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미리보기 공유하기

꿀벌과 천둥

리뷰 총점 9.4 (421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파일정보
EPUB(DRM) 68.1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47건) 회원리뷰 이동

eBook 『꿀벌과 천둥』음악이란 매개를 통해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7.08.21 리뷰제목
2년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었다. 더불어 클래식 음반이 다시 활기를 띠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국제 대회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들은 거의 천재나 신동으로 불리던 이들이다. 이들이 참여한 콩쿠르라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당연하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회를 다루는 소설이라면 일반 독
리뷰제목

2년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었다. 더불어 클래식 음반이 다시 활기를 띠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국제 대회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들은 거의 천재나 신동으로 불리던 이들이다. 이들이 참여한 콩쿠르라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당연하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회를 다루는 소설이라면 일반 독자들도 무리없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 그들이 품어내는 음악의 변주들을 만날 수 있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다.

 

그 전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작품들이 약간의 환상 문학이었던 까닭에 이 이야기가 어떻게 전해질지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콩쿠르에 참여한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설에서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말한다.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콩쿠르 오디션장에 들어온 흙 묻은 손으로 들어온 열여섯 살의 앳된 소년의 이야기부터다. 그에 대한 이력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어느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연주회 경력은 있는지 백지 상태에 가까운 그의 이력이지만 그가 피아노의 첫 음을 울리는 순간 오디션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가 내뿜는 자유로운 연주에 매혹된 반면 그의 연주가 천박하다며 경악케 한다. 그가 가진 건 단 하나 유지 폰 호프만을 사사했다는 것 정도다. 호프만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가자마 진을 기프트라고 표현하며 그의 재능을 기프트로 받아들일지 재앙으로 받아들일지는 여러분 즉 우리들에게 달려있다고 표현한 점이다.

 

양봉가의 아들인 가자마 진은 아버지를 따라 다닌다. 그래서 그를 꿀벌 왕자라 부른다. 가자마 진의 이야기와 어릴때 피아노 천재소녀였으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일반인으로 돌아간 에이덴 아야와 놀라운 실력과 외모를 가져 스타성이 겸비된 줄리어드 음악원의 마사루, 음악을 전공했지만 가족을 위해 악기점의 직원으로 살아가는 아카시의 도전이 펼쳐진다. 음악에 대한 사랑,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천재성, 다시 음악에 대한 사랑의 기폭제가 되는 오디션 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연주곡을 들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연주는 자신에게 새로운 기폭제가 되어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가 원했던 방향으로 완벽한 연주를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로운 표현을 하며 어릴적 꿈꾸었던 혹은 추억의 시간을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꽤 오랜시간 준비한 작품으로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수작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열정, 그들의 연주로 새로운 영감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나타난 천재들에게 질투 혹은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저변에 깔려있는 건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음악으로 인한 성장이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천재성을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서로의 연주를 응원하고 함께 나아간다는 주제를 담았다.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뜻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의 추리소설가 온다 리쿠를 상상하는 건 금물이다. 음악에 대한 열정, 거부할 수 없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감동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1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4 댓글 14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음악은 어디에나 있다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n***8 | 2018.03.14 리뷰제목
음악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은 그렇게 자주 오래 들어보지 못했다. 우연히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연주곡을 들으면 좋다 여기기도 하는데, 더 알려 하지 않다니. 그건 왜인지 모르겠다. 알고 싶은 때도 있었던가. 예전에 음악을 들어보려고 CD를 산 적 있다. CD 열장에서 들어본 건 몇장 안 된다. 클래식에 아주 조금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는 게 어딘가. 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그
리뷰제목

 음악을 좋아하지만 클래식은 그렇게 자주 오래 들어보지 못했다. 우연히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연주곡을 들으면 좋다 여기기도 하는데, 더 알려 하지 않다니. 그건 왜인지 모르겠다. 알고 싶은 때도 있었던가. 예전에 음악을 들어보려고 CD를 산 적 있다. CD 열장에서 들어본 건 몇장 안 된다. 클래식에 아주 조금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는 게 어딘가. 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그건 자주 오래 들어야 귀에 익을 거다. 대중음악은 몇번 들으면 익숙해지는데. 음악이나 운동은 듣고 보기보다 자신이 하는 게 더 재미있다. 클래식을 오래 자주 듣지 못하는 건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피아노를 오래 배웠다면 나았을까. 여기에서 마사루는 음악과 운동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언젠가 내가 피아노 배우는 건 돈이 많이 드니 타자를 배웠다고 했는데, 여기 나오는 어떤 소설가(온다 리쿠 생각이기도 하겠지)는 치아노 치는 것과 컴퓨터 키보드 치는 걸 비슷하게 여겼다. 재미있구나.

