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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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김혼비 산문집

리뷰 총점 9.5 (121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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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뻔한 '다정'이란 없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 2022.04.03 리뷰제목
『아무튼 술』로 이미 그녀의 팬이 될 수 있을 거라 예감한 와중에 읽은 『전국축제자랑』은 급기야 작년에 내가 고른 최고의 책 중 하나가 되었다(http://blog.yes24.com/document/15688212). 그리고 이 산문집을 읽는다.   제목을 보고 우선 드는 생각은 김혼비라는 작가가 ‘다정’했나? 그녀의 글에서 기대하는 게 그런 거였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거였다. 김혼비
리뷰제목

아무튼 술로 이미 그녀의 팬이 될 수 있을 거라 예감한 와중에 읽은 전국축제자랑은 급기야 작년에 내가 고른 최고의 책 중 하나가 되었다(http://blog.yes24.com/document/15688212). 그리고 이 산문집을 읽는다.

 

제목을 보고 우선 드는 생각은 김혼비라는 작가가 다정했나? 그녀의 글에서 기대하는 게 그런 거였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거였다.

김혼비 작가 글의 매력은 조금 뾰족한 데 있다 생각했다. 큰 생채기가 날 만큼 위협적인 것은 아니지만 멍하게 있다가 콕 찔리면 정신이 화들짝 들 정도의 느낌은 주는, 기분 나쁘지 않은 아픔. 그런 게 다정함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그럼 이 산문집에서도 작가의 다른 면을 보여줄려나 

 

하지만 이 산문집에서도 김혼비 작가의 뾰족함은 여전하다. 축구를 하고 가장 좋은 점을 집주인과 잘 싸울 수 있게 되었다는 답변이나, 솔직함을 가장한 위악보다는 가식이라도 위선이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나, 꼰대가 안 되겠다며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으면서 대신 충고도 듣지 않는 찐꼰대에 대한 얘기나, 사람을 아프게 하는 표현들에 대한 거부나, 여성을 옥죄는 명절의 제사에 대한 다소 과격한, 그러나 공감 가는 공격이나. 그런 것들은 허벅지를 꼬집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심장을 콕 찌르기도 한다. 그 느낌은 나쁜 게 아니다. 그동안 생각해오지 못했던 것들, 혹은 생각은 했지만 어중간하게 타협해오던 것들이었다. 김혼비 작가의 생각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에 무신경하던 나에 대한 바늘이다.

 

그런데 그런 뾰족함 너머로 희한하게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싫은 소리를 하지만, 그게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거란 걸 알고, 남의 의견을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들어줄 것 같고, 그러다가 헛소리에는 심하게 혼내줄 것 같고. 추천사를 쓴 김소영 작가가 그랬듯 보지는 못했지만 친구 같은 느낌(물론 내가 김혼비 작가의 친구가 되자고 한다면 화들짝 놀랄 것이다). ‘다정은 그래서 이해가 간다. 작가가 만는 사람마다, 경험한 상황마다, 여기에 옮겨놓은 이야기마다, 쓰지 못한 이야기마다, 모두 사연이 있고, 거기에는 다정이 있다. 뻔하지 않은.

 


 

 

그런 게 재치 넘치는 단어와 문장에 묻어난다. 나는 김혼비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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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다정소감』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4.16 리뷰제목
김혼비 작가의 글은 다정하다. 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사람도 다정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게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술』이었다. 술 좀 마신다고 말하길 꺼렸는데, 작가의 글을 읽고는 생각을 바꿨다. 술 좋아하는 게 어때서, 라는 마음이 강해졌달까. 술에 관한 생각들을 읽고서는 술 마시는 즐거움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었다. 어디 가서 술 이야기
리뷰제목

 

김혼비 작가의 글은 다정하다. 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사람도 다정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게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이었다. 술 좀 마신다고 말하길 꺼렸는데, 작가의 글을 읽고는 생각을 바꿨다. 술 좋아하는 게 어때서, 라는 마음이 강해졌달까. 술에 관한 생각들을 읽고서는 술 마시는 즐거움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었다. 어디 가서 술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것들.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후 구입한 첫 번째 책이다. 다정소감을 읽고 났더니 전작주의 형태로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점이 좋았다.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차별적 언어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차별적인 발언을 싫어하면서도 무심코 사용했던 것들에 대하여 반성했다.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의식해 학부모 등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 다정한 마음이 깃들지 않고서야 생각해낼 수 없다.

