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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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리뷰 총점 9.0 (65건)
분야
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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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 평점10점 | e***i | 2018.10.08 리뷰제목
『사소한 것들의 과학 Stuff Matters』. 그 제목만큼이나 관점이 특이한 과학 분야의 책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각종 재료들의 세계를 파고 든 책인데, 재기 넘치는 설명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렸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소재(素材) 속에 이렇게 많은 매력이 숨어 있는지 몰랐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_저자가 사는 아파트의 옥상에서 차를 마시는_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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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Stuff Matters』. 그 제목만큼이나 관점이 특이한 과학 분야의 책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각종 재료들의 세계를 파고 든 책인데, 재기 넘치는 설명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렸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소재(素材) 속에 이렇게 많은 매력이 숨어 있는지 몰랐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_저자가 사는 아파트의 옥상에서 차를 마시는_ 사진한 장을 모티브로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물질의 목록을 찾아내고, 이를 열 가지 테마 _불굴의(강철 steel), 미더운(종이 paper), 기초적인(콘크리트 concrete), 맛있는(초콜릿 chocolate), 경탄할 만한(거품 foam), 상상력이 풍부한(플라스틱 plastic), 보이지 않는(유리 glass), 부서지지 않는(흑연 graphite), 세련된(자기 porcelain), 불멸의(생체재료 implant)_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다.


재료의 세계에 대한 접근법. '재료과학'이란 도구를 통해 각기 재료의 존재 요인, 즉 내부 구조의 복잡성을 아주 쉽게 접근하게 이끈다. 각 재료의 속성을 하나씩 알아 나가다보면 모든 재료를 아우르는 하나의 통일된 개념에 도달하게 된다. 재료는 여러 다른 _각기 다른 크기대로 관찰할 수 있는_ 존재들이 한데 모여 전체를 이룬다는 건데, 정리해 보면 "어떤 재료가 하나의 재료로 된 것처럼 보이거나 만져지거나 전체적으로 균질해 보이더라도, 그건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단순한 물질적(재료과학적) 측면에서 재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세계가 '우리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재료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드러내준다. 우리는 스스로가 문명화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문명화는 상당 부분 콘크리트와 유리, 직물, 금속 등의 재료가 풍요로운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거다. 재료는 우리가 발명하고 만들었지만, 반대로 우리를 우리(인간)답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즉, "재료는 인류의 필요와 욕망의 복잡한 발현물"이라는 것이 요체라 하겠다.

 


인상적인 부분. 모든 집에 하나씩 있다는 녹슬지 않는 강철(스테인리스 스틸) 부분이 흥미로웠고, 흔히 '추하다'고 인식되는 콘크리트에 대한 저자의 미학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초콜릿을 먹는게 키스를 하는 것보다 좋을까? 그렇다고 하네, 난 전혀 찬성할 수 없지만...^^ 가장 관심 가는 재료는 열 차폐 능력이 매우 우수한 '에어로겔'이었다. 만약 에어로겔 한 조각을 손에 쥔다면 하늘 한 조각을 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데, ‘실리카 에어로겔’은 구멍으로 가득 차 있고 대개 99.8%가 공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지구 탄생 이전의 우주 먼지 조각(혜성 입자)을 잡아내는데 사용되기도 하였다는데, 아직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는 아니나 상당히 매력적인 재료로 느껴졌다.


