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신입시절 작은 일에 울고 웃으며 직장선배들을 경외의 눈으로 보곤 했다.
직장생활을 얼마나 하면 저들과 같이 일희일비하지 않는 내공을 지니게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로부터 수년의 직장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울고 웃고 흥분하고 흔들린다.
내공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인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서
도대체 언제쯤 나는 단단해 질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단단한 내공을 가지고 싶을 것이고, 스마트한 업무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을 것이다.
누구나 원하지만 "나는 직장내공이 있어"라고 확고하게 말하는 이를 본적이 없다.
아마도 다른 이의 눈에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로 보이는 이 조차 스스로는 내공이 부족하다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 "직장내공"이라는 흔히들 말하지만 자신있어하는 사람은 없는 제목을 들고 나온 책이 있다.
저자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책을 들쳐보니...그다지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우선 서두에서 일과 직장에 대한 일반적인 착각에 대해 이야기 하고, 그 다음 직장생활에 필요한 내공을 총 4가지로 구분했다.
직장생활의 고비를 여유롭게 넘기는 마음내공, 나를 지키며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내공, 상사와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내공, 그리고 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업무내공이 그것이다.
우선 마음 내공을 보면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과 함께 뭐든 잘할 필요는 없다는 다독거림, 존재감을 찾는 방법에서 때로는 "안되면 말고"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관계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서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리라는 것과 귀는 열고 입은 다고 마음은 반만 열라는-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한-관계의 내공을 말한다.
거기에 더해 상대가 나와 다른 판단을 할때 그 사람의 의견을 바꾸려 하되 절대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라고 말을 하며, 상사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비롯해 아부하는 느낌이 아닌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는 대화내공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수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과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일할 것 등의 업무내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제목과 목차만 읽었을 때는 이 정도는 나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공이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저자의 경험을 듣고, 똑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했던가를 떠올려 보니 확실하게 내공의 차이가 느껴졌다.
내가 잘못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대방의 공격에 지기 싫어 억지를 써보기도 했고,
반대로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조건 내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그릇을 탓하고 감정적인 일처리에 분개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도 하고 정작 나의 그릇이 작음은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이 책에서 따로 메모를 해서 책상앞에 붙여둔 것은 저자가 말하는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주문"이다.
그것은 바로 "그럴 수도 있지!", "하면 되지, 뭐!", "안 되면 말고!",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일 뿐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주문이다.
때로는 닥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안되면 되게하라"는 모토로 일을 해도 안되는 상황일때조차 포기가 되지 않아 아둥바둥하고, 그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보다 더 적절한 견딤의 주문은 없을 것이다.
목차를 읽고 "이 정도로 무슨 내공이야?"라고 했던 나의 생각은 책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을때는 모두 사라지고 반성의 마음만 들었다.
내용만 본다면 나도 알고 있고 당연한 이야기 처럼 들리지만 실제 현실에서 나는 전혀 실천하지 못했음을 자각하게 된다.
결국 직장에서의 내공이란 "유레카~"를 외칠 정도의 대단하고 획기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그리고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구나 행할 수 있었던 작은 행동과 판단들이 아닐까 한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행했을 합리성이 "내 상황"이라는 주관적 상황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결국 직장내공이란 새로운 것이 아닌, "내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알고 있는 바로 그것들을 실제 "내 상황"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는 힘 그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