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이 잘못된것은 없다. 단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일뿐.
작가의 나이가 많고, 그가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50년전 버전의 일 잘하는 사람이 쓸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재미있어서 미치도록 몰입하면 성공할 것임을 설명하며 작가가 밤새워 일하고도 힘든 줄 몰랐던 경험을 아주 자세히 적어놓았는데 솔직히 공감이 가지 않았다.
예전처럼 성공하기 위해서 가정은 부인에게 맡기고 앞만보고 달리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은 단지 내와 내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경제적 수단이고 더불어 스스로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은 될지언정 내 삶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감원 태풍이 불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기업의 걱정과 불안이 밑바탕에 깔린 결과이지만 갈수록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현실을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현실적 판단이 초래한 자구책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어려움을 비교적 잘 헤쳐 나왔던 대한민국의 경제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청년 취업률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실. 그렇다고 노인 인구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달리 뾰족한 대안도 없으면서 탈 중국을 외쳤던 어느 망상가의 취중 실언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기에 빠트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세계 10위를 넘나드는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로 볼 때 어느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조직 전체의 수준이 이전 정부에 비해 턱없이 낮아졌으면 몰라도...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젊은 직원들 역시 자신의 자리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불안에 떨거나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곰곰 생각하곤 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우리의 삶은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해 보이지만 좀 더 거창한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 역시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면서 교세라의 창업자이기도 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 <왜 일하는가>를 꺼내 읽은 것도 그런 정황과 맞닿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상을 좇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일부터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고, 노력을 노력이라 여기지 않으며,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일에 완전히 몰입하면 저절로 추진력도 붙는다. 추진력이 붙으면 성과도 좋게 나타나고, 덩달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게 된다. 주위에서 칭찬해 주면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그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선순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우리 인생에 선순환이 시작된다." (p.90)
'일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일이 우리 인생에 가능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이 책은 사실 이전에 두어 번 읽었던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고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면 하시라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지방대 출신의 가난한 청년이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가는 경험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으로 전해지는 이 책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의 일상에 한 줄기 의욕을 불끈 심어준다. 게다가 자신의 일에 진저리를 치던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반발과 원망하는 마음만 키워갈 것인지, 아니면 어려운 요구라도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지는 오직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도착점도 크게 달라진다. 일도 그렇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다." (p.190)
65세의 나이에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던 저자는 하토야마 총리의 부탁으로 77세의 나이에 파산 직전에 있던 일본항공의 회장에 취임하여 8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던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자신을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어주었다고 회상한다. 우리나라 말에 '울력'이라는 단어가 있다. 출가수행자들이 절 살림에 보탬이 되고 몸을 쓰면서 망상이나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으로 쓰였던 집단 노동을 일컫는 말이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구름처럼 모은다'는 뜻에서 운력(雲力)이라고도 하는데 세속에서는 주로 몸으로 하는 일이나 노동을 뜻하지만 불가에서는 중요한 수행의 일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확고한 듯 보인다. 일이란 단순히 생계수단을 넘어 개인의 인격을, 나아가서는 삶 전체를 완성하는 수단이자 방편인 셈이다.
"90년에 걸친 내 삶을 돌이켜볼 때, 앞선 인생 방정식은 삶을 사는 가장 간단하고도 정확한 진리이자, 더 좋은 인생길을 걷기 위해 항상 생각해야 하는 좌우명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소개하고 강조하고 싶다. 올바른 사고방식과 강한 열의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세상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바란다. 그런 자세로 일하면 당신의 인생에는 풍요로운 열매가 열리고, 곧 놀라운 세상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p.266)
맑았던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구름 사이로 길게 뻗어 나온 가난한 햇살이 공원의 녹음 위를 훑고 지나간다. 우리의 삶도 이렇듯 맑게 빛나던 인생이 한순간에 어두워질 수 있고,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뻗은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왜 일하는가?' 하고 물었을 때, 당신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이 당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하늘을 보면 오늘의 날씨를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일의 의미, 일하는 방법
당신은 어떤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하는 당신은 무엇이 되길 바라는가?
단 하루만이라도 치열하고 섬세하게
일에 미쳐본 적 있는가?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 설명 필요 없는 인물
프롤로그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하여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뿐인 귀한 삶을 사는데,
지금 당신은 정말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내일 더 행복한
나를 꿈꾼다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살기 위한 길은 오직 그뿐이다. 25-33쪽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이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가는 최고의 방법이자,
교세라가 지금껏 이어온 신제품 개발 시스템이다.