이외에도 '루퍼드 왕자의 구슬  Prince Rupert's Drop'과 강화유리 이야기도 좋았고,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연관성 및 탄소섬유를 다루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가장 단단한 물질도, 강한 물질도 아니고 영원하지도 않다는 사실에 이르면 사랑의 징표로써의 가치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다루는 임플란트(생체재료)편은 생명 연장 기술로 이어지는 새로운 재료 시대의 진입을 예고하는 것이더라. 생물과 무생물 재료라는 구분이 흐릿해지는 이 영역은 앞으로 합성 장기나 뼈, 심지어 뇌를 몸에 장착한 생체공학 인간이 일상적인 세계로 발전해 가겠지. 이처럼 재료는 우리 인류의 요구와 갈망을 여러 스케일로 표현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북트레일러를 꼭 보자.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영국왕립협회, 미국국립연구회, 아마존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책!"이란 카피보다 형형색색의 표지 일러스트가 더 눈에 들었다. 최근에 본 표지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하더라. 하지만 그냥 표지 감상만 하고 흘러버리려 했다. 최근 여러 이유로 시간내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데 출판사의 북 트레일러를 보고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의 의미를 살려 각종 재료를 이용해 이렇게 아름다운 컬러의 표지를 만들어 내다니... 그 아이디어와 감각이 참 마음에 들더라...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 책표지 제작 영상은 한번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어쨌거나 과학이란 고차원 이론에 주눅 들지 않고 부담 없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꽤 괜찮은 책읽기였다

 

https://youtu.be/8QHtcNaQBDU

 

 

1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9 댓글 0
종이책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들의 과학, 그리고 그 너머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16.06.16 리뷰제목
제목은 ‘사소한 것’이라 했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쓰고 있고, ‘과학’이라고 했지만, 과학 이전의 것, 과학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마크 미오도닉은 재료과학자이다. 재료과학자란 세상 사물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새로 개발하고, 개선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런 재료과학자가 세상 사물을 보는 관점이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나, 다른 분야의 과학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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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사소한 이라 했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쓰고 있고, ‘과학이라고 했지만, 과학 이전의 , 과학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마크 미오도닉은 재료과학자이다. 재료과학자란 세상 사물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새로 개발하고, 개선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런 재료과학자가 세상 사물을 보는 관점이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나, 다른 분야의 과학자와 다른 것은 당연할 터이다. 당연히 우리는 생각하지 않거나 대충 넘어가는 사물을 이루는 재료가 무엇인지, 그것의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더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어떤 재료를 사물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마크 미오도닉이라는 재료과학자는 별나다. 재료의 과학뿐만 아니라 재료의 역사에 대해서, 재료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어쩌면 깊은 과학자라면 자신의 하는 분야에 그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사실은 그런 관심을 갖는 과학자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이렇게 솜씨 좋게 글로 표현하는 일은 더더욱 흔한 일은 아니다.

 

글을 풀어가는 방법도 재밌다. 장의 사진에서 시작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자신 옥상에서 찍은 사진. 의식한 듯한 사진이긴 하지만 평범하기 이를 없는 사진 장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모든 재료가 포함되어 있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바로 이렇게 재료가 역사 속에서 현재로, 과학을 통해 우리 삶에 침투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방법이다.

 

또한 글마다 서로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마치 저자가 굉장히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어떤 글을 일반적인 글이고, 어떤 글은 재료(이를 테면 종이) 이루는 사물들을 단편적으로 나누어 간략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어떤 글은내일은 쏴라라는 영화를 흉내 시나리오 형식과 그것에 대한 해설(플라스틱에 대해) 형식을 띠고 있다. 어떤 글은 부모의 결혼식에서 시작하고 있고(자기), 어떤 것은 자신의 근처 거대한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고 있다(콘크리트). 그래서 재료의 특성을 설명하면서는 결코 쉽지 않은 물리화학적 설명을 포함시킬 밖에는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그런 스타일리쉬(옮긴이가 첫머리에 그렇게 썼는데, 읽으면서 점점 이해가 된다) 책이 되었다.

