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식동물과 닮아서" 라는 책은 초보 비건의 식탁 위 생태계 일지인 에세이이다.
나는 육류를 무척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길 원하며 편식 안하는 사람이다.
비건에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초식동물과 닮았다는 제목이 책을 선정하게끔했다.
과학적인 분석이나 논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비건의 삶이 옳다는 방향의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나 기대한 방향보다는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비건의 삶과 동물의 생명의 소중함, 환경 문제 등을 조금이라고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책은 194쪽으로 소책자 같은 느낌이라서 어디서든 편안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오늘은 나도 채식 한번 해 볼까, 2부는 사랑을 나누는 일에 관하여, 3부는 나와 모도를 위한 일'이다.
1부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육고기 혹은 동물성 식품에 익숙해졌다.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취식할 수 있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한 동물이다. 영유아기 때는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생명을 부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즉, 스스로 음식을 구할 수 없으니 부모에게 공급받은 음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좁게는 부모로부터, 넓게는 사회로부터 음식에 대한 기본 설정 값을 물려받게 된다.(여기서 설정 값이란 입맛, 식성, 식습관 같은 것들이다.)(p.23)
우리가 태어나서 문화적, 환경적으로 육식이라는 설정 값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다.
학생들이 급식표에 채식 중심의 식단은 맛없다고 실망하고, 고기가 나오는 날은 엄청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고기를 쉽게 접하고, 그 맛에 익숙해져서 고기를 많이 좋아한다. 나 때는 고깃국은 생일날에만! 이런 식으로 고기 구경하기 힘들었고, 많이 못 먹어 본 육류의 고기맛이 생소해서 잔칫날 고기를 구경해도 그렇게 많이 못 먹었던 기억이 있다.
설정된 값이 꼭~ 우리 몸에 필요해서 설정된 것이라면 괜찮은데, 문화적, 환경적으로 자동 세팅된 것이라면 자신의 몸에 맞게 재 설정의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효율적인 측면에서 따지고 본다면 귀리, 현미 같은 곡물의 무게 대비 단백질 함유량이 고기와 비교해 켤코 떨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몸에 이로운 타 영양소를 함께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니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훨씬 좋다. 또한 곡물츄에만 단백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물이나 채소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p.31)
윗 문구를 읽으면서 최근에 있었던 일과 오버랩이 되었다.
어느날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학생이 질문을 했었다. "채식만 하는 사람들은 단백질을 섭취 못하는데 어떻게 근육을 만들어요?"
학생의 질문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식을 하면 단백질 섭취를 못 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오해가 상당히 많다. 그 이유는 '단백질=고기'라는 수식을 머릿 속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자도 책에서 말했듯이 부모, 학교, 생활 속에서 전해 진 오해인 것 같다.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 있는 채소들도 많으니 말이다. 질문을 했던 학생도 대답을 해 주니, "아하!"하며 선입견을 깨는 깨달음을 얻었었다.
2부
'나의 속사람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리라'(p.81)
4대 성인들이 이야기한 '사랑'이라는 지상 최대의 과제에 대한 저자의 깨달음이 소개되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사랑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돌봐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로 위장에 쌓인 쓰레기를 걷어 비워 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소개했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이 말대로라면 나에게는 벌써 두 번의 기회가 왔다. 첫 번째는 아내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였고, 두 번째는 채식을 하고 동물과 이 땅을 사랑할 수 있는 기회, 바로 지금이다. 나는 아내를 열렬히 사랑했던 마음으로 인생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예정디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 또한 어쩐지 사랑에 관한 기회일 것만 같다. "계속해서 사랑하겠습니다."(p.132)
비건의 삶을 통해 인생 최대 과제인 사랑을 깨닫고 있는 저자를 보니, '진심이고 옳게 깨닫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 참된 깨달음은 어느 곳에서든 무엇을 통해서든 가능하며, 반드시 진실해야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라'는 인생 최대 과제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나는 깨닫고 돌아보는 기회도 되었다.
3부
음식물에 대해서 인간의 인체가 이토록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p.184)
솔직히 환경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 육식을 한다면 진성성을 의심받아야 한다. 그 사람을 나쁜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신념을 가진 환경운동가들, 스스로를 환경운동가라고 여기는 사람ㄷㄹ은 죄다 '채식주의자'다.(p.190)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먹거리가 무척 중요하고,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몸이 빠르게 대응한다는 것에 공감이 갖다. 채식만을 먹을 수는 없겠지만,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고 가공식품을 조금 줄이고, 자연의 것을 먹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 변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이 채식 중심의 식단이라고 알고 있었다. 고기를 생산하고 먹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어마어마함을 과학적인 데이터를 들어서 비교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모두가 다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나로부터... 기후 변화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실천(조금 더 채식 중심의 식사 등)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해야겠다.
인간 중심으로 지구를 바라보기 보다는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이기에 각각의 생태계 일원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선한 시선의 필요성과 나로부터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편안하게 읽었으나, 여운이 많이 남았던 책이다. 채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