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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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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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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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유쾌하고 재미있는 그녀의 술 인생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22.07.02 리뷰제목
코로나팬더믹 영향도 있고 주량도 예전만 못해서 요즘은 술자리를 잘 갖지 않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한 때는 자주 술자리를 갖곤 했다. 술과 함께 긴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자신의 술 역사를 책 한 권에 써도 모자란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술자리의 안주로 끝나고 마는데, 이러한 주당들의 생각을 실제로 책으로 담아낸 작가가 있으니 <아무튼, 술>의 김혼비
리뷰제목


 

 코로나팬더믹 영향도 있고 주량도 예전만 못해서 요즘은 술자리를 잘 갖지 않지만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한 때는 자주 술자리를 갖곤 했다. 술과 함께 긴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자신의 술 역사를 책 한 권에 써도 모자란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술자리의 안주로 끝나고 마는데, 이러한 주당들의 생각을 실제로 책으로 담아낸 작가가 있으니 <아무튼, 술>의 김혼비 작가다.

 

 블로그 이웃님인 흙속에저바람속에님이 꾸준히 읽고 계시는 아무튼 시리즈의 20번째로 출간한 <아무튼, 술>은 '전국축제자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에서 유쾌한 글솜씨를 뽐내었던 김혼비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엮은 에세이다.
 

 지금은 미성년자 술 판매를 엄격히 단속하고 있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해도 수능 100일 전 100일주를 마셔야 시험을 잘 본다는 미신 때문에 100일주를 마시는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당시 마음씨 착한 술집 사장님들은 어설픈 어른 행동에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기도 했는데 김혼비 작가 또한 인생 첫 술로 친구들과 100일주를 마신 웃픈 추억을 책에 담아내고 있다. 미리 알아낸 소주방에 친구들과 최대한 어른스럽게 차려입고(언니 옷이나 엄마 옷을 입고) 수능 100일주를 마신 날 거하게 취한 저자는 친구와 싸우게 되는데...

 

"사실 나는...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사실 나는..."

".....?"

"배추야."

 

 사람이냐 배추냐 옥신각신 친구들과 언성이 높아지다가 평소 얌전하던 친구 원이가 증거를 대라며 따지기 시작하자 저자의 왈(曰)~

 

 "나 이제 더 추워지면 곧 김치 돼. 김치가 된다고. 너 수능 만점 맞을 때 난 이미 김치일걸?"

 

 물론 저자는 술자리에서 있었던 친구와의 싸움을 전혀 기억 못하고 다음날 힘든 몸을 이끌고 간신히 지각을 면하며 도착한 학교에서 술자리에 동석했던 친구들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이후 저자의 별명은 "배추"가 되었다.

 이렇게 첫 술의 아픈 기억을 가진 김혼비 작가가 이후로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면 우리는 '술'을 주제로 한 이렇게 재미있는 에세이를 만날 수 없었겠지만, 다행히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도 수능 80일 전 '80일간의 세계일주(酒)'를 제안할 정도로 저자는 성년이 된 후 무수히 많은 술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보통 주당들은 빈 속에 쓰린 소주 첫 잔을 들이키는 것을 좋아하는데, 저자는 소주 한 병을 따서 첫 잔을 따를 때의 '똘똘똘똘똘' 소리를 좋아한다고 한다(역시 김혼비 작가는 술꾼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소주 두 병을 시켜서 아름다운 소주 오르골 소리를 듣기 위해 첫 잔을 따른 후 줄어든 술 한 병을 다시 채운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난 후 후유증(?)이라면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소주 따르는 소리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아직 김혼비 작가처럼 소주 첫 잔 따를 때 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못 하지만 이제는 술자리에서 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밖에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최고의 술친구가 인연이 되어 평생의 배필(전국축제자랑의 공동저자)이 된 이야기, 주사의 경계에서 행하는 버릇(나는 예전에 거하게 취하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집 앞 분식집을 꼭 들렸다), 요가를 하러갈까 술을 마시러 갈까의 고민(나는 예전에 헬스장을 다닐 때 헬스를 끝마친 후 헬스 동기와 술을 마셨다), 술꾼 저자도 무서운 술 와인 이야기(나는 가볍게 와인 한 잔 하려다가 그만 와인을 다 마셔버려 하루종일 빈 와인병에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기분을 여러 번 경험했다),  혼술했던 여러 장면들(나는 혼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임이 없으면 술을 안 마신다) 등 저자 김혼비 작가의 파란만장한 술 인생과 술을 대하는 자세 등을 만나게 된다.

