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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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리뷰 총점 9.0 (24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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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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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힐빌리의 노래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12.10 리뷰제목
힐리빌리의 노래 제이디밴스/김보람 흐름출판/2017.8.21.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백인 하층민의 대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애팔라치아산맥의 아일랜드계 힐빌리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 철광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란 저자의 이야기다. 이혼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아이들을 방치하는 엄마를 대신해 외조부모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가
리뷰제목

힐리빌리의 노래

제이디밴스/김보람

흐름출판/2017.8.21.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백인 하층민의 대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애팔라치아산맥의 아일랜드계 힐빌리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 철광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란 저자의 이야기다. 이혼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아이들을 방치하는 엄마를 대신해 외조부모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가난을 타고났을 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관한 나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겠다는 것이 이 책의 근본적인 목표다.(p.17)”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에 불과한 힐빌리만 등장할 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일자리와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였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좋게 말하자면 복잡한데, 엄마는 거의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키워준 외조부모님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친척들까지 포함해도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나 같은 아이들의 미래는 비참하다.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는 정도고 운이 나쁘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자그마한 우리 고향 동네에서 작년에만 수십 명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p.8)” 이렇게 저자가 자라난 지역과 가정환경을 설명한다. 누가 봐도 최악의 조건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자포자기 직전까지 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신적 물질적 빈곤이 자녀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길 바랐고, 신분상승을 이루면 정말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해하길 바랐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야 깨달은 바를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바로 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더라도 과거에 우리를 괴롭혔던 악령은 여전히 우리의 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p.9)” 가난과 사회적 소외가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고, 그들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난은 가풍이나 다름없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남부의 노예 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하여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레시라고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나를 이해하려면 내가 본디 스코트랜드계 아일랜드인 출신의 힐빌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민족성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지리적 요인은 뒷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p.10)” 가난한 육체노동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조상과 민족에 대한 배경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을 알아야 그들에게 형성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해온 힐빌리들은 백인 오하이오인으로 구성된 기성 중산층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자식이 너무 많았고 고향에서 방문하는 친척들은 너무 오랫동안 머물다 갔다. 할모의 남자 형제들과 여동생들도 산골을 벗어나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오하이오에 올 때마다 할모, 할보와 수개월간 함께 살다 갔다. 바꾸어 말하면, 토박이 미들타운 사람들이 힐빌리의 문화와 관습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는 얘기다.(p.56)” 가난한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이 제시된다. 가족이 너무 많다는 것과 가난한 친척들이 와서는 오랫동안 머물다 직업을 찾지도 못하고 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엄마는 평생 수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내가 글자를 알기도 전에 나를 도서관에 데려가 도서대출 카드를 만들어 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며 언제든지 어린이 책을 집으로 빌려 올 수 있게끔 해줬다. 한마디로 우리 동네와 지역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집에서는 다른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가르침이 나를 구원했을는지도 모른다.(p.104)” 이와 같이 어머니가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해주고, 할머니는 틈만 나면 절대 자기 앞길만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단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지켜준 덕분에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환경 속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언제라도 안길 수 있는 다정한 품이 있었다. 그러나 이웃집 아이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최악의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사회적 자본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 자본은 전문 용어지만 그 개념은 꽤 단순한데, 우리 주변의 인맥이 실질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맥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과 연이 닿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맥이 없으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한다.(p.347)” 저자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사회생활과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대학과 대학원을 진학하여 주변 사람들 인맥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치고 신분상승을 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낙제수준이었던 성적과 엄마가 할모 집에 들어와 내게 소변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던 날 아침이 생각난다. 또는 그보다 더 전에, 생물학적 아버지와 법적 아버지라는 두 명의 아버지를 두고도 누구하나 자주 보지 못해 외로운 아이였던 내 어린 시절과, 살아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아빠가 돼 주겠다고 약속했던 할보 생각이 난다. 엄마가 재활 센터에 입원해 있는 동안 10대였던 린지 누나가 날 보살피며 엄마 노릇을 대신했던 날들도 생각난다.(p.405)” 이와 같이 저자의 일생에 영향을 주고 힘들어 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성장기에 의지가 되어줄 사람과 안전한 공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 사회가 그런 희망을 실천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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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힐빌리와 꼰대 평점8점 | m****s | 2017.11.22 리뷰제목
이 책을 읽은 내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Winter’s Bone’과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거친 숲, 눈, 바람, 황량함, 쓸쓸함, 고독함, 무력감. 그 속에서 피어 오르려는 작은 희망도 있긴 하다.물리적 환경도 그럴 수 있겠지만, 삶을 둘러싼 환경이 그러한 곳이 저자의 고향이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이들을 ‘힐빌리’(관련이미지)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리뷰제목
이 책을 읽은 내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Winter’s Bone’과 ‘길버트 그레이프(What's Eating Gilbert Grape)’. 거친 숲, 눈, 바람, 황량함, 쓸쓸함, 고독함, 무력감. 그 속에서 피어 오르려는 작은 희망도 있긴 하다.