 언제 이 책을 알았던가. 어떤 분이 온다 리쿠가 쓴 책이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글을 썼다. 그때 피아노 콩쿠르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2017년 6월말엔가는 이 책이 일본 서점대상도 받았다는 거 알았다(더 일찍 알았던가). 일본 서점대상 후보였던 《츠바키 문구점》 드라마를 보고 온다 리쿠가 상 받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 그걸 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책이 한국에 나왔다. 《츠바키 문구점》도. 이 책 《꿀벌과 천둥》도 드라마나 만화영화로 만들면 괜찮을 텐데. 만들까. 책만 봐도 괜찮기는 하다. 그때 책 한권 더 알았다. 그건 《오후도(앵풍당) 이야기 桜風堂ものがたり 》(무라야마 사키)로 책방이 나오는 거다. 책방과 사람이라 해야겠지. ‘오후도(앵풍당)’가 책방 이름이다. 이것도 따듯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츠바키 문구점’은 편지고 ‘오후도 이야기’는 책방이라니.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좋아하겠다. 이 두 책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나무가 나온다는 거. 츠바키 문구점은 동백나무고 오후도 이야기는 벚나무다. 이건 오후도라는 한자를 봐서 생각한 거고 책에 벚나무가 나오는지 그건 나도 모른다. 책방 앞에 있을 것 같다.

 온라 리쿠는 일본 서점대상을 두번째로 받았다. 처음 받은 건 《밤의 피크닉》이다. 이 책 예전에 읽기는 했다. 그때 좋게 여긴 건 고등학교 행사로 밤을 새워 걷는 거였다, 처음에는 뛰었던가. 그때는 그게 좋게 보였지만 지금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 책을 보고 온다 리쿠 책을 여러 권 만나기는 했는데 그렇게 잘 보지 못했다. 미스터리처럼 보이면서도 아주 미스터리는 아니기도 했다. 난 잘 읽지 못했다 해도 한국에는 온다 리쿠 책을 좋아하는 사람 많다. 이번 책 《꿀벌과 천둥》은 지금까지 나온 것과는 좀 달라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온다 리쿠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나는 괜찮았다. 이 책으로 온다 리쿠를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겠지. 나오키상은 일본 대중소설에 주는 상이다. 그래선지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클래식에 피아노 콩쿠르를 많은 사람이 아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것을 한번 엿보는 것도 괜찮다.

 이야기는 제6회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가 열리는 두주 동안을 그렸다. 1, 2, 3차 예선에 본선까지 두주나 하다니. 제1차 예선에는 아흔 명이 참가한다. 제2차 예선에 나갈 수 있는 건 스물네 명이고 제3차 예선에는 열두 명 본선에는 여섯 명이 나간다. 어쩐지 심사하는 사람이 힘들 것 같다. 심사위원에서 몇 사람 이야기도 하지만,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는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선을 치르기 전에 참가등록 하는 부분도 나온다. 그때 파리에서 가자마 진이 뽑힌다. 가자마 진은 열여섯 살로 아버지가 양봉일을 해서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지금까지 가자마 진은 정규음악교육을 받지 않고 이름이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유지 폰 호프만 제자라는 걸로 콩쿠르에 참가했다. 클래식은 학교 같은 걸 좀 따지지 않나 싶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면서도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하면 서류 면접에서 떨어뜨린다. 가자마 진이 한 피아노 연주는 아주 색달랐다.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피아노 연주를 소리가 아닌 글로 나타내는 건 쉽지 않을 텐데 음악을 몰라도 책을 보다보면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신기한 일이다.