 

 아무튼, 술>은 저자 김혼비가 주종별 접근에서 다양한 방법론까지 자신이 직접 마시며 경험한 술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낸 에세이로, 친구들과 호기롭게 술집에 들어갔다가 불안해하며 제대로 술도 못 마시고 나왔던 고등학교 시절, 마신 술보다 잔디밭에 버린 술이 더 많았던 대학 시절, 전날 숙취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다가 퇴근할 때쯤 다시 술 생각이 났던 젊은 날 직장 시절 등 나의 술 인생을 추억하며 공감할 수 있었던 즐거운 독서였다. 7월 한 달은 최대한 술자리를 만들지 말자고 다짐 했는데 어제 오랫만에 고등학교 단짝이었던 친구가 연락이 와서 오늘 저녁에 술약속을 잡아 버렸다.

 지금 술을 대하는 나의 마음을 책 속 한 문장으로 대신하며 리뷰를 마무리 한다.

 

 앞으로도 퇴근길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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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저자의 술에 대한 편력을 접하다! 평점6점 | YES마니아 : 로얄 i*****n | 2021.02.13 리뷰제목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친구들과 어울려 주량을 자랑하듯 내세우며 술을 마시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도 술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며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자 역시 이런 부제를 내걸 정도로 애주가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저자의 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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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친구들과 어울려 주량을 자랑하듯 내세우며 술을 마시던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도 술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며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자 역시 이런 부제를 내걸 정도로 애주가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저자의 술에 관한 다양한 경력을 소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술을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됐고, 이 책을 쓰게 돼서 기쁘다라고 책을 저술한 느낌을 정리할 수 있다고 한다. 굳이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질없는 노릇이겠지만, 만약 내가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저자는 자신이 마신 첫 술이 수능 백일을 앞두고 친구들과 마신 수능 백일주였다고 한다. 까마득한 학력고사 세대인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간혹 대학생들에게 그러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찌됐든 첫 술에 잔뜩 취한 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다시는 술을 마시나 봐라는 다짐을 하게 되지만, 결국 그 경험이 저자를 이른바 주당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양한 술에 대한 기억은 애주가들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라고 할 것이다. 각자의 상황과 경험들을 대치한다면, 그야말로 각자의 술에 대한 찬란한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술에 대한 편력을 한꺼번에 정리하여 소개할 수 있는 저자의 능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즐기던 대학 시절 누군가 술을 살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술을 마시고 테이블 한 쪽에 우리가 마셨던 술병들을 나열하며 스스로 만족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아마도 저자는 소주 오르골소리를 듣는 것에서 그러한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다. 소주병을 따서 첫잔을 따를 때 들리는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소리를 일컬어 저자는 소주 오르골이라고 표현한다. 그 소리를듣기 위해 아직 다 마시지도 않은 소주를 두고 새 병을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우연히 마신 와인에 빠져 점점 고급 와인을 찾으면서 경제적 압박을 받았던 경험, 그리고 마침내 혼술의 경지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이 저자의 개성적인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나 역시 최근 코로나시대를 맞아 지인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보다 혼술을 하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혼술이 알콜 중독의 전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언제든지 술잔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혼술의 매력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술은 언제나 1차에서 끝난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음주에 대한 기억과 역사를 되짚어보게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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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류(酒類) 작가를 꿈꾸는 작가의 술책(冊) 평점8점 | y*****2 | 2022.09.18 리뷰제목
2017년에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등 세 출판사가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교집합을 두고 다양한 주제의 글을 출판하는 공동기획으로 <아무튼, OOO>이라 연작을 출판하기로 하였답니다. 이 연작은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2017년 9월 <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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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등 세 출판사가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교집합을 두고 다양한 주제의 글을 출판하는 공동기획으로 아무튼, OOO>이라 연작을 출판하기로 하였답니다. 이 연작은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20179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2022751번째 책으로 아무튼, 서핑에 이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세 출판사가 순서대로 책을 내놓다가 언젠가부터는 원고가 준비 되는대로 책을 내놓게 된 것 같습니다.