인생과 일 = 능력 * 열의 * 사고방식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고 다짐하라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어라 |
목차
왜 일하는가
일을 사랑하는가
무엇을 꿈꾸는가
노력을 지속하는가
현재에 만족하는가
창조적으로 일하는가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지속의 힘
한순간, 한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
위대한 업적도 알고 보면 아주 평범한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내디딘 결과다.
그로부터 20년 후 나는 그와 다시 만났다. 단순한 작업
을 묵묵히 해내던 그가 놀랍게도 사업부장으로 승진해 교
세라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는 게 아니던
가. 내가 놀란 것을 그의 직함만이 아니엇다.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대단하네!'라는 말이 튀어나왔을
정도로, 그는 인격도 식견도 충분히 갖춘 훌륭한 리더로
성장해 있었다.
남들이 하기 싫다고 내팽개친 일도 결코 싫증내거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을 꾸준히 해나갓다.
성실하게 해나가는 지속의 힘이야 말로 일을 성
공으로 이끌고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진정한 능력이니
까 말이다. ... 신념을 가지고
남들이 뭐라 해도 자기 일에 매진하는 사람은 분명 훌륭
한 기술과 높은 인격을 갖출 수 있다. 159쪽
어제보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라
단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뿐 아니라, 오늘을 돌아
보고 그 성찰을 토대로 내일은 반드시 한 가지 개선, 한
가지 궁리를 더하겠다고 결심햇다.
어느새 한 달은 1년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났고,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막연
하게만 보이던 목표가 점점 내 곁에 다가옴을 느꼈다. 164쪽
날마다 한 가지 개선과 한 가지 궁리 더하기
지금 제게 꼭 필요한 활동이라 지금부터 당장 실천하겠습니다.
수주에 도움이 되는 한 가지 개선과 한 가지 궁리 날마다 더하겠습니다.
교세라는 10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
교세라는 5년, 10년 앞을 내다보기보다는 오늘 하루
를 5년, 10년처럼 경영합니다.
내가 장기 경영 계획을 세우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뜬구름을 잡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기 때
문이고, 둘째는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이야기는 대개
거짓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166쪽
많은 글을 읽기도 좋지만 이 3 가지만 가지고 살더라도 충분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지속의 힘
날마다 한 가지 개선
오늘을 10년처럼 경영하기.
더 많이 알고 싶다면
하지 않을 분 못할 일은 없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새로운 출발점이다
고난도 행운도 영원하지 않다
어려운 일일수록 정면으로 맞서라
산이 가파를수록 정상도 가깝다
도 마음껏 읽고 고민하고 마음 속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나는 손쉬운 길을 걷기 않기로 했다. 완만한 길 |
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저자의 책을 많이 읽었기에 그만의 회계 방식으로 정부를 설득한
건이라든가 일본항공 소생 사례를 떠올릴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타이거 맘이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학교 숙제를 하면서 월남전에 대한 이야기를 써가야했습니다.
집안에 월남 참전 용사가 있었으니 쉽게 써갈 수도 있었지만
타이거 맘은 아이에게 그건 너무 쉬우니 좀 더 접하기 힘들지만
정상적으로 사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전하도록 요구하고
아이는 이에 응합니다. 일부러 힘든 길을 돌아서 간 것이죠.
그런 노력들이 쌓여 타이거맘은 훌륭하게 아이들을 교육했고
현재도 그 아이들과 타이거 맘 자체도 성장 중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제게 타이거 맘입니다.