 앞에서 가자마 진밖에 말하지 못하다니. 가자마 진뿐 아니라 에이덴 아야나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은 천재다. 천재는 아니라 해도 자신만의 음악을 하려는 다카시마 아카시도 있다. 클래식은 어렸을 때부터 하고 그때 재능을 알 게 될 거다. 다른 건 하지 못하고 그것만 해서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거 하나에 시간을 다 쏟아부어도 프로가 될까 말까 하고 어렸을 때는 천재였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평범해지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네 사람 아니 피아노 콩쿠르에 나오는 모든 사람 가운데서 가장 자유로운 건 가자마 진이다. 마사루는 연주 잘하고 잘생기고 벌써 스타였다. 아야는 어렸을 때는 천재로 피아노 연주 활동을 했는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피아노 연주 활동을 그만두었다. 다카시마 아카시는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자신은 천재가 아니다 여기고 악기점에서 일했다. 피아노 연주에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아서 콩쿠르에 참가하기로 했다.

 두주는 긴 시간일까 짧은 시간일까. 두주 동안 소설에 나오는 사람은 조금씩 바뀐다. 자란다고 해야겠지. 가장 많이 달라지는 건 에이덴 아야 같다. 아야는 가자마 진이 하는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자신도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다 생각한다. 마사루는 어릴 적 친구 아야를 만나 기뻐했다. 아카시는 앞으로도 음악을 하려 한다. 음악은 천재만이 하고 즐기는 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즐기면 된다. 이건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다. 책을 보면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 괜찮다. 음악, 클래식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피아노 연주하는 사람 이야기가 많지만, 그것을 할 수 있게 하는 무대 매니저 조율사 이야기도 조금 나온다. 그밖에 더 많은 사람이 뒤에서 일하겠지. 음악은 누구나 듣고 즐길 수 있다.



희선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20
종이책 주간우수작 꿀벌과 천둥 평점8점 | b******8 | 2017.09.22 리뷰제목
유명하지만 손이 가지 않는 작가가 있습니다. 일본 여류작가(특히 장르소설에서 ) 중에는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가 그렇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읽은 것이 없습니다. 영화로 나왔던 '화차'만이 간적경험이었을 뿐... 온다 리쿠와의 만남은 오래 전 '밤의 피크닉' 밖에 없습니다. 고등학생들이 밤새 걷는 내용이죠 ㅎㅎ 잔잔하면서도 약간의 스릴이 있었던 작품
리뷰제목

유명하지만 손이 가지 않는 작가가 있습니다. 일본 여류작가(특히 장르소설에서 ) 중에는 미야베 미유키와 온다 리쿠가 그렇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읽은 것이 없습니다. 영화로 나왔던 '화차'만이 간적경험이었을 뿐... 온다 리쿠와의 만남은 오래 전 '밤의 피크닉' 밖에 없습니다. 고등학생들이 밤새 걷는 내용이죠 ㅎㅎ 잔잔하면서도 약간의 스릴이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온다 리쿠의 작품이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는, 작가에게 사상 첫 '서점대상 2회 수상'의 영예를 안겼고, 나오키상까지 동시 수상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기에? 하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소설의 첫 부분부터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총 12년의 구상, 11년의 취재, 7년의 집필 끝에 탄생한 작품. 일본에서는 인물들의 콩쿠르 연주곡을 모은 클래식 음반이 발매되었다고 합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됐습니다. 작품을 읽어나가며 이런 묘사와 감상을 주는 음악을 직접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으니까요. 더구나 인물들이 연주하는 음악들 중의 일부는 직접 감상해 봤거나 제목만이라도 들어본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르는 작곡가,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요시가에 피아노 콩쿠르’(실제 하마마쓰시에서 3년마다 열리는 콩쿠르라고 합니다.) 이곳에 압도적인 4인이 등장합니다. 천재라고 불리며 주니어 콩쿠르를 제패했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공연장에서 돌연 모습을 감췄다 이제는 대학생이 돼서 무대에 나타난 에이덴 아야. 압도적인 실력과 뛰어난 외모를 갖춘, 이미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요시가에 콩쿠르에 등장한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이 있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악기점 직원으로 살아가던 다카시마 아카시. 그리고 거장 유지 폰 호프만의 제자라고 알려진, 양봉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지만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16세 소년 가자마 진. 이들이 소설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이 네 인물 중 하나를 응원하지 않을까 합니다. 워낙 개성적인 인물이라 어느 한 사람에게만 눈길을 주기에도 애매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꾸 마음이 가는 인물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에이덴 아야를 응원했습니다. 혜성과 같이 등장해서 역시 혜성과 같이 사라진 천재 소녀.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또 모든 것을 준비해주던 어머니의 죽음은 이 천재 소녀를 음악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까지 음악을 내몰 수는 없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아닌 밴드도 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하던 그녀가 어머니의 대학동기였던 하마자키 학장의 요청으로 콩쿠르에 참가합니다. 그리고 심리적 방황과 두려움을 이겨내며 그녀는 콩쿠르를 통해 인간으로서도, 음악가로서도 한 단계 성장합니다. 스스로 떠났던 음악계에 다시 돌아온 그녀... 그녀는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거의 700쪽에 육박하는 분량입니다. 하지만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물론 뒷부분에 가서는 다소 흥미도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다르게 서술을 해도 음악에 대한 해석 혹은 설명이 반복되다 보니 약간의 지루함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초반부의 신선함과 세밀함이 워낙 좋았기에 후반부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실제 콩쿠르가 이렇게 3차 예선과 본선으로 진행되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네 인물의 연주에 대한 서술이 계속 반복되는데(어쩔 수 없는 측면이긴 한데...) 이 부분의 양을 줄이거나 예선마다 초점을 맞추는 인물을 설정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작품의 밀도가 떨어지겠죠? 그런 면에서 한 인물을 중도에 탈락시킨 것은 꽤 절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욕심같아서는 한 인물을 더 떨어뜨렸으면 했는데요(공교롭게 그 인물이 우승을 합니다 ㅎㅎ) 이유는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향상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제 개인적인 느낌일 뿐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을 하며 읽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합니다.