 

피트니스가 첫 번째 주제였고,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잡지, 계속, 스웨터, 택시 등으로 이어지는 연작은 주제의 다양성이나 기상천외함에 놀라게 됩니다. <아무튼, OOO>의 연작 가운데 처음 읽어본 책은 37번째 기획으로 아무튼, 뜨개였습니다. 그 책을 읽고 저도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어 원고쓰기에 착수를 했습니다만, 해를 넘기도록 절반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시간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착상은 아무튼, 뜨개였습니다만, 막상 원고를 쓰면서 어쩌다, OO>으로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이참에 찾아보니 언제나북스라는 출판사에서 20215월에 어쩌다, 승무원으로 어쩌다, OO> 연작을 시작했는데, 20223월에서야 어쩌다, 혼자여행이 나온 것을 보면 기획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무튼, 은 그 20번째 책으로 20195월에 나왔습니다. 저 역시 술과 엮인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그 사연을 적어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선수를 빼앗겼다 싶은 실망감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책을 쓴 김혼비 작가는 책, , 축구 등이 인생의 삼원색이라고 합니다. 전작의 편집자와 술을 마시던 중에 생각하고 있는 주제를 논하다가 비주류하다는 평가를 받고서 주류(酒類)작가가 되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여년을 꾸준하게 사랑했던 술에 관힌 이야기를 써보려 하니, 술을 주제로 한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역시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중에 술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술과 얽힌 나만의 이야기를, 술과 함께 익어간 인생의 어느 부분에 관한 책을 써보기로 한 것입니다. 술책(術策)이 아니라 술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저자의 말로는 술을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됐고, 이 책을쓰게 돼서 기쁘다라는 한 문장이면 될 것을, 말이 길어졌다라고 하였습니다만, 술에 관한 이야기로 한권의 책을 완성하였으니 술과 함께 한 인생이 참 다양하다 싶었고, ‘나도?’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차례를 보면, ‘첫술은 술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술을 처음 마시던 날의 추억거리입니다. 저보다는 연배가 많지 않은 탓인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술을 취하도록 마셔보았다고 합니다. 소위 백일주라는 행사(?)였다고 합니다. 저 역시 술을 마셔온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만, 제사가 끝나고 음복하거나, 어머님의 술자리에서 한 잔 얻어 마시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인 술자리에서 참석했던 것은 재수할 때도 아니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 동아리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술꾼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버릇, 소위 주사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서운 술로 정의한 와인과의 만남을 비롯하여 혼술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혼술을 집혼술과 밖혼술로 나눈 것도 기발한 착상입니다. 작가는 밖혼술을 주로 전문 술집 혹은 식당에서 했다고 하는데, 제 경우는 주로 포장마차에서의 혼술이 많았고 집에서 혼자 마시던 적도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혼술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경고에 공감하는 이유는 때로 주량을 넘어선 경험 때문입니다.

 

술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적은 책이라서 공감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특이하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술꾼 치고 구절양장 돌아가는 사연이 넘치기 마련입니다만, 이렇게 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저 역시 한번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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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녀의 글에 취하다_046 (아무튼 술) 평점8점 | w*****y | 2022.09.11 리뷰제목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잘한 마트료시카들의 준엄한 도열 사이로 이런 나도 주류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떠올랐다. 주(酒)류 작가가 되는 것이다..(중략)..술책을 쓰는 술책을 쓰자. p.6   아니, 이런 언어 유희라니, 주류(主流)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술(酒)책을 쓰는 기발한 술책(術策)으로 ‘주(酒)류 작가’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저자는 이렇게 <아무튼 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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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잘한 마트료시카들의 준엄한 도열 사이로 이런 나도 주류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떠올랐다. ()류 작가가 되는 것이다..(중략)..술책을 쓰는 술책을 쓰자. p.6

 

아니, 이런 언어 유희라니, 주류(主流)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을 쓰는 기발한 술책(術策)으로 ()류 작가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저자는 이렇게 아무튼 술이라는 주책(酒冊)을 풀어놓았다.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나만의 아무튼이라는 주제로 저마다 짧은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당시 아무튼 술이라는 책이 이미 발간되었음에 아쉬워하고 심지어 억울해하던 (“나는 정말 쓸 이야기가 많단 말이야!”) 친구들을 보며 아니 이야기로 할 말이 그렇게나 많다고? 갸우뚱했더랬다.

 

일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각은 쓰다인데다 (물론 드물게 달달한 와인을 홀짝이기도 하지만) ‘과 얽힌 기억들은 대부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흑역사와 함께 심한 두통을 선사하곤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제껏 내가 마신 술들을 꼽아보면 절반 이상, 아니 절반이 무언가 3분의 2를 넘어서는 시간들이 업무와 관련된 것임을 떠올려 보면, 정신력으로 버텨낸 (덕분에 회사에서는 나름 주당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 기억들에 내 자신을 토닥이고 싶어진다.

