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행방 - 새소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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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행방 - 새소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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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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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밤의 행방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0.10.28 리뷰제목
아직은 죽음이 늘 남의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얼마전 발생한 라면 형제 사건이나 새엄마의 학대로 여행 가방에서 죽은 아이의 이야기는 죽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는 게 큰 축복이라는 걸 요즈음 알 것 같다. 죽음에 경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죽음은 더 큰 아픔과 슬픔이 된다. 아주 오랜만에 안보윤
리뷰제목

아직은 죽음이 늘 남의 이야기만 같다. 하지만 얼마전 발생한 라면 형제 사건이나 새엄마의 학대로 여행 가방에서 죽은 아이의 이야기는 죽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 죽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는 게 큰 축복이라는 걸 요즈음 알 것 같다. 죽음에 경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의 죽음은 더 큰 아픔과 슬픔이 된다. 아주 오랜만에 안보윤 작가의 책을 만났다. 이번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찾아왔다.

 

나뭇가지의 이름은 반. 반은 죽음을 볼 수 있는 안내자다. 사람과 닿으면 그 사람과 관련된 죽음을 볼 수 있다. 이런 반이 주혁을 만났다. 주혁은 천지선녀의 집에서 티격태격하고, 누나의 점 집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정확히 맞추자 사람들이 모여들고 저마다의 사연을 이곳에서 풀어 놓는다. 딸의 가출, 직장 내 성희롱, 아동 학대, 사내 비리 등 신문 사회 면에 한 번쯤 나올 법한 다양한 사연들이 주인공 주혁의 사연과 교차 되며 나온다.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건과 사연이 있고, 그 속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발생한다는 게 무섭고 신기하다. 각자의 입장이라는 것, 선의라고 부른 것들이 때론 누군가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딸의 가출을 인정할 수 없는 엄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으로 피해를 봤던 여자가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크게 만들어 버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 일, 과거 씨랜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유치원생 참사, 비리를 보고도 참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 때문에 동생을 잃은 사건 등.. 사회 정의를 위해서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내 가족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들.

 

오늘도 수많은 죽음들이 뉴스에 나온다. 택배 기사님들의 죽음은 몇 년 전부터 계속되었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죽을 때마다 이것은 인재라며 난리를 치지만 그때 뿐. 계속해서 아이들이 인재라는 이름으로 죽고 있다. 인구 절벽이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지만 낳은 아이 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 있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아직 피지도 못한 아이들의 죽음일 것이다. 아이의 죽음 앞에 서로의 탓을 하다 결국엔 갈라서야 하는 사람들.

 

모든 것을 놓을 정도로 죽음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준다. 어제보다 조금은 나은 내일.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늘 매력적인 소설을 쓰는 안보윤 작가. 다시 작가의 책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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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뭇가지가 보는 죽음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23.07.23 리뷰제목
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리뷰제목

 시작은 뭔가 재미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혁은 잠시 누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 누나는 좀 별난 일을 한다. 뭐냐 하면 점을 봐주는 사람이었다. 신내림 같은 걸 받은 것도 아닌 사람이 천지선녀라는 간판을 걸고 그런 일을 했다. 누나는 겨울에 뭔가 힘을 얻을까 해서 산에 수행을 하러 갔는데, 주혁이 함께 갔다가 주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어떻게 산에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주혁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왔다. 나뭇가지는 자는 주혁을 깨웠다. 주혁은 누나한테 붙어야 하는 귀신이 자신한테 붙었다고 여겼다. 나뭇가지엔 귀신이 붙은 걸까. 그날 그곳에 누군가 찾아오는데, 나뭇가지가 그 사람 동생이 죽고 유서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 동생이 쓴 유서를 찾았다고 한다. 나뭇가지가 정말 영험한 걸까. 그 뒤로 여러 사람이 오고 나뭇가지는 여러 죽음을 보고 말해주고 주혁은 그걸 거기 온 사람한테 알려준다.