물리적 환경도 그럴 수 있겠지만, 삶을 둘러싼 환경이 그러한 곳이 저자의 고향이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이들을 ‘힐빌리’(관련이미지)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OO촌뜨기 정도?

지은이는 자신의 성공을 자기 지역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의 앞에 열려진 길과 환경이 너무도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런 노력을 해도 안되는 이들이 수두룩 함에도 저자 J.D.밴스는 정말 하늘이 도운 케이스일 듯 하다. 엉망인 상태의 어머니 밑에서 아버지라고 불리울 만한 사람만해도 여러명인 상황.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부모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할모, 할보로 칭해지는 조부모들 덕에 침몰하지 않고 간신히 버텨간다.

힐빌리가 그렇게 좋은 뜻은 아니더라도 지역 자체의 분위기는 대가족 중심의 공동체를 근간으로 한다. 그래서 그것이 밴스에게 운으로 작용한 것인지도. 조부모의 지속적이고 강인한 도움이 그나마 그를 고등학교까지 이끈 듯 하다. 그럼에도 이후의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어찌하여 해병대를 거쳐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터득하는 것도 그렇고 오하이오 주립대까지 가는 과정, 예일대 로스쿨까지의 여정은 중류층 이상의 가정환경과 사회적자본(인맥이라고 책에서 본다)을 가진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일일런지도 모르지만 힐빌리 출신에게는 그런 삶과 방식이 존재하는 지조차도 알 수 없다.

미국이라는 사회는 늘 ‘아메리칸 드림’으로 외부에 포장되어 있고, 한국에 사는 나같은 사람들은 기회의 땅, 성공의 가능성이 널려있는 땅에 사는 저 USA들은 정말 좋겠다라는 막연한 부러움 속에 살아간다. ‘미국 거지도 영어를 잘하더라’라는 자조섞인 영어부심도 그렇고.

그런데 정작 그 미국 땅에 살아가는 상당수의 미국인, 그것도 주류로 여겨져 왔던 백인 사회 안에는 여지껏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계층이 존재한다. 물론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사회에서도 그 문제가 점점 부각되면서 알려지기는 했어도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만큼인지는 몰랐다.

기회의 땅이리라 여겼지만 그 기회조차 존재하는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많은 힐빌리들. 기회와 그 기회를 잡는 방법을 모르니 자기 자신이 포기한 줄도 모르고 그냥 살아간다. 포기는 그 목표를 알기라도 한다지만 그 목표가 존재하는 지도 어떻게 잡는 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지금 미국의 하위 백인 노동자계급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시민의 계급이 없고 평등한 위치에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계급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까지 이리라고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특히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실례로 지은이가 나온 오하이오 주립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상당한 금액의 장학제도가 있다. 당연히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기회로 삼을 수 있을 텐데도 그 혜택을 전혀 이용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부모의 무관심, 주변 사회의 무지함. 개인의 나약함 등이 부정적 시너지를 낸 결과다.

