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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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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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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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북클러버] 생을 묻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4 | 2024.03.28 리뷰제목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평범한 우리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걷고 말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나 자신 자체가 그 생의 증거로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손쉽게 그 가치를 간과하게 된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그 생이라는, 당연한 양 누리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삶에 대해 반추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바로 지독하게
리뷰제목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평범한 우리에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걷고 말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나 자신 자체가 그 생의 증거로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손쉽게 그 가치를 간과하게 된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그 생이라는, 당연한 양 누리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삶에 대해 반추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바로 지독하게 규칙적이고, 힘 있게 내달리는 '심장'이 선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말이다.

 소설은 파도를 사랑하는 소년, 시몽 랭브르가 사고로 뇌사 상태에 이르며 시작한다. 그리고 24시간. 시몽의 심장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숨 가쁜 하루가 펼쳐진다. 언뜻 떠난 이와 남겨진 이의 간극과 이별의 수용 같은 주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보다 방대하고, 어쩌면 건조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의 삶이 그려진다. 시몽의 가족, 여자친구뿐만 아니라 의료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수혜자 등의 이야기가 밀도 높게 펼쳐진다. 굳이 시몽이 아니라 시몽의 '심장'이라 지칭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모든 사람에게 시몽의 심장은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죽음, 이별, 사랑, 명예, 기회, 다시 삶.

 수많은 이들 중 소생의학과 의사 피에르 레볼은 시몽의 죽음을 선고하는 인물이다. 레볼은 객관적이고 건조한 어조로 죽음을 기술하지만, 사실 레볼에게도 시몽의 육체는 특별한 경우이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1959년에 있었던 죽음에 대한 재정의, 그러니까 인간의 죽음이 심정지가 아니라 뇌 기능의 정지로 규정될 수 있음이 천명된 사건에 몹시 흥미가 있다. 그리고 이는 심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 재고하게 만든다.

    "즉 심정지는 더 이상 죽음의 징표가 아니며 이제부터 죽음을 입증하는 것은 두뇌 기능의 정지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심장이 뛴다는 사실이 더 이상 완전무결한 생명의 징표가 아니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장은 위대한 생명의 심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는가? 그렇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의미는 다채로워진다.

 모두에게 하나뿐인 심장. 시몽의 그것을 꺼내어 클레르의 가슴 속에 위치시킬 때, 심장은 생명, 그것을 넘어서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삶과 죽음 사이에 선다. 살아 있는 자만의 몫에서, 그 가슴 속의 넘볼 수 없는 신화적인 존재에서 장기의 일부로 전락할 때, 심장의 박동은 현실로 내던져진다. 아득하고 신성한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 속에서 가쁘게 뛰는 삶. 이를 통해 우리에게 여상하던 생의 감각이 새롭게 일깨워지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심장에 한 손을 가져다 대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뛴다.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11
종이책 무엇이 그것을 뛰게 만들었는지, 평점10점 | g******1 | 2017.07.06 리뷰제목
육체와 정신은 양분될 수 없다.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정신을 관장하는 것과 같은 기관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신의 모든 작용이 끝나면 육체 역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시몽의 심장이 뛴 이유는 시몽의 심장을 관장하는 뇌가 시몽의 다른 모든 정신적 조건들과 소통하며 심장의 박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뇌가 정신을 처리하지 못할 때, 뇌는 육체의 기관인 심장을 처리하지 못하고, 심
리뷰제목

육체와 정신은 양분될 수 없다. 육체를 움직이는 것이 정신을 관장하는 것과 같은 기관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신의 모든 작용이 끝나면 육체 역시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시몽의 심장이 뛴 이유는 시몽의 심장을 관장하는 뇌가 시몽의 다른 모든 정신적 조건들과 소통하며 심장의 박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뇌가 정신을 처리하지 못할 때, 뇌는 육체의 기관인 심장을 처리하지 못하고, 심장이 스스로의 몸에서 내는 에너지와 호르몬과 화학작용으로 뛰지 못할 때, 그 심장은 이미 죽은 자(뇌사자)의 통제하에서 벗어났으므로, 시몽의 것이 아니라고 간주한다(누가?)


