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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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속으로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리뷰 총점 9.7 (6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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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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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느 경찰관의 신고 - [경찰관속으로]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o | 2022.07.29 리뷰제목
어느 경찰관의 신고(辛苦/申告) <경찰관속으로>를 읽고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종종 순찰차(에 탄 경찰관)를 만난다. 이때 우리 두 사람의 시선에서 확연한 온도 차를 느낄 수 있다. 그림책 속 정의를 지키는 경찰차의 늠름하고 멋진 자태에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연신 탄성을 지르는 아이의 옆에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괜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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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관의 신고(辛苦/申告)

<경찰관속으로>를 읽고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다보면 종종 순찰차(에 탄 경찰관)를 만난다. 이때 우리 두 사람의 시선에서 확연한 온도 차를 느낄 수 있다. 그림책 속 정의를 지키는 경찰차의 늠름하고 멋진 자태에 눈길을 떼지 못한 채 연신 탄성을 지르는 아이의 옆에서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괜스레 옷매무새를 가다듬거나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게 경찰은 가깝고도 먼 당신이기에 '그 곁으로' 스쳐 지나간 게 전부였다. 최근 현직 경찰인 원도(필명) 작가가 쓴 <아무튼, 언니>를 읽자마자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인 <경찰관속으로> 빨려들어가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파출소 문을 열듯 앞표지를 넘기면 <경찰관속으로>라는 책제목이 "경찰, 관 속으로"라고 쓰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가 독자에게 제3의 관찰자 시점을 부여하는 의미라면, 후자는 '관(棺)'에 비유할 만큼 경찰(혹은 저자) 스스로가 직접 보고 느낀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경찰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사회의 공공질서와 안녕을 보장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 또는 그 일을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찰을 이렇게 정의하며 이상과 실제 사이의 좁지 않은 간극을 보여준다.

 

어제 사람이 죽어서 인구가 한 명 줄어버린 관내를 오늘 아무렇지 않게 순찰해야 하는 직업,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떨어져나온 탓에 그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 그게 경찰관이더라.(12쪽)

 

  파출소는 주야간으로 교대 근무를 하는 경찰의 일터이자 스물네 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민원인을 마주하는 곳이다. 경찰이 되기 전까지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지금껏 112에 신고를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이를테면, '전봇대에 앉아있는 새가 너무 큰데 홍학인지 뭔지 모르겠으니 확인을 해달라거나, 다짜고짜 차가 너무 밀린다거나, 보일러가 고장 나서 추워죽겠다든가, 자주 가는 술집이 문을 안 열었는데 사장을 좀 불러달라(26~27쪽)'는 식의 별의별 신고 내용을 보면서 설마설마하다가 이러한 민원들을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 잠시 고민이 되기도 했다.

  특히 다양한 민원인 가운데 술에 취한 상태의 사람을 가르켜 점잖은 말(혹은 행정용어)로 '주취자(酒醉者)'라 부른다는 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밤중에 택시기사와 벌이는 소소한 시비에서부터 상습적이거나 악의적인 행위까지 파출소는 한시도 평화로울 틈이 없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계속 읽다보니 어쩌면 주취자는 밤에만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대낮부터 술에 취한 사람(을 '주취자(晝醉者)'라 부르면 어떨까)도 아닌데 민원인이 파출소에 나타나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생떼를 쓰며 무자비한 말을 내던져도 '세금을 먹고 사는' 경찰은 아파도 내색할 수 없는 직장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득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말을 곱씹어본다. 사람들은 경찰이 지팡이로 마법을 부린듯이 자신의 민원을 해결해주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경찰도 무수한 직업 부류 중 하나이고, 그들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직의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만일 마법의 효력이 신통치 않더라도 지팡이를 집어던지거나 부러뜨려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절실한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그 지팡이가 온전히 가닿을 수 있도록 말이다.