미국 교육체계가 문제 많다며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교육시스템을 개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의 해결이 더딘 것은 정작 시스템에만 있는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의 대상인 사람과 그 사람들의 모임인 공동체에 큰 문제가 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낸 지지층이 바로 이 힐빌리와 같은 백인 노동자 계층이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만 돌리며 그 해결을 트럼프에게 맡기면 해결되리라는 극히 수동적이면서 외부세계에 적대적인 그들이다. 정작 문제해결의 근원은 자기 자신들임을 모른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극도로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도 점점 저렇게 되어 가는 듯 하다. 양극화라는 말이 십수년 전에 어느 대통령님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 단어는 자신의 존재감을 더 굳혀간다. 금수저, 흙수저, 88만원세대와 같이 나이와 지역, 출신에 따른 계층의 분리와 격차는 점점 일반화되고 깊어져 간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나는 얼마나 단호하고 강한 책임감으로 아이들을 키워가고 있는가?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으로 아이들을 케어하고 독려하고 서포트하는가? 그리고 동시에 과연 나의 가정은 화목한가? 아이들이 안심하고 그 둥지에서 마음 놓고 자신들의 꿈을 키워가게 하는 가 등등. 정말 자신없는 질문들이다.

저자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은 틀림없다. 친척 중에 단 한명의 전문대 이상 졸업자도 없는 상황에서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유명 법조인이 된다는 게 글로 보고 말로만 들어서 그렇지 사막 한 가운데 떨어져서 길을 찾아가는 것과 다름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에이미 추아’ 교수가 등장한다.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예전에 읽었던 ‘제국의 미래’의 저자임과 동시에 ‘타이거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중국계 교수다. 맹렬한 자녀 교육의 대명사. 그 교육방식에 대한 찬반논란은 여전하지만 정작 저자를 대하는 에이미 교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스승의 모습이다. 타이거맘이라는 표현이 분명 과하고 실제로도 그랬던 모양이지만 자식을 세상에 내보내기 전까지 그 아이가 세상에 적응하게 하려는 부모의 노력은 분명히 있어야한다.

힐빌리로 불려지는 애팔래치아 - 미북동부 지역 백인하위층의 이야기는 우리와 비교할 때 같지는 않고 그대로 불러다 쓸 수는 없지만 그것이 주는 느낌은 상당히 공감할 수 있다. 책을 보다보면 성공담에 대한 이야기인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성공이 정말 어려운 것이고, 저자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성공이란게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그 절망적인 시절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글쓴이는 세상에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며 개인의 낙오를 꾸짖는 주변의 꼰대들의 충고(이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관련 기사로 대신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운이 더 중요한 이유' http://ppss.kr/archives/78599)가 아닌 그 문제의 원인이 개인과 가족, 공동체 모두에게 똑같이 있으니 함께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하는 듯 하다. 여기에 정부와 같은 시스템의 개입이 더해지면서 효과가 나리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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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힐빌리의 노래』개인 회고록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다 평점10점 | g********s | 2018.02.28 리뷰제목
미국 동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철강도시에서 나고 자란 한 남성의 이야기다. 그는 의무감에 이 책을 썼다. 회고록이라고 하지만 사회학 서적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다. 그는 빨간불이 들어온 가정의 자녀들이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왜 가난에 허덕이고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분석을 지극히 개인의 삶을 빗대 통계자료를 참고하여 증명한다. 저렇게 놔두어선 안된다고,
리뷰제목

 