쉬운 길이 있지만 높고 가파른 정상을 향해 도전할 것을 요구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그가 해준 말에 버릴 것은 없지만
저는 오늘 노력을 지속하는가 에 천착하겠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지금을 포함해서 1 년 동안 매일 노력하고
3 년 동안 노력을 축적해서 아피체 브랜드와 제가 속한 회사가 아파트 건설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노력을 지속할 힘이 떨어질 때마다
<왜 일하는가>를 꺼내 읽고 눈물 흘리겠습니다.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사회 생활에 첫 발을 내딛을 무렵 내 취직사실을 안 한 친척으로부터 축하인사와 함께 이런 말을(조언을) 들었었다. "남 보다 조금은 손해본 듯 일하라."고 말이다. 당시도 그렇고 그 말을 듣고 10여 년을 넘게 지내오면서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었다. 정말 이유 없이 꼬투리 잡고 정식 공무인양 퇴근 못하게 잡아두고 개인일 시키고, 심지어 로그인 해달라고(전산망을 통해 문서 송수신이 막 시작될 무렵) 주말에 전화해서 출근하라는 황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말이다. 아마 온갖 일을 겪어 그들의 의도를 예전보다는 더 빨리 알아챌 수 있게된 지금 그 말을 처음 들었다면 아마 딱 글자 그대로 해석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당시 첫 입사했던 회사는 그곳을 내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입사했던 것은 아니었다. 졸업 후 경제사정이 너무 안 좋아 직접 일을 하지 않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목표로 하는 일과는 다른 회사였지만, 문서 다루는 일 등 분명히 후에 참고할 다양한 것을 체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만큼 내게 주어진 일에 애정을 갖고 진심을 다하면 그것은 것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 안에 갖고 있는 내 재산이 된다는 생각으로 하루 하루 버티다 보니 친척이 해준 그 조언이 장기적으로는 내게 득이 되는 조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다양하게도 겪었지만, 친척이 해 준 그 조언을 내 나름대로 지키려고 노력해왔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록 그 조언에 대한 의문이 커져만 갔다. 지금도 가끔 뜸금 없이 생각나지만, 정말 그 말이 맞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절대로 일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이나모리 가즈오 -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사회 초년생 시절과 쿄세라를 창업해 회사를 키워가는 과정을 보며 "남 보다 조금은 손해본 듯 일하라."라는 이 말이 내 내 떠올랐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과 친척의 조언의 뉘앙스가 너무도 닮아서인 것 같다. 특히 그의 첫 직장이었던 쇼후공업에서의 일화는 여러번 반복해서 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첫 직장을 위해 취업활동을 하던 시절은 경기가 좋지 않아 취직이 어려웠었다고 했다. 대학 내내 성적은 상위권이었지만, 지방대학 출신이라 더욱 힘들었다는 그의 말은 50년대내 70년이 지난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 씁쓸하기 까지 하다. 간신히 교수의 추천으로 쇼후공업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폐업 직전일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과 자위대 간부후보생에 지원해 합격하지만, 입사전 제출해야 될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합격이 취소되고, 그 사이에 자신을 제외한 동기들은 모두 회사를 떠난다.
50년대 통신 사정을 생각해 보면 전보 탓을 할수도 있겠지만, 그가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던 것은 지방에서 어렵게 대학졸업 후 입사한 회사가 마음에 안든다고 그만두고 자위대에 입사하겠다는 그의 계획에 화가난 형이 소식을 듣고도 서류를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일을 겪고난 후 그렇게 무너져 가는 회사에 남아야 하는지,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저자는 결국 퇴사 명분을 찾지 못하고,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그는 쇼후공업에서 최첨단 파인세라믹 연구를 담당했는데, 그 연구는 무기화학 분야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대학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했던 그는 완전히 새로운 공부를 해야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연구직이라고는 하나 무너져 가는 회사에 제대로 된 설비는 커녕 자료조차 구비되지 않아서, 그는 퇴근후와 휴일이면 도서관에가 해당 전문서적과 논문을 빌려 읽고, 없는 돈 쪼개 원서를 구입해 늘 영어 사전을 낀 채 공부를 하거나 성에 안찰 땐 아예 자료를 통째로 외워가며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렇게 몰입한 덕분인지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주위에서 비웃던 이들도 하나 둘 씩 그를 인정하기 시작하고, 회사 역시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몰입을 참 좋아한다. 좋든 싫든 그 일을 하는 동안 잡념 없이 오로지 그 일에 푹 빠질 수 있는 그 시간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어있을 때만 가능하다. 저자에게 처음 위기가 왔던 그에겐 연구직이라는 신분이 있었다.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진 않았지만, 근무 중에 혹은 퇴근 후에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그에게 허락되었다. 그랬기에 퇴근 후와 휴일에 도서관을 찾고 자비를 들여 자료를 구해 공부한 것을 실험하며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당시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이러한 환경적 요소는 현재에 꽤 중요한 문제이다.
