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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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리뷰 총점 8.9 (65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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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스페인/중남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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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눈먼 자들의 도시 평점10점 | t*********a | 2006.08.22 리뷰제목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진다. 달리던 차들이 일제히 멈춘다. 잠시 후 파란 불이 켜져 다시 차들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중간 차선의 선두에 있던 차 한 대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뒤쪽에 늘어선 차들은 미친 듯 경적을 울려대고, 급기야 일부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멈춰 선 차의 창문을 거세게 두드려댄다. 안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한 마디, 아니 정확히 세 마
리뷰제목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진다. 달리던 차들이 일제히 멈춘다. 잠시 후 파란 불이 켜져 다시 차들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중간 차선의 선두에 있던 차 한 대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뒤쪽에 늘어선 차들은 미친 듯 경적을 울려대고, 급기야 일부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멈춰 선 차의 창문을 거세게 두드려댄다. 안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한 마디, 아니 정확히 세 마디를 내뱉는다.   "눈이 안 보여!"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이 남자를 시작으로 그와 접촉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이 멀기 시작한다. 그를 집까지 바래다 준 어느 시민과, 그의 아내와, 원인을 알기 위해 찾아간 안과의 의사 및 다른 손님들까지 릴레이로.. 눈 앞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전염성 실명이 급속도로 퍼지자 정부는 눈먼 사람들과 그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탈출하려는 자는 무차별 사살한다. 그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은 수용소 밖에서 지키고 있을 뿐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즉,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에는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강제수용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자 작가의 상상력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용소 안에서는 일단 사회에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권력을 가졌었는지,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정부로부터 배식된 음식을 나눠먹는 똑같은 눈먼 자들일 뿐.   그럼 눈먼 자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 곳에서의 생활이란 아주 안타깝고 참담하며 추악하다. 그들은  우선 화장실을 잘 찾지 못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곳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상 방뇨, 방변에 따른 악취와 질퍽한 바닥. 그 뿐이면 다행이겠지만 눈먼 사람들은 그걸 밟고 다니고 옷에 묻히고 다니며 결국엔 자신의 침대 또한 그들의 신발과 별반 다를게 없어지고 만다. 수도는 끊겨 씻을 길이 없고 혼란스러운 바깥 사회 사정 덕분에 배식 마저도 일정치 않다.   부족한 식량일지언정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서로 돕고 살면 그나마 아름다운 생활이 구현되겠지만 법과 제도가 없는 이 곳에서는 당연한듯이 식량 약탈, 공갈협박, 강간 등이 만연하여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게 만든다.   저러면서까지 계속 살아야 할까? 생각이 드는 이 곳에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녀는 눈이 먼 남편을 혼자 수용소에 보내기 싫어 눈이 멀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들어온 안과 의사의 아내이다. 지상 지옥이 따로 없는 이 곳에서 그녀는 차라리 눈이 멀었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로 제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눈먼 사람들을 안내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정부로부터의 배식이 아예 끊겨 버린다. 그 이유는 수용소 밖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렸기 때문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수용소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서로간에 마지막 전쟁을 벌이고 그러다 수용소에 화재가 발생한다. 무장한 군인이 지키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눈먼 자들은 그 곳을 탈출해 바깥 세상으로 나가고 눈이 보이는 의사의 아내 또한 그 곳에서 함께 생활했던 몇 명을 이끌고 수용소를 나선다.   세상에 있는 단 두개의 눈인 의사의 아내는 참혹한 광경에 놀란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도시는 전기, 물, 교통 할 것없이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멈춰버렸고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한 도로는 끔찍하기만 하다. 이제는 오물로만 보이는 눈먼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음식을 찾아 배회한다.   내가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즈음 의사 아내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눈먼 자들 사이에 인간애가 조금씩 회복되고 그들이 타인과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깨달아 갈때 쯤 마침내 다시 눈을 뜨게 된다...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새롭다. 대화와 서술을 구별하지 않는 문장 형식, 수미표와 마침표를 제외한 모든 문장부호의 생략.. 그의 손에 의해 펼쳐지는 언어의 잔치는 긴박한 스토리와 함께 한 번 집어든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한정되어 있는 물자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휴머니즘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뿌리째 뒤흔드는 충격적인 이 작품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도시에는 두려움과 증오와 절망만이 가득하다. 감춰져 있던 인간의 모순들이 실명 상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책에서의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모두 의사, 의사의 아내, 도둑,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등의 일반 명사로 불리운다. 인간의 개별성을 드러내 주는 이름을 지워버린다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개개인의 인간이 아닌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인간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이 책이 알레고리 형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생활은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로, 그리고 물리적인 생활과 정신적인 생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생활과 물리적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자고, 입고, 배설하는 인간의 기본 생리적 활동이 보장되지 않을 때 사회 생활과 정신적 생활이 어떤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다시 시력을 회복했을 때, 눈먼 자들의 도시를 두 눈을 통해 목격한 의사 아내는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말을 던진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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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감은 눈을 통해 보게 된, 또 다른 세상 평점9점 | h***7 | 2008.04.20 리뷰제목
내가 '눈'을통해 바라보고 있는 이 모습들과 '진실'이라 부르고 있는 '진실'들의 벽을 짚고 있는 기분이다. 처음 서점에서 흘깃 보고 지나치며 짐작했을 때, 눈먼 사람들만 있는 도시를 상상하는 건 별거 아닌 일 같았고 다소 진부한 이야기와 그에 어울릴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있을 것 같다며 가벼이 여겼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내게 엄청난 마음의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20대
리뷰제목

