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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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온기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리뷰 총점 9.4 (44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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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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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산다는 것, 뭐 별것 있나요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21.07.02 리뷰제목
분당에서 일산까지 지하철로 먼 출근길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발랄한 성격의 작자이다. 이 책에서는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겪은 단상과 함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종횡무진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깐깐하고 조직적이고 치밀한 성공한 직장인의 모습보다는 조금 엉뚱한과 빈틈을 보이는 가운데
리뷰제목

분당에서 일산까지 지하철로 먼 출근길을 다니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발랄한 성격의 작자이다. 이 책에서는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겪은 단상과 함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종횡무진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깐깐하고 조직적이고 치밀한 성공한 직장인의 모습보다는 조금 엉뚱한과 빈틈을 보이는 가운데 인간미를 발산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60여 편의 산문에는 삶이 주는 기쁨이 가벼운 필치로 전개된다. 낡은 속옷 하나 제대로 버리지 못하고 이별의식을 치르는 모습에서부터 오타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욕탕에서 난생 처음 보는 노부인에게 알몸의 등이 밀리는 상황에 대한 황망함, 주말에 분당에서 잠실까지의 자전거 여행하는 방법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작가의 일상이 소개된다. 때론 상큼하고 때론 경쾌하며 가끔은 고독하기도 그 모습에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비추어지기도 한다.

 

소개된 글 중에서 지하철 출퇴근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그곳이 하루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고단한 삶의 현장이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삶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삶에 빈틈이 생기더라도 그곳엔 어김없이 따스한 햇살이 들이친다고 이야기한다. 때론 지옥철에서 숨쉴 공간도 없이 부대끼자만 때론 동호대교를 건너면서 해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무심하게 넘기는 많은 일상의 소재들을 재미난 이야기로 엮어 나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 책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지하철에서 말없이 귤 하나를 건내며 위로하는 할머니, 이국의 여행자에게 고향의 노래를 틀어주는 툭툭이 운전자, 크리스마스에 손톱위에 반짝이는 눈 결정 모양을 올려주는 네일샵의 직원.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의 이웃들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소재를 이야기로 만드는 작가를 보면서 소설가라는 경험과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란 생각도 해보지만 그 바탕에는 삶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 자세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의 제목에 이 책은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들려주는 글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바쁘게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본 모습까지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적 마음과 애정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살아갈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 인생이란 헛점과 빈틈 투성이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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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맑고 상쾌한 웃음을 따라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6 | 2022.10.09 리뷰제목
맑고 상쾌한 웃음을 따라 ― 윤고은 산문집 『빈틈의 온기』 (흐름출판, 2021)를 읽고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라는 부재를 달고 『빈틈의 온기』는 세상에 온기를 퍼트리러 나왔다. 「윤고은의 EBS 북카페」의는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를 테마로 하는 방송이다. 『빈틈의 온기』는 북카페 진행자인 윤고은 소설가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그녀를 알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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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상쾌한 웃음을 따라

윤고은 산문집 빈틈의 온기(흐름출판, 2021)를 읽고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라는 부재를 달고 빈틈의 온기는 세상에 온기를 퍼트리러 나왔다. 윤고은의 EBS 북카페의는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를 테마로 하는 방송이다.