 

   술이라면 내가 20년 동안 그 무엇보다도 가장 꾸준하고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해온 게 아닌가. 반평생에 걸쳐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 가장 많이 몸 속으로 쏟아부은 것도 술이었다. p.6

 

그런 술을 꾸준하고 성실하고 게다가 열정적으로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저자의 고백이 내게 와닿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사람을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하긴 그런 이유로 술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술자리를 기웃거리거나 안주를 축내며 앉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것일테다.

 

   술은 나를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딴청 피우지 않게, 별것 아닌 척하지 않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채로 받아들이고 들이밀 수 있게. p.7

 

수능 100일 전의 백일주로 시작된 이 책에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술 (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에 진심인 (단순히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저자의 마음이 느껴져 이쯤 되면 나도 한잔 마시면서 책을 읽어야 하나, 조금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술에는 맛도 있고 향도 있지만 소리도 있다. 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술이 내는 소리까지도 사랑한다. 캐럴라인 냅이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에서 와인 병에서 코르크가 뽑히는 소리, 술을 따를 때 찰랑거리는 소리, 유리잔 속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를 사랑한다고 말한 것처럼. p.15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나는 소리. 똘똘똘똘과 꼴꼴꼴꼴 사이 어디쯤에 있는, 초미니 서브 우퍼로 약간의 울림을 더한 것 같은 이 청아한 소리는 들을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진다. p.15

 

아니, 술을 따르는 그 순간의 소리를 이렇게나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니, 술이 내는(?) 소리까지 사랑한다는 저자의 술 사랑에는 그저 감탄할 뿐이다.

 

물론 술 이야기에서 주사를 빼놓을 수도 없는 법이어서, 백일주를 마시고 자신이 인간이 아님을 고백한 이야기(과연 저자는 자신을 무엇이라 이야기 했을까요 )라든가, 술 마시고 사온 약과를 약이니까 약통에 넣어두었다는 이야기, 노래방 리모컨의 새로운 활용법에서는 나도 모르게 낄낄 거리며 웃음을 토해내고 말았다(자세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책에서 직접 만나보시기를 바라며).

 

   자, 이제 술 마시러 나가야겠다! p.69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까지 이라는 주제가 책 한권을 제대로 관통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김혼비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중독성 있는 글을 만나고 나니 다시 한번 저자의 글을 만나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아무튼 술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살짝 알딸딸하게 그녀의 글에 취한 듯 싶다.

 

 

*기억에 남는 문장

나는 어려서부터 힘내라는 말을 싫어했다. 힘내라는 말은 대개 도저히 힘을 낼 수도, 낼 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다정하지만 너무 느지막하거나 무심해서 잔인하게 건네지곤 했고, 나를 힘없게 만드는 주범인 바로 그 사람이 건넬 때도 많았다..(중략)..힘내. 힘들겠지만 어쨌든 알아서, 힘내. 세상헤 힘내라는 말처럼 힘없는 말이 또 있을까. p.25

 

엷은 취기가 몸 전체에 번지는 동안 하늘과 바다 위로 밤이 찾아왔다. 바다는 검은 유약을 바른 도기처럼 빛났고, 하늘은 누군가 허공으로 내던진 목걸이가 구름에 부딪히며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 보석 알 같은 별들로 빛났다. p.28

 

써 온 글에, 타인의 글을 읽어내는 방식에, 자주 쓰는 표현에, 좋아하는 문장에, 사람들의 성향과 성격이 지문처럼 묻어났다. p.32

 

공간 전체에 거대한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예어낸 것 같은 방이었다. 군데군데 벗겨지고 빛바랜 색깔들이 가득한 방. 유일하게 스카치테이프를 피한 곳은 책장이었다. p.34

 

문을 닫으면 저편 어딘가의 다른 문이 항상 열린다. 완전히 닫는다는 인생에 잘 없다. p.36

 

삶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지만 하지 않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니까. 가지 않은 미래가 모여 만들어진 현재가 나는 마음에 드니까. p.36

 

가급적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편리한 말인지. ‘하지 말라는 말을 꾸며주는 척 하지만 슬그머니 해도 된다의 편도 들어주니 말이다. p.38

 

혹시 나처럼 현실적인 여건이 여의치 않고 통이 크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어떤 세계를 피워보지도 못하고 축소해버리고 마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것만큼은 꼭 말해주고 싶다. 살면서 그런 축소와 확장의 갈림길에 몇 번이고 놓이다 보니, 축소가 꼭 확장의 반대말만은 아닌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되었다. 때로는 한 세계의 축소가 다른 세계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축소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확장이 돌발적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축소해야 할 세계와 대비를 이뤄 확장해야 할 세계가 더 또렷이 보이기도 한다. pp.53-54

 