 

 사람은 이 세상에 오면 언젠가는 죽는다. 나뭇가지가 죽음을 본다 해도 그 죽음을 막지는 못할 거다. 죽음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나뭇가지가 있다니. 나뭇가지 이름은 반이다. 어린아이처럼 말한다. 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런 설정은 재미있지만 이 소설 그렇게 가볍지 않다. 죽음을 말하는 거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 제목도 《밤의 행방》이 아닌가. 밤은 곧 죽음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밤 하면 어둡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게 생각난다. 사람은 자신 앞에 놓인 죽음을 못 본다. 자기 죽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 죽음도. 그런 걸 나뭇가지인 반은 보다니. 그런 이야기가 다른 사람한테 알려져서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나 보다. 어떤 아이는 할머니가 죽는지 죽지 않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온다. 그 아이가 반을 집었을 때 하얗게 보였단다. 그게 죽음이 보이지 않은 건지, 다른 걸 나타낸 건지. 그 아이가 수학여행 가는 모습 어쩐지 세월호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세월호보다 그전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는데. 배가 가라앉는 게 나오는 건 아닐까 조금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다행하게도 그런 건 나오지 않았지만, 그걸 생각나게 했다.

 

 예전에 청소년수련원에 불이 나고 아이가 죽은 일이 있었나 보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몰랐다. 거기엔 주혁 딸 수아도 있었다. 수아는 캠프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인 영지가 억지로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수아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 좀 어떤가 싶기도 한데, 왜 영지는 수아가 다른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엄마여서 그런 건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잘 사귀면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수아가 죽고 주혁과 영지는 서로를 탓한 듯하다. 아이가 죽으면 남은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함께 아이 이야기를 하고 아픔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영지는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는데, 주혁은 그런 모습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 수아를 그렇게 보내놓고 그럴 수 있느냐고. 처음엔 그런 마음이 든다 해도 안 해야 할 말도 있을 텐데, 아마 주혁은 그런 말도 다 했겠지. 그리고 헤어진 거겠다. 아주 헤어진 건지 그저 따로 사는 건지 정확한 말은 나오지 않기는 했다.

 

 수아가 죽고 어느덧 열다섯해가 흘렀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아이를 잃은 아픔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낫지 않겠지. 그래도 주혁은 이제야 깨달았다. 영지와 함께 아픔을 함께 해야 했다는 걸. 그저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해도 괜찮았다고. 그때는 몰랐던 걸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나뭇가지는 그걸 알게 해주려고 주혁 앞에 나타난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죽고 남은 부모가 서로를 위로해주면 좀 낫겠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영지도 수아를 생각하고 캠프에 보냈을 텐데, 그런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을까.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걸 보면 말이다. 아이가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이 책을 다 보니 밤과 반은 비슷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저 발음이 조금 비슷한데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우습기도 하구나. 밤은 어디로 갔을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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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하여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19.12.18 리뷰제목
'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하여<밤의 행방>을 읽고  [밤의 행방을 찾아서] 어두컴컴한 밤에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어둠 속에서 밤을 찾는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안보윤 작가가 쓴 <밤의 행방>이라는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이다. '밤'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있으면 고요함, 서늘함, 기다림 등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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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하여

밤의 행방을 읽고

 

 

[밤의 행방을 찾아서어두컴컴한 밤에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어둠 속에서 밤을 찾는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안보윤 작가가 쓴 밤의 행방이라는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이다. ''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고 있으면 고요함, 서늘함, 기다림 등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감정들이 최고조에 이르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밤은 '죽음'과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 혹은 그것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죽음에 얼마큼 다가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정해진 운명(運命)과도 같이 운명(殞命)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 밤의 행방은 주인공 주혁과 ''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종착역은 '죽음'으로 동일하다. 또 하나 공통점은 모두가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을 수 밖에 없는 밤의 행방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만들어진 죽음. 인간이 창조해낸 죽음의 시작은 이러하다. 인간의 탐욕이, 이기심이 발현되는 지점에 죽음의 씨앗이 뿌려진다.(중략) 일단 시작된 죽음은 멈출 수 없다. 죽음은 오로지 끝을 향해서만 질주한다. 자신이 마땅히 회수해야 하는 것들을 향해서, 인간은 행동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건물이 반드시 무너질 것이라는 걸. 또 다른 인간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것을 한다. 인간은 늘,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222)

