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에서 만났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작가님이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첫 소설집까지 내셨네요. 대단하시다능!
<졸린 여자의 쇼크>는 계간 미스터리에서 이미 읽었는데도 새로 읽는 기분이었어요. 음대에서 첼로를 전공했는데 어느 날 도둑맞았다는 알바생의 말이 계기가 되어, 나는 20년 전의 과거를 떠올리고 공포에 떱니다. 예전에 자기가 왕따를 주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한 학생을 죽였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기억 속의 산으로 가서 자신이 시체를 파묻은 곳을 파자 나타난 것은... 뼈가 아닌 거인이었는데!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이런 상황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 환상적인 묘사가 무엇보다 좋았어요 ㅎㅎ 자세한 이야기는 책으로 만나보시기 바래요.
<폭풍, 그 속에 갇히다>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합석하게 된 두 남녀가 기이한 상황에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어요. 둘은 예전에 연인 관계였는데요, 사방을 둘러싼 투명한 벽에 갇혀서 하루종일 있게 돼죠.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건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더라구요 ㅎㅎ
샘플북에는 두 편만 실려 있어서 확실히는 모르지만, 이 작가님의 작품에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40% 환상적인 요소 60%가 섞여 있는 듯해요 ㅎㅎ 평소 제가 읽는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른 스타일의, 새로운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겠어요. 보통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에 대한 해결에 중점을 두는 기존의 소설과는 다르게, 이 작가님은 논리적인 해결에 얽매이기 보다는 과거의 음울한 사건이 원인으로 작용한 심리적 환상성을 극대화하고, 마지막에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방식으로 쓰시는 듯해요. 제목이 '우울의 중점'인 이유도 그래서일까요? 우울이라는 감정을 중심에 두고 뻗어나간 가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사건들이 나머지 소설들에도 녹아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얼른 다른 수록작들도 읽고 싶어집니다 ㅎㅎ
심리적 시공간을 환상적으로 연출하는
이야기 마술사의 등장
자신을 타인처럼 모른 척해온 이들을 위한 이야기
우울의 중점
이은영 소설
우울의 중점은
미스터리와 오컬트가 결합된
오싹하면서 매혹적인 환상소설이다.
오컬트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
작가 이은영
2021년 가을 <졸린 여자의 쇼크>라는 작품으로 등장해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했으며, 미스터리와 몽상이 부유하는 환상문학이 끌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소설은 미스터리하면서 상상을 동원해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더 흥미롭다.
사는 것이 아슬아슬하고
도망가는 일에도 능숙하지 못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울의 중점은 이은영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작을 비롯해 환상적인 이야기 마술사의 탄생을 가능케 한 중단편 소설 다섯편이 수록되어 있다.
따스하고
낯선 환상의 세계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그럼,
이 낯선 세계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읽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아무생각 없이 읽다가 그 다음에는 뭐지? 다음에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궁금해하며 읽고 또 읽었다.
읽으면서 묘하게 이 책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고,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은영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녀의 소설이 꽤 흥미로웠고. 생각할거리들을 소설속에 숨겨놓아 작가의 의도를 찾는 재미도 솔솔한 책이다.
폭풍, 그 속에 갇히다
애초에 그는 우산이 없어서 이 카페에 들어왔고 과거에 첫 연애를 한 여자를 만난 것 뿐이다.
그러니 상관없다.
어떻게든 비가 그칠 때까지 버티다 나가면 그만이다.
(중략)
흰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고 한 발을 정사각형 테이블 밖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흠칫하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시. 자리에. 왜?
"지금... 뭐한 거야?"
나는 의문했고, 그는 잠깐 멍한 듯 싶더니 다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뭐지..."
(중략)
정리하자면 2미터가량의 직육면체 막이 된다. 우린 지금 그런 엄청난 투명 용기 속에 갇힌 것이다
뮈지?
옛 연인을 우연히 만난 카페에서 투명 용기에 함께 갇히다니..
소설을 읽으면서도 흥미가 진진..
뭐지? 뭘까? 하며 단숨에 읽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스토리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스토리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중략)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잖아. 우리 둘이 우연히 만난 것도 이상한데 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갇히기까지.. 뭔가 원하는게 있지 않겠어?"
(중략)
"우울해지지 않는 법? 내가 그런 애길 했었다고?"
"응, 세상을 하나 더 만들면 우울감이 사라진다고 했잖아."
"글쎄.. 기억이 안 나."
"그러니까.. 나라는 인간이 하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에 각각 존재하는거야. 그 둘은 모든 물질과 비물질 법칙에서 대척점에 놓여 있기 때문에 감정 상태에 따라 서로의 세계를 교환할 수 있어. 우울한 '나'는 우울하지 않은 '니'가 있는 세계로 갈 수 있는거지. 쉽게 말해 정반대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단순한 방법이지"
책 제목과 연관된 내용인가?
우울해지지 않는 법..
나도 모르는 내가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의 공존
예전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사람이지만 이름도 직업도 다른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의 세계
과연 다른 세계에 가면 우울해 지지 않을까?
이런 세상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가보고는 싶다.