 

 

 내가 '눈'을통해 바라보고 있는 이 모습들과 '진실'이라 부르고 있는 '진실'들의 벽을 짚고 있는 기분이다. 처음 서점에서 흘깃 보고 지나치며 짐작했을 때, 눈먼 사람들만 있는 도시를 상상하는 건 별거 아닌 일 같았고 다소 진부한 이야기와 그에 어울릴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있을 것 같다며 가벼이 여겼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내게 엄청난 마음의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20대의 첫 걸음을 옮기고 있는 내게 사소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어렸을적 꿈꿔왔던 반짝반짝한 20대가 아닌 현실을 마주함에 숨가쁨을 느끼고 있던 터라, 대개 희망적인 모습을 통해 힘을 얻게 만드는 것과는 달리 애써 아닌듯 숨기며 사는 무시무시한 이면의 진실들을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여 말로는 다 설명못할 것들을 느끼게끔 해주는 또다른 기분을 갖게 해준 것이다.

 

 이 책은 ','와 '.' 그리고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 뭐 이렇게 불친절한 책이 다 있담..' 생각했지만 작가의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눈뜬 장님의 기분을 느꼈다고나 할까? 일반 책들과 달리 친절함이 없는 이 책은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읽었던 곳을 다시 읽기도 하고 읽다가 인물간 대화에 혼동을 느끼기도 한다. 버젓이 두 눈을 가지고도 헤매는 꼴이 우스웠다. 물론 인물간 나누는 대화를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묘한 기분과 함께 내가 세상을 바라볼때 선입견에 갇힌 편협한 마음으로 바라보진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변화에도 이해하는데 있어 큰 '다름'을 느끼는데 하물며 인간사,인간관계라고 다르겠냐 싶은 마음에 말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잠깐 눈 감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이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지 말 다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나는 감히 이 소설이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뜩하다고 말하겠다. 첫장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백색실명의 공포. 작가는 어떤 잔인한 표현을 통해 독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보다 물이 서서히 스며들듯 조금씩 조금씩 공포가 배게 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눈부신 실명은 한사람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눈이 멀게 만든다. 오직 안과의사 아내만을 제외하고. 눈이 멀었다는 표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들은 실명아닌 실명을 겪게 된다. 실명이 되기 전의 사람들은 실명된 사람들을 피하기 급급했고 그들을 격리수용하기에 이른다. 그 안에서 겪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누군가에게 보여질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드러나는 인간의 감추어진 본능-. 정말 평범하던 사람들인데 어떤 조건의 변화로 폭력,강간,살인을 일삼게 된다. 그런 인간성을 잃은 모습 가운데 인상적이였던 것중 하나가 그 격리수용 된 곳에서도 총을 가진 이들이 그것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려 했다는 것이다. 눈이 먼 사람들끼리 있는 가운데에서 조차 인간 개인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권력욕, 그리고 도덕성의 상실. 또한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금에 일어나는 일들과 책 속 눈이 멀어버렸을때 나타나는 경악을 금치 못할 일들이 어느정도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작가는 정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책을 읽고 일어나는 '어떤'것을 다 쏟아내질 못하겠다. 그냥 그 느낌만이 계속 맴돌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눈에 보여지는, ‘보고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에만 열중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을 가꾸는데에만 열중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이루고 싶어하던 꿈들을 잃곤 한다. 의사 아내가 보여준 어떤 희생, 그리고 추악한 인간의 본능들이 흐르는 공간속에서도 옅은 희망 한줄기를 붙잡고 끝까지 함께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통해 삭막한 요즘에 잊고있던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의 아내는 모두 시력을 잃고 자신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 순간에 개인만의 ‘눈’이 아닌 모두의 ‘눈’이 되어 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은 그녀가 부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 소설에서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던 사람이 의사아내라는 걸 느꼈다. 