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건이 생기면 무척 조심스럽게 정성을 들이며 이름을 적는다.
새로 받은 교과서, 새 공책 등을 한가득 쌓아놓고 아빠가 써주시던 학교, 학반, 학번, 이름을 나는 좋아했다.
아빠의 글씨체는 힘이 있고 시원시원했다.
붓 펜으로 글쓰기를 좋아하셨던 아빠는 파킨슨병을 앓으며 손에 힘이 없어질 때까지도 손글씨 연습을 멈추지 않으셨다.
어디서든 글씨체가 좋은 사람을 만날 때면 한 번 더 그 사람을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글씨체가 주는 묘한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으며, 어떤 사람들은 글씨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흐트러지고 정신 사나운 글씨체처럼 정신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갈하고 깔끔한 글씨체처럼 사람도 깔끔하구나 싶을 때도 있다.
어떨 때는 글씨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조금 더 신중하게 대하게 된다.
글씨체에 대해 아는 것도 없지만 그냥 살아오는 동안 터득하게 된 소소한 경험에 의한 것일 뿐이다.
솔직히 요즘은 손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다.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카드 사용하고 사인하는 게 고작이다.
안 쓰니 글씨체에도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아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필사를 하며 손글씨를 써 볼까 생각 중이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의 저자 구본진은 글씨체를 보면 성격, 성장과정, 취향, 질병, 빈부가 집약되어 있다고 했다.
이미 동서양의 수많은 선인들이 글씨와 사람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다고 주장해왔고, 글씨 연습을 통해 사람의 내면을 바꾸는 방법, 글씨를 통해 심리를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적용하고 있으며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한다.
저자는 사람의 내면을 바꾸는 방법 중에서 글씨 연습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글씨를 수양의 도구로 삼아 자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쉬우며, 정밀하고, 효과적인 글쓰기 연습을 적극 추천한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의 저자 이력이 독특하다.
21년간 검사로 근무, 현 법무법인 대표, 대한민국 제1호 필적학자이자 독립운동가 친필 전문 컬렉터다.
필적학이란 어떤 사람의 필적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는 학문이다.
필적학은 글씨를 쓸 때 뇌에서 손과 팔 근육에 메시지를 전달해서 선, 굴곡, 점 등을 만들기 때문에 필적이 내적 세계를 반영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므로, 필적을 분석하며 그 사람의 내면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로 근무하면서 살인범, 조직폭력배의 필체는 일반인들과 달랐으며, 서명 한 줄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 때도 있어, 필체와 사람 사이에는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필적학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단다.
"필체를 분석하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글씨체를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필적학에 입문한 후 독립운동가 600여 명과 친일파 250여 명의 친필을 모으고 연구해오다 보니 이 분야에서는 최고의 컬렉션을 이루게 되었으며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한국 저작권위원회의 안중근 폰트 개발에 참여했으며, 문화재청 등 국가기관과 미술품 경매 회사 등에 필체에 대한 자문도 하고 있단다.
큰 글씨 vs. 작은 글씨 (P. 47~48)
큰 글씨는 열정, 열광, 격정, 성취 욕구가 강함, 확장 지향, 모험을 즐김, 진취적 기상, 대담함, 호방함, 사람에게 후함, 흥취가 있음, 적극성, 자존심이 강함, 표현 욕구가 강함, 개방적, 사교적, 활동 지향, 근면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처음 배우는 아이의 글씨가 어른에 비해서 크다.
어린이는 누구의 제약을 받지 않고 거리낌 없이 느낀 그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큰 글씨를 쓰는 사람은 밝고 거리낌 없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리더, 연예인, 정치인 중에 많다.
큰 글씨의 단점은 교만함, 불손, 오만, 현실 감각이 약함, 순진, 충동성, 허영심이 강함을 들 수 있다.
아주 큰 글씨는 대담함, 거침이 없음, 자기중심적, 자부심이 강함, 이기적, 과대망상증, 정신병을 의미한다.
