 감내해야할 고통에 대해서 우린 늘 접합니다.. 우리의 일상속에서, 사회적 이슈속에서, 무엇보다 국가적 재난속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죠, 잊고 싶고 잊어야하고 잊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잊어지는 것 또한 아닌게 우리 인간입니다.. 누군가는 왜 또다시 끄집어내어 분란을 일으키냐고 떠들어대고 누군가는 아무렇게나 지껄여대는 트라우마라는 말로 단정지어 버리고 어쩔 수 없이 벌어졌던 사건이니 쉽진 않지만 그냥 잊어버리는게 좋은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누구나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체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잊고자했고 잊어야했고 잊혀지길 원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을 찾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게 단순히 소설속 인물이 아니라 크든 작든 우리들, 또는 바로 나의 인생과 삶과 과거의 기억의 아픔을 마주보고 뒤늦게나마 떠나보내며 눈물속 조금은 편안한 미소정도는 지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작가는 아주 매력적인 설정과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그당시 그때, 왜, 워째서, 뭐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나에게 지랄같은 사건이 발생했던 지, 그래서 그 이유는 무엇인 지, 마냥 덮고싶고, 있는 그대로 감춰지고 사라지길 원했던 그 일을 굳이 끄집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또는 그 과거속에서 현재까지 벗어나질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의 이유를 찾고자 하는 것이지요,
6. 인간은 언제나 힘을 얻길 원합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무엇인가를 해내기위한 스스로의 힘을 원합니다.. 어벤져스가 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름 자신의 삶과 미래를 만들어나갈 조금의 자신감만이라도 얻길 원하죠, 하지만 그러한 최소한의 힘조차 얻지 못한 체 과거에 갇혀있는 사람에게는 현실의 삶과 미래는 견뎌내기 어려운 장애물처럼 느껴질겝니다.. 단순한 책 한권으로도 자신의 과거와 현실속에서 살아갈 힘과 능력을 깨우칠 수 있을겝니다.. 물론 영화라고 다르지는 않겠지요, 이 작품이 그러합니다.. 장르적 재미와 가독성과 자극적 매력은 일반적인 스릴러소설이 주는 구성적인 즐거움은 조금 덜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작가가 그걸 몰랐겠습니까, 아마 충분히 알면서도 작가가 원하고 독자들이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인지해주길 원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과거에 대한 아픔과 또다른 삶에 대한 미련적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었겠죠, 그 와중에 작품적 재미마저 조금 가미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것일테구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독자들이 감성적인 영역에서 와닿는 매력이 가득차 있습니다.. 또한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그 답을 찾고 끝을 내고자했던 구성적 측면의 단조로움이 오히려 작품이 가져다주는 그 단순한 감성적 느낌을 배가시킨게 아닌가 싶습니다.. 딱히 뭔가를 드라마틱하게나 소설적 허구적 방향성에 얽매이는 대중소설의 유혹에 갇히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과 현실적 결과물로서의 모양새로서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마무리와 그 방법론은 오히려 저로서는 더 큰 감흥이 남게 되더군요, 모르겠어요, 저는 딱히 그런 과거의 엄청난 아픔을 떠올릴만큼의 망각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작고 사소하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어떻게해서든 잊지 못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속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견뎌내어야할 분들도 계실거고, 또는 크든 작든 잊고 싶지만 자꾸만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패배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살아가시는 대다수의 이 시대의 우리들에게 이 작품이 주는 조금 다독거려주는 위안적 의도는 나름 그 역할을 충분히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렇네요, 좋은 작품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