불과 몇시간 전에, 쿵쾅거리는 심장이 시키는 대로, 파도 소식을 듣고 백킬로미터를 달려 집채만한 파도를 넘나들던 활력 넘치는 시몽이 돌아오던 길 교통 사고로 죽어가고 있을 때,  아직도 푸른 파도를 향해 달려들던 그 쫄깃한 심장이 쿵쿵거리고 뛰고 있지만, 뇌가 더이상 기능하지 않아 뇌사 판정이 나자,  그 생명의 중지로 인해 반대로 꺼져가던 생명에 희망이 되는 사람이 있다. 뇌는 멀쩡한데 신체에 이상이 생긴 가람이다. 치명적인 장기 기능 장애로 기증 말고는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은, 기증자가 생겨야 삶이 지속된다. 


장기 기증자는 스스로가 죽어야 기증할 수 있고, 죽은 자는 기증할 수 없으므로 장기 기증이라는 말은 상호 모순이다. 수혜자는 타인의 죽음으로 꺼져가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삶을 절실하게 원한다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그것도 뇌사 판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급작스러운 비극적인 죽음, 사고를 원한다는 것에 도달한다. 심장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은 그럼에도 살기를 원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죽기를 원하며 자연사가 아닌, 죽기 전에 신체 기관들이 곱게 보존되어 있을 수 있는 상태의 충격적 죽음이어야 하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기증자의 가족이다. 잠자듯 누워있는 아들의 심장이, 아직도 힘차게 뛰고 있는데, 그래서 아침에 전해들은 그의 사고 소식을 인정하기조차 어려운 부모들이, 뇌사 상태인 아들에 대해 과거가 아닌 현재 형으로 말하고 있는 부모들이, 장기 기증 권유에 대면한다는 것은 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다. 기증 여부는 평소, 사망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를 추론해서 보호자가 최종 결정한다. 


장기 적출 절차는.. 그의 삶을 우리가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가로 이어지지요. 예를 들자면 시몽이... 너그러웠는지를 자문해볼 수 있습니다. 147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정일까. 사망자는 아직 열아홉 아이이고, 그 아이의 평소 행동들에 유추해 아이의 정신으로 부모가 대신 결정해주어야 하는 기증 여부.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아빠는 면담자에게 말한다. 만일 아이가 만일 이기적이라고 말한다면, 이 면담을 끝낼 수 있는 거냐고. 


시몽의 육체는 마음대로 약탈해도 되는 장기저장고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고인의 의사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해 본 뒤 거부로 결론 나면 절차는 중단됩니다. 


미국에서는 18세가 되어 면허증을 발급할 때, 장기기증에 동의하는지의 여부를 표시함으로써,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쉽게 장기기증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유럽에서는 면허증 발급시, 별도로 표시하지 않으면 장기 기증에 자동으로 동의표시를 하도록 되어 있어, 더욱 장기 기증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면허증에 선택적으로 장기 기증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은데, 찾아보니 그냥 면허시험소에 가서 면허증 바꾸면 되는 게 아니라, 병원에 가서 이런 저런 서류들을 떼고 동의하고 그걸 가지고 다시 면허시험소에 가는 등 절차가 까다로와서, 기증 표시를 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쉽게 생각하면 쉽다. 어차피 죽을 인생, 아니 뇌사 상태라면 사망 상태라고 하니, 어차피 죽은 생, 신체 기관의 재활용이 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갑작스런 비극, 도저히 그 죽음 자체를 납득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가족의 신속한 결정 상태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유럽의 현대 소설들이 조금 어렵게 읽히는 면이 자주 있는데, 그래서, 시작하려면 늘 한숨을 먼저 쉬고 시작하게 되는데,  장기 기증이라는 다소 자극적이면서도 르포르타쥬 형식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보고 읽기 전, 살짝 망설였었다. 그러면서도 결국 읽기로 한 건, 그것들이 주는 낯설음에 기대감 때문이었고,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정말 새롭게, 사실적으로 정밀하게 그려내면서 동시에 시적인 감동을 주었기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첫시작부터 강렬한 시적인 언어가 시몽의 심장을, 그 심장이 처음 뛰었을 때부터  그 심장이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주요 순간들을 노래하는데, 가슴이 섬뜩하도록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역사에 남을만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심장이 의미하는 것이 곧 비극적 소재가 될 것을 직감하는 독자들에게는 엄청난 무게의 감정을 싣게 된다. 