작은 글씨는 속도가 느림, 치밀, 신중, 객관성, 일에 집중, 정밀한 사고, 현실 감각을 지님, 냉정한 억제, 주의력, 경계심, 근신, 겸손, 절제, 경미한 확장 지향을 의미한다.
글씨가 작다고 해서 에너지가 적은 것은 아니다.
작은 글씨를 쓰는 사람은 에너지가 내부로 향할 뿐이며 외부의 장애로 인해 조심스럽게 되거나 자신감을 잃고 글씨가 작아질 수 있다.
과학자, 발명가, 편집자, 엔지니어, 수학자 등이 많다.
작은 글씨의 단점은 자신감 부족, 열정 부족, 불안정, 열등감, 소극적, 망설임, 주저함, 쩨쩨함, 탐욕스러움, 이기적이거나 기만적인 성격 등을 들 수 있다.
2장에서는 큰 글씨 vs. 작은 글씨 외에도, 둥근 글씨 vs. 각진 글씨, 필압이 강한 글씨 vs. 필압이 약한 글씨,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글씨 vs.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글씨, 한 획으로 이어 쓰는 글씨 vs. 여러 획으로 쓰는 글씨, 획 사이가 여유 있는 글씨 vs. 획이 가까이 붙어 있는 글씨, 글자 간격이 넓은 글씨 vs. 글자 간격이 촘촘한 글씨, 행의 간격이 넓은 글씨 vs. 행의 간격이 좁은 글씨, 규칙적인 글씨 vs. 불규칙한 글씨, 속도가 빠른 글씨 vs. 속도가 느린 글씨 등의 필적 특징에 따라 성향이 다름을 파악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향, 성격도 파악할 수 있다 하니 글씨를 보면 운명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3장에서는 쓰기만 해도 이루어지는 손글씨의 마법에 대해 말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ㅁ'에서 오른쪽 윗부분을 둥글게 하고 오른쪽 아랫부분을 닫아 쓴다면 빈틈이 없기 때문에 돈을 아무 데나 펑펑 쓰지 않고 절약한단다.
그 외에도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작게 쓰거나, 연예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첫 글자의 시작 부분을 크게 쓰거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면 첫 글자나 글자의 윗부분을 크게 쓰거나, 스포츠 스타가 되고 싶다면 가로획을 길게 쓰거나, 당당하고 대범해지고 싶다면 마직막 부분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면 또박또박 각지게 쓰거나, 일 잘해서 인정받고 싶다면 세로획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단단하고 단호해지고 싶다면 또박또박 각지게 쓰거나,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쌓고 싶다면 둥글게 쓰거나,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싶다면 모음의 시작 부분을 삐치게 쓰고, 적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여백을 좁히고 바짝 붙여 쓰며, 인내심을 키우고 싶다면 가로획을 길게 쓰고, 창의력을 기르고 싶다면 연면형으로 부드럽게 쓰고, 타인에게 신뢰를 얻고 싶다면 중심선을 정확하게 지키며, 침착하고 신중해지고 싶다거나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간을 넓게 쓰라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원하는 인간상을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글씨체로 바꾸어 인생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글씨의 큰 매력은 글씨 연습을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인데, 동서고금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며 저자 본인의 경험이기도 하단다.
이미 20여 년 전에 "필체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말했었고, "필체를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Q : 나는 악필인데 내 인성이 나빠서 그런 것인가?
A : 그렇지 않다.
요즘은 손글씨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글씨를 잘 쓰기가 어렵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성격이 급하고 자유분방해서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드물다. 게다가 한글의 형태가 상하좌우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아서 균형 잡히고 보기 좋게 쓰기가 어렵다. 먼저 글씨를 잘 쓴다는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쁘고 단정한 글씨를 잘 쓴 글씨라도 말한다. 그러나 이런 글씨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악필도 아니다. 알아볼 수만 있다면 몇 가지 점을 제외하고는 특정 글씨를 좋다,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잘 쓴 글씨와 못 쓴 글씨는 스스로 추구하는 인간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필적학적으로 악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P.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