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라는 나라에 대한 기본 지식이 1도 없는 상태에서 읽고, 그 충격이 상당했던 책입니다.
바이킹의 나라.
안데르센의 나라.
그리고
휘게의 나라
덴마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이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지식이랄 것도 없는 상태에서 접한 <어메이징 디스커버리>속의 덴마크는 이제 저에겐 전 세계에서 가장 살아보고 싶은 나라 1순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주변 지인들에게 만약 제가 20대로 돌아간다면 이민 가고 싶은 나라 1순위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 덴마크라는 나라를 이루는 국민성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습니다.
덴마크 아이들은 왜 성적이나 순위 경쟁에 몰두하지 않을까?
평소 경쟁하는 사회에 지쳐있던지라 띠지의 문구는 강력하게 저를 사로잡았어요. 경쟁이 싫어 최대한 피하고자 하지만 거센 물살에 강가 모래가 휩쓸려 내려가듯 한 개인이 경쟁에서 완전히 발을 뗀다는 것은 어렵다고 느끼는데요. 이 문구가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덴마크 편을 읽게 만들었다 해도 과연이 아닙니다.
게다가 만화 형식으로 진행되니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기도 했고요.
고대 그리스에서 이름난 철학자였던 에피쿠로스가 이런 말을 했다지? 행복해지고 싶어? 그럼 원하는 걸 줄여!
대한민국 기업 서열 1위, 장미 그룹 회장 장석대는 행복의 비결을 찾는 거액의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이에 학장 백 교수와 그의 선임연구원 전임강사 신수길,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홍설록과 그의 절친 장화순, 설록의 사랑 강가영이 그 여정에 오르지요. 자연스레 그들은 경쟁 모드에 돌입하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경쟁이 없는 나라 덴마크로 가면서 경쟁을 한다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네요. 역시 한국인인가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온갖 욕망들이 충돌하게 마련인데 그런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모두가 고르게 만족하는 사회? 그게 과연 가능할까?
국토 면적 4만 3천 평방킬로미터로 한국 국토의 절반 정도에 인구는 약 5백만, 한국의 10분의 1 정도인 덴마크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17년 기준으로 5만 5천 달러가 넘는답니다.
역시 북유럽에 속한 잘 사는 나라구나라고 느껴졌는데요. 경쟁이 없는 사회라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살수 있을까요. 게다가 2012년부터 발간하는 세계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는 행복지수 1~5위를 오르내리는 나라로 줄곧 상위에 랭크되어 있기도 합니다.
덴마크 사람들 생각에 '잘 산다'라는 말의 의미는 아등바등 노력해서 보란 듯이 사는 것이라기보다 소박한 일상을 함께 누리는 삶이야.
덴마크로 가는 비행기에서 강가영은 운 좋게도 덴마크 사람을 만나 휘게에 대해 알아갑니다.
소소한 일상,
기분 좋은 상태,
따스하고 편안한 공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함께할 사람들.
가족, 친구, 이웃...
하지만 제가 이해하지 못했듯, 강가영 또한 이해할 수 없는데요. 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을 하나둘 만나고 그들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결국 행복의 비결을 찾는 프로젝트는 덴마크 여행이 끝날 무렵 완성하게 됩니다.
-사람을 대하는 평범한 습관. 인종이나 출신에 상관없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등하다는...
-그게 수준 높은 지성 아냐?
-사람 대하는 태도에 지성이 필요한가? 나부터 별다를 것 없는 인간일 뿐인걸?
평소 경쟁이 없는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사회가 바뀌어야 할까를 종종 생각하곤 했는데요. 결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경쟁의 의미가 약화되어야겠지요.
그러려면 지나치게 경쟁하지 않아도 누구나 기본적인 것들은 해결되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에 따른 귀천의식도 사라져야 할 듯하고,
인간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한 듯한데요.
덴마크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얀테의 법칙'과 근대 개혁사상가 '그룬트비'로 볼 수 있었어요.
먼저 한국에서는 가정에서 기본 교육이 "넌 특별한 아이란다"인데 반해, 덴마크에서는 "넌, 딴 애들에 비해 더 나을 게 없단다."라고 말한다는 '얀테의 법칙' 가히 충격적입니다.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마.
네가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남들보다 더 낫다고 단정 짓지 마.
네가 모든 걸 잘하다고 생각하지 마.
남들을 비웃지 마.
네가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
네가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
관심받는다고 착각하지 마.
남들을 가르치려 들지 마.
-덴마크 '얀테의 법칙' 10계명
이런 것들은 살면서 깨닫고 알게 되지만, 정작 부모가 되면 이런 말을 하긴 쉽지 않은데요. 어린 시절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란다면 절대 경쟁 속에 뛰어드는 사람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덴마크에는 가장 위대한 지도자 "그룬트비"가 있답니다.
유럽의 다른 사상가에 비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 개혁사상가는 19세기 덴마크의 근대화를 이끌면서 "소수의 지식인이 아닌 다수의 농민이 덴마크의 주역이어야 한다"라는 신념을 전파한 인물인데요.
다른 개혁사상가들이 백성을 우민이라 취급하며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여긴 반면, 농민들도 소박한 일상에서 식견을 얻고 경륜을 쌓기 때문에 무지하지 않다고 여겼답니다.
이 그룬트비의 사상은 단순히 사상으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덴마크 사회 전반의 제도에도 잘 반영되었는데요.
다수의 엘리트에 의해 사회가 굴러간다고 믿는 다른 사상가들과 상당히 달라서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는 경쟁이 없는, 평등과 관계를 강조하는 문화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국가경쟁력 또한 굉장히 높은데요.
유명한 레고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포울 헤닝센, 아르네 야콥센, 도자기 브랜드 로열코펜하겐, 풍력발전기 제조업체 베스타스,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 육류가공수출로 유명한 데니시 크라운, 컨테이너 선박회사 머스크, 명품 음향기기 뱅앤올룹슨, 맥주 회사 칼스버그 등의 기업이 이런 평등 문화에서 탄생하였다고 하니,
우리가 흔히 필수불가결이라 말하는 경쟁문화가 반드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 덴마크> 만화책 한 권으로 행복지수 1위 휘게의 나라 덴마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만화형식으로 즐겁게 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 또한 베이비붐 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가 생각의 차이가 많은 것처럼, 점차 지금보다는 경쟁이 약화되는, 평등과 서로의 관계가 중요시되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