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영화상에 10번이나 후보로 오르고, 오바마 대통령은 '나보다 큰 귀를 가진 세계의 리더'라고 말했던 바로 그 주인공. 마이클 테어도어 마우스라는 풀네임을 가진 미키마우스. 이토록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 미키마우스를 그리는 사람이 한국인이라면?
전 세계에 유통되는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그리고 그 친구들'의 캐릭터 그림과 상품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 아티스트의 책을 읽었습니다. 최근에 미키마우스나 미니마우스가 그려진 디즈니 상품을 샀다면 50%의 확률로 이 책의 저자가 그린 그림일 거라고 하는데!
전공과 상관없는 애니메이터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을 가지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3년 만에 칼아츠 조기 졸업,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와 MGA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김미란 저자의 에세이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월요병이란 단어가 와닿지 않을 정도로 애정하는 일을 하며 사는 김미란 저자의 이야기는 캐릭터 아티스트에 관심 많은 지망생 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사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사례가 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디즈니 캐릭터 비하인드스토리와 디즈니 기업 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는 책입니다.
캐릭터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철칙인 디즈니에서 미키마우스를 본체 그대로 온 모델로 그리는 작업은 생각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디즈니 입사 당시 이미 캐릭터 아티스트 경력 10년 차였음에도, 처음 1년 이상은 신입사원처럼 훈련을 받았다고 합니다. 디즈니에서도 미키마우스를 그리는 것만큼은 대단한 실력자로 인정받기에 김미란 캐릭터 아티스트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이어졌는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이지만 동시에 아티스트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 자부심을 잃는 순간 어쩌면 노동자로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캐릭터의 방패를 새로 디자인하기도 했고, 스타워즈 캐릭터 상품도 맡아 작업하는 등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외에도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작업을 할 기회도 생겼습니다. 개인 작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회사이기도 하고, 아티스트의 창의력이 높아질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통해 영감을 받으며 발전시켜 나갑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좋은 회사에서 오래 하고 싶어서' 공부를, 노력을,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김미란 캐릭터 아티스트입니다.
비 예술인이 예술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한국 정규 교육을 받는 이들이라면 상상 가능한 그 범주였어요. 관심 없는 전공을 선택했고, 본인의 재능이 무엇인지 고민조차 하지 못하고 떠밀려가던 시절 말입니다. 방황하는 날은 길었지만, 뒤늦게라도 진로를 찾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어떻게 진입해야 할지, 하다못해 포트폴리오라는 게 뭔지 전혀 모르던 막막한 상황에서 입학이 매우 어렵다는 칼아츠에 들어가기까지의 에피소드는 스펙터클한 드라마입니다. 그림의 기본부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 중, 뿌리 깊게 몸에 밴 몰개성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의 획일적인 미술 교육을 꼬집기도 합니다. 진정한 아티스트의 성장을 위해 지망생들이라면 꼭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 많습니다.
칼아츠 졸업 후 학생 비자는 끝나가지만 취업이 쉽지 않던 위기 속에서도 절박함이 결실이 낳아 워너 브라더스에 첫 출근을 한 게 스물여덟 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신 선택한 워너 브라더스에서 캐릭터 아티스트로 성장해나갑니다. 워크 비자, 영주권 발급 과정에서 슬럼프도 찾아왔었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다진 시기였다고 회상합니다.
섬세한 분업화가 잘 되어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대기업 디즈니에 입사하기로 마음먹고 실행에 이르는 과정은 탈탈 소진된 에너지를 새롭게 충전하고 싶은 직장인들이 한 번쯤 생각하는 이직 고민의 경험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김미란 캐릭터 아티스트의 고민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돌아보는 시간이 됩니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을 차지한 디즈니. 백마 탄 왕자가 구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공주 시대를 넘어, 오로지 자신으로 존재하며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겨울왕국>의 엘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과오를 반성하듯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거나 악인의 시점까지 드러내며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는 디즈니의 행보 덕분에 기대를 갖고 바라보게 되는 디즈니입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디즈니 공주들의 비밀도 알려주는데 오랜만에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을 보고 싶어질 정도로 재미있는 비하인드스토리랍니다.
1928년생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를 9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동감 있게 그리는 디즈니 캐릭터 아티스트 김미란 저자의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 한국인 최초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회사로서의 디즈니의 모습과 한 분야에 매진하며 영주권자로서의 삶을 사는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누군가에겐 먼저 그 길을 밟은 선배의 생생한 경험담, 소중한 조언이자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큰 동력이 될 겁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차마 접지 못한 꿈이 있었어요.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터지요.
살다보니 애니메이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회복지를 하고 있지만요.
복지관에 근무하던 20대 후반에도
그 꿈에 다시금 다가가볼까 싶어 컴퓨터 일러스트 학원을 다니기도 했었어요.
이제는 완전히 접어야 할 꿈이겠지만,
제 꿈의 회사인 디즈니는 어떤 곳인지
디즈니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늘 궁금했어요.
그러다 마침 한국인 최초로 미키마우스를 그리는
월트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가 쓴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Q.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꿈에 그렸던 회사로써의 디즈니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아티스트 지향적이었고, 능력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기회의 문이 있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위해 타국에서 고군분투한 김미란 아티스트의 노력은 존경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과연 저는 여태 어떤 한 가지를 쟁취하기 위하여 그토록 노력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하며 저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Q.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A.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써의 디즈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즈니가 설립한 학교이자 저도 한 때 꿈꾸었던 칼아츠의 모습도 그랬고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술이 전공이 아니었던 아티스트가, 이억만리의 타국에 가서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당당하고 독립적인 아티스트의 모습은 저와는 너무 달라 배우고 싶은 모습이 참 많았어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했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꿈을 향해 달리기도 전에, 꿈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일찌감치, 아니 너무도 일찍 포기했던 것 같았어요.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저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서 손이 근질거렸습니다. 잠이 오지 않던 늦은 밤에 책을 모두 읽고, 한동안 내려두었던 스케치북을 다시 꺼냈습니다. 책에서 아티스트의 교수님이 했던 말처럼, 어떤 직업이 되기를 추구하기 보다는 아티스트가 되어라고 했던 것처럼, 저 또한 아마추어라도 아티스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애니메이터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부터 노력하다보면 아티스트의 꿈은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아티스트는 누구나 가능하니까요. 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와 꿈을 부여한 책이었습니다.
Q. 이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놓았던 스케치북을 다시 들게 되었을 정도로 자극이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칼아츠에 대한 이야기도, 디즈니 아티스트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무엇보다도 디즈니 입사 방식에 관한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나와있답니다. 저처럼 열정이 다시 필요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우선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디즈니의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후배들에게 나는 이 뻔한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절대 공부를, 노력을,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말기를.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