 

[누나에게 가야할 나뭇가지가 내 가슴 속에 들어왔다]

기도는 누나가 하러 갔는데 왜 귀신이 나한테 붙었지.(19)

    점집을 운영하는 누나가 치성을 드리러 가는 길에 동행했다가 정작 동생 주혁에게 귀신과도 같은 존재인신비한 나뭇가지가 찾아온다.

 

-어디가요? 어디 가는데요 

-구부러진 나뭇가지가 연거푸 물었다. 작은 방울이 촐랑대는 것처럼 주위가 순식간에 소란해졌다.

-설탕 사러.

-설탕 말고 꿀이요! 천연 꿀!설탕물로 채취한 거 말고 진꿀로! 내 말 알아들었어요? 모르겠음 그냥 제일 비싼 걸 사와요!(72)

    신비한 나뭇가지는 주혁을 살려준 대가로 연신 꿀물을 요구하지만 주혁은 이를 묵살한다하지만 둘은 누나를 대신해서 의도치 않게 점집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고그들에게 이미 찾아왔거나 곧 찾아올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그래서, 뭐가 궁금한 겁니까? 여기가 무슨 상담치료실도 아니고 동네 사랑방도 아닌데 뭐 그런 얘기를 시시콜콜…… 흐음. 됐으니까 말을 해요. 해야 할 말만, 아무 말이나 내뱉지 말고, 진짜 필요한 말만 최대한 짧게!(97)

    주혁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처음부터 까칠한 남자는 아니였다는 것을 이후에 밝혀질 그의 사연을 통해 알 수 있다. "용건은 간단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 우여곡절의 사연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즉 타인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싶고, 그 이야기를 상대가 들어주길 바라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뿐이야 

투덜대며 꿀에 잠겨 있던 나뭇가지가 주혁을 돌아보았다.

-네가 볼 수 있는 건 죽음뿐이야?  

-사신이니까요.

-수호신이라더니 

-투잡인가 봐요. 수호신 겸 사신.

-그러니까 죽음만 볼 수 있다 

-잘 모르겠어요. 일단 나를 만진 사람과 관련된 죽음 정도는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죽음. 그것과 관련된 장면 정도가요.(103)

    주혁이 나뭇가지의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투잡'이라는 단어를 쓰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투잡'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후로도 계속된다.

 

-근데 수호신이랑 사신은 투잡으로 좀 이상하지 않아요? 바이러스랑 백신 같은 느낌이잖아요.

-, 사신은 아니야.

-내가 아저씨 수호신이라는 건 인정하는 거네요 

-수호신은 개뿔.(104)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발전하게 될 둘의 케미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초부터 너 사짜였잖아. 신의 영역에 투잡이 어딨어. 사신이니 수호신이니 떠들어대도 너는 그냥 반편이었던 거지. , 그거 좋다. 반편이. 반쪽.(중략) 나뭇가지가 화를 내는 통에 화병 안에서 챙강챙강 잔소리가 일었다. 주혁은 해가 지도록 반쪽아, 반쪽아, 하고 놀리다가 결국 타협했다. 나뭇가지의 이름은 반쪽을 줄여서 반이 되었다.(146)

    책의 절반을 훌쩍 지나서야 나뭇가지의 이름에 대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초반부에 ''의 어린 아이와도 같은 성향에 대한 글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것은 여기서부터다. 그런데 주혁은 어떤 이유로 신의 영역에는 투잡이 없다고 한걸까?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만 보아도 여러 개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의 이름을 계속 부르다보니 문득 ''이 떠올랐다. '''', 둘의 발음도 비슷하거니와, 무엇보다도 밤하늘에 뜬 반달이 시간이 흐르면 보름달이 되듯이 ''도 언젠가는 온전한 하나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보여주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아저씨도 그런 게 보여요 

-아니.