시몽 랭브루의 심장이 무엇인지, 그 인간의 심장, 태어난 순간부터 활기차게 뛰기 시작해서 그 일을 반기며 지켜보던 다른 심장들도 덩달아 빨리 뛰던 그 순간 이래로 그 심장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것을 튀어 오르고 울렁대고 벅차오르고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거나 돌처럼 짓누르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녹아내리게 만들었는지(사랑), 시몽 생브루의 심장이 무엇인지, 스무 살 난 육신의 블랙박스, 그것이 무엇을 걸러 내고 기록하고 쟁여 뒀는지,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p7)


시간 배경은 서핑보드를 시작한 이른 새벽 6시가 채 되지 않은 때부터, 사고가 나고,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들의 일상이 시작되고,  부모에게 사고소식이 통고된 아침과, 장기 이식 결정이 난 오후, 그리고, 숨가쁘게 시작된 수혜자 선정 작업과 각 병원의 담당의들이 활동을 개시해서, 적출과 이식이 이루어진 다음날 새벽까지의 24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르포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개입되지만, 깊이있는 감정의 세부적 변화와 내면의 세계들이 다루어지고, 전문적 사건의 전달 역시 매우 정교하고 핍진한 묘사에 기반한다. 전문적이란 것이, 새벽에 아이들이 서프를 하는 과정인데, 파도를 타는 세부 묘사가 압권이고, 장기 이식에 따른 절차적 과정 역시 이식자와 면담자, 의사들 사이의 묘한 긴장들과 감정선들이 세부적으로 다루어진다. 이식 수술 및 처리 과정 등의 의학적 절차는 말할 것도 없다. 


신파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울컥하는 부분이 여러군데 있었는데, 시몽의 심장 적출의 마지막 과정에서 의사가 부모의 부탁으로 그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mp3를 들려주는 장면, 그리고 심장 이식자에게 그 심장이 이식되면서, 작가가 그 심장이 듣던 노래를 언급하는 장면에서 그랬고, 아들이 사랑한 여자친구 쥘리에트에게 소식을 차마 알리지 못하고 늦게까지 지연시키다가, 결국 말하고, 그녀가 추운 겨울 티셔츠 바람으로 뛰어 오던 장면 등등이다. 시간이 되면 한 번 더 읽고 싶다.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14
종이책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하나의 죽음, 또다른 삶이 되는 순간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7.07.12 리뷰제목
한 청년이 죽었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은 친구들과 서핑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두 친구들은 안전벨트를 한 반면, 죽은 그 청년은 트럭의 가운데 좌석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었다.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난 순간, 그 청년은 앞으로 튕겨 나갔고 곧바로 병원에 실려왔으나 살아날 가망이 없었다. 곧 뇌사 판정이 났다. 사망 진단이 나왔으나 겉모습은 멀쩡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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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죽었다. 스무 살의 앳된 청년은 친구들과 서핑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두 친구들은 안전벨트를 한 반면, 죽은 그 청년은 트럭의 가운데 좌석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었다.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난 순간, 그 청년은 앞으로 튕겨 나갔고 곧바로 병원에 실려왔으나 살아날 가망이 없었다. 곧 뇌사 판정이 났다. 사망 진단이 나왔으나 겉모습은 멀쩡했고 심장은 뛰고 있었다. 그의 부모에게 연락이 닿았고, 엄마가 달려왔다. 뇌사 상태라고 했으나 멀쩡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꼭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어느 부모라고 그러지 않을까. 아직도 핑크색인 살갗, 여전히 뛰는 심장. 곧 눈을 뜰 것만 같은데 아무런 생의 징후가 없다고 한다.

 

병원의 마취과 의사이자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에 의해 아들 시몽 랭브르의 장기 기증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는 말을 듣는다. 심장, 신장, 간, 폐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만약 아들은 자기가 죽는다면 장기 기증을 원했을까.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 말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랑했던 아들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는가. 아들의 육체를 죽은 그대로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가. 아들의 죽음만으로도 지옥을 오가는데 랭브르 부부는 결정을 해야 한다.  

