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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 쉬지 않고 일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든가
EBS 자본주의 제작팀 저/EBS MEDIA 기획
저자는 책의 부제로 ‘당신도 연결되었나요?’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 저자는 이때의 ‘연결’이 바로 삶과 환경을 생각하여 비견의 길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이 비건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과거의 경험들을 드려주면서, 비건의 삶이 지니는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비건(Vegan)은 채식주의자 중에서, 동물성 식품의 섭취뿐 아니라 동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때문에 여전히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도 지적하였듯이, 한국 사회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매 끼니 반찬으로 고기가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채식주의자가 갈 수 있는 식당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지만, 채식주의자들의 논리나 그들의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비록 극단적인 삶의 형태로 보이겠지만,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도 삶의 한 방식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씩 변해하고 있지만, 여전히 채식주의자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굳건하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방어하는 그들의 논리는 때로는 너무도 배타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은 비건으로 살아가면서, 그 삶의 선택한 이유로부터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7개의 키워드를 통해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설파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육식을 포기하고 저자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실은 채식주의에 이르는 과정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을 수반해야만 할 것이다.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이해해도, 몸으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버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저자와 같은 삶을 택한 이들이 사회적 편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충분히 응원하고 공감하려고 한다.(차니)
아무튼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누군가는 깊이가 없다고 할지 모르나 우리가 하루 동안 소비하는 텍스트만 봐도 얼마나 깊이 없는 텍스트를 많이 보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스팸성 광고글, 각종 SNS 등 불쾌한 글을 보다 아무튼 시리즈를 보면 새롭다. "나 글 좀 쓴다"는 작가들이 자신들이 제일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 작정하고 글을 썼다. 분량이 많아야만 좋은 글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소재로도 재밌고 알찬 글을 쓸 수 있다면 그 글은 좋은 글이다.
요즘 특히나 비건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이 반갑다. 김한민 작가에 대한 신뢰도 있고. 내가 비건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노력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동물이지만, 그와 동시에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채식 햄버거를 먹었을 때였다. 햄버거를 먹으면 명치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해서 일 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다. 그러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걷다가 눈에 보이는 식당에 간 게 채식 식당이었다. 채식 식당에서 햄버거라니 말이 안 맞는데? 싶으면서 주문한 햄버거는 속이 편했다. 느끼하지 않고 씹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다 먹고 나서 배가 아프지 않고 기분 좋았다. 그때부터 기회가 되면 채식 메뉴를 주문했다.
비건은 채식주의자의 정점이다. 해물류도 먹지 않고 우유, 치즈, 계란 같은 제품도 먹지 않는다. 식물만 먹는다. 필요하지 않는데 동물의 살점을 원하고 그 동물들은 공장식 사육이라는 끔찍한 환경에서 몇 달 살다가 죽는다. 특히 수컷 병아리들은 그라인더에 갈려죽는다는 부분에선 숨이 막혔다.
필요하지 않는데 동물을 먹고, 그 동물들을 키우기 위해 많은 숲을 태우고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각종 약품과 화학 사료를 먹다 죽은 동물은 인간의 몸에 그 약품들과 화학 성분을 남겨 암을 만든다. 읽으면서 몸을 계속 맞는 기분이었다.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들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특히 개, 고양이 같은 인간과 친한 특정 동물들은 먹으면 안 되고 돼지, 소 같은 동물들은 먹어도 된다는 구분은 엄마, 딸, 부인은 소중히 해야 하는 여성이지만 성매매 업소 여성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과 같은 구분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에선 머리를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구분 짓다 보면 경계가 흐려지고 안 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라도 건강을 위해, 동물들을 위해 비건을 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우유를 만들기 위해, 달걀을 낳기 위해 끔찍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들이 있다. 나 하나의 선택이 작을지 몰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큰 변화라고 설득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채식 샐러드를 주문했다. 비건이 되는 건 어렵더라도 되도록 고기를 먹지 않는 생활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나의 건강을 위해 남의 살을 탐하는 것을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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