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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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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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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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담백한 문장으로 기록되는 그녀. 『한 여자』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15.01.23 리뷰제목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110페이지)   한 여자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 에르노만의 방식인가 싶어 잠시 멍했다. 경험한 것만을 쓰는
리뷰제목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110페이지)

 

한 여자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 에르노만의 방식인가 싶어 잠시 멍했다. 경험한 것만을 쓰는 작가로도 유명하지만, 내가 만나고 느낀 그녀의 글은 감정의 표현이 굉장히 솔직하고 담담하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한 여자, 엄마의 죽음을 어떤 단절로 표현하는 그녀의 마음을 저절로 가늠하게 했다. 알면서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내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이 자리에 서서 숨 쉬고 있는지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을 때 툭 던진 표현.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라니...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 감당하기 어려웠던 요즘이었는데, 미치지 않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느라 더 힘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저자의 담담한 말투가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르게 하지만, 그것도 완전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이 기록으로 저자는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재구성한다. 처음부터 어머니가 아니었던, 소녀였다가 여자였다가 어머니가 된 그 과정을 되짚어가며 어머니를 기억하고 자신을 위로한다. 지금 그렇게 해야 할 것처럼 열기가 일어나는 마음을 오히려 객관적으로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시선을 부른다. 유년기를 통과한 어머니가 처녀로 지냈던 시간, 아버지를 만나 부부가 되고 아이들을 키우고 지난한 삶을 살아가며 부풀린 몸무게. 그동안 자신은 성장했고 어머니와 떨어져 있는 거리감이 편안했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 그 사이 어머니는 늙었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다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시간이 이어지다가, 또 다시 조금은 떨어진 삶. 그리고 어머니는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4월 어느 저녁, 아직 6시 반밖에 안 되었는데 그녀는 벌써 슬립 바람으로 시트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잠이 든 통에 성기가 내보임. 방 안이 무척 더웠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내 유년기의 그 여자와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가슴팍이 파란 실핏줄들로 덮여 있었다. (98~99페이지)

 

저자의 표현처럼 나의 엄마도 누군가로부터 태어난 연결고리가 있을 텐데, 처음부터 나에게 엄마로만 존재했으니 다른 생각이 끼어들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가끔 미국에서 엄마의 동생들이 다녀갈 때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언급한다. 작은 외삼촌의 기일에 맞춰 연말에 다녀간 막내 외삼촌과 지나간 시간을 얘기하는 엄마의 얼굴은 낯설었다. 예순, 칠순이 넘은 나이의 남매가 소소하게 나누는 지난 얘기들은 평범한 그리움이었는데, 이럴 때가 아니고서는 잘 나오지 않는 말들이기도 하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얼굴이 떠오를까 싶은 물음이 머릿속에 있었지만 말로 꺼내진 않았다. 엄마가, 울 것만 같아서... 아니 에르노처럼 그 시간을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정도였다. 감정의 혼란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개인의 경험, 온갖 감정이 푹 파고들어있음에도 객관적으로 묵묵히 그 기록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어떤 마음일까. 어머니에 대해 쓰는 일이 자신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써야만 했던 이유. 그녀만의 방식일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을 기억하며 남겨진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으로 택한 이 기록이 그녀에게 어떻게 남겨질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나의 엄마가 떠나고 나면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엄마를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엄마가 늘 바라는 것 두 가지. 치매 같은 병에 걸리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갈 수 있도록 기도하라는 것과 혹시나 기억한다면 무덤으로 만들지 말고 수목장으로 해달라는 거였다. 치매로 자식들 고생시킬까봐 걱정하며, 관리하기 어려운 것 말고 조금은 쉬운 방법으로 자신의 뒤처리를 해달라는 것. 오래 전부터 그런 말을 하는 것을 그냥 웃으면서 듣고만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말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기하게 한다. 거부한다고 해서 오지 않을 시간은 아니잖아. 그래서 두렵고, 안타깝고, 괜히 슬퍼지고... 나의 엄마이기 이전의 시간들에 관심두지 않았던 게 괜히 더 미안해지는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지난 연말부터 심해진 불면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덕분에(?) 요즘 새벽 2~3시 사이에 엄마를 자주 들여다본다. 숨을 쉬고 있는지 가까이서 지켜보곤 한다. 너무 피곤할 땐 코를 곯기도 하지만 평상시 엄마의 잠버릇은 그냥 고요하게 자는 거다. 가까이서 듣지 않으면 숨을 쉬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할 정도일 때도 있다. 그냥 잠을 자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을 굳이 한 번 더 들여다보며 걱정을 키우는 내가 이상하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언젠가부터 계속된 습관 같은 생각이니,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렇게,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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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한 여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w*****3 | 2020.01.25 리뷰제목
개인적,주관적인 서평입니다.단순한 열정,부끄러움 책 다음으로 만나는 아니에르노의 "한여자"라는 책이다.단순한열정과 부끄러움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민낯으로 담아 낸 글이다.표지에 나오는 여인은 아니에르노 본인의 사진이라고 난 생각한다."한여자"는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글이며,역시나 소설은 아니다.저자의 어머니가 실존했던 인물이기에...유명인이나 영웅들의 이야기는 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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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단순한 열정,부끄러움 책 다음으로 만나는
아니에르노의 "한여자"라는 책이다.