 

스무 살의 시몽 랭브르의 사고로 인해 장기 기증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장기 기증을 제안 받은 부모와 의사, 간호사의 하루, 심장 이식을 받을 사람의 하루,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시몽 랭브르의 사고의 재구성이 주된 이야기이다. 우리는 수많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파도가 좋을 때 서핑을 약속한 하루, 서핑때문에 외출했다가 곧 연락 올 하루. 수많은 하루 중에서 아들이 죽은 하루는 절망적이다.

 

 

문득 딸아이가 장기기증 카드를 보여주었던 날이 떠올랐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어린 딸이 만약 죽는다면, 나는 딸의 장기 기증을 허락할 수 있을까. 맑은 눈, 쿵쿵 뛰는 심장, 혹은 간이나 폐 등을 기증할 수 있을까. 아이의 얼굴을 보며 수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시몽 랭브르의 경우처럼 생의 징후가 없을 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시몽의 부모에게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던 코디네이터의 곤혹스러움. 그들의 결정의 번복을 예상하면서도 물어야 했다.   

 

장기 기증을 허락하고 이식을 해야 할 경우, 젊은 남자의 몸이기에 그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에게 이식되는게 좋았다. 거리적으로 가까워야 하고, 몇 시간 안에 수술을 해야 하고,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의 혈액형 등과 맞아야 했다.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연락을 받은후 급히 짐을 싸 병원으로 출발한다. 장기 기증 번복으로 실망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사람의 심장인지 궁금해하며 삶의 희망을 갖는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이 느끼고 있는 것은 어찌해도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언어 이전의 언어로 그들을 후려친다. 공유할 수 없는 언어. 말 이전의 문법 이전의 언어. 아마도 고통의 다른 이름일 언어. 그들은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떤 묘사로도 그것을 대체할 수 없다. 그들은 그 어떤 이미지로도 그것을 재구축할 수 없다. 그들으 그 어떤 이미지로도 그것을 재구축할 수 없다. 그들은 스스로로부터 단절된 동시에 그들을 둘러싼 세상으로부터도 단절된 상태다. (122페이지)

 

 

 

마치 굳건해지려고 언어로부터 떨어져 나오듯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우주의 바로 그 지점에 자리 잡으려고 지상의 언어 법칙을 벗어던지듯이. 그의 목소리가 부풀다 가라앉는다. 부풀다 가라앉는다. 부풀다 가라앉는다. (328페이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누군가는 살게 된다. 타인의 몸에 들어있었을 심장이 내 몸에 이식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쉰다. 생과 사의 경계가 멀지 않음을 나타내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시몽 몽브르의 심장이 적출되기 전 장기 기증 담당 코디네이터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던 말들은 숙연하게 한다. 그의 부모, 여동생, 할머니, 여자친구가 함께 있다는 속삭임, 마지막에 그의 귓가에 들려주는 MP3 속에 녹음된 바닷소리. 읖조림과 바닷소리를 들으며 시몽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한줄기 위로의 빛이었기를. 마음의 안식을 얻었기를. 이제 다른 이의 육체에서 심장의 박동소리를 뜨겁게 내어주길!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4
종이책 구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평점10점 | o********o | 2018.12.11 리뷰제목
미사여구로 꾸며져 있지만 착잡한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사건을 예측케 한다. 이 젊은이들에게, 시몽 랭브르에게 무슨 일이든 벌어지고 말거야! 지문은 그것을 감추지 않는다.직접적이고 적확한 문장들, 등장하는 이의 저마다의 사정들, 그리고 시몽의 부모, 마리안과 숀의 감정 상태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한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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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여구로 꾸며져 있지만 착잡한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사건을 예측케 한다. 이 젊은이들에게, 시몽 랭브르에게 무슨 일이든 벌어지고 말거야! 지문은 그것을 감추지 않는다.

직접적이고 적확한 문장들, 등장하는 이의 저마다의 사정들, 그리고 시몽의 부모, 마리안과 숀의 감정 상태에 대한 묘사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한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는 수술과정과 같다.

