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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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리뷰 총점 9.5 (3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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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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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만의 오롯한 삶을 시작합니다. 평점10점 | n*****9 | 2020.03.01 리뷰제목
돌연한 일들에 지배를 받으며 버거운 일상이 야기하는 정신적 방황이 많았던 시절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짐을 꾸릴 때가 있었다. 불화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통해 무탈한 일상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익숙함을 단조로운 권태로 받아들이며 낯익은 공간 너머를 갈망하며 지냈
리뷰제목

   돌연한 일들에 지배를 받으며 버거운 일상이 야기하는 정신적 방황이 많았던 시절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짐을 꾸릴 때가 있었다. 불화하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보다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통해 무탈한 일상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익숙함을 단조로운 권태로 받아들이며 낯익은 공간 너머를 갈망하며 지냈다.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 어린 자녀 둘을 남편에게 떠맡기고 한 달 배낭여행을 인도로 떠난 일은 지금도 잘한 일로 여겨진다. 남은 식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친 나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길 위에 나섰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한 권에 빠져든다. 살던 집을 거주민들의 기호에 맞게 고쳐가며 마음까지 고쳐가는 일은 케케묵은 마음의 더께를 걷어내고 정갈함을 선물하는 일처럼 기분 좋게 한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이어진 지난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 내어 떠난 자유 여행으로 저자는 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타인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생활 속 고민을 틀어놓으며 동질감을 회복하고 가까워진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용기를 통해서 비로소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자신을 내려놓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행지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사람과 자신을 둘러싼 고민과 우울, 불행 등을 꺼내어 보이며 교유하였다. 주고받은 이 메일로 연락을 취해 친구처럼 만나다 연애를 한 둘은 같은 공간에 둥지를 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행하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강구하며 지낸다.

 

   시간 품을 팔고 발품을 팔면서 작은 규모의 퇴락한 주택을 사들이고 부부는 세입자로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집을 수리하는 대수선으로 부부가 원하는 집의 쓰임새를 찾아갔다. 집을 수리한다고 짐을 싸다 보면 버리지 못한 짐들이 많아 천덕꾸러기가 됨을 알아차린다. 짐을 보관하는 공간이 제 기능을 찾을 때까지 몇 년 동안 미련스레 이고 지고 왔던 것들을 놓아버렸다.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앉은 골목의 집들은 높아봐야 2층인 집들뿐이라 고층건물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하늘을 찾을 필요도 없이 넓은 하늘을 실컷 볼 수 있는 매력이 큰 곳이다. 들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의 결을 가꾸며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 부부라고 모든 것을 공유하며 밀착되어 지내기보다는 서로의 자율성을 인정하며 관심 있는 듯 무심한 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소통과 화합의 세계로 향하는 삶의 풍경이 보기 좋다.

 

   저자는 부부 싸움이 잦았던 가정의 딸로 자라며 회의와 우울감이 짙게 드리웠던 시절을 진솔하게 드러내며 습한 안개를 걷어내고 뽀송뽀송한 삶으로 치환하는 일에 적극성을 띠며 나다운 삶을 회복하는데 집중한다. 작은 집을 수리해 살면서 불편함이 생기면 다시 수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까지 고쳐가며 사는 저자는 너무 애쓰지 않으며 단정하고 조용한 자신을 지키고 싶은 바람이 커서이다. 빚을 갚기까지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직장 생활을 감내하였다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해 자기 나름대로 통제하는 자율적 삶을 유지하고 있다. 틈을 찾기 힘든 프리랜서 남편을 대신해 집안일을 주로 하며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전담사로 자리한 저자는 자 부엌을 6칸짜리 서랍 형태의 싱크대를 완성하였다. 안정적인 월급쟁이와는 다른 생활형이라 중고 제품을 활용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외주의 요청에 따라 들어오는 돈이 달라지니 지금부터 아껴 쓰는 생활은 몸에 배여야 한다. 부부가 서로 하는 일을 존중하며 예쁜 개 봄이와 셋이 살아가는 모습이 소박한 행복을 준다.