 

체감 경기를 알고 싶으면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라는 말처럼 사회 구성원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알기 위해서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될 정도로 우리는 사회의 명과 암을 생생히 지켜보는 입장이거든.(120쪽)

 

  <경찰관속으로>를 쓰면서 저자는 경찰관 개인의 위법 행위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는 요즘 시기에 책속 이야기들이 오히려 경찰에 대한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 책의 부제를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라고 달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경찰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잘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즉 경찰 동기 언니들에게 부치는 서간체 형식의 글을 빌어 독자들이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오해를 풀고 파출소 안에서 일하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힐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경찰과 민원인의 사연을 읽는 내내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아무튼, 언니>에서의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과는 사뭇 다른, 시종일관 불편한 진실 앞에서 착잡하고 때때로 고통스럽기까지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가 날마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목격하고 듣고 기록한 업무일지와도 같은 글들이 우리 사회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가려진(어쩌면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 이를테면 죄를 짓고도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 사회적 타살로 읽히는 자살한 시민과 경찰들, 가정폭력 사건 속에 남겨진 아이들과 결혼이주여성 등에 관한 여러 문제들에 새삼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줘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저자와 경찰관들이 개인과 사회를 위한 정의와 진실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길 응원하며,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를 읽고 어느 한 언니가 보낸 답장을 대신 전하고 싶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저자에게 그렇다고 해서 선택한 것들만 기억하지는 말자고 말하고 싶다. 비합리적인 제도와 한정된 예산은 공무원들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 못하지만 어떤 것만을 선택해 기억한다면, 혹은 무엇도 남기지 않고 텅하니 비워놓는다면 우리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그러니 당신이 기록한 이 글처럼, 우리 스스로 택한 이 公의 세계에 실금이라도 내기 위해서 우리 지치지 말고 생생히 감각하자고, 썩은 어금니 밀어내듯 계속 흔들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네, 면서기입니다(이우주 지음)》, 「면서기가 경찰관에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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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경찰관속으로-원도 평점10점 | s*****m | 2020.11.03 리뷰제목
이상한 책을 읽었다. 읽고 있으면 숨이 막히고 읽고 나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 책. 원도의 『경찰관속으로』이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궁금했다.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정이란 어떤 것일까. 직접 마주할 일이 없으니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에는 독서가 딱이었다. 청소부, 사서, 편집자, 경비 노동자인 그들이 쓴 책을 읽으며 불공평함과 서글픔을 마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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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을 읽었다. 읽고 있으면 숨이 막히고 읽고 나면 숨이 쉬어지지 않는 책. 원도의 『경찰관속으로』이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궁금했다.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정이란 어떤 것일까. 직접 마주할 일이 없으니 호기심을 충족하는 일에는 독서가 딱이었다. 청소부, 사서, 편집자, 경비 노동자인 그들이 쓴 책을 읽으며 불공평함과 서글픔을 마주해야 했다.


물론 직업의 긍지도 찾을 수 있었다.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일상을 공유 받으며 힘을 내곤 했다. 『경찰관속으로』는 다르다. 책을 쓰는 시점에서 경찰관으로 부임한지 3년째인 원도 작가의 일상은 팍팍함 그 자체였다. 익명으로 글을 썼고 왜 그래야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경찰관의 하루하루는 힘겨웠다. 매일 같이 폭력과 죽음의 순간을 눈으로 봐야 했다.


작가 후기에서도 밝히지만 『경찰관속으로』는 우울한 회색빛의 색채를 띤다. 경찰관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는 찾아볼 수 없다. 야간 근무 때 경찰차에서 나와 스트레칭을 했다는 이유로 세금 도둑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정 폭력 현장에 출동하며 마주한 어린아이들의 당혹스러운 눈빛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 주취자가 내뱉은 욕설과 침. 파출소에 찾아와 커피를 달라고 하고 200장이 넘는 종이를 가져와 복사해 달라고도 하는 사람들.


『경찰관속으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각 산 사람, 죽은 사람, 남은 사람으로 구분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핵진상들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세상에나 아직도 저런 인간들이 있단 말이야 하고 놀랐다면 당신은 안온한 세상에서 살고 있거나 그런 척하는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헤어진 연인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사람. 여자친구의 외도를 의심해 그가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를 죽여 껍질을 벗긴 사람. 남자 둘이 키스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사람.


경찰관의 눈으로 지켜본 세상의 모습은 어둡고 서글펐다. 경찰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공부 의욕이 꺾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경찰관속으로』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는다. 원도와 함께 경찰관 시험을 준비했던 원매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 희망이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밝음을 볼 수 있다는 건 사람의 능력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먹먹했다.