오전 5시50분에 시작한 이야기는 다음 날 오전 5시49분에 끝을 맺는다. 342쪽에서 끝나는 이야기는 그만큼 긴박하게 흘러간다. 이야기는 장기기증이 주는 과정의 긴박성 보다, 소용돌이 치는 마리안과 숀의 감정으로 긴박함이 전달되다가, 후반에 가서는 죽을 운명을 거부조차 하지 못하는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클레르의 감정으로 긴박함이 독자에게 전달된다.

작가는 죽은자와 산자, 죽음 앞에 놓인 자, 다시 생명을 얻은 자로 이어지는 장기이식이라는 무겁고 어려운 주제의 이야기를 멈출 곳을 모르는 폭주 기관차처럼 쏟아내다가 절벽 끝에서 멈춰선다. 급브레이크가 아닌 예정된 시각, 예정된 지점에서. 그리고 독자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자! 이젠 어떻게 하지?

가까운 사람, 소중한 사람의 뇌사를 상상해 본다.

청천벽력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려진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의 죽음. 우린 살아있다. 다행이도, 아직은.

내가 시몽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내 몸이 시몽의 것처럼 비워지는 것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나는 평소 죽은 후 다시 눈을 뜨면 어떻게 하지? 화장터의 푸른 불꽃 속에서 고통을 느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내 심작이 적출된 다음 진행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일차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장기이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내 장기가 다른 이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그 다음이다. 그건 나의 죽음을 아직은 받아드리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가족의 죽음을 한번 겪었다. 아빠는 내 기도 소리에 붙잡고 있던 오랜 지병의 고통스러운 숨을 놓았고 아빠의 심장에 올려 놓고 있었던 내 손에 아빠의 심장이 멎는 것이 전해졌다. 그리고 입관 때 미소를 띈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염을 해주신 성당분들이 아빠의 얼굴이 참 예쁘다고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예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죽은 자의 무섭고, 어두운 얼굴이 아니라 아름다운 얼굴은 살아있는 가족에게 위안을 준다.

시몽은 장기이식에 대한 견해를 갖을 만큼 살지 못했다. 열아홉이면 충분히 장기이식에 대해 결정지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그건 지적능력과 관련한 문제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만큼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엔 너무 젊다. 하지만 시몽의 마지막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는 것은 독자인 내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시몽이 그 모든 것,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죽음을, 장기이식을 받아드렸을 거야라는 위안.

이야기는 감정의 긴박함만큼, 주제만큼, 부여된 시간만큼 속도감을 가지고 읽는 이를 몰아부친다.

재밌지 않다.

이번에 수없이 쓰던 착잡하다는 단어의 뜻을 바로 알았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뒤섞여 어수선하다.(네이버 사전)"

마음이 그랬다.

슬픔이 몰아치지 않는다.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그런데 책을 집어들면 빠져들어 몰입하게 되면서도 혈관들은 심란하게 펄떡댄다.