 

이제 책을 읽었으니 어떤 사물을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는지(그래서 사물이 재료로 이루어질 밖에 없는지), 재료가 어떤 역사를 거쳐 사물에까지 쓰이게 되었는지 사물의 속까지 투시하는 능력, 혹은 습관이 생겼다고는 없다(그건 온통 그것만 연구하는 이를 모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나로도 우리를 둘러싼 사물이 역사를 가진 재료로 이루어져 있고, 재료가 쓰일 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며, 또한 우리 역시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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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시 쓰는 그들의 이력서 평점10점 | s******5 | 2016.04.09 리뷰제목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059              【 사소한 것들의 과학 】        마크 미오도닉 / MiD(엠아이디)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자. 고체 상태였던 그것은 굳이 깨 물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결에 사르르 녹아버린다. 혀에서 열을 흡수해 갑자기 흐물흐물해진다. 초콜릿의 달고 쌉쌀한 맛과 향이 입안을 꽉 채운다. “초콜릿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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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 이야기 2016-059

 

      

    【 사소한 것들의 과학 】        마크 미오도닉 / MiD(엠아이디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자. 고체 상태였던 그것은 굳이 깨 물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결에 사르르 녹아버린다. 혀에서 열을 흡수해 갑자기 흐물흐물해진다. 초콜릿의 달고 쌉쌀한 맛과 향이 입안을 꽉 채운다. “초콜릿은 입안에서 액체로 변하도록 설계됐다. 이런 기술은 수백 년에 걸친 요리와 공학적 노력의 결정체다.” 초콜릿이 처음에 태어날 때는 좀 독특한 음료를 만들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처절하게 실패한 뒤, 초콜릿 제조자들은 소스 팬이 아니라 입안에서 핫초콜릿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즐겁고 현대적이며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결과, 제조사들은 고체 음료를 만들어냈고, 초콜릿 산업은 계속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코코아 버터의 결정구조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초콜릿 속에 숨은 과학의 힘이다.

 

 

 

종이는 어떤가? 종이 덕분에 출판문화사업이 번창해졌다는 사실은 두말 할 나위없다. 종이가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는 무척 귀한 존재감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종이가 너무 흔하다. 재활용품 중에서도 폐지가 차지하는 범위가 넓다. “공책의 종이는 평평하고 부드러우며 연속된 물질처럼 보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종이는 짚으로 만든 가마니처럼 작고 얇은 섬유로 되어 있다. 실제로는 울퉁불퉁하다. 그러나 우리는 종이의 복잡한 구조를 느끼지 못한다. 현미경으로나 관찰 할 수 있는 아주 미시적인 규모에서 가공돼, 우리의 촉각이 느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종이를 부드럽다고 느끼는 것은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서 둥글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구는 언덕과 계곡, 산 때문에 울퉁불퉁한데 말이다.

 

 

 

지구상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이 플라스틱이 아닐까? 페트병은 아무곳에나 다 있다. 깊은 산 중에도, 강물위에도, 바다 위에 어디서든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공해물질이 주는 삶의 편의성은 대단하다. “플라스틱 없이는 영화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셀룰로이드가 영상문화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셀룰로이드 플라스틱을 쓸 수 있게 되면서 필름 롤이 발명됐다. 이는 활동사진 기술로 연결된다. 사실 그림에서 작은 변화를 잇달아 보여줌으로써 그림이 움직이도록한다는 아이디어는 수백 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유연하고 투명한 재료가 없을 때의 유일한 방법은 회전하는 조에트로프(원통모양의 도구에 조금씩 변화하는 연속그림을 그린 뒤 회전시키고, 구멍을 통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장치)실린더를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셀룰로이드가 모든 것을 바꿨다. 사진을 필름 롤에 연속적으로 찍고 빠르게 돌려서 사진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조에트로프 보다 영상이 더 오래 움직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빛으로 투사할 수 있었고, 따라서 극장의 모든 관객이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이 책의 지은이 마크 미오도닉은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100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등 우리의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서, 마치 인류와 함께 처음부터 존재했던 느낌마저도 갖게 하는 사물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 사물들을 바라보며,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하며 그 이력서를 다시 써주고 있다. 과학자로선 보기 드물게,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각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 올리버 색스는 밤을 지새워 이 책을 읽었다고 했고, 빌 게이츠는 미오도닉이 다음에는 어떤 책을 써낼지 기대된다.”고 했다. 나 역시 다음 책을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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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런 집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사소한 것들의 과학]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s*******e | 2016.04.16 리뷰제목
이런 집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사소한 것들의 과학]   MID 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이 책의 표지를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것들이 이뻐 보일지 모르겠다.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무수히 많은 작은 물건들이 모여 색깔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의 표지를 만드는 작업을 동영상으로 보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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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사소한 것들의 과학]

