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가 이순신 장군에게 공감하는지 뼈저리게 느껴지는, 중증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고통스러운 기록글.
저자인 이국종 교수는 중증외상외과 전문의로서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서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MBC의 의학드라마 [골든 타임]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최인혁이라는 의사의 모델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의학 다큐멘터리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중증외상외과의 모습이 드러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2017년 판문점 조선인민군 병사 귀순 총격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KT통신의 광고에 출연하여 화제를 낳았는데, 실제 상황이 섞인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KT에서 중증외상센터에 필요한 무전기를 지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출연료를 받지 않고 광고를 촬영하였다고 한다.
서평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줄줄이 주절거릴 정도로 나는 이국종 교수님을 오랫동안 흠모하고 지지했다. 그 분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섭렵하고 인터뷰 뉴스를 보았으며, 강연 영상을 시청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필요할 때만 교수님을 활용했다가 등 돌리고 외면하는 장면도 지켜봤다. 해가 갈수록 수척해지고 웃음기가 없어지는 모습이 안타깝고 그렇게 시스템의 부재를 외치는데도 변화없는 세상에 분통이 터진다. 교수님이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고, 이게 나라냐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이번에 흐름출판에서 출간된 <골든아워 1, 2>에서 이국종 교수는 그가 중증외상 전문의로서 겪은 일에 대해 소상히 기술했다. 나는 1권을 읽었는데, 1권에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 의대에 들어가서 외상외과 전문의가 되는 과정과 중증외상 치료를 하며 겪은 일에 대해 나온다. 환자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실명으로 거론했으며, 그에게 압박을 준 병원 관계자에 대해서는 '보직교수' 등의 직함을 사용했다.
기록과 생각이 섞여 있는 일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일관되게 외상외과 전문의로서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이국종 교수의 어린 시절이나 해군 시절이 언급되는데, 그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 그가 어째서 상이군인이나 해군,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지, 매번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다.
이국종 교수는 시종일관 자기는 그저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도 영웅이라는 찬사에 불편한 기색을 비춘 적이 있는데, 그는 그저 병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상외과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국과 영국에서 마주친 선진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은 그에게 충격을 주었고, 한국에 이런 전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갈증은 지금껏 이국종 교수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시스템이 제대로 되었다면 분명히 살릴 수 있었던 환자,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현 상황에 대한 분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이국종 교수를 회의적으로 만든다. 의료만 해도 바쁜 그가 왜 서류를 잔뜩 만들어 내며 정치계 인사를 만나야 하는지, 여러 기관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며, 그나마도 아무도 그 서류들을 읽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를 절망스럽게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국종 교수는 앞으로도 큰 희망은 가지지 않는 것 같다.
<골든아워 1>을 읽다보면 말 그대로 홧병이 날것만 같다. 이국종 교수에게 필요한 건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나 '영웅'이라는 찬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이 확충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오히려 경계와 압박은 더 심해졌다. 병원에서는 이국종 교수에게 그만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인력도 자원도 지원하지 않는다. 언론과 정치권, 병원의 다른 의사들이 보내는, 언제 등에 칼 꽂을지 알 수 없는 비수 어린 시선을 항상 등 뒤에 두고 있다. 동료 의료진들이 아파도 말 못하고 자신에게 오히려 미안해하는 모습과 전염 가능한 심각한 질병에 아무런 보호없이 노출된 상황은 이국종 교수에게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중증외상과의 끝나지 않을 싸움을 계속하는 모습은 너무도 외롭고 고통스럽다.
이 고통스러운 기록을 읽다보면 왜 이국종 교수가 그토록 이순신 장군에게 공감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안전한 뒤편에 앉아 세치 혀만 나불거리는 이들의 모략 속에서도 적은 병력과 한정된 자원으로 왜군과 싸워야 했다. 서문에서 평소 김훈의 <칼의 노래>를 좋아한다며, 이순신 장군을 중간 관리자로 표현한 부분에서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전쟁통에서 백성을 구한 천하의 장군님인데, 그 상황에서는 그저 중간 관리자가 맞기는 하다. 웃음기 없는 백짓장 같은 얼굴로 이런 표현을 했을 교수님 얼굴이 떠올랐다.