 

 


 

 

가식에 관하여 말하는 부분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솔직하다는 미명 하에 여과 없이 말하는 사람과 적당한 가식을 섞어 말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을까. 상처받더라도 솔직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선적으로 한 말에 상처가 곪아 터지기 직전이라면 차라리 적당한 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적당한 가식은 사람과의 관계를 친화적으로 만들 것이므로. 작가는 말한다. ‘솔직한 나를 사랑하더라도 그 솔직함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이다. 타인의 커다란 비극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눈치껏 슬퍼하는 척을 바라는 게 비단 작가만은 아닐 것이다. 적당한 위선과 가식을 필요로 하는 이유,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맞춤법이 틀린 사람을 참기 힘들다. 잘못 쓴 게 아닌 아예 잘못 알고 있는 단어를 말할 때의 틀린 사람 말이다. 단체 채팅방에 틀린 단어를 계속 쓰는 이에게 지적한 적이 있다. 결론은 뭐냐고? 알았다고 해놓고도 그대로 사용했다. 지적하는 게 기분 나쁘다는 뉘앙스를 발견해 조심하는 중이다. 자꾸 지적질하고 싶은 걸 참느라 애가 탄다. 작가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SNS를 보며 팬심이 자꾸 어긋나는 것을 느끼는 부분에서 마구마구 공감했다.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마음이 그럴 것이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그가 함부로 살아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저자는 다정할뿐더러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온 후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으로 보이는 여행 후기를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부분을 읽을 때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아도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중년, 단체, 패키지여행이 빚어내는 편견에 대한 글을 읽고 있노라니 우리 역시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아는 언니들과 서부해당화를 보러 갔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할머니들의 다양한 옷 색깔을 보며 불편함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그 나이대만의 여행과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겠느냐는 거였다. 가까이에서 패키지여행을 온 단체여행객들의 말을 들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연스럽게 합석해 맥주 한 잔을 마셨던 기억과 대조로 그들의 행태 묘사를 개탄했던 누군가의 여행 후기를 읽고 나서 쓴 글에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우리 또한 그러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자 다정에 대한 소감, 혹은 다정에 대한 작은 감상,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이라고 밝혔다. 책에서 느꼈듯, 다정한 작가이듯,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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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유쾌하고 통쾌한 거꾸로 보기 평점10점 | z**s | 2021.10.19 리뷰제목
보통 그래가 다들 그래가 되고 원래 그래가 되는 세상에서 수줍게 손들고 “왜 그래야 하죠?” 야무지게 따져 묻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자기고백과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적가 특유의 시선과 화법이 유쾌하고 통쾌했습니다. 가볍고 재밌게 읽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이랄까요. 작가의 고민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무엇보다 작가의 다정함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지
리뷰제목
보통 그래가 다들 그래가 되고 원래 그래가 되는 세상에서 수줍게 손들고 “왜 그래야 하죠?” 야무지게 따져 묻는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자기고백과 자기반성에서 비롯된 적가 특유의 시선과 화법이 유쾌하고 통쾌했습니다.

가볍고 재밌게 읽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이랄까요. 작가의 고민과 책임감이 느껴지는, 무엇보다 작가의 다정함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코로나로 모두가 지치고 힘든 요즘, 다정이 담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만 있다면 이 한 시절도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정소감은 지금 우리에게 팔요한 이야기를 건네고 았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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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정의 힘 평점10점 | s****z | 2021.11.06 리뷰제목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 잘못된 부분을 거침없는 언어로 지적하는 사람들을 동경한 적이 있다. 그 거침없는 태도가 세상을 바꾸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쓰는 언어가 다소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이 하는 말에 틀린 내용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 냉소적인 태도를 쿨한 태도로 여기곤 했다.그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의
리뷰제목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안을 파악해 잘못된 부분을 거침없는 언어로 지적하는 사람들을 동경한 적이 있다. 그 거침없는 태도가 세상을 바꾸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들이 쓰는 언어가 다소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이 하는 말에 틀린 내용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 냉소적인 태도를 쿨한 태도로 여기곤 했다.

그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는 그 거침없는 언어 대신 모른척 어물쩍 넘어가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언어 속 그동안 내가 보지 못한 미세한 혐오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그 분명한 혐오를 왜 그동안 보지 못했을까. 나는 그제야 내가 동경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틀리지 않았다 해서 맞는 것은 아니었다.