미국 동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철강도시에서 나고 자란 한 남성의 이야기다. 그는 의무감에 이 책을 썼다. 회고록이라고 하지만 사회학 서적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다. 그는 빨간불이 들어온 가정의 자녀들이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왜 가난에 허덕이고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분석을 지극히 개인의 삶을 빗대 통계자료를 참고하여 증명한다. 저렇게 놔두어선 안된다고, 개인의 탓이라 하기엔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구조의 탓이라 하기엔 개인의 책임 비중이 크다고 생각한 J.D.밴스 변호사의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책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나는 경악했다. 트럼프를 밀었던 계층이 백인 노동차 계층이란 사실을 알고 바로 떠올린 것은 우리나라의 투표 행태였다. 학력이 낮고 저소득층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미국도 마찬가지구나. 그러한 백인 노동자 계층이 밀집한 곳 중 하나가 러스트벨트 지역이다. 저자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나 할모(할머니)나 할보(할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없었다면 자신은 지금 그곳에서 실업급여이나 타 먹는 약물중독자가 되어있을지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일명 '복지여왕'들을 혐오한다. 곁에서 봐온 혜택자들의 삶을 알기 때문이다. 단지 돈을 주는 것으로 그들이 변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의 저소득계층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계열이라고 생각했다. 가난한 백인은 산업혁명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사진으로 본 사람들까지라고 생각했다. 내 안에 백인에 대한 완고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이 책속 잭슨가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영국에서 건너온 순수 백인 혈통의 상류층들이었다. 대가족을 형성하고 가족일을 목숨같이 생각하였다. 마을이 공동체 전통이 짙은 지역적 특색을 가진 이유이다. 이곳에 철강 공장이 생기면서 이들은 한때 안정적인 직업과 경제적 부유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법률보단 전통의 관습, 교양보단 내 가족 우선주의, 목표 설정보단 현실 안주자들이 많았다. 그들은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교육이, 가정의 화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몰랐다. 술과 마약,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고스란히 부모의 삶을 닮아갔다. 저자 밴스 역시 그럴 확률이 높았다. 밴스에겐 행운이 있었다. 할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였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그 역시 고등학교 중퇴를 하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어떤 대출이 더 나은지도 모른 채 빚쟁이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라는 환경을 제공한 것은 할모였다. "할모와 함께 사는 집이 안겨준 평화로움 덕분에"(252쪽) 그는 공부란 것을 시작했고 "금지목록에 있는 친구와 놀고 있는 꼴을 본다면, 그 즉시 차로 받아버리겠다고 딱 잘라 말"(256쪽)한 할모 덕분에 공부하는 친구들을 주로 사귈 수 있었다.

 

밴스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것? 아니다. 러스트벨트 지역이라는 개천에서 변호사가 된 것이 용으로 비유될 일인진 모르겠으나  자신의 지독한 노력에 의해 삶이 바뀌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가정의 중요성, 자신의 삶 너머를 볼 수 있는 경험의 중요성, 선택의 순간마다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제도적으로 단지 저소득층이라고 금전적 지원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오히려 그들을 더 게으르게 만들고 지원금을 역이용하여 마약 또는 술, 담배를 사는 데나 쓰인다고 말한다. 노력하고 싶어도 노력하지 않고 안주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다르게 접근하라, 라고 말하고 싶었던 밴스. 자신도 명확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긴 어렵다. 하지만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밴스 자신의 삶을 대표 삼아 이 지역 사람들에겐 더 세심하고 생활밀착형 방법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세상의 수많은 힐빌리들이 공평하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여야 한다는 것을 현실주의적 관점으로 설파한 것이다.