-그럼 거짓말을 한 거예요? 왜요? 그럼 안 되잖아요.

-진실을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으니까.

-그게 뭔데요 

-……위로.(185)

    “위로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은 그 동안 주혁이 보여줬던 자조적인 모습과 대비되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죽음] 주혁과 ''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다고 개인의 죽음이 그저 개인의 것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죽음에 관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주혁은 물론,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해서 던진다.

 

우철이 아이의 학업계획표를. 아내가 생활계획표와 식단표를 작성하면 아이는 그대로 따랐다. 때문에 아이가 사라지면서 남긴 17초의 기록은 우철에게 남다른 모멸감을 주었다. 그건 지금까지 우철에게 보였던 아이의 태도가 기만에 가까웠다는 일종의 고백에 가까웠다.(50)

     가출한 아이를 실종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부모의 이야기 중, 남편이 아이가 찍혀있는 폐쇄회로 영상을 보는 장면이다. ‘17라는 짧은 시간과 아이를 키워왔던 긴 시간의 대비로 남편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주변인이 뭐냐고요? 최고점과 최하점이 있다면 그 사이에 있는 무수한 중간 점수가 있잖습니까. 그거랑 비슷해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맛보고 맹렬히 욕하는 사람과 열렬히 칭송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이런 맛인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사람.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면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지만 나 몰라라 내빼지도 않는, 병풍 역할에 충실한 주변인. 저는 그게 체질이었습니다.(78)

     인턴으로 근무하는 회사 생활에서 겪은 문제적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청년의 대사이다나는 주변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쁜 사람은 되기 싫고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 되기에는 심한 감정 소모 때문에 중도를 걷길 바라니 말이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몸을 끌어안자 더 작은 손이 튀어나와 영주의 등허리를 마주 안았다. 품 안에 색색 고이는 숨이 따뜻해 영주는 아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에 화답하듯 아이의 작은 손이 조물조물 움직였다.(129)

    주혁의 가족 이야기다내용 보다는 이 장면 묘사 하나만 놓고 본다면,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도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장면이다. 가슴 한 편에 온기가 피어나는 느낌이랄까.

 

-여기 오면 안 된다고. 사신이 옮겨붙을지도 모른다고 반 애들이 그랬어요. 보통은 알고 싶은 않잖아요.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죽음의 예고장 같은 걸 미리 받아버리는 거니까. 선녀님 되게 무책임해요. 다른 점쟁이들은 액땜할 수 있게 부적도 써주고 굿도 해주고 그런다는데. 선녀님은 그냥, 죽습니다, 하고 끝이라면서요. 치사하게.(140)

    이 대목에서는 책을 읽는 내내 주혁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그런지 오히려 다른 점쟁이들이 더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쟁이들은 설령 액땜은 되지 않았어도 그 기간 동안에 심리적 위안을 가져다주지 않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라고 주혁은 생각했다.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면, 이라고도 생각했다. 돌연 날아든 최후통첩에 망연해지는 것과 예고된 유예기간 동안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나마 확실한 것이 있다면 후회의 강도 정도가 아닐까.(144)

    존엄사와 연명치료 사이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고민하는 문제와 그 결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예고없이 죽음을 맞는 것보다는 남은 시간 동안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면서 삶의 마지막을 유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미로 읽혀졌다.

 

[점, 선, 면, 도형, 그리고 다시]

이 책의 중반부에 주혁과 의 문답형식의 대사를 통해 인간의 생애주기'를 기하학으로 비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장 신선하고 인상적인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시기를 점, , , 도형과 같다고 하는 주혁의 이야기 속에서 자조적인 슬픔이 묻어난다. 나로 하여금 부모의 역할과 인간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본문 내용(109~113)을 꼭 일독해보길 권하고 싶다.