상상도 할 수 없던 행동들을 본능에 이끌려 일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 소설엔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작가는 의사아내라는 사람들 통해 어두운 이야기 속에 희망을 계속 조금씩 남겨두었던 것 같다. 눈먼 사람들 가운데 눈뜬 사람이라는 어찌보면 가장 행복할 것 같지만 가장 불행한 그녀를 통해 더 늦기 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잊고있던 진정한 일상을 찾으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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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11.02.13 리뷰제목
1.이 소설의 개요와 특징에 대하여 독특한 소재, 과감한 상상력,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단순하지만 급박한 상황전개로 독자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지닌 소설이다. 사전을 전개시키는 단 한 가지 변수가 발생한다. 어느날 사람들이 갑자기 앞을 볼 수 없는 실명이라는 병에 걸린다. 이 병은 전염된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이미 병에 걸린 사람은, 그리고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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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소설의 개요와 특징에 대하여

독특한 소재, 과감한 상상력,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단순하지만 급박한 상황전개로 독자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지닌 소설이다. 사전을 전개시키는 단 한 가지 변수가 발생한다. 어느날 사람들이 갑자기 앞을 볼 수 없는 실명이라는 병에 걸린다. 이 병은 전염된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이미 병에 걸린 사람은, 그리고 아직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까? 최근의 구제역 사태를 생각해 보면 많은 것들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소설은 안과의사와 그를 찾아온 손님들로 구성된 소집단 이야기에서 사건을 전개한다. 이 도시에서 제일 처음 눈먼 사람과 이를 치료하던 의사. 그리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잠시 마주쳤던 그의 환자들이 모두 차례차례 시력을 상실한다. 그리고 이들은 집단수용소에 격리되어 살아간다. 여기까지는 보호하고 보호받는 사람의 구분이 가능한 시기이다. 그러나 상황은 도시의 모든 사람들까지 전염된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는 곳까지 악화된다.

 

눈먼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 세상을 본다면 우리가 상황이나 사실을 구분하기 위해 이름지어준 많은 것들이 의미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몇가지 독특한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로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이름없이 소개된다. 그냥 의사, 의사 아내,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여자... 이런 식으로 소개된다. 눈먼 도시에서는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개성의 차이가 큰 의미없음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는 소설의 표현형식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는 목차나 장절의 구분이 없다. 문장에서는 따옴표나 느낌표가 없다. 마치 어둠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물건을 파악해야 하듯이 누가 한 말인지는 독자가 주의깊게 읽고 파악해 나가야 한다. 마침표와 쉼표만이 상황의 전개를 담당하고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가장 단순한 구별만이 가능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보이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눈먼 생활의 단면을 컬러 대신 흑백TV로 상황을 중계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2.실명이라는 상황을 통해 살펴본 인간본성의 문제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 소설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인간본성을 조명하는 측면이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비도덕성과 잔혹함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감염자를 격리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태도에서부터 생존에 필요한 물과 음식을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 음식을 무기로 권력을 휘두르는 수용소내의 깡패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이기심과 잔혹함을 고발한다.

