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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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

도시 생활자가 된 동식물의 진화 이야기

리뷰 총점 9.0 (1건)
분야
자연과학 > 과학일반
파일정보
EPUB(DRM) 20.4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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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삶은 치열하게, 도시에서의 삶 평점9점 | q*****2 | 2019.04.24 리뷰제목
벌써 여러해째다. 야들야들한 새순이 올라올 이맘 때면 어김없이 텃밭이 엉망이 된다. 둘레에 설치한 망도 소용없다.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공략한 녀석은 제 입맛에 맞는 것만 잘도 골라 뜯어 먹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멧돼지 그리고 고라니가 언제 왔으며 얼마나 머물다 갔는지, 본 이는 아무도 없다. 망가진 제 밭을 바라보며 울상을 짓는 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숲속에 먹을
리뷰제목

벌써 여러해째다. 야들야들한 새순이 올라올 이맘 때면 어김없이 텃밭이 엉망이 된다. 둘레에 설치한 망도 소용없다.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공략한 녀석은 제 입맛에 맞는 것만 잘도 골라 뜯어 먹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멧돼지 그리고 고라니가 언제 왔으며 얼마나 머물다 갔는지, 본 이는 아무도 없다. 망가진 제 밭을 바라보며 울상을 짓는 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숲속에 먹을 게 얼마나 없으면 여기까지 내려왔겠느냐며 그들을 이해해보려 하는 이들도 있긴 하다. 인과응보다. 사람이 숲을 파괴했기 때문에 산짐승들은 살 곳을 잃었다.

일방적으로 떠밀려 내려왔다는 식의 사고를 거부하는 이가 여기 있다.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라는 책은 표지부터 매우 도발적이었다. 얼룩말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뒤편으로는 희미하게, 하염없이 이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내뿜는 불빛이 보인다. 이 얼룩말은 안전하려면 횡단보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모든 생명체는 적극적으로 제 살 궁리를 한다는 걸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듯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바가 아니다. 동물들 또한 변화한 환경을 따라 많은 걸 바꾸어 가며 생존을 도모했다. 어느 수준 이상부터 ‘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진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건 억겁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끽해야 100년 밖에 못 사는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버겁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는 도처에서 진행 중이지만, 무엇이 어떻게 진화 중인지 우리로선 알지 못한다. 오늘날 우리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먼 후대에 우리의 후손들은 무엇이 어찌 달라졌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비로소 특정 종이 진화했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례는 진화라고 하기에 다소 모호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변화는 발생했다. 하지만 진화가 아니라 하여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몇몇 사례들은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를 칭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우리 자신에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으로 읽히기도 했다.

견과류의 단단한 껍질은 아무리 뾰족한 부리를 지닌 새일지라도 쉬이 깨트릴 수가 없다. 대개의 새들은 높이 날아올라 바닥에 이를 던지는 작업을 반복한 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섭취한다. 도심에 정착한 새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했다. 달리는 차량을 이용하면 너무나 쉽게 껍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걸 습득한 새들은 도로 한가운데 호두 등을 놓고 차량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심지어 멈추어서 차량을 공략, 바퀴가 지나갈 곳에 호두를 놓기까지 했다. 아주 짧게 언급된 이야기 중에는 동물이 좌우를 살피면서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것도 있었다. 인간의 주위를 둘러보는 행동을 단순히 모방한 것일 수도 있을 테고, 실제로 안전을 도모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엄청난 학습 능력을 지닌 것만은 분명하다.

인간에게는 물론, 동물에게도 매우 치명적인 환경 오염이 단기적으로 동물의 변화를 촉진했다. 살 곳이 없어서, 살기 위해 도시로 동물들이 내려왔다는 게 우리의 이해지만, 도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이 살아가기에 유리한 조건을 지녔다고 저자는 보았다. 애써 사냥을 하지 않아도 도시에는 동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널렸다. 집집마다 배달된 우유, 이른 아침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배에 하나 가득 실린 물고기. 심지어 독한 냄새를 풍기는 담배 꽁초를 이용해 지은 새집에는 진드기 등이 꼬이질 않는단다. 인간의 사고로는 끔찍하게 여겨지는 일들이 알고 보면 동물 나름의 선택이었다. 주변 환경에 맞추어 거무튀튀하게 털색을 바꾸고, 뭉툭했던 부리의 모양도 바꾸어 가면서 그들은 도시의 일원이 되고자 애썼다. 인간이 유행을 타고 취향이 바뀌듯 짝짓기에서 선택받는 부류의 특징 역시 변화했다. 결과적으로 도시에서 잘 살아남는 녀석들이 점차 증가했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생각보다 생명은 질겼다. 그간 인간이 범한 어리석음이 꽤 컸음에도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편의상 동물이라고 계속 칭했는데, 식물, 곤충, 기타 등등. 모두가 이 시대의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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