-어린애는 아주 사소한 점 같은 거야.(중략) 어른들이 그점을 이어서 선을 만들지.(중략) 어느 날 문득 부모가 그어놓은 선이 자기와는 안 맞는다는 걸 깨달았겠지.(109쪽) 

    <선 따라 걷는 아이>라는 그림책이 문득 떠올랐다. 부모가 그어놓은 '선'을 따라 걷는 아이, 그 선을 벗어나면 괴물이 사는 구멍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다양한 모양의 선을 걷고 뛰다가 아이는 깨닫게 된다. 괴물은 존재하지 않으며, 선을 따라 걷기만 있는게 아니라 선을 밟지 않는 놀이도 있다는 것을.

 

[내일이 밝아오면] 밤의 행방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상황 묘사나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완급 조절을 잘 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주인공 주혁이 타인의 죽음을 무심히 관조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의 이야기와의 교집합을 만들어 스스로 아픔과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어 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끝으로 책을 덮기 전 작가의 말을 읽다가 이 책을 한동안 계속 떠올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1999630, 모든 사람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상처받았을 날로 기억되는 그 참사를 모티프로 가져왔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귓가에는 모짜르트 교향곡 25G단조 K.183 1악장을 전주곡으로 한 H.O.T아이야라는 노래가 들려왔다. 책을 덮고 이 노래를 다시 찾아 들으니 주혁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다.

    이상으로 죽음의 여러 갈래 중 인간이 만든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밤의 행방의 리뷰를 마친다.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 

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텐가 

 

누구나가 다 평등하게 살아갈 때, 모두 다 자기 것만 찾지 않을 때,

어떤 것이 무엇이 제일 소중한지 깨달을 때,

그때 밝은 내일이 살아 돌아온다

 

아이야! 아이야! 아이야!

 

H.O.T<I yah!>

 

 

-----서평단 리뷰어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주인공이 츤데레 아닌가요?ㅋㅋ 재밌게 봤어요! 평점10점 | i***o | 2019.12.12 리뷰제목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에요. 추리 소설일까, 아니면 코믹, 로맨스?결론은 전부 다 아니라고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말을 할 줄 아는 '반'이라는 기묘하면서도 당돌한 나뭇가지를 만나게 된 주인공 '주혁'은 그 가지가 말하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대신 전한다는 내용이에요.분명히 말했죠? 내가 아저씨 수호신이라고. 아저씨 목숨
리뷰제목

'밤의 행방'이라는 제목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에요. 추리 소설일까, 아니면 코믹, 로맨스?

결론은 전부 다 아니라고 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맞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을 할 줄 아는 '반'이라는 기묘하면서도 당돌한 나뭇가지를 만나게 된 

주인공 '주혁'은 그 가지가 말하는 다른 사람의 죽음을 대신 전한다는 내용이에요.



분명히 말했죠? 내가 아저씨 수호신이라고. 아저씨 목숨도 살려줘 돈도 벌게 해줘,

이만큼 완벽한 수호신이 어딨어요? 그러니까 마누카까진 아니더라도 아카시아 꿀

정도는 받아야겠어요. 나는 관대하니까 하루 한 스푼으로 봐줄게요. _p40



근데 저는 반이 왤케 귀여운지 ㅋㅋ

꿀 달라고 저렇게 츤츤애교를 부리는데 저 같으면 얼른 제일 좋은 꿀을 줬을 것 같은데

주혁은 설탕이랄까 심지어 싫어하는 것을 주기도 합니다. 이 정도는 줘도 된다면서 ㅋㅋ

반과 주혁의 알콩달콩(?)을 보는 재미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거꾸로 화병에 밀어넣어질 때 머리도 구분 못하냐면서 멍청한 인간이라고 소리도 지르곸ㅋ

요로코롬 깨알 케미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조금은 따뜻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동생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진실을 말해보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된다거나,  

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누나의 후회.... 성희롱, 아동 학대 등ㅠ

사회적인 어둠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몰입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적은 없다.