책을 읽는 조용한 행위로나마 내가 가진 세상을 향한 편견의 시선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쪽으로 향했으면 한다. 경찰관으로서의 삶을 놓지 않으면서 왕복 열 시간이 넘는 길을 글쓰기를 향한 집념으로 달려갔던 한 사람은 원도가 될 수 있었다. 괴물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함부로 희망을 말하지 않는 책, 『경찰관속으로』. 세상은 따뜻하고 인정이 넘친다고 말하지 않는 책, 『경찰관속으로』. 소심하고 나약한 이들이 쓰러지지 않고 살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한 사람의 부탁으로만 『경찰관속으로』는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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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또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위안을 받은 책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a****x | 2019.11.25 리뷰제목
이 책을 초반에 읽을 때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떠나서 3년차 직업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겪을 수 있는 감정과 일들을 다루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 또한 3년차 사회복지사였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이 책에서 많이 발견했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더 힘이 실립니다. 경찰관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의 부조리,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범인(凡人)으로서의
리뷰제목


이 책을 초반에 읽을 때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떠나서 3년차 직업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겪을 수 있는 감정과 일들을 다루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 또한 3년차 사회복지사였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이 책에서 많이 발견했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더 힘이 실립니다. 경찰관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의 부조리,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범인(凡人)으로서의 사람들의 모습,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경찰들의 모습이 책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요.


특히 경찰관으로서 일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나, 제가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 선택한 직업이었는데, 나중에는 사람때문에 가장 지치더군요. 경찰관으로서 가해자와 민원인, 피해자를 대한다면 사회복지사로서는 클라이언트들을 주로 대하게 되지요.


저 또한 사회 초년생일 때는 야근 중에 민원 전화만 받고도 서럽게 한참을 울었었습니다. 명절 쌀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혹은 도시락 배달이 다른 집에 잘못 배달되었다는 이유로 당장에 복지관으로 쳐들어와서 제 멱살을 잡거나, 불을 지를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복지사가 자신을 무시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턱을 부셔버리겠다며 씩씩거리며 복지관에 찾아와서는 옷을 다 벗어제끼고 자기 몸에 있는 문신을 뽐내기도(?) 하였죠. 경찰관이 세금을 봉으로 받는 직업이라고 민원인들의 욕을 먹는 것에 대해 대중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면, 사회복지사는 종종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너네같은 직업도 있는 것 아니냐'며 합리화된(?) 민원을 듣기도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무슨 일이든 이유가 있다. 그 사람이 내면 깊숙하게 가지고 있는 감정과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으면 괜스레 상황보다 사람이 우선 미워지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생각되었죠. 그저 다 제 마음이 못나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이 책은 언니에게 편지를 쓰듯 서간체 형식으로 솔직한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작가의 솔직한 글을 읽으면서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구나' 하며 위안이 되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경찰관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많이 벗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동안 경찰이라 하면,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경찰관이 아니라, 비리의 온상이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경찰과 같이 자극적인 소재로 쓰인 몇몇의 경찰을 우선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경찰,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지킴이로서의 경찰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이라 가볍게 읽어낸 책이었지만, 글을 한 자 한 자 읽을 때마다 편견이 한 겹 벗겨지고, 새로운 생각이 한 겹 덧대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서간체 에세이라서 더 잘 읽혀서,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거나, 혹은 독태기가 오더라도 잘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추천드려요.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저장공간이 부족하여 동영상을 찍을 수 없다는 알림이 떴다. 그때 알았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힘이 없다는 걸. 때때로 과거를 정리해주어야 앞으로 채워나갈 현재도 더 많아진다는 걸. 그 생각으로 이 책은 시작되었다. 나의 과거를 책이라는 것에 맡겨놓고, 앞으로의 발걸음을 조금 더 힘차게 내딛기 위해서.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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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금으로 먹고 사는 일의 궁색과 슬픔_『경찰관 속으로』 독서후담 평점8점 | m******6 | 2021.02.08 리뷰제목
https://blog.naver.com/mate3416/222236464854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것들이 말이야.”   지겹다. 지긋지긋하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들어야 하는지 갑갑하다. 기분 나빠서가 아니다. 앞 뒤 사연 뚝 자르고 저렇게 말해버리면 나는 눈을 감아버린다. 화자는 들을 마음이 없고 청자는 모멸의 똥통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혹시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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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mate3416/222236464854

< 책방 하고 싶은 면서기 >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것들이 말이야.”

 

지겹다. 지긋지긋하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들어야 하는지 갑갑하다. 기분 나빠서가 아니다. 앞 뒤 사연 뚝 자르고 저렇게 말해버리면 나는 눈을 감아버린다. 화자는 들을 마음이 없고 청자는 모멸의 똥통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혹시 세금충 항체파는 데 있으면 내게도 좀 알려달라.