단순한열정과 부끄러움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민낯으로 담아 낸 글이다.
표지에 나오는 여인은 아니에르노 본인의 사진이라고 난 생각한다.

"한여자"는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글이며,역시나 소설은 아니다.저자의 어머니가 실존했던 인물이기에...

유명인이나 영웅들의 이야기는 텍스트로 기록되어 회자 되어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을 기억하는 가치가 된다.

즉,세월을 이어 주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난 생각한다.

아니에르노가 이번에는 어머니라는 소재로 글을 썼다.제목은 "한여자"이다.

어머니이며 "한여자"였던 사람을 글로 나타내고 싶었던 이유가 있을까?

저자는 말들을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는 내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 글을 쓰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다시말해 가족사진,나의기억,가족들의 증언도 저자에게는 진실을 가져다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난 이해했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 놓기 위해서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폭력,애정과잉,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여주는 텍스트이다.

난 살아가면서 내가 가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 여전히 나의 모습인 것을 부모라는 대상으로 원망한 적이 많다.

하지만 우리의 어머니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대부분 자기 자체로는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다.

즉,자신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나머지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함에 따라 그것은 한쪽으로는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다른쪽으로는 자신을 내쫓는 세계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모든 작가들이 가장 크게 영감을 받는 부분은 자신의 존재와 기원에 관해 글을 쓰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영감을 외면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나 아니에르노는 그 영감을 무시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글을 쓰는 작가다.
진심으로 다가오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아니에르노의 글에 매료되는 것 같다.

어느 순간 저자의 팬이 되어 있는 "한여자"라는 책을 만났다.

그녀의 말,그녀의 손,그녀의 몸짓....은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라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수 많은 연결고리 중에 ....나의 어머니 "한여자"가 있슴을 ....적으며 독서노트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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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 여자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18.01.20 리뷰제목
저자는 어머니의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을 해낸다.아기로 태어나 소녀로 성장하면서, 여자와 어머니의 삶을 채운 시간.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는 길에 알츠하이머에 걸려버린 여자인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시간을 기록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어머니의 죽음을 기억하며 저자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기도 했다는, 이 기록을...동시에 내가 겪을 그 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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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머니의 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을 해낸다.

아기로 태어나 소녀로 성장하면서, 여자와 어머니의 삶을 채운 시간.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는 길에 알츠하이머에 걸려버린 여자인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시간을 기록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기억하며 저자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이기도 했다는, 이 기록을...

동시에 내가 겪을 그 시간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나의 엄마가 부재했을 때, 나는 어떻게 나를 위로하고 엄마의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상상만으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누구에게나 나가올(다가온) 그 시간을 거부할 수는 없을 테니...

 

흘려 들으며 별 생각이 없었던 주제를 이 책으로 다시 떠올려본다.