《다정소감》을 읽으며 그때 그 사람들과 그들을 동경하던 과거의 나를 생각했다. 책 속에 나오는 여행블로거나 위악을 떠는 사람들은 그때의 그들과 나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로부터 얼마나 달라졌을까.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는 했을까.

김혼비 작가님이 전에 내놓은《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와 《전국 축제 자랑》에서처럼 언어유희(a.k.a.말장난)를 이용한 유머와 통찰은 여전하면서도 《다정소감》은 그보다 조금은 더 진중하고 진지한 산문집이었다. 여자 축구와 축제 탐방이라는 확실한 콘셉트 아래 한 편의 꽁트처럼 짤막한 이야기 구조로 쓰였던 이전 글과 달리 이번 글은 온전히 작가 한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와 삶의 궤적에 집중해서 그랬는지 작가가 다른 이에게 받은 다정을 나눠받은, 그 다정을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다정함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혐오와 폭력이 만연한 이 세상에 다정은 그에 맞설 힘이 있을까. 있다면 그 힘은 어떤 모습일까. 그 힘은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향하지 않을까. 혐오와 폭력처럼 사람을 죽이는 힘에 맞서는 다정의 힘. 이런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온기와 안정의 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인류진화의 이야기는 그런 데서 나온 결과일 것이다.

#다정소감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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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다양한 경험이 유머로 치환되며 적당한 속도로 진행되는 다정한... 김혼비, 다정소감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21.11.04 리뷰제목
“누군가는 위선을 긍정할 게 아니라 애초에 사람들이 삶에서 위선을 부리지 않으면 좋지 않겠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세상이 과연 살 만한 곳일까? 위선 없이도 늘 선을 행할 수 있는, 순도 100퍼센트의 선과 완벽하게 완성된 인격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딱히 성악설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본심 속에는 수많은 균열이 있기에, 어쩌면 ‘위선이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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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는 위선을 긍정할 게 아니라 애초에 사람들이 삶에서 위선을 부리지 않으면 좋지 않겠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세상이 과연 살 만한 곳일까? 위선 없이도 늘 선을 행할 수 있는, 순도 100퍼센트의 선과 완벽하게 완성된 인격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딱히 성악설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본심 속에는 수많은 균열이 있기에, 어쩌면 ‘위선이 사라지고 인간의 솔직한 본심만이 남은 세상’은 형용모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본심만이 남았을 때 세상은 붕괴되고 말 테니까.
  또 누군가는 위선을 긍정할 게 아니라 위선을 부리지 않아도 자기 본심대로 행동하는 것이 곧 선인, 그런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노력’의 일환이 위선이라면? 선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저절로 무한증식하며 만들어지는 게 아닌 이상, 어느 날 하늘에서 계시처럼 나에게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선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우리는 세상이 선으로 규정한 어떤 모델을 위조해보고 모방도 해보면서 습득하는 ‘위선’의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위선을 벗으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위선을 최대한 오래 부리려고 노력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훨씬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위선의 지구력을 높이기. 가능하다면 생애 마지막까지. 죽을 때까지 벗겨지지 않는 위선은 결국 선으로 세상에 남을 테니까.” (pp.55~56)


  너무 길게 인용하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나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나와버린, ‘인간의 본심’을 믿느니 ‘위선’에 의탁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나이든 나에게 새롭게 부과한 철칙과 가장 근사하게 맞아 떨어지는 문장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나는 나의 ‘위선’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작정을 하였고, 그대신 홀로 조용히 그 ‘위선’을 지켜 나가는 중이다. 