또 다른 나누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이 책의 제목인 우울의 중점
우울은 근심이 있거나 답답한 상태
중점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다.
근심이 있거나 답답한 상태 중에서 가잣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무얼까?
내가 왜 우울한지?
내가 나를 바라보야하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세계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게 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울해 하지 않는 법
단순히 생각해보면
내가 근심이 없거나 답답해하지 않으면 된다.
생각의 전환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이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 다른 세계에서는 숲이 우거진 밀림일 수도 있고 광대한 바다 한가운데일 수도 있자. 시간은 공간 위를 떠돌고 인간은 시간과 공간사이에 안착햐 수많은 것들을 누리고 산다. 그러다 어느 날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나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나의 목소리가.
나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내 목소리..
아마 나의 내면의 내가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마음의 소리..
졸린 여자의 쇼크
침잠된 세계의 공고한 벽은 쉽게 금이 가지 않는다. 그 금은 새로운 벽 틈으로 소멸되어 영원히 침잠될 것이 뻔하다.
(중략)
내가 알던 세계를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 침참된 세계 내부로부터의 각성이었다.
(중략)
"넌 현실을, 피하고 싶을 때마다, 조는 척을 했어."
"...헛소리..."
"그건 나쁜건 아니지. 순수한 악일 테니."
"..."
"있잖아.. 순수에도 선과 악이 존재, 해..,"
(중략)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때가 나아.. 악의 순수는 그럴 때, 생겨.."
"넌 순수하기 위해. 악해진거야.. 그 악은 비난할 수 없어..."
현실을 피하고 싶을 때마다 마다 악을 저지른다
그런 악이 순수하다.
그래서 비난 받을 수 없다?
왜?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내가 현실을 피하는 방법은..
회피한다?
정면 돌파한다?
조는 척이 아니라 우선 회피하고자 한다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결국엔 용기가 없던 것이었다.
그럼. 이 소설의 주인공도 용기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소설속으로 빠져들어 자꾸 질문을 하고 답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
미스터리 환상소설이라는 타이틀에 이끌려 이 책을 읽어보았다.
단순한 환상소설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도서로 책에 집중하게 되고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도서다.
전개가 빠르고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여 읽는 내내 지겹지 않고 흥미로워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
1. 자신을 타인처럼 모른척 하는 이들
2. 환상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
“나는 절망감을 안추르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놈은 오늘도 나를 따라왔다. 아니, 남들이 봤을 땐 내가 들고 온 것이었다.”
면접 대기 장소의 냉막한 풍경도 대단한데, 의자가 따라 온 면접자가 등장한다. 의자라는 사물이 인간을 향한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공포의 소재로 사용되는 작품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그 낯설음이 선뜩했다. 제목의 ‘사형을 당해야 할 의자’는 이 의자임에 틀림없다.
분명 면접을 보러 간 여자는 잠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문장들 속에 머물더니 ‘면접관이 보는 앞에서 의자에 올라가 목을 맸다’고 하여 멍하니 놀랐다. 인간을 죽이는 의자구나... ‘사형’이란 조금은 불편한 표현을 선택한 이유를 알겠다. 이 사건을 밝히는 내용인가 싶었는데 중점은 재빠르게 옮겨 간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삶 속에 내버려진 의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간이 의자에게 칠한 마음의 독성 물질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는지.”
저자가 모아둔 풍경 속의 의자들은 내가 가졌던 이미지와 아주 다르면서도 나도 이미 알던 것들이었다. 단지 인간의 의지와 행동만이 보였을 뿐, 그 의자에 앉았던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의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
의자에 앉아 반성하는 벌을 받던 이들의 마음, 의자 위에 올라가 목을 맨 어쩌면 수많은 이들, 그리고 그로 인한 원망을 받아 내는 의자들. 의자에게도 복수심이 생겨날 수 있을까.
“의자에게 무슨 잘못이 있어? 그걸 자살 도구로 이용한 건 인간이잖아. 애초에 의자를 만든 것도 인간이라고.”
“의자를 발명하도록 인간의 상상을 유도한 건 의자가 가진 본질이자 심상이야. 인간의 지각을 뒤흔드는 생산적인 자극이 있었다는 거지.”
의자와 같은 무생물이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을 받으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오빠, 언제부터인가 의자에 대해 경고하며 곁에 머무는 석희(席犧 자리 석 희생 희), 그리고 집 안의 의자들이 모두 이상해진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는 나.
인물들을 차례로 의심해보다 어느 의자가 살의를 가진 의자일까 고민해보다, 뜻밖의 전개에 소름이 싸악 끼쳤다.
“여은아 (...) 넌 말이야... (...) 의자에서 태어났어.”
의자에서 태어난 동생은 아무리 유기해도 집에 돌아왔고, 마물의 존재라고 생각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긴다. 죽여도 죽지 않고, 자신이 싫어하게 된 주변인은 죽거나 크게 다치게 된다.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는 언제나 주변에 의자들이 많았다.
20년 마다 오빠가 위험해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까...
의자인 동생은...혹은 의자라고 믿고 있는, 의자에 갇힌 동생은 누가 사형을 시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