엄마가 떠난 후에 고아가 될 내 마음을, 미리 다독여야 할 것만 같아서 말이다.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와 <남자의 자리>는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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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한 여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t****s | 2023.01.31 리뷰제목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가 보다." p. 41   엄마와 딸. 그 관계는 그 관계속에 놓여보지 않고서야 마음을 어찌 이해한다 말할 수 있는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 관계속에 있어서. 더 그렇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작가 아니에르노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쓴 책이다. 얇은 책인데, 작가는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썼다. 아마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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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가 보다." p. 41

 

엄마와 딸. 그 관계는 그 관계속에 놓여보지 않고서야 마음을 어찌 이해한다 말할 수 있는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 관계속에 있어서. 더 그렇다. 이 책은 노벨문학상 작가 아니에르노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쓴 책이다. 얇은 책인데, 작가는 이 책을 꽤 오랫동안 썼다. 아마도 자신이 기억하는 어머니가, 더이상 이 세계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기에 그랬던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 책을 써야 했던 이유는 작가로써 그녀가 어머니를 가장 그리워하는 방법이지 않았을까.

 

그녀의 어머니는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를 만나 전쟁통에 그녀를 낳았다. 그녀만큼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기위해 어머니는 그녀에게 참 많은 것을 주려했다.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게 보이기 위해, 상점에서 물건을 팔던 어머니는 <먹고 살게 해주는 손님 p.52> 들을 위해 웃음을 짓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으면 금방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언제라도 더 싼곳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기에. 

그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어머니는 그녀가 좀더 품안의 자식이길 바랬다. 그래서 그녀와 어머니는 많은 사소한 것들로, 둘의 서로 다른 차이로 다투었고, 그녀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였던 어머니를 점차 떠나보낸다.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이 그렇듯. 

 

"이 글을 쓰면서 때로는 <좋은> 어머니를, 때로는 <나쁜> 어머니를 본다." p.62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이 참 많이 와닿았다. 내가 태어나 가장 오래 내 곁에 있던 사람임에도 나는 온전히 엄마를 모르고, 엄마도 온전히 나를 모른다. 그러기에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엄마는 나에게 항상 <좋은> 엄마는 아니였다. 반대로 나도 항상 <좋은> 딸은 아니였듯이. 작가는 그런 엄마와의 관계를 말한다.

 결혼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같이 살게 된 시간, 그리고 엄마의 독립. 그리고 엄마의 노년까지 그녀가 기억하던 엄마와의 시간은 마냥 행복하지만도 그렇다고 서로가 대면대면할 정도 먼 사이는 아니였다. 딱 어디만큼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가까이 있으면 어색한 . 하지만 그 어디만큼은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그런 거리이다.

 그리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돌보는 딸, 결국 돌아가신 엄마.

 

그녀의 글을 보며 나는 나의 어머니의 늙음을 생각한다. 

나의 엄마에게 나이듦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미 사회적으로는 노년의 시간속에 계시지만 나는 어머니의 늙음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에게 어떤 감정도 감추지 않고 다 쏟아낸다. 그녀가 늘 어렸을 때 보던 모습 그대로의 엄마인것처럼..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는 이러다 많이 후회하겠지..정말 많이 후회하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 이의 어머니에 대한 글을 읽으며 굉장히 담담하게 쓴 글임에도 자꾸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늙어가는 나의 엄마에대한 연민을 가지지 못하는 못난 딸이라서 그런지도.

 

진짜 많이 슬펐다.

그냥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 속에 있는 분이라면 특히 딸의 입장이시라면 작가의 글을 읽으며 드는 나의 생각에 많이 공감하실듯.. 아니실려나.. 나만 후회가 많이 들어 그런걸까..ㅠ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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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 소설 『한 여자』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9 | 2022.10.13 리뷰제목
연세 많으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면 책 몇 권을 써도 남는다". 혹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몇 권의 책으로 엮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이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체험만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로 자신이 직접 겪은 일만을 쓰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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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많으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면 책 몇 권을 써도 남는다". 혹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몇 권의 책으로 엮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이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체험만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로 자신이 직접 겪은 일만을 쓰는 작가이다. 자신의 일생만으로 수많은 책을 써내려온 작가는 '삶이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빈 옷장》 《세월》 《단순한 열정》 그 외 수많은 작품 중 그녀의 짧은 소설 『한 여자』를 펼쳐든다.

