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4
새로 이사한 가게는 밤이 되면 뒤쪽 산에서 오피스텔 마당으로 나무 냄새가 내려온다. 이전 가게에서는 해가 지는지, 계절이 바뀌는지 몰랐었다. 이곳에서는 넓은 통창으로 밖을 내다볼 수도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작은 것들이 매일 같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하다.
공감! 이전에 일하던 카페에서 가장 좋은 점이 바다가 보인다는 거였다. 매일 같은 일상에 매일 비슷한 류의 손님들을 상대하는 나를 환기해주는 것은 매일 같은 듯 다른 바다였다. 매일 봐도 매일 달라보이는 그 신비함이 바다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오늘 바다는 또 이렇게 다르구나.. 그렇게. 매일이 그렇게 달라졌다.
p.81
우리 남편 이사장은 내가 손님과 문제가 생기면 앞뒤 사정을 묻지도 않고 내 편을 든다. 나를 죽도록 사랑해서 그런 것인가 생각하면 오해다. 그저 합리적으로 추론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내가 장사를 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찾아오는 손님에게 먼저 불친절할 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소리가 났다면 당연히 상대가 무리한 요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장사를 시작한 이상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다. 가식적으로라도 친절하다.
...
"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을 굳이 팔라고 하면 되겠어요? 나는 친절을 팔지 않아요. 그냥 줍니다."
작가님 남편 이사장님, 참 현명하신 분인 것 같다. 보통은 서비스업에서 손님과 문제가 생기면 손님이 문제였더라도 일단은 내 직원 보고 참으라고 하는 사장님들을 참~ 많이 봤었는데.. 이사장님 참 세상 현명하고 든든하신 분이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굳이 부러 먼저 불친절하려고 하는 일은 드물다. (뭐.. 아예 없지는 않다..ㅡㅡ;;ㅋ) 그럼에도 큰소리가 났다면 당연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손님의 억지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게 나의 경험담이다. 내 돈 들여 연 가게는 아니지만 내 돈 벌러 출근하는 가게에서 매출이 높아야 내 월급도 높아지니까 가식적으로라도 친절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친절하려고 한다.ㅎ
p.87
좋아하는 고객이 있는 만큼 미워하는 고객도 심삼치 않게 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라 크게 미운 짓을 하지는 않지만 만날 때마다 나도 저 얄미운 손님한테 언젠가 한번 골탕 좀 먹여줘야지 벼르기도 한다. 그러나 번번이 나의 패배로 끝난다.
점심 시간 즈음에는 보통 식후땡으로 커피를 드시러 오는 손님들이 붐빈다. 그래서 전화 주문은 원래도 안 받지만 그때는 더더욱 받을 겨를이 없는데 우리 가게 옆에 옆에 옆에 또 옆에서 장사하는 어떤 단골은 배달앱 통해서 포장 주문할 줄 알면서도 하루에 한번씩은 주문되느냐고 전화로 물어본다. 거의 매번 안 된다고 얘기를 하는데도 꼭 한번씩은 전화를 한다. 이 무슨 심보인가~ 얄미워서 가끔은 완전히 한가해도 전화 주문을 받지 않기도 했다. 그치만 요즘은 그냥 받는다. 참으로 번거롭고 또 가끔은 짜증이 나지만 매일 결제하는 사람이 달라서 그렇다고 하니까 어쩌겠나~ 싶었다. 그래도 매일 주문해주시는 단골님이신데~ 내가 기꺼이 져야지~^;;;ㅎ
p.124
가게에 오는 손님들 중에 우리 셋이 굳이 말 안 해도 공동으로 싫어하는 손님 무리가 있다. 최근 이 동네에 이사 온 목사와 그 추종자들인데, 세 개 있는 파라솔 두 개를 차지하고 선교를 하는지, 누구 뒷담화를 하는지 하루 종일 죽치고 있다. 6명이 커피 세 잔을 사서 나눠 마시게 종이컵을 달라느니, 과자 하나 사면서 이것은 2+1 행사를 안 하느냐고 따진다. 점잖은 체하며 주로 뒷담화를 하는 모임을 끝내고 해가 지면 한두 명씩 빠져나가면서 쓰레기도 잘 안 치운다. 어쩌다 치우는 것 같아서 보면 재활용통에 잡쓰레기를 던져놔서 일만 만들어놓는다.