남자의 아내는 사고로 죽을 것이다.

보라색 머리를 한 딸은 뒤늦게 돌아와 울부짖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주혁이 그랬던 것처럼 너무 늦게.

너무나 무기력하게. _p71



넘 재밌게 봐서 그런지 애니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코믹하면서도 다정하고 츤츤미를 뽐내는 주인공들과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주제는 시리즈로 나온다고 해도 특유의 개성과 독특함으로

충분히 흥행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림체까지 예쁘다면 굳굳!! 

 

뭘 읽을까 고민 중이라면 <밤의 행방> 추천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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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밤의 행방-안보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19.12.27 리뷰제목
요양원에서 일하던 동생이 화재로 죽는다. 언니 해원은 남자의 빌라에 찾아와 동생에게 그날 일어난 일을 듣는다. 남자는 죽음을 본다고 했다. 동생이 요양원에서 횡령과 방화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돼요. 제 동생뿐 아니라 세상 그 누구도요." 안보윤의 『밤의 행방』 속 이야기이다. 소설은 수련회에 놀러 간 아이가
리뷰제목



요양원에서 일하던 동생이 화재로 죽는다. 언니 해원은 남자의 빌라에 찾아와 동생에게 그날 일어난 일을 듣는다. 남자는 죽음을 본다고 했다. 동생이 요양원에서 횡령과 방화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도 그런 식으로 죽어서는 안 돼요. 제 동생뿐 아니라 세상 그 누구도요." 안보윤의 『밤의 행방』 속 이야기이다. 소설은 수련회에 놀러 간 아이가 화재로 죽고 삶이 무너진 주혁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미래를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죽음은 순식간에 덮쳐와 삶을 앗아간다.

『밤의 행방』에는 다양한 죽음의 형태가 등장한다. 아이를 잃고 아내마저 떠나자 방황하게 된 주혁은 '천지선녀'라는 점집을 차린 누나의 집에 머무른다. 그곳에서 수호신 혹은 사신이라고 불리는 나뭇가지와 만난다. 꿀을 좋아하는 나뭇가지는 주혁과 대화를 시작한다.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볼 수 있는 나뭇가지는 누나의 집에 찾아온 점쟁이의 동생이 남긴 유서를 찾아준다. 그날부터 주혁은 나뭇가지가 말해주는 죽음의 순간을 대신 전해준다.

가출한 딸의 행방을 물으러 왔다가 오히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남자는 그 일이 진짜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의심을 한다. 선의를 가장한 의도적인 배제는 아니었을지 묻는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할머니의 죽음을 물으러 오는 학생은 그 자신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도 한다. 반이라고 불리는 나뭇가지가 들려주는 죽음의 순간은 유예가 될 수 없다. 아이의 출산을 앞둔 여자에게 주혁은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죽음이 담긴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걸 알면 죽음을 늦추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는가. 『밤의 행방』은 그렇게 물어온다. 알고 싶지 않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 누구도 죽음이 담긴 상자를 열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사방이 죽음으로 흥건한 이곳에서 막아야 할 죽음이 있었다. 소설은 그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죽지 않을 사람들이 있었다.

『밤의 행방』의 결말은 슬펐다. 현실의 일이 소설에 끼어들고 있었다. 행복한 결말 같은 건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에나 나오는 환상이다. 현재만이 정답이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는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현재. 지독한 슬픔을 견뎌낸 자가 걸어가야 할 오늘. 누구도 그렇게 죽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알아야 한다. 안보윤은 죽음의 행방을 알고 싶어서 『밤의 행방』을 썼다. 사라진 죽음에게 조용히 보내는 위로의 소설. 잘 가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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