 

   돈을 안 들이고도 행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라도 비참해지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는 일에도 근육이 붙은 저자는 웬만한 것은 손수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며 절세 효과를 누리며 산다. 아름다운 봄날 봄이 화사한 빛으로 온 봄이와 세 차례 산책하며 마을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주인의 사랑은 생명체에 대한 사랑으로 비춰진다. 지난 시절 기억의 흔적들을 움켜쥐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 둘 놓아버림으로써 물리적인 짐을 덜어내며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일은 내 집에 깃들어 살면서 나답게 사는 이치에 담겨 있다. 나무와 함께 살면서 계절이 우리의 시간 속으로 들어서서 계절의 변화를 농밀하게 느끼게 하였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달라져가는 여름의 농도를 알아차리는 때는 지금을 오롯이 사는 현재형의 시간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4
종이책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r | 2020.02.23 리뷰제목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는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으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집을 지어보는 일은, 집을 지어보겠다는 결심은, 그러니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겠다는 다짐 같은 거였다. (p.32) 이 책의 표지를 정할 때부터 독자의 의견을 물었다. 내 의견은 독자 중 하나의 의견이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정한 표지가 실제 책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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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는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으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수첩에 꾹꾹 눌러 적었다. 집을 지어보는 일은, 집을 지어보겠다는 결심은, 그러니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겠다는 다짐 같은 거였다. (p.32)





이 책의 표지를 정할 때부터 독자의 의견을 물었다. 내 의견은 독자 중 하나의 의견이었을 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정한 표지가 실제 책이 되고, 그 책이 우리 집까지 배송이 왔을 때의 기분이란. 그래서일까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손으로 마룻바닥을 닦고, 비질을 한 우리 집을 쓸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처음 내 집을 마련하던 날을 기억한다. 좋은 집이든 아니든, 들뜬 기분으로 청소를 하고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던 기억.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집에 들어섰을 때의 안도감에서 그 행복의 아련함을 여전히 만져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남이 지어놓은 집을 사고 그 집을 채우는 과정도 어마어마한데, 스스로 집을 짓거나 꾸리는 일은 얼마나 힘들고 복잡한 여정인지, 또 그 과정을 통해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변해갔는지를 느끼며 나도 모르게 묘한 안도감과 편안해짐을 느꼈다. 몇 달간 내가 버릇처럼 말했던 게 있다. 휴직계를 내고 어디로든 딱 며칠만 떠나고 싶다고.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는지, 쉼표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전환이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육체에 필요한 것인지 정신에 필요한 것인지도.


-       취미의 정의는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이라고 한다. 지금에서야 나는 제대로 책 읽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글을 보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일 외에 글을 보는 게 싫었는데, 이젠 일을 마치고 일과는 별개로 책을 읽는다.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겨 무척 즐겁게, 푹 빠져서. (p.92)


-       어쩌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여 가뿐한 일을 무겁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청소에 힘을 쏟는 편도 아니고, 완벽을 기하는 편도 아니다. 그저 청소기를 돌려 바닥 먼지를 빨아들이고, 밀대로 걸레질을 하고, 손 걸레로 가구 위를 닦는 식이니까. (p.132)


-       잠에 깨어 뒤척이던 어느 새벽, 우리 지붕 위에서 우는 듯 너무도 가까이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커튼을 걷었다가 달을 만나게 되었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환한 빛이 길가 가로등 불빛이 아니라 달빛이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p.176)