 

백 명에 가까운 참가자 중에 1차 예선 통과자는 24명, 그 후 12명, 6명으로 통과자는 줄어듭니다. 피를 말리는, 잔인한 토너먼트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경쟁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존경합니다. 공감합니다. 자신의 배움의 양분으로 삼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따뜻합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상호 영향을 받고 상대의 장점에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깨닫고 또다른 도약의 디딤대를 마련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갈등이 없습니다. 이미 각 단계별 경쟁이 있기 때문에 굳이 인물 간의 갈등이 필요없었는 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읽으며) 그 인물에,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면 될 뿐입니다. 이렇게 인물 간의 갈등이 없는 소설도 참 오랜 만에 만나지 않나 싶습니다.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입니다. 그래서 인물들의 연주곡명은 알아도(그것도 새발의 피지만) 들어본 경험은 없습니다. 그래서 작품에 묘사되는 혹은 서술되는 연주에 대한 느낌을 떠올릴 만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작가가 표현한 음악에 대한 느낌을 읽어가면서 간접적인 추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절묘하게 음악을 표현한 글을 보면서 직접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수많은 악기 중 피아노를 참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아니 우리나라에서 음반이 발매된다면 꼭 사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과연 그들이 연주했던 음악들은 제가 어떤 느낌을 줄까요? 궁금하기만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저처럼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읽어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음악을 이렇게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경탄하면서 읽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인물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할까 짐작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네 인물 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응원하면서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어느 인물이 우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정말 매력적이면서 개성적인 인물들입니다. 이런 조합을 생각해 낸 작가의 능력도 놀랍지요. 어쩌면 대중에게 거의 외면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일본의 예만 보더라도 그렇지요. 과연 한국에서도 음반이 발매될 지, 또 성공을 거둘 지는 알 수 없지만...