1권은 총 438쪽으로 제법 분량이 되는 책이지만 책장은 순식간에 넘어갔다.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답답한 가슴에 이제서야 글로 남긴다. 어서 2권을 읽고 싶다.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다. 2권이라고 해서 행복한 결말 따위는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나같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현실을 알고, 선진국 수준이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 확충되도록 지지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언제 큰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사회 안전망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누구나 어떤 사고를 당하더라도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음에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말이다. 그리고 외상 외과 환자를 잘 치료해서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 자기 몫을 해낼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것이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국종 교수님이 그토록 갈망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그 분이 웃으면서 이제는 안심하고 은퇴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시는 인터뷰를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덧1. golden hour 골든 아워 : 심장마비나 호흡 정지, 대량 출혈 등의 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46427&cid=40942&categoryId=32750 )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로 잘못 알려져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덧2. 여러 환자들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전 남편 생명보험금을 가로챈 비정한 엄마 이야기가 너무 화가 나고 가슴 아팠다. 짐승보다 못하다는 말이 이런 때 쓰는 건가 보다.
덧3. 책의 헌정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국종 교수는 함께 중증외상 의료를 하고 있는 동료이자 후배인 정경원 교수에게 이 책을 바쳤다. 영상에서 이국종 교수팀으로 친숙했던 얼굴과 이름이었다.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해 묵묵히 함께 가주는 동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책 곳곳에서 정경원 교수, 김지영 코디네이터, 그 외 의사, 간호사 등 동료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서문>에서 김훈의 《칼의 노래》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보직으로 부여받은 일에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감내하면서도 정부에 의해 날아간 허망한 정책에 끝없이 매달리며 무의미하게 생존하는 중간 관리자의 고뇌.. 적을 두고 싸우는 전장 대신, 중증외상센터의 한계라는 점이 다를 뿐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은 다를 바 없으니 흡사 이순신의 고통을 엿본다. 업의 본질을 지킨다는 것은 얼마나 지난한 싸움인가!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내고 돌보면서도 자신의 몸은 제대로 돌보지 못해 생기는 피로의 나날들, 돌아오는 건 격려와 지원이 아닌, 거대한 부채와 휴식없는 고된 노동 뿐이다. 이국종 교수는 상이군인의 자녀였으나, 일반 병원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신에게 평등하게 대해준 김학산 의사의 따스한 배려로 그 역시 의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친구 부모님의 도움으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아주대학교병원 내에 신설된 외상외과 전공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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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리뷰어클럽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이국종 ---발췌하다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이자, 외상 및 외상 후 후유증, 총상 등 복합중증 외상치료 권위자.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95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구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며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었다. 2003년 미국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2007년 런던로열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며 의료 선진국의 현실을 목도했다. 2005년 논문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내 병원들의 중증외상센터 건립안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2011년 그의 의료팀이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는 2012년 전국 거점 지역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가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 중증외상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제 표준에 맞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책읽고 느낀 바>
한쪽에서 울고 다른 한쪽에선 웃는 상황이 동시간대에 공존할 수 있는 곳. 병원이다. 탄생의 기쁨이 있는가 하면 떠난 사람이 머무는 영안실이 그곳이다. 혹자는 삶의 활기를 느끼고 싶으면 시장이나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병원은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첫째는 내가 건강하게 지냈음이요 둘째는 첫 직장을 병원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아퍼서가 아닌 근무처로서의 병원은 직장이었다. 의료진이 아닌 원무원이었기에 한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었음이다. 자세히는 몰라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 의학드라마나 병원 관련 책이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게 이상하지 않다.
예스24에서 나의 역사를 알게 되니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고 나오더라. 병원의 이야기며 그 책은 인간적인 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내 바람이 커서였다고 생각된다. 이국종 교수를 알게 된 건 대다수가 그렇듯 아덴만의 석 선장 뉴스였다. 요즘은 모 광고에서 닥터헬기를 탄 의료진을 보며 다행이구나 싶었다. 석 선장을 살려낸 의사로만 기억하는데 이 책을 통해 외상외과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일반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는 예전부터 알았고 성형외과는 나중에 알았는데 모든 외과의 기본이랄 수 있는 외상외과가 있었다. 아무리 지방 병원이라지만 종합병원이었는데 그런 용어조차 몰랐었다.
아주대학교 병원은 경기도에 있는 사립병원이다. 예전에 의학드라마를 볼 때 아주대학교 병원이 나왔던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이 병원을 잘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경기지사 이재명 씨가 점 논란으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확진을 받았대나 어쨌다나. 이 책은 외상외과의 이국종 교수의 개인적인 기록으로 17년간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책을 낸 동기는 자신이 중증외상외과의 기록을 혼자서만 가지고 있다면 그게 사장될 수도 있는데 기록으로 남겨지면 아직은 한국이라는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는 외상외과센터의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말해준 사람때문이었다고. 외상외과 필요성을 느낀 어떤이가 검증된 기록을 참조하기를 바라는 그 거 하나였다고.