만약 항체가 여유 있다면 경찰관 한 명도 데려갈 생각이다. 밥 먹고 사는 일에 생각 많은 이 경찰관은 지금 초심상실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나쁜 맘먹기 전에 주사 한 방이 꼭 필요하다.

 

경찰관 속으로를 쓴 원도는 자신의 책을 초심을 잃어가는 기록이라 소개한다. 경찰이 되려고 공들여 준비했다는데, 경찰이 되어 가슴 벅찼을 텐데, 진짜 멋진 경찰이 되자고 다짐했을 텐데 이제 3년이 되었다는 그는 자부심 아닌 자괴감을, 정의감 대신 냉소를 쌓아가고 있다. 십여 년 더 오래 밥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푸념인 것도 같고 다짐 같기도 한 그의 글을 여러 번의 끄덕임과 안타까움으로 읽었다.

 

 

살면서 112에 신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시청이나 구청은 물론 주민센터에도 전화를 걸거나 찾아갈 일이 딱히 없었다. 공무원 15. 이만큼 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다 나 같지는 않구나매번 놀라움으로 깨닫는 중이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증명을 낱낱이 짚으려 굳이 면사무소를 찾아오는 수고를 들이는 사람, 본인의 이름은 알려줄 수는 없고 돈과 밥과 국과 반찬을 현관 앞에 두고 가라는 사람, 개인적 용도의 팩스를 그쪽으로 보내놨으니까 잘 보관하고 있으라는 사람, 묘지 개장을 할 건데 어느 업체가 잘하느냐는 전화를 재택근무 중인 직원에게 밤 11시에 거는 사람, 자기 전화번호를 왜 모르냐는 사람

그래도 경찰은 좀 다르지 않을까? 경찰인데? 아닌가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산거니까 커피 한 잔 내오라는 사람, 200장의 종이뭉치를 복사를 해달라는 사람, 야간근무 중 굳은 허리를 펴는 경찰을 보며 한가하니 신세 좋다는 비난을 건네는 사람, 일일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속이 꽉 막혀오는 주취자들

정말이지 궁금하다. 진정 우리가 세금으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우리가 하는 일에 세금을 쓰는 게 아까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라 돌아가는 꼴과 먹고 사는 고단에 대한 화를 받는 것 또한 우리의 당연한 업무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비아냥과 고성, 막무가내와 삿대질의 마일리지는 오늘도 두둑하다.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벌레로 명명되고 미움을 받는 것은 억울하지만 많이 과하지 않다면 그냥 넘긴다.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마음소모가 너무 크기도 하고, 화나고 비꼬고 싶은 마음을 알겠어서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사과하고 최대한 빠르고 정확히 복구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벌레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세금을 들여 나를 고용한 까닭을 난센스로 만들어버리는 상황, 이를테면 에 반하거나 를 위한 일, 이라 하면서 어딘가 떳떳치 못한 방법, 이게 진짜 일까 의심스러운 일, 이런 식이라면 대체 일을 하라는 것인지 눈치껏 하다 말라는 것인지 스스로 비웃음 흘리는 상황 같은 것들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그 패배감을 숨 쉬듯 체화하거나 흘려보낼 수가 없다. 내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혼자 핏대라도 세워야 그 날을 넘길 수 있다.

 

저자는 더할 것이다. 경찰이지 않은가. 정의를 지켜내는 사람이잖은가. ‘너 자꾸 그러면 경찰한테 잡아가라 그런다!’는 소리를 들으며 떼쓰는 아이 옆을 어색하게 지나가는 것 말고 진짜 멋진 일을 해야하는 경찰이지 않은가. 팬티 바람에 여자를 겁박하고, 전자발찌를 보이며 벌금을 못 내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자해와 절도로 지인을 집요하게 협박하고, 남편 될 사람 하나를 믿고 자신의 모든 생을 짊어지고 타국으로 온 여인을 목숨이 끊어지도록 때리는 이들 앞에서 그저 서 있기만 해야하는 경찰의 속이 어떨지. 바르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는경찰이 아니라 하지 않아야 하는경찰이라니. 짐작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너무나 크다.

 

경찰교육을 받을 때 총알이 비싸 딱 한 번만 쏴볼 수 있었다는 경험담은 은퇴한 경찰의 낡은 옛이야기가 아니다. 3년 된 이 경찰의 고백이다. 총을 쐈다가 범인이 다치면 민사, 형사상 책임을 경찰 혼자 져야하는, 그래서 이 나라의 경찰들은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운 지식으로 얻으며 내가 겪은 경찰들을 떠올려봤다.