 

매력적인 문장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더 다가온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은 밝고, 한없이 넓고, 항상 흔들리며 쉽게 변화하는, 성스럽고도 두려운 장소였다.(17쪽)

 

물결이기도 하고 진동이기도 한 무언가가 온 세상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 울림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나라는 존재 자체를 포근히 감싸주는 것만 같아 마음이 차분해졌다...... 환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꿀벌은 세상을 축복하는 음표라고.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 지고한 음악으로 가득 차 있노라고.(18쪽)

 

'세상에서 백 명밖에 연주하지 않는 악기로 1등을 해봤자 시시하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들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더 훌륭해지고 싶다고 몸부림치며 자기 음악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상에서 한 줌밖에 안 되는 빛을 받는 음악가의 위대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거야. 그 뒤에 좌절한 음악가들이 수없이 많은 걸 알기 때문에 음악은 더욱 아름다워.'(136쪽)

 

도시의 목소리는 청아하다. 아련한 메아리처럼, 수도승이 쥐고 있는 석장처럼, 하염없이, 하염없이, 하늘 저편에서 울려 퍼진다.(297쪽)

 

나는 두렵지 않단다, 진...... 한 발 먼저 음표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거야...... 진은 내가 두고 가는 선물이란다.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기프트지.(309쪽)

 

하루하루 삶속에서 물을 준다. 그것은 삶의 일부이자 생활을 구성하는 행위다. 빗소리와 바람의 온도를 느끼고, 그에 따라 작업도 바뀐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개화와 수확이 찾아온다. 어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오로지 인지를 초월한 기프트다. 음악은 행위다. 습관이다. 귀를 기울이면 언제나 음악이 가득하다.(374쪽)

 

아무리 연습해도 제자리걸음,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여기가 한계인가 절망하는 시간이 끝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유는 몰라도 느닷없이, 그때까지 연주하지 못했던 부분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은 표현할 길 없는 감격과 충격이다. 정말로 어두운 숲을 빠져나가 탁 트인 벌판에 서는 기분이다.(455쪽)

 

일렁거리는 시간의 흐름 밑에 가라앉은 고독, 평소에는 못 본 척하는 고독, 느낄 새도 없는 일상생활 이면에 찰싹 들러붙어 있는 고독, 아무리 다들 부러워하는 행복의 정점에 있어도, 충실한 인생을 보내고 있어도, 역시 모든 행복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고독을 등에 업고 있다. (561쪽)

 

인간이라는 존재에 아주 조금, 지상의 중력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언가를 덧붙인다면. '음악을 한다'는 것이 그에 가장 합당한 답 아닐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나타나는 순간에 곧 사라지는 음악. 그 행위에 정열을 쏟고, 인생을 바치고, 마음을 강하게 빼앗기기 때문에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인간에게 덧붙은 작은 마법 같은 옵션 기능이 아닐까?(654쪽)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0
종이책 꿀벌과 천둥 평점8점 | s*******6 | 2019.02.16 리뷰제목
책을 읽으면서도 피아노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 그간 읽었던 온다 리쿠의 책들은 모두 다가 미스테리물이었던지라, 과연 이 책이 온다 리쿠가 쓴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신선하고 새로웠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온다 리쿠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스토리는 피아노 콩쿨에 참가한 4인을 중심으로 하는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리뷰제목

책을 읽으면서도 피아노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었다그간 읽었던 온다 리쿠의 책들은 모두 다가 미스테리물이었던지라과연 이 책이 온다 리쿠가 쓴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만큼 신선하고 새로웠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온다 리쿠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스토리는 피아노 콩쿨에 참가한 4인을 중심으로 하는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4명이 하나 같이 매력이 넘친다천재가 폭탄처럼 세상에 남겨두고간 천재잊혀진 천재천재와 부자들만 득실거리는 데 분노한 어느 애 아빠연줄이고 경력이고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만 붙으려는 천재... 다양한 캐릭터들의 인생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와 함께 콩쿠르라는 경쟁 구도에서 오는 긴장감도 이 책을 읽는 포인트 중의 하나라 생각된다물론 가장 큰 매력은 책 속에서 들려오는 음악의 선율이라 하겠지만...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6
종이책 구매 티끌하나도 이유없이 만들어진건 아닐거예요 . 평점9점 | y*****7 | 2017.12.03 리뷰제목
꿀벌과 천둥 ㅡ 온다 리쿠 ,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인류가 어떤 의미로든 발전을 하는데엔 누구 한 사람만의 힘이 절대적일 리 없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 마찬가지로 퇴보하는 것 역시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질 리 없다는 생각도 그렇습니다 . 모든 것은 꼭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 있어야 할 곳에 운명처럼 인연을 ,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운과 명을 , 그 방향
리뷰제목

꿀벌과 천둥 ㅡ 온다 리쿠 ,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인류가 어떤 의미로든 발전을 하는데엔 누구 한 사람만의 힘이 절대적일 리 없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 마찬가지로 퇴보하는 것 역시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질 리 없다는 생각도 그렇습니다 . 모든 것은 꼭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 있어야 할 곳에 운명처럼 인연을 ,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운과 명을 , 그 방향을 시험대에 올려놓는게 신이라는 , 힘을 가진 이의 장난 같단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 만약 신이 있다면 말입니다 .