 

읽는 동안 끔찍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고 양심에 찔리기도 했다. 그러한 자각을 주는 책이기에 호평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어떤 사회과학서보다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훅 들어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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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힐빌리의 노래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17.08.25 리뷰제목
힐리빌리의 노래제이디밴스/김보람흐름출판/2017.8.21.sanbaram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백인 하층민의 대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애팔라치아산맥의 아일랜드계 힐빌리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 철광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란 저자의 이야기다. 이혼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아이들을 방치하는 엄마를 대신해 외조부모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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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리빌리의 노래

제이디밴스/김보람

흐름출판/2017.8.21.

sanbaram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백인 하층민의 대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애팔라치아산맥의 아일랜드계 힐빌리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 철광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란 저자의 이야기다. 이혼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아이들을 방치하는 엄마를 대신해 외조부모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가난을 타고났을 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관한 나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겠다는 것이 이 책의 근본적인 목표다.(p.17)”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에 불과한 힐빌리만 등장할 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일자리와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였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좋게 말하자면 복잡한데, 엄마는 거의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키워준 외조부모님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친척들까지 포함해도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나 같은 아이들의 미래는 비참하다.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는 정도고 운이 나쁘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자그마한 우리 고향 동네에서 작년에만 수십 명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p.8)” 이렇게 저자가 자라난 지역과 가정환경을 설명한다. 누가 봐도 최악의 조건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자포자기 직전까지 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신적 물질적 빈곤이 자녀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길 바랐고, 신분상승을 이루면 정말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해하길 바랐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야 깨달은 바를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바로 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더라도 과거에 우리를 괴롭혔던 악령은 여전히 우리의 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p.9)” 가난과 사회적 소외가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고, 그들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난은 가풍이나 다름없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남부의 노예 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하여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레시라고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나를 이해하려면 내가 본디 스코트랜드계 아일랜드인 출신의 힐빌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민족성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지리적 요인은 뒷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p.10)” 가난한 육체노동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조상과 민족에 대한 배경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을 알아야 그들에게 형성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해온 힐빌리들은 백인 오하이오인으로 구성된 기성 중산층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자식이 너무 많았고 고향에서 방문하는 친척들은 너무 오랫동안 머물다 갔다. 할모의 남자 형제들과 여동생들도 산골을 벗어나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오하이오에 올 때마다 할모, 할보와 수개월간 함께 살다 갔다. 바꾸어 말하면, 토박이 미들타운 사람들이 힐빌리의 문화와 관습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는 얘기다.(p.56)” 가난한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이 제시된다. 가족이 너무 많다는 것과 가난한 친척들이 와서는 오랫동안 머물다 직업을 찾지도 못하고 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엄마는 평생 수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내가 글자를 알기도 전에 나를 도서관에 데려가 도서대출 카드를 만들어 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며 언제든지 어린이 책을 집으로 빌려 올 수 있게끔 해줬다. 한마디로 우리 동네와 지역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집에서는 다른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가르침이 나를 구원했을는지도 모른다.(p.104)” 이와 같이 어머니가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해주고, 할머니는 틈만 나면 절대 자기 앞길만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단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지켜준 덕분에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환경 속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언제라도 안길 수 있는 다정한 품이 있었다. 그러나 이웃집 아이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최악의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사회적 자본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 자본은 전문 용어지만 그 개념은 꽤 단순한데, 우리 주변의 인맥이 실질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맥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과 연이 닿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맥이 없으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한다.(p.347)” 저자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사회생활과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대학과 대학원을 진학하여 주변 사람들 인맥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치고 신분상승을 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낙제수준이었던 성적과 엄마가 할모 집에 들어와 내게 소변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던 날 아침이 생각난다. 또는 그보다 더 전에, 생물학적 아버지와 법적 아버지라는 두 명의 아버지를 두고도 누구하나 자주 보지 못해 외로운 아이였던 내 어린 시절과, 살아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아빠가 돼 주겠다고 약속했던 할보 생각이 난다. 엄마가 재활 센터에 입원해 있는 동안 10대였던 린지 누나가 날 보살피며 엄마 노릇을 대신했던 날들도 생각난다.(p.405)” 이와 같이 저자의 일생에 영향을 주고 힘들어 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성장기에 의지가 되어줄 사람과 안전한 공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 사회가 그런 희망을 실천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리뷰는 예스블로그를 통해 흐름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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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계층 사다리의 복원 평점9점 | s*****l | 2019.11.09 리뷰제목
공식화된 계급 제도는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조선의 양반 제도가 그러했고,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그러했으며, 미국의 노예제도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권력자에 의한 자의적인 신분제도는 다만 시간상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배워왔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공식화되지 않은, 말하자면 비공식적인 신분제
리뷰제목