경찰을 세상 멋진 사람들로 알던 나의 큰꼬마가 어렸을 때, 쓰고 있던 우산을 던지고 빗속의 경찰차를 뒤쫓아 달리던 녀석을 위해 차를 세워 문을 열고 신세계를 보여주던 경찰을 기억한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파출소가 궁금해 기웃거리던 우리에게 들어와서 보라며 활짝 문을 열어주던 경찰도 있었다. 알콜중독자와 치매노인의 지난한 한풀이에 대답해가며 집까지 바래다주던 경찰들에게 건넬 수 있는 게 감사하다는 말 뿐이어서 미안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좀 더 강한 일들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수십 명이 시청 안에 들어와 말도 안 되는 농성을 부릴 때 혹여 그들과 몸이 닿을까 저 멀리 서 있던 경찰들의 모습을 부러 모른 척 하던 날, 내 신세도 그들의 신세도 참 보잘 것 없어 우리가 루저네요.’ 쓴웃음을 지었었다.

 

내 비록 아주 작은 도시의 일개 공무원이지만 이렇게 종종 공권력에 관한 생각을 한다. ‘공무원이 처벌받아야 할 때는 본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아닌가? 그것을 다하려 할 때 신분상의 피해를 두려워하거나 감수해야 한다는 게 맞는 것일까? 공권력이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같은, 정말이지 아주 쉬운 이 점부터 명확히 규정해야 하지 않나 마음이 무겁다.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많으면 현재를 기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문장으로 책을 마무리 짓는 저자에게 그렇다고 해서 선별적으로, 선택한 것들만 기억하고 저장하지는 말자고 당부하고 싶다. 제도와 예산은 공무원들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지 못하고 우리는 어느 직업의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유약한 사람들이니 상황을 따라 어떤 것만을 선택해 기억한다면, 혹은 무엇도 남기지 않고 텅하니 비워만 놓는다면 그땐 진정 초심을 잃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초심을 읽어가는 자신을 이 기록처럼 생생히 감각해야 한다고 그에게도 나에게도 단단히 일러주고 싶다.

 

올 해 고3이 된 내 사촌동생은 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대학은 가지 않기로 했단다. 좋은 경찰이 되는 데 대학생활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 판단한 듯하다. 씩씩하고 명랑한 이 친구가 푸릇한 마음으로 꿈꾸던 경찰이 되어 멋진 제복을 입었을 때 이 나라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말 안 듣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더럽게) 말 안 듣는 어른을 혼쭐내주고, 꼬마들에게 그래, 경찰은 정말 세상 멋진 사람들이란다!’ 자랑할 수 있는 경찰로 살아갈 수 있기를.

 

검찰의 권한 일부가 경찰에게로 갔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경찰에게 주어진 범위도 달라졌다. 우리 일상에 볼품없이 흩어져있는 정의를 모으고 만져 바르게 잡아주는 사람이 경찰이기를 소망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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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삶을 녹여낸 문장들 평점10점 | c**6 | 2024.08.15 리뷰제목
친구야! 내가 최근에 읽은 얇지만 단단한 책하나를 얘기해 줄까 해. 제목은 『경찰관 속으로』인데 좀 특이하지? ‘경찰서 속으로’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서 나도 처음엔 제목이 비문처럼 생각되었어. 이 책은 경찰관인 작가가 직업에서 만나는 사건, 사람에 관한 이야기야. 속표지에 [경찰, 관 속으로]라고 적혀 있어서 경찰이 등장하는 이 책이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내용이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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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내가 최근에 읽은 얇지만 단단한 책하나를 얘기해 줄까 해. 제목은 『경찰관 속으로』인데 좀 특이하지? ‘경찰서 속으로’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서 나도 처음엔 제목이 비문처럼 생각되었어. 이 책은 경찰관인 작가가 직업에서 만나는 사건, 사람에 관한 이야기야. 속표지에 [경찰, 관 속으로]라고 적혀 있어서 경찰이 등장하는 이 책이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했어. 목차도 ‘산 사람, 죽은 사람, 남은 사람’으로 사람에 집중한 이야기였어.   


   

편지글 형식의 글쓰기가 친밀감을 준다고 배웠거든.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재는 잘 아는 동생이 나에게 하소연한다고 생각하게 되어 글이 더욱 다정하게 읽혔어. 중요한 문장을 글의 말미에 한 번 더 적어서 자신의 글을 강조하는 방식은 참 센스 있는 지점이야.  