꿀벌과 천둥을 정신없이 탐독하는 오늘 , 날씨는 신의 장난처럼 뇌우가 요란하였습니다 .

책 속에선 주요 주인공으로 천재적 연주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활약하고 성공하게 되는 이야길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작가의 눈속임 , 그러니까 맥거핀 일종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 그렇기에 이야기 구조가 갈수록 헐겁고 순위 자체에 의미가 없어집니다 .

누가 우승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 기존의 음악계 현역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충격을 주기 위한 장치로 이 천재들이 필요했다고 보거든요 . 안일한 그들의 귀를 다시 충격파로 깨우치고 재각성을 주기 위해서 말이지요 . 그런 의미에서 호프만 선생이 밝히는 기프트의 의미는 읽는 독자에겐 음악이란 장르를 문장으로 읽고 감상하며 공감한다는 의미로 기프트지만 작품 속 심사 위원들과 청중들에겐 작가와 연주자들 , 그리고 작가의 의도대로 , 한껏 휘둘리는 그런 시간였겠지요 . 자신들이 시험대에 오르고 마는 그런 시간으로요 .

그렇기에 유독 기민하고 뛰어난 청음의 귀를 가진 가자마 진의 능력은 한없이 돋보입니다 . 그는 그저 오케스트라의 틀린 연주 부분이나 찾아내는 귀를 가진 것이 아니니까요 . 먼 곳에서도 음악이 있을 곳의 제자리를 찾아내는 능력이니 늘 버르톡의 연주는 소리에 한계를 느끼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문제점이 어디에 있었는지 , 정해진 자리가 답인줄만 알던 그들에게 새로운 지정 자리에서 소리냄으로 느끼는 신선함과 감동은 남다른 느낌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또 , 엘리트주의 음악계에서 홀로 직업인이면서 음악인의 길을 걷는 다카시마 아카시의 독야청청 외로운 연주자로의 마음은 어떤가요 . 음악이 꼭 현업으로만 완성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평생을 바쳐 사랑한 연주자로서의 삶에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는 지평을 열어 보여준 그였습니다 . 그렇기에 그의 장려상 해석상 수상은 더욱 뜻 깊고 기쁜 상이었습니다 .

그리고 꼭 닮은 듯한 영혼을 가진 옛 친구 둘 , 에이덴 아야 와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의 연주를 통한 공명은 시공간을 초월한 감각으로 감동과 동시에 일반인에겐 또 한없는 무력감을 선사해주기도 합니다 . 그들의 세계는 너무도 견고한 천재성이라 물 샐 틈이 없다는 느낌마저 들었으니 말입니다 .

요시가에 음악 콩쿠르는 막을 내렸습니다 . 기대한 바대로 모두가 행복한 결말에 미소가 절로 지어 집니다. 이런 선의의 경쟁을 ㅡ 참으로 드물게 맛보는 요즘이 아닌가 하면서요 .
착한 경쟁을 다루는 이야기를 좀 더 자주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그동안 너무 치열하기만 했으니까요 . 물론 준비하는 모두는 하루하루, 매 순간의 치열함이 쌓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지만요 . 따듯한 음악이야기 ㅡ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 더 바란다면 벌 받을 욕심일 것 같습니다. ^^

 

 


여러분에게 가자마 진을 선사하겠다.
말 그대로 그는 ‘기프트’이다.
아마도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지만 착각해서는 안 된다.
시험받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이자 여러분이다.
개중에는 그를 혐오하고, 증오하고, 거부하는 이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 또한 그의 진실이며, 그를 ‘체험’하는 이의 안에 있는 진실이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는 여러분, 아니, 우리에게 달려 있다.
(본문 41쪽 )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18

한줄평 (274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5점 9.5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