그러니 작은 통 속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이여,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다면 때로는 나의 세계를 좀 줄이는 것도 괜찮다. 축소해도 괜찮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르니까. 빛내서 하는 여행이 모두에게 다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p.54

 

그렇게 시원소주 한 병 반과 냉채족발 소짜 한 접시를 말끔히 비우고 일어서며 안 먹고 갔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사람들 때문에 언제 또 마주칠지 모를 냉채족발과 반주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도 생각했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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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무튼, 술』 오늘의 술, 어제의 술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2.09.04 리뷰제목
술을 잘 마시기보다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 가깝다. 안주가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술을 마셨고, 가족들끼리 모이면 술상을 차렸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서너 번을 술을 마시고 있더라. 신랑에게 말하길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말고 주말에만 마시는 건 어떠냐고 했었다. 그러자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다가 최근에는 거의 지키고 있다. 일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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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잘 마시기보다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 가깝다. 안주가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 술을 마셨고, 가족들끼리 모이면 술상을 차렸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서너 번을 술을 마시고 있더라. 신랑에게 말하길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말고 주말에만 마시는 건 어떠냐고 했었다. 그러자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다가 최근에는 거의 지키고 있다. 일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은 술 마시는 날이다. 소맥에서 시작해 소주나 정종, 와인, 꼬냑 등 가리지 않고 마시는데 최근에는 소맥과 소주에 집중하는 편이다. 술과 함께 사람들과의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조금은 술을 취해도 괜찮을 좋은 사람들과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술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소재다. 아무튼, 의 부제로 나온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문장도 좋다. 술꾼들만 아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최근 여동생 가족과 통영 여행 중 바닷가 근처 횟집에서 술을 마실 때다. 평소 잘 마시지 않던 제부가 술을 채운 잔을 옆으로 돌려 마시고 다시 되돌리는 장면이 재미있어 영상으로 남긴 적이 있다. 낄낄거리며 웃는 분위기에 술이 술술 들어갔다. 술은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데, 김혼비 작가가 마시고 있는 옆 테이블에서 지켜보거나 함께 마셔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행위와 술 마시는 행위 사이의 이 미묘한 균형. 규칙과 욕망 사이의 이 미묘한 균형. 한없이 느려지는 걸음으로 느적느적 걸으면서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고, 팩 소주를 이야기하고, 술을 마시고, 웃음을 터뜨리다가 터뜨리다가, 또 터뜨렸다네. (99페이지)

 

술 예찬론이 따로 없다. 걷술을 해본 적이 있던가. 캔맥주를 들고 마시면서 걸어가 본 적은 있는 거 같다. 가족들과 함께였기에 타인의 시선도 개의치 않았다. 김혼비 작가의 술 예찬론을 읽고 있자니 술 한 잔이 생각났다. 최근 바쁜 척을 하느라 이 얇은 책을 일주일 가까이 읽었다. 출근 시 버스 안에서 아주 잠깐씩 읽었는데 만약 집에서 읽었다면 옆에 캔맥주나 와인 한 병을 땄으리라.

 

스스로 술꾼이라 칭하지 않는데, 어쩐지 술꾼 같은 느낌이다. 와인에 관한 한 기분 좋게 두세 잔 마시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안다.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좋지 않을 때 마셨던 와인에 탈이 나 다음 날 힘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와인을 잠시 쉬고 있는 참이다.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너무도 공감이 가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와인으로 취했을 때의 숙취와 구토의 고통. 와인은 와인만 마시는 게 가장 좋지, 소주랑 섞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다. 와인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비위가 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혼비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런 느낌을 주는 작가였구나 싶어 감탄했다. 왠지 잘 통할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서 그런가 싶다. 정감 있는 글이 좋아 다른 책도 읽고 싶었다. 다정소감이라는 제목과 작가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술이라는 단어에 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혼비 작가를 알게 되어 좋다. 아울러 전부터 궁금했던 아무튼 시리즈에도 호감이 간다. 단편적인 주제로 된 짧은 생각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퍽 다정하다.

 

드라마 사내 맞선에서 계 차장이 폭탄주를 마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소주병을 흔들어 두 손가락을 이용해 알코올을 버려본 적은 있으나 계 차장처럼 술자리에서 묘기를 보여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몸놀림이 쉽지 않다. 연습해서 함께 술 마시는 사람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 낄낄거리면서 즐겁게 술 마시고 싶다. , 입에 술을 머금고 웃는 건 금지! 그러다 큰일 난다. 잘못하다가는 병원에 실려 갈 수도 있다. 호흡기로 술 넘어가지 않게 낄낄거리는 거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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