공식화된 계급 제도는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조선의 양반 제도가 그러했고, 인도의 카스트제도가 그러했으며, 미국의 노예제도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권력자에 의한 자의적인 신분제도는 다만 시간상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배워왔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공식화되지 않은, 말하자면 비공식적인 신분제도는 무너지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계급을 알 수 없기 때문이며, 그 결과 동일한 계급의 사람들끼리 단합이나 결속을 꾀하기 곤란하며, 국가는 공식적으로 누구든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며 이로 인하여 자신의 신분이 낮은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채택하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사회적 신분 상승을 찬양하지만, 거기에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어떤 성질의 것이든 이동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신분 상승이라는 용어는 이론적으로 더 나은 삶을 향해 간다는 의미이지만, 어딘가로부터 떠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단 떠나고 나면 과거의 생활을 더는 뜻대로 통제할 수 없다." (p.322)

 

<힐빌리의 노래>를 쓴 J.D. 밴스는 러스트벨트 지역 출신이었던 자신이 미국 최고 명문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후 실리콘밸리의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록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은 애팔래치아 산맥에 가로막힌 척박하고 고립된 환경과 가난에 갇혀 미래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이 가정 폭력과 가족의 해체, 문화적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다. 무식하고 난폭한 '힐빌리'들은 사회문제이자 복지 제도의 대상이었을 뿐, 그들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낯선 것이었다.

 

"나는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일자리와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였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좋게 말해 복잡한데, 엄마는 거의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키워준 외조부모님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친척들까지 포함해도 우리 집안에서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나 같은 아이들의 미래는 비참하다.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는 정도고 운이 나쁘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 자그마한 우리 동네에서 작년에만 수십 명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p.10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인 밴스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자신의 성공담을 설명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정점에 있는 미국 내에서도 자신과 같은 사회 하층민이 존재하며, 그들은 사람들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정당한 주장이나 요구가 없었던 까닭에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 문제로 이슈화되지 않았음을 밴스는 자신의 책을 통해 알리고 있다. 밴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겪었던 기억 저편의 과거를 날 것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와 일찍부터 양육권을 포기한 아빠, 가난과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 등 너무 이른 시기에 감당해야 했던 온갖 고통들을 담담하고 용기 있게 고백했던 저자는 자초한 상처로 고통받고 있는 그들의 문화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배신자로 불릴 위험을 각오해야 했다고 말한다.

 

"나는 우리 힐빌리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지독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머니를 모욕한 사람을 찾아가 전기톱을 들이대는 사람들이다. 또 우리는 여동생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여동생을 모욕한 놈의 입을 벌려 면 속옷을 욱여넣는 사람들이다." (p.392~p.393)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교육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을까. 그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칠레와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에서, '노란 조끼 시위'의 프랑스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롭고, 노력만 하면 누구든 신분 상승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로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 한 시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끊어진 계층 사다리를 억지로 돌파한 한 명의 돌연변이에 대한 찬사의 글이 아니다. 밴스 자신이 겪었던 생생한 가족 이야기와 밴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이다. 힐빌리들이 겪는 불운한 인생에서 그들의 책임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힐빌리 문화로부터 분리되기까지 밴스 자신이 겪어야만 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멸시와 냉대, 자신의 내면에 뿌리 깊게 내려앉은 힐빌리의 문화들. 그럼에도 되돌아가지 않고 스스로를 발전시켜왔던 나날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새롭게 깨닫는 사실은 우리 다음 세대 중 절반 이상이 힐빌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적어도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튼튼한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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