빈틈의 온기는 북카페 진행자인 윤고은 소설가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금요일 프로그램인 시 큐레이션/책 큐레이션이다. 김상혁, 김소연 시인이 책에서 한 문장을 골라와서 두 편씩 시집이나 소설, 산문집 등을 소개하는 코너다. 시를 듣고, 사유를 나누는 두 시인의 안목을 배우고 책을 소개받는 시간이라 행복하게 들었다. 두 시인이 골라 온 시들과 문장들은 삶에서 배울 수 있는 한 줄이었으며, 나의 삶과 생각과 행동들을 돌아보고 이 시대의 우리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토요일 프로그램인 김찬용 도슨트의 미술애호가를 위한 최소한의 미술사시간에 푹 빠져 그림을 검색하며 그림을 배워나갔고, 미술관을 찾아 여행도 다녀왔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이라는 책도 구입해 읽게 되었다. 목요일의 염승숙 소설가와 최동민 작가와 함께하는 북클럽은 소설을 읽어주는데 염승숙 소설가님의 입담에 홀려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화요일의 전병근 작가의 지식 큐레이션은 깊이 있는 책을 가져와 소개하며 사유를 나눈다. 수요일은 오영진 과학자의 테크노컬쳐”, 월요일은 일간 카페인은 책을 쓴 작가가 출연해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너이다. 북카페 최애 청취자인 나는 정규방송 시간인 정오부터 2시까지는 일정상 들을 수 없어서 운전하는 시간과 가정을 벗어난 시간에 다시 듣기로 무조건 듣고 있다. 지난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간 되는대로 찾아서 듣고 있다.

 

이 모든 요일의 프로그램에 능수능란하게 진행하는, 내가 아는 최고의 라디오 DJ 윤고은 님이 있다. 시인과의 시집 이야기, 소설가와의 소설 이야기, 과학자와의 과학 이야기, 지식전문가와의 깊은 사유, 미술 전문가와의 미술 이야기 등 어떤 분야의 이야기에도 깊이 빠져서 알고 싶어 하고, 알려주고 싶어 하며 초대 손님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게 만드는 덕분에 애청자들이 아주 행복해하는 문자들이 많이 올라온다. 스스로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에 책에 대한 해박한 배경지식과 적절한 질문과 대답으로 매시간을 흥미롭고 깊이 있는 시간이 되도록 이끌어 준다. 늘 미리 진행할 프로그램을 학습하고 와서 내용을 숙지하고 있고, 궁금증도 준비해와서 수준높은 질문으로 방송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런 그가 산문집이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책을 구입했다. 물론, 그의 소설들도 어서 빨리 읽어 달라고 줄을 서 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그의 지하철 속 이야기와 생활, 일상, 독서, 영화 등이 경쾌한 문제로 펼쳐져 있다. 라디오의 애청자인 나는 그가 웃음을 머금고 신나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즐겁고 행복한 책 읽기의 시간이었다. 어쩌면 내 이야기도 같고, 내가 아는 사람들 이야기인 것도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에서 위로받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책 읽기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을 즐거워 한다. 어린 아이같은 순박함과 호기심, 장난기 등이 엿보이는 맑고 고운 심성의 소유자다. 여행을 좋아하며 매 순간 소설을 생각한다는 그. 라디오를 진행할 때 초대 손님들을 최선을 다해 응대하며 밝고 편안한 목소리로 청취자와 만나려는 노력이 돋보여서 나는 오늘도 윤고은을 읽고 또 듣는다.

 

선로를 타고 오는에서 우리가 엉뚱한 지점에 떨어뜨린 말과 표정도 어느 밤에 주워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리 노련하고 야무진 집게가 있다고 해도 그걸 건져 올리긴 어려울 것이다. 잃어버린 지점이 어디인지도 몰라서 서성이는 사람들로 어지럽겠지라고 썼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그가 선로 위에 떨어진 물건들을 보면서 우리의 말과 표정도 함부로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적어 놓았다. 나도 늘 말과 표정, 행동을 조심하는 사람이기에 그의 말에 크게 공감이 갔다.

 

구명튜브에서 세상의 모든 만남이 그렇듯이 책과의 만남도 시기를 탄다. 그 책을 만날 때 내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인생의 어떤 계절을 통과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책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누군가의 삶을 구원하거나 도발하거나 위로했다는 말을 들으면 한 권의 책과 한 사람이 만났던 어느 시점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책은 우리 산책의 가로등 같은 것, 가로등이 없어도 우리는 걸을 수 있지만 있으면 덜 외롭겠지라고 적었다. 자신의 생애 주기마다 찾아왔던 책, 읽었던 책과 일상의 상황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한 시절의 가로등 같았던, 몇 겹의 사연을 입으면서 더 공고해진 책들이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이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책도 찾아오는 것 같다. 읽었던 책들을 다시 만나 읽으면 또 다른 사유와 깨달음도 다르게 다가온다. 외로움의 순간마다 책은 나의 친구였고, 내 삶이 복잡할수록 책 속으로 도망가곤 했다.