 

눈 먼 자들이 꼭 신체적 실명의 의미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는 것을 외면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의미의 실명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본문의 한 구절을 살펴보자. 안과의사 부인의 행동이나 다시 볼 수 있게 된 상황등을 통해 인간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461쪽)

 

3.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문제

이 소설에 나오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멀게 되지만 단 한 사람 예외가 있다. 안과의사 아내가 주인공이다. 장님들만 있는 곳에선 애꾸눈을 가진 사람이 왕이라지만 모두가 눈먼 도시에 혼자만이 볼수 있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항상 내 머리속에 맴돈 질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없는 능력을 갖는다는 건 하나의 파워임에 분명하다. 의도했건 아니건 안과의사 아내는 집단수용소내에서 강패들의 부당한 요구를 깨트리는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그 이후의 소규모집단 생활에서도 살림을 꾸려가는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눈먼 자들이 만들어 놓은 온갖 추잡함과 지저분함으로

목도하면서 정신적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녀에게는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는 상황을 자주 경험했으리라 생각된다. 눈먼 자들과 눈멀지 않는 자를 대비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남의 눈을 통해서도 세상을 보고 살아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4.인류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통찰에 관한 문제

인간의 감각중에 시각 하나만 없어도 인류는 완전히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한 상황을 접하게 된다. 물과 음식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곳곳에서 시도된다. 초기 발병자들을 집단소용소에 격리해 남은 사람들의 생존을 도모하는 장면에서부터, 안과의사 집단과 같이 소규모 집단생활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장면,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텃밭을 가꾸고 닭을 키우는 할머니의 모습, 음식을 찾아 도시의 이곳저곳을 헤메는 거리의 도시인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인류가 발전해 온 긴 역사를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키워가는 것들이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의 문제를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도대체 어떻개 살아가야 하는가? 책을 덮으면서 이런 근본적 문제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작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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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눈먼 자들의 도시](2002) _ 주제 사마라구 지음 (서평)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i | 2023.01.13 리뷰제목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단연코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책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읽었던 그날의 감정들이 생각이 날 만큼 책이 주는 메시지는 확실했다. 아포칼립스적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또, 권력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등등 인간 본연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책을 통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
리뷰제목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단연코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책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여전히 읽었던 그날의 감정들이 생각이 날 만큼 책이 주는 메시지는 확실했다. 아포칼립스적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또, 권력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등등 인간 본연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책을 통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었던 책. 다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별로였다는 것은 아쉬울 따름.


 

▶ 읽은 날짜 : 2007년 쯤

▼ 당시 리뷰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는 정말 대작인것 같다. 그 상상력과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결코 작지 않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에 그냥 빠져 들기 마련이다.

 

어느날, 갑자기 세상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원인은 없다. 아니 원인불명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한두명 안보이기 시작하더니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저갔다. 그런데, '나'는 앞이보인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앞이 보이는 사람은 '신'이다. 그 '신'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격리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수용수들이 들어나고 앞이 보이는 '신'들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나'는 '신'이길 포기했다. 남편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척하며 남편과 함께 수용소에 수용됐다. 수용소에서 삶은 처음에는 괜찮았다. 서로 도와주며 의지하며 그들만의 질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들에 의한 보급이 점차 줄어들면서, 그들만의 세계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다시 권력을 잡은 자와 잡지 않은 자들이 나뉘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인간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왔지만 역부족..권력을 잡은 보이지 않은 인간들에게 엄청난 수모를 당했지만 감수하고 '나'를 따르는 인간들과 수용수를 떠난다.