. 사전적인 의미로는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서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혹은사람이나 동물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 수효를 세는 단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집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내가 쉬는 곳. 내 가족이 쉬는 곳. 몸의, 마음의 비를 피하는 곳 등등.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저자는 이제야 진정한 의미의 집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진짜 마음까지 쉴 수 있는 곳. 진짜 위안이 되고, 쉼이 되는 곳. 종종 살면서 또다시 집조차 위안이 되지 않는 날은 몇 번이고 다시 올 테다. 하지만 그런 날, 다시 일어날 힘을, 다시 괜찮아질 힘을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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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에세이 평점10점 | s*****a | 2020.02.19 리뷰제목
집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습관처럼 먼지를 털어내고, 때로는 정리에 몰입하며 개운한 느낌이 들지만,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내 잊어버리고 다른 데에 몰입한다. 집은 나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소중함을 알지만 중요도에서는 밀리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아, 이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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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습관처럼 먼지를 털어내고, 때로는 정리에 몰입하며 개운한 느낌이 들지만,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내 잊어버리고 다른 데에 몰입한다. 집은 나에게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소중함을 알지만 중요도에서는 밀리는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아, 이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친다'는 것 말이다. 집은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많은 공간임에도 거기에 대한 사색이 부족했다고 인식하며 이 책을 읽어본다. 저자의 감성을 빌려 이 책《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를 읽으며 집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정재은. 마흔 넘어 운명처럼 만난 작은 집 덕분에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집을 통해 나를 알게 되고, 내 삶이 담긴 집을 누리며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또 필요하다. 대부분 집을 습관처럼 쓸고 닦고,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꾸미긴 해도, 그 안에 담긴 나를 찾아보거나 바라본 적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닫아놓은 방에 있는 외면하고 싶은 과거와 한껏 꾸며놓은 공간에 놓인 욕망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의 공간에서 같이 살고 있는 '과거와 미래의 수많은 나'를 만나는 건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된다. 뭔가 거창하게 말한 것 같지만, 여행이나 달리기, 혹은 대단한 도전 같은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집'을 통해 삶이 달라지는 일이, 나다운 삶을 찾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 그래서 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이 글이 집에 담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집에 '지금의 삶'을 담는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집을 통해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났다'를 시작으로, 1부 '살고 싶은 집을 만났습니다', 2부 '집을 통해 나를 알아갑니다', 3부 '집에 내 삶을 담아갑니다', 4부 '집에서 세상 박을 여행합니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버거워하지 않고, 평온한 삶'으로 마무리 된다. 집을 짓는 일 나를 들여다보는 일,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일, 내 방 보상심리의 덫, 도저히 버릴 수 없을 것 같았던 것들과의 이별, 책과 서재 뒤에 숨은 허영, 알맞다는 것의 의미, 내게 취향이란, 힘들이지 않고 집안일하는 법, 집 덕분에 생긴 능력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남 얘기가 아닌 듯 다가왔다. 비슷한 성향이라고 할까. 서재에 대한 생각, 옛날 물건들에 대한 생각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마음을 정리해본다. 얼마 전에 아직 예전 물건은 정리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바꿔본다. 부족한 것, 갖고 싶은 물건 등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며 소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불편하지 않음에도 부족하다 느끼는 건 마음이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배고프지 않지만 공복을 느끼는 뇌처럼 말이다. 그 공복을 이기지 못하고, 또는 혀에서만 좋은 순간의 행복이 그리워 먹은 야식들은 결국 해롭다. 몸에건 삶에건 군살을 찌우는 건 좋지 않다. 몸에 찌는 군살은 왠지 내 소관이 아닌 듯하니, 부디 삶에 찌는 군살만큼이라도 잘 관리해야겠다. (101쪽)

이 책은 집어 들자마자 읽어나갔다. 안그래도 먼지 털고 쓸고 닦고 청결을 유지하는 방법을 넘어서서 내 주도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집 안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차였기에 더욱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얼핏 든 생각에 힘을 얹어주는 주제의 책을 만났을 때 독서에 속도가 붙는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내 미래를 만들어낼 것이니,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말이 더욱 마음에 남는다. 나에게도 반짝이는 가르침이 된다. 한 수 배우는 느낌이다.

《쓸모인류》의 주인공 빈센트 씨는 정리 정돈을 "머무는 공간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이라 말한다. 정리 정돈을 잘하기 위해서는 노하우보다는 의무적으로 실천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꾸준히 해서 몸에 배면 결국 삶의 기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쓸모는 결국 오래된 삶의 습관에서 나온다"는 말이, 내게 반짝이는 가르침이 되었다. (134쪽)


곧 다가오는 봄에는 더욱 좋은 기운이 내게 왔으면 하는 바람을 더해 이 책을 읽어나갔다. 집도, 물건도, 내 마음도, 모두 내가 감당할 만큼 덜어내고 보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느낌 좋은 에세이를 만나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하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1
종이책 '지금 이곳'을 열심히 누리는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0.08.04 리뷰제목
알맞게만 있으면 된다.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알맞음의 기준이지 않을까.물건이든, 공간이든, 관계든, 일이든, 전부 말이다. (101페이지)부동산이나 집에 관해 잘 모르는 나도, 요즘 이슈가 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피부로 와 닿는 현실이라는 것을 느껴서일까. 적당히 때가 되면 이사를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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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게만 있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알맞음의 기준이지 않을까.

물건이든, 공간이든, 관계든, 일이든, 전부 말이다. (101페이지)


부동산이나 집에 관해 잘 모르는 나도, 요즘 이슈가 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피부로 와 닿는 현실이라는 것을 느껴서일까. 적당히 때가 되면 이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느긋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이사가 현실이 되고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겪은 일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험난하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어쨌든 대한민국에 살면서 집에 관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전세든 월세든, 내 집을 갖고 있든 아니든. 그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 역시 세입자로 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온 허름하고 작은 집 한 채를 눈앞에 두고 내 것으로 점찍는다. 일단 매입하고, 이곳을 새롭게 탈바꿈시켜야겠다는 다짐으로 계약한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만 내 집이라는 안도를 더 품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도 있겠지, 집에 관한 로망 같은 거.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나만의 집을 갖고 싶을 테고, 온전히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고민도 이어지겠지. 그동안 상상해온 어떤 공간에 색을 입히는 일이 신나는 모험 같을 것이다. 주방은 이렇게, 침실은 저렇게, 서재도 하나 만들고 싶고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원이 있는 곳에서 나무의 푸름을 느끼면서 사는 건 어떨까. 온갖 생각과 상상으로 채웠던 머릿속은 이제 현실에 적용해서 실현하기만 하면 된다. 자, 스타트!