 

작가의 말에서는 마주치는 모두에게 내일의 산책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 밤이기도 하다. 산책을 권할 때 그 안에 담고 싶은 건 산들거리는 바람, 따갑지 않은 햇볕, 적당히 편안한 신발 같은 것이지만, 모든 산책로가 나긋하지만은 않다. 그걸 기대하는 순진한 산책자도 아니다. 다만 내일 산책로에서 가장 나긋하고 살랑한 존재가 되어보리라는 호기는 좀 부리고 싶은 밤이다라고 끝을 맺는다. 그의 말들이 너무 좋아서 내가 덧붙일 말은 없다. 그냥 다 함께 감상하고 생각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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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빈틈의 온기]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소설가의 웃픈 일상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j****y | 2022.06.16 리뷰제목
소설가 윤고은 님이 진행하는 EBS 라디오 <윤고은의 북카페>를 즐겨 듣는다. 월요일에는 배명훈 작가님이 출연하셨는데, 윤고은 작가님의 산문집 <빈틈의 온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예전에 윤고은 작가님이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출연하셨을 때 진행자 김하나 작가님도 <빈틈의 온기>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셔서 읽고 싶었다. '기회는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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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윤고은 님이 진행하는 EBS 라디오 <윤고은의 북카페>를 즐겨 듣는다. 월요일에는 배명훈 작가님이 출연하셨는데, 윤고은 작가님의 산문집 <빈틈의 온기>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다. 안 그래도 예전에 윤고은 작가님이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출연하셨을 때 진행자 김하나 작가님도 <빈틈의 온기>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셔서 읽고 싶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혹시나 하고 예스24 북클럽에 있나 찾아봤더니 운 좋게도 있었다(매달 정기 결제하는 보람이...). 

 

김하나 작가님이 이 책을 가리켜 '유머집'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카페에서 손 세정제인 줄 알고 눌렀는데 시럽이었던 일부터 치약인 줄 알고 샀는데 알고 보니 틀니 부착재였던 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바퀴에 카디건이 끼는 바람에 노상에서 옷을 벗은 일, 목욕탕에서 생전 처음 보는 할머니에게 다짜고짜 등을 밀린 일 등 시트콤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이 작가님의 일상에선 종종 벌어진다고. '사진 첨부가 가능한'으로 시작되는 라디오 DJ의 멘트를 '살인청부가 가능한'으로 잘못 들은 이야기도 웃기다 ㅋㅋㅋ 

 

웃기기만 한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라디오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분당에서 일산까지 주 4일, 매일 3-4시간을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경험한 일들을 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저자처럼 지하철로 몇 시간씩 출퇴근 혹은 등하교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대목이 많다. 몇 초 차이로 열차를 놓쳤을 때의 아쉬움이라든가, 겨우 자리가 났는데 곧 내릴 차례라든가. 누구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이용해 학위나 자격증 공부를 했다는데, 나는 겨우 인터넷 쇼핑이나 하고 있을 때의 자괴감 ㅠㅠ 

 

후반부에는 작가님의 여행기도 나오고, (남편분으로 짐작되는) L과의 알콩달콩한 일화들도 재미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뜻하고 유쾌해서, 기운 내기 힘든 출퇴근길에 한두 꼭지씩 읽으면 힘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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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흐름출판 #빈틈의온기 평점10점 | i******n | 2021.06.09 리뷰제목
빈틈의 온기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윤고은 소설가.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 매일 5분 자전거 라이더. 길에 떨어진 머리끈을 발견하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람. 책이 산책의 줄임말이라고 믿는 사람.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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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온기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윤고은