수술방에는 가보지 않았으나 그 곳이 수술방이요 녹색 모자에 녹색 복장을 한 마취과와 수술과 닥터 그리고 수술방 간호사들을 많이 봤다. 닥터가 키가 크면 간호사도 큰사람이 어시스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실내에서 팀웍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책 안에서는 수술실이 끝도 없이 나온다. 피비린내가 끊일 새가 없다. 저자이자 주인공인 이 교수의 오기와 독설과 체념과 겸손과 어쩔 수 없음이 적나라이 그려져 있다. 그 모든 것들의 가장 바닥에 생명을 중시하는 이 교수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다. 밑바닥 인생이랄 수 있는 하급민의 삶이 가슴 아프다. 건설 노동자의 으스러진 뼈와 파열된 장기는 중증외상외과가 젤 먼저 손대고 다른 과의 협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골든아워를 놓치지 않아야만 그나마 살릴 수 있는 희망이 있다. 헬기닥터라야 가능한 일이다. 날씨가 받쳐줘야 그나마 수월하다. 소방청의 헬기 조종사의 마음가짐따라 의료진의 심적인 짐은 좀 가벼워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너무나 식상한 말. 남자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주군에게 목숨도 바친다고 한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직장에서 밥벌이를 위한 수술, 수술, 수술...수술을 한다는 건 중증외상환자를 죽음의 길에서 삶의 길로 인도해 오는 것. 그럴수록이 쌓이는 적자는 비난의 화살이 되고, 자신은 물론 주위의 팀원들에게 심신을 공격해댄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싶게 거부하고 싶은 중증외상환자는 끝없이 밀려 들어온다. 차라리 외상외과를 없애면 되는데 라는 마음이 굴뚝이지만 윗선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국민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되었지만 가끔은 체납자도 있다. 개개인의 사정으로 보험료마저 체납해얄 상황인 사람과 그것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면 보험 청구를 한다. 심사평가원이라는 곳에서 삭감을 하면 일반수가로 받거나 보험이 되는 다른 것들로 대체하는데 대개는 약효가 좋다거나 꼭 필요한 치료임에도 불필요하게 과다라고 삭감되는 경우도 많다. 중중외상이라면 혈액을 계속 투입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 그럼에도 삭감되고, 심지어는 에이즈환자를 수술하다 감염되는 경우도 있건만 거기에 필수로 동반되는 3만원의 수가도 삭감된다는 이야기에서 의료인 가족이라면 환장할 노릇. 그렇다면 그대로 비보험으로 환자가족에게 받을테지.
가장 가슴 아픈 건 중중외상센터에 실려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은 경제력에서 최하위 계층이라는 것. 그네들은 기피 직종에 대다수 근무할 뿐더러 대개는 육체노동자가 많을터. 오토바이 배달맨 같은 경우도 사고가 났다하면 사망 아니면 작살나는 상태. 그러자니 이런 환자를 수술해 중환자실에 올렸을 때 수입기계를 써야만 되는데 그것마저 삭감된다고 한다. 겨우 수술해 목숨을 건졌는데 그런 기계를 안쓰고 죽게 할 수도 없고, 삭감되어 쌓이는 부채는 병원의 손실로 남는다. 밤낮없다시피 수술에 수술을 하고, 그러고도 남은 날들은 외래와 기록과...그렇게 지나는 시간들일지라도 인정받고 격려받는 삶이라면 보람이라도 있을텐데...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서 연수하고 온 이 교수에게 외상센터 필요성은 백 마디 말보다 한 권의 책이 그나마 낫고, 더 나은 건 외상센터를 견학시키는 일일 터. 혼자만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조화로움이 되면서 두루두루 좋아지는 경우가 젤 좋다. 호구지책으로 해군이 되어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생활을 했던 저자. 그렇길래 자신의 처지가 12척으로 바다를 지켜낸 이순신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잘나가면 표적이 되는 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라는 말을 몹시도 경멸한다. 부러우면 모방을 해서라도 따라해봐라. 그렇다보면 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하게라도 성취할 것이다. 자신식의 성취감을 통해 참행복을 느끼는 것. 이게 정당한 것이거늘 내가 하기는 싫고 남이 잘되는 건 배아픈 심보. 이게 바로 저자가 처한 현실이었다.