잠시 서핑을 즐겼던 동생의 서핑보드가 계속 떠오른다. 지금은 그만둬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서핑이 문제가 아니라 지친 상태로 운전을 한 것, 아니 안전밸트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는데 말이다. 도처에 있는 죽음이지만 우리는 삶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나의, 또 소중한 이의 죽음은 멀리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황망함. 그 와중에도 해야 하는 일들. 슬픔에만 젖어 있을 수는 없다. 장기이식이 강요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선택하지 않는다해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내가 겪는 죽음에 대한 슬픔의 크기만큼 타인의 생명에 대한 간절함도 크다는 것을 떠올릴 수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을까 한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따뜻함과 냉정함이 공존하는 일...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17.07.10 리뷰제목
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장기 기증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기증으로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준다는, 오랜 시간 들어온 문구만을 떠올렸다. 의학의 발달과 누군가의 선한 마음이 합해져서 이루어내는 기적으로만 생각했다. 그 기적을 행하는 일에 나도 장기 기증을 신청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고민으로 그 생각을 멈추고는 했다.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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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장기 기증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기증으로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준다는, 오랜 시간 들어온 문구만을 떠올렸다. 의학의 발달과 누군가의 선한 마음이 합해져서 이루어내는 기적으로만 생각했다. 그 기적을 행하는 일에 나도 장기 기증을 신청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고민으로 그 생각을 멈추고는 했다.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할 이유나 의미를 더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소설 한 편으로 ‘장기 기증’을 두고 여러 사람의 시선과 생각 감정을 읽다 보니, 장기 기증이라는 것은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새벽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시몽은 뇌사 상태다. 담당 의료진은 시몽의 부모에게 시몽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장기 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더는 시몽의 상태에 변화가 올, 뇌사 상태인 현재보다 더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아드님에게서는 관계적 삶의 기능들이, 달리 말하자면 의식, 감각, 운동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자율 신경 기능도 마찬가지고요. 호흡과 혈액 순환도 기계에 의존해야만 가능합니다(레볼은 풀어내고, 또 풀어낸다. 마치 증거 누적 방식을 택하기라도 한 것 같다. 그는 정보들을 나열하고, 정보를 하나 푼 뒤엔 반드시 잠깐의 시간을 둔다. 그러면서 어조는 줄곧 상승한다. 나쁜 소식들이 쌓여 가고 있음을, 그것들이 시몽의 육체 안에 빼곡히 들어차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식. 어느덧 그의 말이 잦아들다가 마침내 완전히 멈춰 버리며 느닷없이 공간을 해체하듯 자기 앞에 펼쳐진 허공을 가리킨다).

「시몽은 뇌사 상태예요. 사망했어요. 죽었습니다.」 (116페이지)

 

죽음의 판단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시몽의 부모에게 던져진 날벼락 같은 일에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의료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시몽의 뇌사 상태가 말하는 건 뭘까, 어느 순간 죽음을 선고하는 건지, 하고. 심장이 아니라 뇌가 멈췄을 때 비로소 ‘죽음’을 논한다. 뇌의 주관으로 우리 몸을 움직이는 일이 가능한데, 그 뇌가 멈추는 순간, 죽음인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몽의 몸은 죽은 건가 보다. 기계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지만, 그의 몸을 조종하던 기관의 멈춤으로 그는 숨을 쉬고 있되 죽은 거라는 의미. ‘사망했어요. 죽었습니다.’ 끔찍하고 잔인하게 들렸다. 멀쩡히 눈앞에서 숨을 쉬며 누워있는 아들을 보는 부모에게 내려진 아들의 사망 선고는 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시몽의 부모의 감정보다 더 갑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열아홉 살 청년 시몽의 심장 이식 과정이 그대로 전개된다. 새벽에서 하루를 지나 다시 새벽. 꼬박 24시간 동안 흐르는 이야기는 긴박하면서도 차분했다. 누군가의 생명이 다시 살아난다는 열정에 들뜬 만한 순간조차 이성적으로 보였다. 순간순간 많은 질문이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그들 각자의 위치가 너무 달라서 그 모든 사고와 행동을 지켜볼 때마다 한참을 서성이듯 생각하게 된다. 읽는 내내 ‘나라면?’이라는 물음이 위치를 바꾸며 이어진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부모, 뇌사 판정을 내리면서 더는 살아있지 못하다고 선언하는 의사, 장기 기증을 설명하며 설득해야 하는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시몽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들, 장기 적출을 위해 모여들고 시간 안에 도착하려 다시 뛰는 의료진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시몽의 여자 친구 쥘리에트. 그날 새벽, 자기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서핑을 하러 간다는 시몽을 끝까지 붙잡았다면, 그랬다면 지금쯤 시몽은 살아있을까?

 

(양쪽 늑골의 아래 부분을 절개하니 복부에 일종의 십자가가 그려진다) 육체는 횡경막을 기점으로 뚜렷하게 두 구역으로 갈라진다. 간과 신장이 있는 복부와 폐와 심장이 있는 흉부. 그다음으로, 절개선에 견인 기구를 갖다 대고 입구를 벌리기 위해 손잡이를 돌린다(여기서는 빈틈없는 기술력에 더해 팔 힘이 요청된다). 그러자 갑자기, 수술의 수작업적 측면이, 이 장소에서 요구되는 현실과의 물리적 대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육체의 내부가, 혼란스럽고 질척이는 내부가 조명 밑에서 붉은 빛을 띤다. (290페이지)