일을 함에 있어 가져야 할, 저자가 강조하는 마음가짐 자체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10여년 전에 읽었다면 정말 감동했을 것이다. 나는 저자의 책을 제대로 읽어 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 외에 저자의 다른 책들은 그동안 도서관에서 훑어보는 식으로 보았었고, 저자에 대해서는 책 보다는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본 다큐멘터리나 시사 방송으로 주로 접했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폐업 위기에 놓였던 일본항공 JAL을 1년 만에 정상으로 돌려놓는 과정을 다룬 방송이었다. A4 용지와 같은 사무 용품 절약 등 아주 자잘한 것부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의 소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그 뒤에 수장으로 있었던 사람이 바로 이나모리 카즈오 였다. 그래서 최근에 일본인 저서의 경영서를 예전에 비해 기피하게 되면서도 저자의 소식은 잠깐 멈춰서 찬찬히 살펴보곤 했다. 이 책을 선택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경영자 즉, 리더십에 있지 않다. 주어진 때로는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마음가짐이 핵심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의 진짜 핵심 보다는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물론 그의 경험담을 풀어 놓아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 보니 이 책을 읽는 동안 핵심이 리더십이라는 측면에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주로 그 때 그 때 마음에 가는 분야의 책을 선택해서 읽는데, 의도하진 않았지만, 돌아보니 최근에 미국인 중심의 경제/경영서를 더 많이 읽어왔다. 그 영향 때문인지 알 순 없지만, 미국의 경영자들의 마인드와 이나모리 가즈오의 마인드를 나도 모르게 계속비교하며 읽고 있었다. 그런데, 공통점과 차이점을 칼 같이 나누기는 좀 애매한 점이 없지 않았다. 공통점이라고 느꼈던 것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계급 여하를 막론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다. 다만,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우 실수는 한 번이상 용납하지 않았다.
[미국 경영자 VS. 이나모리 가즈오] (cf: 책을 읽으며 느낀 철저하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공통점 : 실패를 추궁하지 않고, 성공을 위해 오히려 독려한다.
차이점 : 전략 설정 기간과 최종 목표(목적지)가 다르다.
차이점은 전략의 기간과 대상이 차이였다. 미국 등 서양권의 CEO들은(특히, 벤처에서 시작해 유니콘 이상이 된 기업 등) 자신들의 목표와 전략을 단기적으로 보지 않고 몇 십년 후 등 장기적으로 보고 준비하고, 그 최종 목적지를 세계 1위가 아닌 인류로 본다.(물론 이윤 추구 기업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게 되곤 하지만, 그들은 대게 인간의 삶의 유의성 측면에서 접근한다.) 반면, 이나모리 가즈오는 장기 전략 자체를 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종종 기자들에게 중장기 전략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그 때 마다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너무 먼 미래를 기간으로 정해 계획을 세우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 이유였다. 물론 쿄세라에서 제작되는 제품 자체가 아주 정밀하고 세심함을 요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결함이라도 있을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가 1984년에 휴대폰 사업을 모델로 하는 현재의 KDDI를 설립한 상황을 보면, 과연 중장기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고 하는 그의 주장이 맞는 건가 하고 그의 말에 이의제기를 하게 되기도 한다.
서양인 동양인을 막론하고 소위 성공한 경영자들의 경험담이 담긴 책을 읽어오면서 최근에 드는 생각들이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마인드나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적으로 인력 운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성공하기 위해 직원들을 몰아부치는 것은 필연적이어야 되는가 하는 문제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등 미국의 잘 나가는 기업 CEO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항상 근로자의 부당 대우와 관련된 논란이 부록처럼 따라온다. 이나모리 가즈오 역시 그의 이야기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다만, 미국기업의 부당 대우를 받았던 근로자들의 소식처럼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관련 소식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저자에 따르면 자신의 그런 업무 수행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직원들이 분명 있기는 했다.
책을 읽으며 저자는 '장인 정신'이란 것을 아주 좋아하는 듯 하다. 다시 말하면 한 가지 분야를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을 아주 높게 산다. 책 초반에 그리고 말미에 최근의 파이어족을 좋지 않게 보는 듯한 언급이 몇 차례 등장한다. 이 책의 원서가 처음 출간된 시기는 2009년이다. 그리고 12년이 지나 개정된 이 책이 당시의 책을 그대로 번역 등만 다듬어 출간한 것인지, 저자의 최근 생각을 반영해 출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최근의 10년은 2009년 이전의 10년간 변화와는 그 속도가 너무나도 다르다. 그리고 그 변화속의 MZ 세대나 파이어 족이 그의 회사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충분히 이해하고, 일은 하는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아주 공감한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그의 생각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번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읽는 동안은 그간 경제/경영 서적을 읽으며 그들의 일에 대한 생각이나 전략 등을 접하고 내 스스로도 몰랐던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본 게시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