    


내가 잘 모르는 사회적 문제들을 맞닥뜨리는 현장의 살아있는 글이었지.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부의 이야기인 김완 작가의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을 읽을 때만큼이나 충격이 크더라고.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죽은 사람을 향한 애잔한 마음들이 그려져 있었어. 몰랐는데 경찰관도 너무 많은 죽음을 마주하는 일이더라고. 자기 직업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느낀 점을 책으로 썼다는 것도 두 책의 공통점이지. 세상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직업이 있고, 그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고충과 사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어.   

   


자살, 폭행, 폭력, 실종, 방임, 장애 등 복잡다단한 상황의 한가운데서 살고 있으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외면한 채 살아온 것은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해. 아픈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향을 피우는 작가의 마음, 해결책이 없을 것 같은 문제상황이지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직접 겪은 경찰관의 삶을, 경찰관이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   



브런치 글 이미지 1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법의 중재자가 경찰관이고 그들도 수많은 사람들과 얽힌 감정 노동자라는 것을 알았어. 작가는 약자의 편에 서서 부조리한 세상을 한탄하고 있었지. 생의 밑바닥을 대면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내막들이었어. 내가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는 말도 부끄럽지만, 해야 할 것 같아.  

    


나는 교통 범칙금 딱지만 날아와도 떨리고, 경찰 정복만 봐도 뭔가 걸리는 일은 없나 멈칫하게 되던데 정작, 경찰관은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갖가지 민원에 시달리는 일종의 만만한 사람들이더라고. 음주 난동 신고부터, 택시 기사 요금 받아주기, 허위신고 전화 대응, 주차 시비, 사기 피해, 자살소동 등 민원도 가지각색이더라고. 그리고 그들은 겉으론 딱딱해 보여도 마음은 여린 사람이기도 했어.   


        

책 속에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 나오는데 특히나 이 부분이 가슴에 남았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없어서 안타까운 상황을 적어 놓은 문장이었지. 작가는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더라고.    


 

“나를 비롯한 이 공간의 모든 것이 너희에게 미안해하지만 정작 너희 부모는 미안함을 모른다는 현실을 내가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제대로 씻지도 못해 머리에 이가 생긴 채로 집구석에 사물처럼 놓인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하늘이 쪼개지는 기분을 느껴.”(p32)     



친구야! 너도 알다시피 난 지역아동센터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사회복지사였잖아. 아이들 문제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기도 했으니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2013년에 발표한 건데, 2012년 아동학대 유형 중 부모에 의한 학대가 83%나 된다는 것에 너무 놀랐어. 경찰관이 찾아가도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게 학대받는 아이들을 얼마나 숨 막히게 할지 생각하니 먹먹했어.  

   


그래서 유독 그 부분을 읽는데,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만났던 아이들. 각자의 사연들이 떠 오르기도 했어. 서류 일이 너무 많아서 주말도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아야 했지만, 아이들과 공부하고 놀이하고 그런 생활들은 참 좋았어. 참새처럼 재잘거리던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 학교 시험에서 처음으로 1등 했다며 상기된 얼굴로 말하던 아이. 센터에 서로 먼저 오겠다고 달려오다 넘어져 무릎에 피를 흘리던 아이. 스승의 날 캔 커피를 내밀던 아이.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아이들. 그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가 있고, 그런 어른이 있다는 것이 너무 속상했어.  


   

이제 사회복지사는 아니지만, 내 생은 늘 돌봄의 시간이었어. 형제들 뒷바라지, 시어머니 병시중, 장애아이 돌봄 등이 나의 일이었고, 직업이었지. 새해가 되면 한 번씩 보게 되는 토정비결에 내가 ‘정화일주’라고. 촛불이라서 주위를 밝히는 사람이라는 신탁을 들었어. 내 삶이 너무 버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나는 누가 밝혀 주느냐?’며 울었어. 농부가 된 지금은 어떠냐고? 나무를 돌보고, 텃밭의 야채들을 돌보는 식물 사회복지사가 되었지, 뭐야. 내 운명은 돌보는 사람인가 봐. 그렇다면 가족도 남도 그리고 나도 잘 돌봐야 할 것 같아.   

  


작가의 방식처럼 나와 마주한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어. 내가 서 있는 농부의 삶을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여 뽑아낸 문장들도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야. 친구야! 제일 먼저 네게 보여 줄게. 기다려 줘! 나를 녹여낸 문장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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