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소일을 한다든 건 어떤 느낌일까?
뭐, 나도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겨우 며칠 일해 본 것으로는 그 느낌이 어떻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말해 볼 수는 있겠다.
청소일 하는 사람들을 하찮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마치,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듯이,
마치, 자신의 자식은 특별한 사람이므로
절대로 청소 같은 것은 시키지 않을 기세로.
세상엔 여전히 잘못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2.
누군가 나에게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어본 그 말들이 생각이 되고 고민이 되어 지금의 내가 원하는 무엇이 된 걸까? 누군가 물어봐 주지 않았다면, 나도 엄마와 같았을까?
- p.98
저자는 청소일을 하는 사람이다. 일용직이 아니라, 사장이다. 직접 영업을 뛰고, 직접 일을 받아서, 직접 찾아가 청소를 해주고, 직접 돈을 받는 청소회사 사장이다. 회사라고 했지만, 개인회사다. 뚜렷한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와 단둘이 하는 2인 업체다. 그러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만화로 그려진 이 책은, 저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청소로 생업을 이어가는 그동안의 과정을 에세이만화로 그려냈다.
3.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
저는 이기지 못했어요.
이겼다기보단 견뎠어요.
마음으로 이기고 싶었지만
사실 이기질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신경은 쓰였지만 견뎠던 것 같아요
아니라고 말한다고 정말 신경 안 쓰이는 게
아니란 걸 여러 번 겪으면서 말이죠
근데 어떡해? 난 계속하고 싶은 걸
그래서 전 이김보다 견딤을 택했어요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선택을
하지만 이기질 못한다면
자신의 판단에 믿음을 가지고
견뎌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결론적으로!
시선 때문에 포기하진 마세요!
- p.123~124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회의 싸늘한 시선들, 때로는 동정적으로, 때로는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들. 그 시선들을 견뎌야 하는 저자의 직업. 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던지는 희망적 메시지. <자신의 판단에 믿음을 가지고 견뎌보기> 그 메시지가 울리는 나의 오늘이 씁쓸하다.
4.
예지야. 삶은 어차피 다 달라.
너의 성향에 맞게 사는 거도
살아가는 방식이야.
누군가는 회사생활이 맞을지 몰라도
정말 안 맞는 사람들은 그럼 어떡하니?
결국 자기에게 맞춰 조금씩 다르게 사는 거지.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것.
결국 인생의 책임자는 나다.
- p.147
저자는 청소와 그림, 결국 두가지 일을 모두 잡는데 성공한다. 독립출판으로 시작한 저자의 책은 저자의 사무실가지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결국 저자는 생계와 자신의 꿈을 모두 이루는데 성공헀다.
5.
자신에게 맞는 길은 따로 있다.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단, 하루만에도 인생이 확 달라질 수도 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변해갈 수도 있다. 그 어느 순간이 올지 모르는 순간에 희망을 가져보는 건 지나친 욕심은 아닐 거다. 저자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견디고 견뎌내고 견뎌내다가 자신의 꿈을 결국은 이룬 것처럼, 희망적 메시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작은 소망을 줄 것이다. 그 소망에 나의 마음도 맡겨본다. 나에게 맞는 길, 그 길은 꼭 있을 거라 믿으며 오늘의 길을 나아간다.
청소 일하며 마주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주길 바라나요?
그러게 뭐라고 생각하면 좋을까?
그저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봐주길-
- p.204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을 통해 21세기북스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하였습니다 -
2019년 출판되고 리뷰가 61건이나 있었으며, 평점도 9.2나 된다. 그래서 믿고 구입했다.
저자는 청소일을 하게 된 사연부터 청소일을 하면서 겪는 사연들에 대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내용은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가 '000하면 좋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심하고 허점을 찾는다. 이건 오래된 증명 위주의 학문을 공부한 탓인지, 원래 그런 성향이라 그런 학문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은 상황이라 모호하다. 어쨌든 타인에게도 뭔가 권하고 싶을 때는 우회하는 경우가 있는데, 효과는 확실히 좋은 것 같다. 그런 바람으로 이 책을 개학하면 학급문고에 떡하니 꽂아두기 위해 구입했는데, 효과를 보려면 코로나19가 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다ㅠㅠ (빨리 반응을 보고 싶다. 집에서 헛되이 시간을 보낼 지 모를 아이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이 책의 저자가 '꿈≠직업'에 관해 그린 그림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살다보면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어릴 때는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노력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순간을 여러 번 아프게 경험하면서 어른이가 된다.
누군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던 것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패자인 것은 아니다. 자립하거나 가족을 돌보고, 국가에 세금내며 열심히 사는 모두가 승자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우회하여 말하고 싶은 대상들이 안도할 수 있길 바란다. 그 대상이 남의 눈치보지 않고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좋아할 수 있는 것과 관련된 진로를 선택했으면 좋겠고,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고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함축적이지만 그러한 점을 모두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뜬금없지만,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더 느껴졌다. 아침에 미리 연근김밥을 싸고, 함께 일하며 존재 자체로도 힘이되는. 엄마들이란!!! 정말!!!! ㅠㅠ
정채봉님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라는 시가 다시 떠오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
당당하게 밝히기엔 주저하게 된다. 직업의 귀천은 없다고 배웠지만, 분명 부끄러운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을 분류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저자는 하고 싶은 꿈이 있지만, 꿈보다 생계가 먼저 안정화 되어야 했다. 처음 취직한 곳에서는 오래 다니지 못했고, 그 뒤로는 계속 취직이 어려웠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기로 했고, 저자가 선택한 직업은 '청소' 였다. 엄마와 둘이 여러 건물을 청소하는 일이다.
유일한 직장동료는 엄마다. 직장동료와는 잘 지내고 있고 직장내 스트레스가 없다.
구체적인 월급이나 연봉이 나오진 않지만 꿈을 쫒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주변에 청소하는 인력은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이 많다.
젊은이가 청소복장을 하고 일을 하면 눈에 띄게 마련이다.
신기한 듯, 궁금한 듯, 특이한 사람을 대하는 시선은 부담스럽다.
4년 넘게 청소일을 했어도 타인의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친한 친구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할때 당당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한다.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때까지 생각을 키워간다.
남들과 다른 게 틀린 것은 아니니까. 청소를 한다고 실패한 삶은 아니니까.
떳떳하게 일해서 버는 직업을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
도둑이나 사기를 친것도 아닌데 주눅들고 숨을 이유가 뭔가.
그런 생각의 깊이가 깊어질 수록 당당하게 직업을 밝힐 수 있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소재로 책도 낼 수 있었다. 책을 내고 유명세를 타니 새로운 일이 생기고 꿈에도 한발자국 다가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소일은 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일이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게 진심이구나 싶었다.
무슨 일이든 내가 떳떳하고 당당하면 된다.
내가 움츠러들고 부끄러워하면 창피한 일이 된다.
타인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모두 자기만의 방식과 선택으로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