어떤가? 상상만큼, 그동안 그려왔던 것만큼 현실 속 공간에 잘 그려지고 있는가? 저자도, 나도 그랬다. 생각하는 것을 어설픈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작업자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하지만 나름 전문가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내 생각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었다. 왜? 뭐든 안 된단다. 그렇게는 안 된다고, 그럼 이런저런 단점들이 있다면서 자기들의 방식을 강요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우길 수가 없었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 소리와 욕이 거슬렸다. 차마 정면에 대고 하는 말은 아닐지라도, 그게 나 때문에 나오는 거친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최대한으로 반영하고 싶은 바람은 멈출 수가 없다. 저자에게도 그런 바람이 있었기에 직접 구상하고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전세를 전전하다 서울 땅에 내 집을 지을 곳을 마련했다는 기적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낡고 허름한, 10평 남짓한 곳에 만들어갈 보금자리가 얼마나 귀했을까. 그러니 더는 허투루 아무렇게나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그들이 처음 소유한 등기권리증을 확인한 공간이었으니...


이 책은 그렇게 저자가 만들어가는 집의 구석구석을 비추면서, 동시에 저자가 잊고 지냈거나 지나가 버린 마음을 다시 돌보는 계기가 된 순간을 들려준다. 아니, 순간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적어가고 있었다는 게 맞겠다. 열두 평의 작은 집에 마주한 고요와 행복이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 놀라움과 이상한 위로 같은 감정이 저절로 보인다. 아마 저자도 처음 경험한, 내 손으로 하나하나 알아보고 꿰어 맞춰가는 집이 그동안 지내왔던 공간과 사뭇 다른 느낌일 테다. 높은 빌딩과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한 빌라 건물이 아니라 나무와 길이 있는 동네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이 낡은 집을 어떻게 변신시켜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여러 가지 여건상 새로 짓는 것보다 대대적인 수리를 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려나간다. 그 작은 집에 자리해야 할 공간들의 용도와 그 공간의 모양새를 머릿속에서 조금씩 꺼낸다.


얼핏 보면 그냥 공간의 이동을 위한 수리 과정을 적은 것 같지만, 그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져가고 있는지 보면서 따라오는 여러 가지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온갖 아이디어가 출동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면 아쉬워하면서 계획을 수정한다. 처음 갖는 내 집에 들뜬 마음은 그동안 봐왔던 많은 인테리어를 다 꺼내게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의 집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이 과연 내가 원하는 집인가 하는 의문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던 거다. 거실에 책장을 만들고 한 번 이상 읽지 않은 책들을 꽂아두며 만족스러워했던 것이, 생각해보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집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나 하는 깨달음 같은 거. 무언가 잔뜩 채워 넣고 보기 예쁜 것들이 가득한 곳이 그들이 원한 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너무도 원했던 내 집이 안락함으로 채워지기 위해 어때야 하는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반복하면서 점점 그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집을 보니 뿌듯하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기도 했지만, 그들이 스스로 만들고 변화하는 집 안 구석구석을 보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그냥 집이 아니다. 새로 산 물건 하나쯤 보면서 즐기는 게 아니다. 어렵게 마련한 공간에서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곤 한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으로 채우고 싶은지 묻고 대답하고 수정하고 부딪혀 나간다. 그러는 과정에 지나온 시간이 저절로 함께한다. 그동안 살아온 모습에 현재를 같이 본다. 버릴 수 없어서 차곡차곡 쟁여온 물건들을 정리하는 법을 배운다. 좁기도 하지만 가격 때문에라도 선택한 중고 물품들이 그들의 집에 자리 잡는다. 마냥 어려울 것 같았던 목공이나 싱크대 작업도 스스로 할 줄 알게 된다. (나도 여기서 처음 알았는데, 싱크대는 정확한 치수만 재어서 온라인으로 의뢰하면 배송이 된다네?) 내 손 하나하나 거치면서 만들어진 집이 그냥 돈만 주고 사서 들어온 집과 같지 않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더 애틋할 수밖에. 내가 직접 고르고 만들고 붙여가는 재미가 삶에 한층 더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오래된 시골의 주택에 살다 보니 불편한 게 너무 많다. 낡아지는 것들을 보수하는 일과 필요한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더는 고쳐도 나아지지 않는 것들에 한계를 느낀다. 방법은 두 가지. 이사를 하거나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하게 되면 꼭 아파트로 가야겠다던 마음은 최근의 경험으로 점점 희미해진다. 아파트든 주택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취향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어느 쪽으로도 완벽한 만족은 없겠지.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계속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내 손과 마음이 닿아있는 곳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고 행복한 공간이 될 것 같다고. 집을 알아가고 고치면서 배워가는 게 늘었다.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적인 공간이 되는지, 덜 가지면서 만족할 수 있는지 알아간다. 어쩌면 이제껏 집안에 가득 채우고 버릴 수 없다며 움켜쥐고 있던 것들은 집안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불안하고 우울했던, 결핍으로 채워지지 못한 마음을 대신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어느 날 저자가 하나둘 저장하는 방식을 바꾸고 버리면서 느꼈을 그 후련함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작은 집에서 마주한 고요와 행복이 무엇인지 눈앞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몇십 년 동안 쌓아온 방대한 이상형의 조건은, 결국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중략)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 그저 '너무 애쓰지 않고 자신에게 만족하며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삶이 최고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90페이지)


