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무슨 책을 먼저 읽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개미],[타나토노트] 빼고는 얼추 다 읽은 느낌이다. 책을 읽은 이유는 재밌고 기발해서 독특해서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에서는 작가 개인적인 사생활도 많이 나온다. 물론 책과 얽힌 시간의 순으로 타로 카드를 교묘히 배치한 전개다.. 아니다. 반대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꼈던 경험, 만났던 사람 순으로 이야기가 성장하고 꾸며지고 책으로 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작가가 책이구나 . 요즘에 사람 책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천재적인 작가일지라도 소재나 인물에 본인의 삶이 묻어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글을 보면 그 작가의 머리 속이, 삶이 , 주변 인물이 읽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그냥 지나치는 하루하루를 마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 아닐까?
뚜껑열리게 하는 상사나 친구, 독특한 성격의 주변 인물, 모든 사건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틱하니 나만의 소설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작가처럼 오전 4시간을 규칙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말이다.(100%보장 못함)
읽다 보니 프랑스 문화와 우리나라 문화의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성장기가 틀리다.
프랑스 유년기가 더 자유로워 보인다고 할까나?
여유 시간도 더 많고 사색할 시간도 많고 딴 짓할 시간도 더 많다.
그래야 상상력, 창의력이란 것이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일례로 중학교 수련회 비스무레 한 곳에서 만난 친구는 명상에 침잠해서 유체이탈 정도의 경지에 닿아있다. 그 친구를 통해 명상을 배운다.
물론 시대적인 갭은 있다. 60이 넘으셨으니 요즘 청소년의 성장 환경과 다르다.
열 네살에 아이들끼리 캠핑 갈 수 있는 문화라니, 물론 그곳에서 총기위협을 받고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이들끼리의 캠핑이 허용이 안되니 이런 경험 자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 때 어린 베르베르 씨는 이렇게 생각했다.
" 죽음은 이렇게 불시에 찾아오는 거구나"
"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나서 눈을 감았다. 삶의 매 순간을 값어치 있게 쓰기로 결심했다" p19
14살에 찾아 온 죽음의 공포로 인해 삶의 무게를 깨닫았다면 정말 값진 경험이다.
절대 똑같이 경험해 보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읽다보면 참 삶의 작은 부분을 잘 캐취하며 살아서 그런지 주변에 엄청 특이한 사람들이 많다.
어느날은 학교 천문학 클럽에 가입한 베르베르씨에게 [1+1=3]의 가능성을 수식으로 증명해준 상급생이 있었다고 한다. 이 증명은 훗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 삽입된다. 수식의 상식을 깬 이 과정을 통해 수식이 사회학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됨을 느낀다.
" 각자가 지닌 재능을 단순히 합했을 때보다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했을 때 우리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요소를 단순히 더했을 때보다 그것들을 융합했을 때 더 큰 가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철학적 해석 또한 가능하다. "p47
수학이 철학이 되는 놀라운 인지력이다.
이런 고도의 사고 능력이 있었을 지라도 학교 생활에서는 순탄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암기력이 떨어져서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고 몸이 좋지 않아서 샘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좌절할 무렵 도피처가 책이었다고 한다.
" 그때 책이 누군가를 절망으로부터 건져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52
이래 저래 삶이 녹녹치 않지만 글을 쓰며 낙을 찾는다.
프레데리크 다르의 말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간 관리가 필수이며 하루 매일 아침 네 시간씩 글을 쓴다를 쭉 실천하게 된다.
어릴 적 [개미 제국]을 장편으로 늘리면서 계속 써내려간다.
법학 대를 가서 재미를 못찾았으나 범죄 심리 수업을 들으면서 경험들을 글의 소재로 넓혀나간다.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프랭크 허버트의 [듄] , 필립 k. 딕 등을 읽으며 소설을 확장해 간다. 개미의 수 많은 버전 을 레벨업 시킨다.
미국 무전여행에서는 그나마 있는 돈도 속아서 빼앗기고 노숙여행을 즐기면서 많은 소설속 인물들이 될 만한 캐릭터를 창조해 나간다.
"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 부지런히 낯선 사람들을. 자신과 다른, 심지어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꼼꼼히 기록해 놓았다가 나중에 작품에 활용해야 한다. "p118
문창과를 간 것도 아닌데 떡잎부터 다른 종이 있는 것일까?
베르베르 씨는 결국엔 글을 쓰는 기자가 되었고 7년 정도 과학 기자를 하다 결국엔 잘리게 된다. 기자로서의 삶이 끝이나고 서야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수많은 버전의 개미가 탄생하고 주목 받지 못할 것 같던 수도 없이 출판사에서 거절했던 개미가 히트를 치고 방송출연도 하게된다.
그는 <설명하기 보다 보여주는> 이야기가 좋은 소설이라 말한다.
"소설은 독자에게 스스로 장면을 만들어 낼 것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한다. 소설 독자는 스스로 주인공을 캐스팅하고, 카메라 숏의 스케일을 결정하고 , 음악과 음향 효과를 만들고, 조명을 선택한다. "p259
한 번의 성공으로 작가 생활을 접을 마음이 없었기에 마라톤 처럼 규칙적인 리듬을 유지하면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쓰기로 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1년에 한편씩 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잊힐 만하면 새로운 작품을 들고 나오는 부지런한 작가가 되었고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작가가 되었다.
470페이지가 넘는 긴 호흡의 책이지만 금방 읽히고 지루하지 않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고 인물이 있고 생각들로 넘쳐난다.
책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소설을 써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실천 툴도 많이 제공해 준다. 더불어 마인드 컨트롤도 될 것 같다. 뭐 나처럼 작가에게 호감도가 높았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은밀할 수 있는 사생활, 연애, 결혼, 자녀 이야기 등등도 나오니 다 읽고 나면 급친근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