소설가. 라디오 디제이. 여행자. 지하철 승객. 매일 5분 자전거 라이더. 길에 떨어진 머리끈을 발견하면 꼭 사진으로 남겨야 하는 사람. 책이 산책의 줄임말이라고 믿는 사람. 라디오 [윤고은의 EBS 북카페]를 진행하고 있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 『해적판을 타고』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예스24 제공]

 

 





 

 

 

#흐름출판 #빈틈의온기 

 

일상의 짧은 단상이나 경험이

멋들어진 글로 완성되어 제법 사소한 일상이

멋진 위로처럼 느껴지는 그런 따뜻함이 있는 책을 만났다.

 

생각을 곱씹으면서 나도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 맞아!'

맞장구도 쳐가며 책장을 술술 넘기며

신나게 책을 읽고 있었다.

 

조용한 위로로 다가오는 이 책은

기운 차게 하루를 마무리하며

작은 조명 아래에서 소소한 책읽기의 묘미를 더해준다.

 

내 일상도 이처럼 다채롭고 제각각이지만

묘하게 비슷한 온도 속에서 살아가는 기분 나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새벽에 깨어 있으면 책장이 수상해 보일 때가 있다.

섣불리 건드린 책 한 권이 그 에너지를 누적해두었다가 내가 잊고 있을 때

툭, 옆으로 눕거나 아래로 추락하기도 하니까.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사람이라면 그 순간 조금은 긴장할 것이다.

책장 뒤에 무엇이 있을지 나는 모른다.

p35

 

한 번 빠지면 질리도록 본다.

 

특히 영화는 더욱 그러하다.

 

볼 때마다 해석과 느낌이 달라지니 새로울게 없음에도 새롭다.

 

나의 책장 뒤 세계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영화가 있었으니

영화 <인터스텔라>도 다섯 번 넘게 본 영화였다.

 

어떤 의도가 있을지

우리집 대부분의 짐으로 차지하고 있는 여러 책장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족들이 다 잠든 밤, 혼자 나와 거실에서 읽다만 책을 읽다

무심히 배경 삼아 있는 책장을 보고 있노라면

한동안 그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영화의 오랜 여운이 남아서 일까.

 

모스부호라도 배워야 할까 싶어

괜히 책을 뒤적거려보기도 하고

시원한 물로 애써 목을 축여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의식의 흐름대로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꽂혀 있는 책들이

조금은 난잡해 보여서 주말에 마음 먹고 책장 정리를 할까 싶다.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 취향을 반영한 물건이지만

때때로 책 너머의 세상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나의 변덕스러움일지 모르겠다.

 

꽂히는 문장에 또 마음을 털려버리고

마음껏 생각에 파묻혀 사는 게 고독하면서도 유쾌하다.

 

그런 기분을 내 책장에 둘러쌓여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냥 즐거워진다.

 

지하철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아무리 눈에 익었다고 해도,

여전히 이렇게 생경하게 다가와 잔상으로 남는 풍경들이 있다.

코로나 시대의 단면이겠지.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긴급돌봄과 무급휴직, 폐업과 기약 없는...

모두 처음 접하는 상황이 만든 간이역들이다.

p168

 

전보다도 재채기를 많이 참고 산다.

 

발열도 증상도 없음에도 외출시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재채기는 꽤나 민폐 행동처럼 여겨져

스스로를 엄청나게 통제하려 노력한다.

 

그럼에도 통제력을 잃고 분출되는 재채기에 뜨거운 눈초리를 어떻게 참아내야할지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힘겹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통제 안에서 살다보니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이 익숙해져간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원격으로 노트북 하나씩 차지하고서 수업을 듣고 있다.

 

밖에 나가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집에 앉아 분출되는 에너지를 삼켜야 하는 작은 아이를 보면

자꾸 시큰거리게 되는 내가 싫어진다.

 

어디에 위안을 두고 어디에 마음을 써야 할지

한동안 굉장히 방황했었던터라

어른이 되어 더 담담하고 지혜롭지 못한 것에 후회와 자책이 되기도 했다.