 

수술대 위에 놓인 공여자의 장기를 적출하는 과정을 듣는데 괜히 숨을 멈추게 된다. 긴장된다.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봐야 할 만큼 중요한 순간이라는 걸 그대로 느낀다. 시간 싸움. 이렇게 기증된 장기를 아무 실수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반하여 또 다른 생명을 연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의료진의 노력과 자신감 역시 동반되어야 할 자세였다. 의학적인 견해를 잘 알 수 없는 나는, 이들이 말하는 대부분을 감정적으로 보게 된다. 이식될 장기를 마치 좋은 물건 선점하듯이 말할 때(‘심장은 내가 갖겠어.’ 라던가, 혈관을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애쓰는 모습들)는, ‘감정을 배제한 채로 의술을 행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과 이해를 찾아야 했다. 뇌사자인 시몽이 아니라 시몽의 부모가 그의 장기 기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옳은 일인가 묻고 싶어졌다. ‘그게 시몽의 결정일까요?’ 어떤 나라에서처럼 운전면허증 발급과 동시에 장기 기증 여부를 표시해두면 이런 혼란이 줄어들 거라는 안심도 드는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그 과정이 복잡해서 많은 사람이 운전면허증에 장기 기증 표시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그만큼, 말로 하는 것 이상의 어려움이 있는 행위다.

 

시몽의 부모가 고민하다가 장기 기증 결정을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안전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한 사람의 죽음과 또 다른 사람의 생명 연장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예상하지 못한 클레어의 말이었다. 클레어는 심장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태다. 이미 한 번 심장 이식이 불발된 경험이 있기에 이번 심장 이식은 꼭 이루어져야 할 터였다.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어깨춤이라도 추어야 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녀는 담담했다. 차분하게 수술 준비를 하면서, 현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술을 기대하면서도 걱정스러움을 털어놓는다.

 

지금이야. 오늘 밤이야. 그녀는 통고라는 이 사건을 온몸으로 겪어 낸다. 그녀는 이 번쩍이는 현재의 파편이 표상 속으로 멀어지는 일이 없기를, 그대로 그 잔상이 남기를 바란다. 그녀가 생각한다. 나도 언젠가는 죽겠지. (246페이지)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수술이 아니다. 그게 아니다. 그녀를 괴롭히는 것, 그것은 그 새로운 심장에 대한 생각이고, 그 모든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 누군가가 오늘 죽었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가 그녀를 침범하여 변모시키고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장기 이식, 접붙이기에 관한 이야기들. 동물군과 식물군). (312페이지)

 

누군가가 죽음으로써 그녀에게 기회가 왔지만 자기도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불안을 떨치지는 못한다. 혹시 이식받은 심장으로 그녀에게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는 삶을 위해 지금의 수술은 필요하며, 그녀에게 오기 위해 끝난 한 생명의 의미를 받아야만 한다. 비록 언젠가 그녀가 죽을 거라는 순리를 계속 기억하게 될지라도...

 

숨 막히게 진행되는 이 하루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너무 고요했다. 생과 사의 갈림길을 그렇게 왔다 갔다 했던 일이 다 거짓이었던 것처럼 모든 게 평온해졌다. 현실에서 사라진 시몽의 육체가 서로 다른 곳에서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놀라우면서도 이상하고, 따뜻하면서도 슬펐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 이렇게 완성되었으나 시몽의 가족은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 그의 죽음을 떠올릴 것이기에. 이 소설은 장기 기증이라는 주제도 그렇지만, 장기 기증을 둘러싼 많은 사람의 시선을 보게 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보는 그대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한 사람의 편에 서서 일방적인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닌, 장기 기증으로 일어나는 많은 일과 과정,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그렇지만 차근차근 풀어낸다. 아직 장기 기증을 두고 어떤 결정이나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많은 사람에게, 더욱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한 분야의 설명을 이렇게 전한다. 동시에 삶과 죽음, 죽음과 애도, 삶의 복원 같은, 인생이 흐르면서 겪게 되는 심오한 감정을 끊임없이 복기하게 한다. 섬세하게 풀어가는 이들의 24시간이 가슴에 오래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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