  “... 선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설령 안다 한들 그것을 위조라도 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고(그렇다. 선을 위조하는 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런 포장 없이 자신의 마음 밑바닥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솔직함의 미덕이라고 여기는 사람과는 일단 말부터가 통하지 않았다. 서로 윤리관이 전혀 달랐다. 그런 부류의 사람을 볼 때마다 가끔 나는 ‘위악’이라는 말이야말로 위선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어떤 의도에서든 바깥으로 방출하는 행동이 ‘악’이라면 그건 그냥 ‘악일 뿐인 것을, ’위악‘이라는 말 뒤로 숨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체로 ’나는 지금 위악을 부리고 있다→악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그러니 난 악한 게 아니라 그냥 악해 보이는 걸 선택했을 뿐이다‘라는 논리로 자신이 행하는 악에 면죄부를 깔고 들어간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진짜 자기 욕망이 가닿은 악이고, 어디까지가 위조한 악인지 본인은 딱딱 나눌 수 있을까? 아니 나눌 수 있으면 또 뭐하겠는가. 뭐가 됐든 결과가 악이면 악인 거지.” (pp.57~58)


  솔직히 말하자면 때때로 불안하여 나의 ‘위선’을 들여다보곤 한다. 어느 순간 내팽개친 나의 ‘위악’이 스멀스멀 소환되려는 기색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제 그럴 때는 위의 문장을 상기하기로 한다. 너무 뻔하여 잊고 있었던, 위악을 통하여 합리화하고자 하였던 수많은 욕망들, 어처구니 없는 결과들을 눈 앞에 두고 또 한 번 비틀어버린 위악으로 비껴나가고자 하였던 순간들을 떠올리기로 한다. 


  “이렇게 원격 음주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비대면으로 안주와 술을 주문해서 비대면으로 먹고 마시는 원격 음주의 세계. 못 만날 거라 여겼던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안전하고 즐거운 방식을 찾아내어 기쁘지만, 음, 잘 모르겠다. 근래 나를 지배하는 어떤 분열적인 감정이 있는데, 코로나 시대에 맞춰 삶의 양식을 하나 바꿀 때마다 바뀐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안도감 뒤에 이럴 수밖에 없다는 데에서 오는 가슴 철렁한 불안이 늘 뒤따른다. 이 양가적 감정의 불편한 격차 역시 잘 끌어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p.190)


  예를 들어 술김에 전화를 걸고 상대방의 의사와는 아랑곳없이 비대면의 술자리를 진행하였던 젊은 시절의 어떤 순간, 같은 것들이다. 블랙 아웃, 저절로 비밀이 보장될 것이니 무슨 말이든 실컷 하여라 외치던 어거지의 순간, 같은 것들이다. 한번쯤은 넘어가 줄 수 있는 사건들을 매일 벌이고 다니던 시절이었고, 그 모든 것을 띄엄띄엄 기억하며 이리 오래도록 살아 남을 줄 몰랐던 시절이었다.


  “남에게 충고를 안 함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와 위로로 만들어진 평온하고 따듯한 방 안에서 지나치게 오래 쉬고 있을 때, 누군가 ’환기 타임!‘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매섭고 차가운 바깥 공기를 흘려 보내지기를 바란다.” (p.75)


  다시 한 번 말하건대, 그렇게 당도한 지금을 앞에 두고 읽기에 적당한 글들이 많다. 나이와 함께 부자연스럽게 팽창하는 자아를 제어하도록,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손 내밀어 주는 것 같다. 작가가 바로 그러한 손길에 도움을 받았음을 실토하고 있으니,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의 산문집에는 저절로 수긍할만한, 떠올려 수긍하기에 좋은 글들이 다수 실려 있다.


  “... ‘내가 어떤 이유에서 녹록지 않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사실을 알거나 모르는 타인이 작거나 큰 다정한 호의를 베푼다. →그 다정한 호의가 어떤 식으로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시기도 제각각이고 연루된 사람들도, 벌어지는 상황도, 세부 디테일도 달랐지만 건체적인 흐름은 어김없이 저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그러니까, 인생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 중 내 마음을 가장 강력하게 붙드는 건 결국 다정한 패턴, 다정이 나를 구원하였다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얻게 되는 건 근육만이 아니었다.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도 만든다. 그래서 책 제목을 ‘다정소감’이라고 붙여봤다.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느낌도 좋았지만, 결국 모든 글이 다정에 대한 소감이자, 다정에 대한 작은 감상이자,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들의 총합인 것 같아서...” (pp.219~220)


  《다정소감》에 실린 글들은 유니크한 생각으로 뽐내고 있지 않아서 좋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표준화되어 있고 정형화되어 있는 생각도 아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머로 치환되는 문장을 통해 읽는 이들을 편하게 만들고, 그렇게  고개 주억거리며 적당한 속도로 진행되는 작가의 논지를 따라가다보면, 그저 숙려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김혼비 / 다정소감 / 안온 / 226쪽 / 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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