이런 비슷한 손님들이 우리 가게 단골 중에도 있는데.. 참 싫은데 거의 이틀에 한번씩 오는 단골이다. 다행히 위의 손님처럼 세 잔 사서 6명이서 나눠 마시지는 않지만 제일 저렴한 아메리카노 각 1잔에 전용 물통과 얼음컵을 항상 요청하시고, 그리고 기본 두세 시간을 4명이서 두 테이블을 차지해서 앉아 시간을 때우는 건 좀.. 목소리도 작지도 않으셔서.. 가끔 쫌 난감하다.^;;
예전에 편의점에서 한 달여 넘게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시급 2,500원이였는데.. 지금은 거의 만 원이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는데도..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은 여전한 것 같으다. 그때 내가 만났던 손님들이나 이 책에 등장하는 손님들, 또 지금 일하는 가게에 등장하는 손님들도 별반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손님이 등장할 때면 괜히 반가웠고, 진상 손님을 볼 때면 여기도 또 이런 손님이 있네~ 하며 인상 찌푸리고..ㅎㅎ 공감대가 많아서 그런지 재밌게 읽었다.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편의점에 놀러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는...^;;;ㅋ
책도 보고 글도 좀 쓰다보니 짧은 밤이 후딱 지나간 모양이다. 새벽 5시인데 주변의 사물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먼동이 기지개를 키려고 준비중이었다. 슬슬 잘까 했다가 출출해서 둘러보다 아무 것도 없음을 알고는 문득 이 시간에 밖에 나가볼까 하는, 좀처럼 하지 않았던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하루를 열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지난 겨울 첫눈을 제일 먼저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그 여름 주말 새벽 문을 나섰다.
점점 날이 밝아 왔지만 간간히 지나는 자동차 말고는 인적은 없었다. 그러던 중 길건너 작은 단지의 아파트 입구에 있는 편의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다. 슬슬 걸어가보니 그곳엔 벌써 아침이 시작된 모양이다. 규모가 상당한 탑차에서 부려놓은 박스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를 대기하고 있고 푸른 색 조끼를 입은 남자 혼자 안팎을 오고가며 물품 체크에 열심이다. 그 좁은 사이를 마치 지뢰를 피하듯 들어가보았다. 예상보다 좁은 편의점이었다. 이렇게 좁아도 장사를 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가게 안에는 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컵 라면을 고르는 중이었다. 나 역시 딱히 살 것도 없어서 공장에서 만들어 내보낸 빵 하나와 1+1 한다는 봉지 라면을 하나 집었다. 계산을 해야 하는데 점주인지 알바인지는 여전히 물품을 체크하느라 바빠보였다. 안으로 들어오면 계산 해달라고 해야지 하며 잠시 진열대에 놓인 신상 도시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매장 안에서 라면 드시면 안됩니다" 깜짝 놀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 역시 움찔 했다.
밖에 있다 안으로 들어서던 점주 혹은 알바가 나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컵라면에 젓가락을 넣고 휘젓는 모습을 보고 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역시 아직 계산을 안한 상태였는데...
"여기서 안 먹어요 물만 붓고 가지고 나갈거예요. 계산이나 해주세요"
아니었다, 내가 보기엔 이미 한 젓갈 입에 가져다 댄 듯 했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고 있다 얼른 올리는 걸 보았다. 코로나 환자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때였던 지라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텐데.... 아마 너무 배가 고팠던 걸까? 이미 한 젓가락 한 컵라면을 카운터에 올리고 계산을 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사뭇 냉랭했다. 저 사람은 어디로 가서 남은 컵라면을 먹을까
새벽부터 부산스러웠던 편의점을 나서며 뒤돌아 편의점 간판을 바라다 보았다. 아파트 단지에 불이 켜진 곳도 많지 않았던 그 새벽, 장사를 하기 위해 부산을 떨고 한 편으로는 매장내 취식불가라는 규칙을 고객에서 준수시키려는 점주 혹은 알바생. 그렇게 또 하루의 날이 밝아왔다.
중국가서 박사 공부까지 하고 돌아와 한국에서 편의점을 하는 중년의 여성인 저자, 남편과 함께 몇 명의 알바생들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를 쉴 새없이 쏟아 놓았다. 나도 직접 경험한 내용도 있고 저런 상황도 있을까 싶은 것들도 있고, 편의점도 극한의 감정노동이구나 멘탈 약한 사람은 절대 못할 일이구나 싶은 상황에 긴장이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진상 손님이 많다는 건 어떻게 해코지 할 지 모르는 상황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할 거 없으면 시골가서 농사짓지 다음으로 많은게 하던 일 그만두고 편의점이나 하지 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한때 편의점 운영과 관련해 좋지 않은 뉴스도 있었던 만큼 손님뿐 아니라 점주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사장님 소리 들어도 그게 뭔 대수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정이 오고가는 단골들과의 이야기엔 인간이 왜 인간이겠어 하는 마음도 든다.