 

세상은 그야말로 지옥. 이 세상에 진짜 신은 없다. 그리고 앞이 보이는 '신'도 더이상 없다. 오직 앞이 보이는 '나'만이 그 지옥을 볼 뿐....'나'를 따라온 사람들을 챙겨가며 그들의 사연을 듣는다..그리고 그들은 함께 살기를 결정한다. 그러던 어느날...한명씩..앞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중심으로 소설의 이야기를 써봤다. 쓰는 중간중간에 소름이 쫘악..진짜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것. 즉 눈이 멀어버린 세상은 어떠할 까? 그리고 그 속에 '나'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이라면? 

 

점차 인간 본연의 모습이 들어나는 세상은 차라리 지옥에 가깝다. 거리엔 시체와 오물 투성이고 사회적 기능을 하는것은 전혀 없다. 아마...진짜 세상 이라면 더 큰 재앙을 맛보겠지...그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권력을 잡으려 하는 인간들이 있는가하면 인간미를 잊지 않으려는 인간들도 있다.

 

탁월한 심리묘사와 상황의 구성은 읽는 나로 하여금 그저 감탄 또 감탄. 인상적인 인물들은..눈이 안보이면서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인데..나이차가 많이 나는 그들은 외모를 보지 않고 내면의 소통으로만 사랑하게 된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건 바로 눈이 보이는 것 보이면서 그들의 사랑이 깨어질까 두려워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 하지만 그들은 사랑할 것이다 분명..작가는 의도적으로 지금의 외모지상주의를 불편하게 말하고 싶었던것 같다.

 

영화화 된다고 해서 개봉하는 날 조조로 보러 갔지만.. 역시 영화는 책에서 읽었던 것 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주진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책에서 읽었던 부분을 시각화 했다라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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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임산부, 노약자에게 권할 수 없는 지옥의 묵시록 평점9점 | p****1 | 2007.02.06 리뷰제목
뭔가, 잠들지 못하게 하는 서성거림, 공포를 주는 소설이다. 인간성 상실이라고 하는 정신의 죽음과 심장이 멈추는 생물학적 죽음 둘 모두를 아우르는 백색의 실명. 세상 사람 중 몇몇이 그런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이가 눈이 멀어 버리고, 더럽혀진 세상 즉 도시는 침묵의 아비규환에 휩싸인다. 지옥의 묵시록이다.   가장 처참한 것은 혼자 눈 뜬 사람이다. 모든 것을 보
리뷰제목

뭔가, 잠들지 못하게 하는 서성거림, 공포를 주는 소설이다. 인간성 상실이라고 하는 정신의 죽음과 심장이 멈추는 생물학적 죽음 둘 모두를 아우르는 백색의 실명. 세상 사람 중 몇몇이 그런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이가 눈이 멀어 버리고, 더럽혀진 세상 즉 도시는 침묵의 아비규환에 휩싸인다. 지옥의 묵시록이다.

  가장 처참한 것은 혼자 눈 뜬 사람이다. 모든 것을 보아야 하는 사람. 눈 먼 자들이 보이지 않으므로 사람의 주검을 옆에서 날고기를 뜯어먹을 때 차마 보여서 그걸 하지 못하는 사람.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의 고통, 속물이나 비열한 인간이 되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은 숱한 명작에서 되풀이되는 이야기이지만 이번 것이 더 처절한 울림을 갖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스탠드를 끄니 눈이 어둠에 적응하지 못해 세상이 새까맣다. 보이지 않는 허공을 응시하며, 백색 실명과 깜깜한 실명 중 어느 것이 나을지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갑자기 실명의 공포가 엄습한다. 벌떡 일어나 더운 물을 받는다. 온갖 오물과 피바다를 끝없이 기어다녔던 그들이 퍼붓는 비에 몸을 씻었듯이 나도 그래야 겠다는 강박을 느낀다.

  아직 살만할 때, 아직은 눈이 성성할 때 백색 실명을 예방하자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 멀고야 진실을 볼 수 있었던 많은 이들도 몰라서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는 자조적인 감상에 휩싸인다.

  사람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양심을 담보한다고 하는 확신을 가지고 싶다. 생각이 빠져나간 몸으로 돌아다니는 이들. 나는 좀비 영화가 제일 무섭다. 임산부, 노약자는 안 보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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