 

 

 

MID 의 [사소한 것들의 과학]

이 책의 표지를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것들이 이뻐 보일지 모르겠다.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보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무수히 많은 작은 물건들이 모여 색깔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책의 표지를 만드는 작업을 동영상으로 보았기에 이 표지 한 장에 담긴 노고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물건들을 분류하고 촘촘히 늘어놓는 과정은 그 자체로 대단한 볼거리가 되었었다.

이 많은 물건들을 왜 늘어놓았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안다.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이란 부제에 딱 들어맞는 표지라는 것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저자의 집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다리를 꼬고 앉아 한가하게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한 남자가 보이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사진 속 물건들이 허투루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 남자를 둘러싼 작은 사소한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책 한 권 분량에 가득 담아 놓았으니 말이다.

 

 

짠!

 

평범해 보이는 민머리 아저씨는 사실 지독히도 물건에 집착하는 남자이지만 왜 물건에 집착하게 되었는지만 풀어내면 "그래핀"을 발견해낸 노벨상 수상자와도 대화를 술술 풀어나가는 멋진 남자라는 사실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어쩜 나는 이런 과학 에세이를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로부터 과학적 호기심을 느낀 사람이 과학을 역사적인 관점, 과학적인 관점, 문화적 측면 등을 총동원하여 최대한 쉽게 풀어 써 주는 에세이.

저자 마크 미오도닉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재료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만물을 이루는 물질을 주제로 어디에서든 설명을 시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집 지붕 위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책을 구성했다.

사진 속에는 이 책 속에서 풀어낸 열 가지 재료가 다 들어 있다.

과학은 크게, 멀리 보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질, 재료로부터 시작할 수도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그때 나는 열차에 서 있었다. 13cm짜리 자상으로 분류될 상처를 입고 피를 뚝뚝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버티고 있었다. -11

 

소설의 첫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놀라운 자기 고백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이거 과학책 맞아?

저자는 이런 식으로 각각의 재료에 관해 말꼬를 틀 때 자신의 경험을 꺼내든다.

지하철에서 낯선 이에게 면도날로 공격을 당한 어린 소년은 그 때부터 그 강력한 "무기"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다.

다섯 겹의 옷과 피부의 상피와 진피를 찢어낼 만큼 강력한 면도날, 정확하고 깔끔하게 종이를 뚫고 있는 스테이플러 철심, 겨우 엽서 정도의 두께로 차 외곽을 덮고 있는 철...

저자는 면도날 사건 이후 재료에 대한 강박증이 태어났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괴짜스러운 고백을 좋아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자기 고백에는 독특하고도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봉투 뒷변에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재기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직접 봉투 뒷면에 "지구에 있는 원자의 갯수를 어림하시오" 라는 문제를 푼 저자는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

이후로 재교과학을 공부한 저자는 지구에서 가장 놀라운 물질들을 보관하고 있는 재료 라이브러리인 UCL 공작연구소의 소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백만 종의 재료가 있는 가장 큰 라이브러리이며 기하급수적으로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인류가 만든 세상 그 자체라며 세상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일깨운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스치듯 지나치는 재료들에 특별한 관심을 품은 저자의 집착!