개인적으로 나더러 장사를 하라고 하면 대기업 체인점 형태의 편의점은 못할 것 같다. 보통 24시간 열어 운영해야 하고 본사의 운영 방침과 위배되는 행동에 제약을 받는 것도 싫고 편의점 가격이 왜 우리 동네 마트 보다 비싸냐는 불평도 들을 자신이 없다. 또 이상한 알바생이나 취객과 감정싸움을 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편의점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동네에 몇 개씩 있는 게 편의점이고 없으면 또 아쉬운 게 편의점이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과는 또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엮어 놓은 이 책을 보면서 세상엔 참 많은 인간 군상들이 사는 구나 싶어 재미있게 보았다. 내가 찾아갔던 그날 그 손님은 점주 혹은 알바에게 어떤 손님으로 기억될까
내 의지가 아닌 것처럼 시작하게 된 장사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게 됐다. 앞으로 뭘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을 잘하자는 생각으로 산다.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지만 가끔은 지금보다는 조금만 더 도덕적이고 조금만 덜 영악하게 살자는 생각을 하며 산다 p 285
인문학을 전공한 박사 학위 있는 아줌마,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동네 점방’의 주인이 되다.
친절하려고 애쓰진 않지만 양심에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심플하게, 장사하고 산다.
매력 넘치는 장사꾼 규옥 씨의 동네 편의점 24시 이야기.
*
일단은 저 제목을 보고 헉! 읽어야돼! 싶어서 구매한 책이다 ㅋ
이 책을 알고 구매한건 아니고
이것 저것 책을 골라담고 있는데 예스24에서
다른 사람은 이런 책을 샀다고 하단에 추천해주는 목록이 있는데
거기에 있길래 덜컥 집어서 장바구니에 담았음ㅋㅋ
나는 좀 더 세심한 느낌으로
( 좋아하는 도서와 비슷한 계열로다가? ) 추천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진짜 다른 사람이 담은 목록 보여주는거 아닌가 싶은 추천도서들이 많긴했음..^^
뭐 암튼 생각했던 거 보다 하루 늦게 받아서 ( 요새 대한통운 배송이 늦어진대영 ㅠ )
조금 슬펐지만.. 궁금해서 호다닥 읽어보게 된 책이다.
역시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예상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넘 좋았음.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 와중에 재밌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 근데 그와 비례하게 진상도 있다는게 함정이여 ㅠㅠㅠㅠㅠㅠㅠ )
예를 들면 이런 할아부지 ㅋㅋㅋㅋㅋ 아니 ㅠ 600원짜리 생수 사시면 되잖아요...
그냥 동전 처리하려고 하는데 50원 없어서 슬쩍 넘어가려는거 같은데..
막 가격 깎지 마시라고요 ㅠㅠㅋㅋㅋ통신사 할인을 쓰시던가요..
그나마 점주분이 응대했으니 50원 깎자 한건 어르신이라고 말씀드리지
알바분들이였으면 안된다고 계속 안절부절해하면서 응대했을거 아니냐구 ㅠ
근데 결국엔 카드 있었던게 함정이다 징짜 ㅋㅋㅋㅋ
아니 근데 이거 너무 웃긴거 아니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이 부분 읽고 한참 웃었네 진짜 ㅠ ㅠㅋㅋㅋㅋㅋㅋㅋㅋ
아메리카노 마신다면서 커피를 안 내리고 가면 어뜨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붙들려 온거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가요오옼!!! 커피 내리고 가야지!!! 이러면서 붙잡으셨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 기계한테까지 수줍으시면 어떡하나요 총각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너무 친절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알바생들이 말을 안 듣는댘ㅋㅋㅋㅋㅋ
사장부부만 원칙에 충실해서 손님한테 욕 먹는대서 너무 웃겼음 ㅠㅠㅋㅋㅋㅋㅋㅋ
원칙이 손님 답지 않은 손님에게 친절하지 말자 약간 이런 마인드임ㅋㅋㅋ
또라이같은 손님에게는 막 그냥 싸우고 따지는 점주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이건 부부가 알바생들에게 잘 해주셔서 그럴 거임..
사장님이 잘해주면 당연히 나도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게 되기 마련!!!
나도 가맹점에서 일할때 잘해주는 사장님네서는
1분1초도 허투루 일하지 않았음ㅋ 막 아무도 안 닦는 전구나 진열대 닦고 ㅋ
그래서 더 예뻐해주셨는지도 모르겠지만 ㅋㅋ
그래도 매번 본사에서 친절도 검사를 몰래 나오는데
매번 친절한 매장으로 나왔다고 하니 전체적으로 친절한 매장같다고 생각함 ㅋ
아 이것도 상상하니 넘 웃겼음ㅋㅋㅋㅋㅋ
마치 다른걸 사려다 막걸리를 발견한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진열된 곳이 아예 다를텐데 ㅋㅋㅋㅋㅋ
연기하는거 들 킨것도 약간 부끄러움.. 공감성 수치랄까 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렇게 편의점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 같다!
조만간 또 다른 편의점 점주님의 에세이 리뷰 들고 오겠습니당ㅎㅎㅎㅎ
추천추천 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