 

외출 전 문 앞에 걸어둔 마스크를 꼭 쓰고

날이 좋을 땐 아이와 자전거를 타러 나간다.

 

대단할 게 아닌데 눈이 부시도록 따가운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이

고된 칩거 생활에 위로가 되어준다.

 

'이 모든 상황들이 처음이라 낯설고 힘들지.'

라며 위로를 더해주는 것 같아

페달를 밟는 힘이 하나도 힘들지 않다.

 

잊기 쉬웠던 단편의 일상이

보통의 나날이 소중했었더란 이제야 새삼 느낀다.

 

그러고보면 지금의 시간도 계속 흘러가고 있을테지만

시름 속에서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찰나의 기쁨과 감사도

매번 까먹고 사는 게 아닐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럴테지만,

좀 더 오래도록 기억을 밟고

상기시키며 복기할 수 있는 추억을

조용히 책속에서 찾아 보며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어본다.

 

작은 틈에서 항상 새로운 걸 발견할 때가 많기에

지금의 순간도 잊지 말고 기억해두시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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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빈틈의 온기 평점10점 | 0***l | 2021.06.05 리뷰제목
<윤고은의 EBS 북카페> 진행자이자 소설가 윤고은의 첫 번째 에세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빈틈의 온기>   왕복 4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는 윤고은 작가. 책을 읽는 내내 윤고은 작가님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하는 모습이 활기차고 멋지지만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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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EBS 북카페> 진행자이자 소설가

윤고은의 첫 번째 에세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빈틈의 온기>

 

왕복 4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는 윤고은 작가.

책을 읽는 내내 윤고은 작가님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하는 모습이 활기차고 멋지지만

가끔은 어딘가 허술하기도하고

특히 삶의 조각들을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9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소개하며

다양한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좋은 밤 보내라는 말은 흔한 인사 같지만

대부분의 흔한 인사가 그렇듯이

곱씹을수록 아름다운 말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최소한의 평온함이라도 더해주고 싶은,

십시일반의 마음 같기도 하다.

잠의 입구에서 누리는 따뜻한 배웅 덕분에

어떤 사람들은 밤을 건너갈 힘을 얻는다.

...침대에 누워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누군가 먼저 잠의 파도에 휩쓸리는 것,

"꿈꾸고 아침에 또 만나"하고

슬프지 않은 이별을 하는 것...

 

저는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담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며 잠드는 것.

비록 머리가 닿자마자 잠들어버리기에

행복의 순간은 극히 짧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곁에 좋은 사람이 함께 있기에

그 행복이 배가 되는 것은

작가님과 저의 공통점이기도 하네요.

 

작가님은 '윤고은의 출근길'이라는 코너를 위해

출근길에 원고를 작성합니다.

출근길에 떠오른 단상을 원고로 작성해

방송에 사용하기 위해서죠.

글쓰는 재주가 없는 저로서는

정말 대단한 순발력과 글솜씨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출근길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을 하지만

그것을 재치있는 한 도막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니까요.

 

웬만하면 최단경로가 정답이 되는 세상이므로

의도하지 않은 우회경로는

이런 실수 속에서나 가능한 걸지도 모른다.

헤매니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기억의 유효기간을 따져봤을 때도 그렇다.

허둥대며 돌아갔던 길,

착각과 오작동이 빚어낸 결과가

오래 잊히지 않는다.

그거야말로 계획과 재현이 불가능한,

고유한 것이기 때문에.

 

가방 속에서 각종 물건이 줄줄이 딸려 나오고

치약대신 폴리덴트를 사용해 입안이 얼얼해지며

요가복을 입는것만으로 운동효과를 느낀다는

다소 엉뚱하고 재밌는 그녀,

하지만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부가 그물을 걷어올리듯

가방에서 딸려나올 물건들을 기대하며

누군가는 화를내고 짜증낼 법한 일들에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그녀 덕분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빈틈이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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