모든 일이 그랬듯 '집' 혹은 내 삶을 담기에 알맞은 '공간'에 대해 알아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60페이지)


지나간 것들은 온전히 버리고 새롭게 살아가는 일에 마음을 담아본다. 저자에게 집을 고치는 일은 단순히 생활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고치고 변화하는 집을 보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새롭고 낯선 감정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설레는지 다시 알게 되었을 거다. 그동안 고치지 못하고 담아둔 마음까지 고치는 시간에, 나와 맞지 않은 삶의 불편함을 버리는 일도 가능해졌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일, 내 삶의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는 일, 삶의 태도와 시선을 보는 계기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작지만 불편하지 않은,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그렇게 인생이 채워져 가는 공간에서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아파트 노래를 부르다가 다시 주택 노래를 부르게 되는 내 마음이 저자의 공간에 계속 머물고 있다. 단지 공간만의 이유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욱 마음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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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집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7 | 2020.03.07 리뷰제목
방이 엉망이면 부쩍 언짢아지던 시기에 이 책 제목을 봤다. <집을 고치며 마음을 고칩니다>라니. 정말 내 마음이 그렇다는 생각에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계속 집에 꽂혀 있기도 하고.)무기력하고 우울할 때. 저자는 본인을 데리고 먼 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의 삶이 달라진 것은 정작 일상이 고스란히 있는 '집'에서였다. 그녀의 집은 없기도 하다가 생기기도 하
리뷰제목
방이 엉망이면 부쩍 언짢아지던 시기에 이 책 제목을 봤다. <집을 고치며 마음을 고칩니다>라니. 정말 내 마음이 그렇다는 생각에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요즘 계속 집에 꽂혀 있기도 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할 때. 저자는 본인을 데리고 먼 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의 삶이 달라진 것은 정작 일상이 고스란히 있는 '집'에서였다. 그녀의 집은 없기도 하다가 생기기도 하다가 형태를 덜어내며 새로 짓기도 하다가 다시 고쳐지기도 했다. 무언가를 덧대고 덜어내고 수리하는 과정.... 여기에는 집만 있는 게 아니다. 짓는 이의 약함, 과시욕, 콤플렉스 등 마음과 생각도 오롯이 담긴다. 특이하고 개성있는 집을 구상한 저자의 마음에 다른 사람들 눈에 자신의 집이 얼마나 돋보일지, 개성있음을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자신을 깨닫고 집을 정말 본인에게 맞도록 고쳐나갈 때, 저자에게는 마음의 치유도 함께 찾아왔다. 이 책은 그 과정과 그 이후 집에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저자는 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쳤다는데,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곧 이사가게 될 집을 어떻게 고칠지만 잔뜩 떠올렸다. 저자의 집 대문이 빨간색이라는 대목에서는 이사갈 집 대문 색을 떠올리며 이걸 어떻게 내가 원하는 식으로 바꾸지? 고민했고, 새벽 세 시에 달을 바라보는 대목에서는 큰방 창가에 달이 보일 테니 그 옆에 안락의자를 둘까? 고민했다.

나에게는 아직 집을 보며 나를 돌아볼 마음 자락은 없는 것 같지만, 이 책에 나오는 집과 저자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평화로워서 좋았다. 집을 좋아하고 집에 있는 시간, 동네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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