골든아워는 지켜져야 한다. '예방 가능한 사망'을 위해서다. 외상센터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은 외상센터가 외국을 그대로 모방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네가 싫어도 잘하는 건 따라해야 한다. 노벨과학상 배출자도 얼마나 많은가. 외상센터를 우리내 정서에 맞게 하느냐 어쩌냐 보다 무조건적으로 우선은 똑같이 따라해얀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정착하면 우리네 식으로 조금씩 수정보완하면 된다. 아직은 선진국을 롤모델로 그대로 옮겨도 된다고 본다. 그들은 '예방 가능한 사망'을 이미 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단 이기주의, 개인 이기주의가 아닌 환자를 위한 시스템은 하루빨리 정착해야한다. 이 책을 읽고서 뼈저리게 깨닫는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국종이라는 의사를 잘 알지 못했다. TV를 잘 보지 않기에 그럴 수 있다. 여기저기서 이 책에 대한 말을 하는 걸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고심해서 낸 책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중증외상 치료에 대한 의료 현실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글이었다. 우리같은 일반인은 의료계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뉴스나 신문에서 전하는 단편적인 소식만 알 뿐이다. 뉴스에서 단편적으로 전하는 내용에 의료인들의 고충을 알 뿐이다.
이 책을 읽고 그가 나온 TV 프로그램이나 강연들을 살펴보았다.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랬지 그는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몇 년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군인들이 해적을 소탕하게 도와준 선장을 치료한 의사다. 그 과정에서 여러 발의 총탄을 맞았고 그를 구하러 간 의사팀에 이국종 교수가 속해있었다. 석해균 선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내에 그를 데리고 한국으로 와야했으나 여건이 도와주지 않았다. 그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을때의 환호성을 기억한다. 국민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석해균 선장이 살기를 바랐다. 석해균 선장을 살리러 떠난 의사가 이국종이었다. 그를 살린 의사도 이국종이었다. 의사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는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제 이국종이라는 인물이 다시 보였다. 언젠가부터 의료계에서 외과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라고 했다. 외과 중에서도 외상외과를 선택한 그가 펼치는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였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그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그는 쓴소리를 한다. 중증외상환자들은 소위 블루칼라들이 많다. 노동을 하는등 낙후된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있는 아는 사람들이 없다. 소위 지인을 이용해 큰 병원의 치료나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만약 대형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몇 군데의 병원을 떠돌다가 거리에서 사망을 하기도 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만약 대형병원들이 고개를 저을 때 인맥을 통해 수술을 받을 수 있는게 그들이다.
의사 이국종은 사람을 살리려는 거였다. 그가 속해있는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더라도 소방대원들과 의료팀과 함께 의료장비들을 챙겨 출동을 했고, 많은 이들을 살렸다. 그가 아끼는 의사 정경원이 1년에 집을 네 번 밖에 가지 않았을 정도로 의사와 간호사들은 힘겨운 싸움을 했다. 중증외상센터라는게 다쳐서 목숨이 위험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럼에도 다른 의사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예산을 삼각하고 외상외과 팀들을 사지로 몰았다.
저자는 두 권의 책속에 한국의 중증외상 치료에 대한 현실을 말했다. 그는 독일이나 영국의 외상외과를 공부한 후 한국에 그대로 접목시키고자 했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영국 같은 경우 아파트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의 동네에서 닥터헬기를 출동시켜도 누구하나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닥터 헬기를 출동시키면 소음 문제를 들고 나온다. 중증외상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헬기에 오른 의사들에게 연락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증외상치료에 애써왔던 군 또는 행정관서의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전보발령나고 퇴직하는 걸 안타까워 했다. 그 또한 외상외과의 일이 버겁다고 했다. 봉급을 받으니 일했을 뿐이라는. 어쩌면 사명감으로 일한다기 보다는 그저 직업인으로써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jtbc의 뉴스에 나온 모습을 보았다. 뉴스 진행자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질문했지만 이국종 교수는 웃지 않았다. 담담한 어투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중증외상 치료의 현실을 말했다. 그가 치료했던 석해균 선장이나 북한군 병사의 이야기가 잠깐의 이슈화가 되었다가 마치 거품이 꺼지듯 꺼지는게 안타깝다고 했다. 24시간 대기 상태로 있어야 하는 중증외상 치료 센터 직원들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중증외상 치료가 영국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다룰 전담 헬기 즉 닥터 헬기가 24시간 배치되길 바랐다. 그래야 중증외상 환자들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이유가 있다. 그가 살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는 사람을 살리고 싶은 것이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서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그럴 수 없다. 수술을 받고 싶어도 거절을 당할 뿐이다. 그는 그 사람들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책 말미에 그의 책에서 거론 되었던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했다. 어디에서 자랐고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들의 수고로움이 우리 소시민들을 살리는 거였다. 그들의 이름을 거론한 이국종 교수의 마음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