이런 집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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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익숙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 《사소한 것들의 과학》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l****5 | 2016.04.11 리뷰제목
일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물의 속을 들여다보고 구조나 성질을 상상하는 재주가 있는 마크 미오도닉 저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우연히 플랫폼에서 누군가에게 면도날에 베이는 칼부림 사건을 겪고부터인데요. 경찰서에서 서류 작성 중 스테이플러 철심, 아버지의 열쇠고리 (물론 그의 등을 베어버린 면도날도 포함해서)... 갑자기 철이 세상 모든 것에 있다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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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물의 속을 들여다보고 구조나 성질을 상상하는 재주가 있는 마크 미오도닉 저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우연히 플랫폼에서 누군가에게 면도날에 베이는 칼부림 사건을 겪고부터인데요. 경찰서에서 서류 작성 중 스테이플러 철심, 아버지의 열쇠고리 (물론 그의 등을 베어버린 면도날도 포함해서)... 갑자기 철이 세상 모든 것에 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예민해지면서였어요.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 세상 곳곳에 그게 있더라는 사실을 눈 뜨게 된 거죠. 어떻게 이 한 가지 재료가 수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그때부터 평범한 재료의 세계를 탐구하게 됩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평범한 일상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합니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이렇게 10가지 재료가 옥상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컷 속에 담겨 있다니.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많은 재료가 이 세계를 만들고 있는지 인식하게 됩니다.

석기시대, 청동시대, 철기시대처럼 문명화의 단계를 말할 때도 사용되는 재료. 이런 용어도 새로운 '재료'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이 재료를 탐구한다는 주제가 만만한 게 아니구나 싶었네요.

 

"재료의 세계는 단지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부다." - 책 속에서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재료들이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기능하며, 우리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려줍니다.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은 무지했는데, 재료 기술의 진화는 재료와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며 인류 문화와 관계를 맺어왔고 그만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크 미오도닉 교수의 글은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에 특화된 글이었어요. 이런 글솜씨를 가진 분이 어디 있다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그의 글은 매력적입니다. 쉽고 재밌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하는 재주를 가진 분이네요. 추억이 서린 경험담은 유머감각을 가득 담고 있고, 영화 시나리오처럼 쓴 글은 신선한 방식이었어요. 이런 센스있는 과학자 같으니라고.

 

 

<사소한 것들의 과학>을 읽으며 재료과학이란 주제를 다양한 상식과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칼이 뚝 부러지는 이유를 통해 마법의 영역과도 같았던 강철 제조법이 과학의 영역으로 오게 된 스토리, 공학적 창조물 중 하나로 말할 수 있는 초콜릿의 비밀, 플라스틱 없이는 영화도 없었을 거라는 플라스틱 혁명 등 재료의 위대함을 알게 됩니다. 너무 흔해서 평소 생각하지도 않는 종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쉽게 찢어지기도 하면서 주름과 접힘만으로 종이접기 예술도 가능한 이런 재료가 세상에 드물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콘크리트의 경우 그저 건축에 사용하는 그 콘크리트만 생각하고 있었다가 자기치유 콘크리트니 콘크리트 천 같은 새로운 형태를 접하니 신기했어요. 새롭게 등장하는 콘크리트 세계를 보면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특히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명체를 통해 콘크리트 균열을 메꿀 방법을 찾아낸 자기치유 콘크리트 이야기나 저절로 세척되는 콘크리트 이야기를 보면 무생물과 유기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느낌입니다.

 

 

 

유기체만 신기한 게 아니라 무생물의 세계도 이토록 복잡하다니요. 생체재료 등을 통해 이젠 인간의 정체성을 우리 몸의 물질성으로 구분하지는 못할 거라네요. 그보다는 마음, 감정, 감각의 세계로 구분하는 세상이 온 거죠.

그동안 그 중요성을 몰랐고 덜 알려졌던 재료과학. 재료는 인류의 필요와 욕망의 복잡한 발현물이라는 마크 미오도닉 교수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익숙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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