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서 말하는 균형은 양쪽의 힘이 같을 때 한 쪽으로 쏠리거나 한 쪽이 파괴되는 등의 어떠한 물리적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물리적 법칙은 우주 내 모든 물체에 해당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천체의 움직임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균형적이고, 밀어내는 힘도 엇비슷할 때 충돌하거나 파괴되는 일 없이 일정한 움직임이 계속된다. 이는 소우주, 우주의 한 부분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 인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몸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뛰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힘들 것이다. 숨 쉬는 것도 들숨 날숨이 같아야 계속 숨을 쉴 수 있다.
이 책 『나는 균형 있게 살기로 결심했다』의 저자 이현주는 우리의 삶과 물리학의 물체의 특성을 접목시켜 삶의 균형을 잘 맞춰야 건강하게 잘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옛날 동양에서는 과유불급과 중용이란 말이 삶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과유불급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고, 중용이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욕망을 절제해 삶의 균형을 잡으라 했고, 기독교에서도 탐욕은 죄악으로 규정했다. 모두 삶의 균형이란 시선으로 보면 같은 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균형은 이처럼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이고 균형이 무너지면 삶도 무너진다.
저자는 자전거 타기로 균형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울 때 무의식적으로 기울어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울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 왜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넘어지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기울어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한 자세를 유지하면 근육통이 오는 것처럼 경직된 습관도 마음을 해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황에 맞게 자세를 바꿀 줄 아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적응력으로 읽힌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간 만나온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삶에서 균형의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대해 다룬 책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번아웃이 찾아온 직장인,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 자꾸만 마음이 심란하고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나 흔히 경험하는 일이지만 몸이 아프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 같은 마음의 증상은 대부분 방치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상에서 균형을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삶을 운용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지금 내 마음의 균형은 잘 잡혀 있는지, 이미 흐트러진 균형점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내면은 좀 더 확장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나 의문이 들 때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 출판사 측의 조언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마음이 보내는 알람, ‘균형을 맞출 시간입니다’”에서는 마음의 균형이 맞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상들로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설명한다.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 중의 하나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결과가 꼬인다면, 어떤 관계는 원만한데 어떤 관계는 갈등이 생겨 힘들다면, 일상이 심심하고 지루해졌다면 균형을 점검해봐야 한다.
2장 ‘삶의 균형이 깨질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에서는 불균형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나는 불안, 번아웃, 우울, 중독 등의 증상에 관해 다룬다. 차라리 교통사고가 나서 출근하지 않아도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업무와 휴식의 균형이 맞지 않다는 뜻이다. 이상 신호를 감지했다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
3장 ‘내 삶의 가치 안에서 균형을 찾아가기’에서는 이성과 감정, 일과 휴식 등 우리가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의 기준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떻게 살기를 원하고 지향하며, 그 가치에 기반을 두고 판단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 가치를 적용하고 운용함에 있어서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과 조화가 필요하다.
4장 “균형 맞추기, ‘균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에서는 자신이 해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균형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주변보다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생의 주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욕구와 환경의 요구를 살펴야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삶의 균형'이란 말을 대할 때 독자는 '워라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또 얼마 전부터 정부의 노동의 강도를 약화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 생각난다. 워라벨은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워라밸이 등장은 오래전에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워라밸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쓴 슬로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쉽게 워라밸을 외치지만 삶의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칫 '적당히'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일하기 싫으면 내세우는 구호쯤으로 폄훼할 수도 있다. 특히 적당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논다는 개념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생소하다. 더욱이 돈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어 있는 사회에서 남보다 잘살기 위해 24시간 일해왔던 사람들에게 워라벨은 '등 따뜻하고 배 부른 소리'라고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굳이 정부의 슬로건이 아니라도 과로나 지나친 운동, 일에서 오는 지나친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슬로건도 적당량의 일 이후에는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이지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생활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취미 생활은 휴식의 한 방법이고 건강한 휴식이다. 저자가 책을 통해 강조한 것은 상항이나 조건이 바뀌면 거기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상황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자신이 변화하면 된다. 변화하기 위해선 일을 대하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균형,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늘 자신을 갈고 다듬어 조금씩 나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저자 : 이현주
한양대학병원과 서울대학병원에서 병원 수련을 거쳐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삼성전자 열린상담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냈으며, 정부종합청사 공무원상담센터 센터장을 7년간 역임하였고, 넥슨, 안랩 등에서 직장인을 상담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 상담심리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며, 20년 넘게 다양한 직종과 직급의 직장인을 상담·코칭하면서 내담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정리하여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직장인을 위한 마음사용설명서』 『도대체 내 마음이 왜 이럴까』 『관계의 99%는 소통이다』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