한 여자. 바로 자신의 어머니를 한 여자로 어머니의 일생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펼쳐 보이는 이 짧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펼쳐들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엄마의 인생을 딸이 과연 객관적으로 쓴다는 게 가능할까?

애증의 모녀관계. 끈끈하면서도 끈끈하기에 더욱 얽어매져 있는 이 모녀 관계가 단순히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도 그렇고 미셀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 에서도 모녀 관계는 사나우면서도 다정한 애착을 보여준다. 과연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써내려갔을까?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소설은 어머니의 부고로부터 시작된다. 노인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한 어머니. 그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룬다.

어머니는 이제 안 계시지만 저자는 글로써 어머니의 삶을 소환한다. 한 여자의 삶을 복기하고 되새긴다.

요양원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저자는 함께 방을 쓰던 어떤 여자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는데 내 어머니는 죽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부고 또는 질병 앞에서 슬픔과 동시에 떠오르는 건 분노이다. 왜 저 사람은 살아있는데 우리 엄마만, 아빠만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인가.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에서 저자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부재 앞에서 동년배의 한국 아줌마를 보면서 분노한다. 짜증이 난다고. 부아가 난다고. 엄마는 세상에 없는데 이 생면부지의 여인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똑같은 방을 쓰는데 왜 우리 어머니만 죽었는가. 다른 사람들은 저자에게 이제 다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설 『한 여자』 는 그렇게 어머니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년 프랑스 이브토에서 여섯 아이 중 넷째로 태어난 어머니. 엄한 어머니, 다감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고 그 당시 대부분의 삶이 그러했듯 교육은 겉치장에 불과했던 시대. 산업 혁명 시절과 맞물려 대규모 공장에서 일을 하며 노동자로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청년기 시절이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삶 또는 죽음이었으니,

둘이 되어 보다 쉽게 궁지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일 수도 있고

결정적인 곤두박질로 끝날 수도 있다.

 

한 여자의 삶. 나의 엄마도 그렇고 다른 대부분의 어머니들의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가 결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여진다. 희망, 또는 추락.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 저자의 어머니 또한 그랬다.

현실에 안주하며 정착하길 바랐던 아버지, 더 높은 삶을 갈망한 어머니, 삶은 더 바라는 자에게 선택이 주어진다. 아버지의 안정보다 어머니의 갈망이 더 컸기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시작한다. 이제 스물다섯의 어린 나이에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나가는 여자는 말한다.

"날 보고 자갈을 팔래도 팔 수 있었을걸!"

장사 하시는 어머니, 전쟁중에도 어린 딸을 산책시키기 위해 아주 잠깐의 찰나에도 유모차를 끌던 어머니.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붙들기 위해 변해가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모습은, 단순히 저자만의 어머니, 한 여자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 시대의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한 여자의 삶은 보편적 여자의 삶을 그려나간다.

저자가 커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모녀간의 갈등. 시간이 주는 괴리. 담담하게 써내려가지만 그 사이의 여백을 딸이라면 느낄 수 있다. 그 여백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는 딸들만이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다.

 

책을 읽으며 나의 엄마와 저자의 어머니에게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였다.

아니 나는 비로소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야하겠다. 매번 내려갈 때마다 차 한 가득 음식을 퍼주시는 엄마. 그것도 모자라 며칠 후 택배 한 상자를 보내오는 엄마. 우리는 극성이라고 말하며 그만 주라고 말한다.

나는 엄마의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알겠다.

그 음식들이 사랑받고 싶다는 반어적인 표현이라는 걸. 사랑해달라는 표현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겠다.

끊임없는 헌신, 손주들을 돌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했던 한 여자. 하지만 세월은 한 여자의 희망을 서서히 그리고 급격히 무너뜨린다. 알츠하이머라는 무서운 지우개로 머리 속의 기억을 지워나간다. 한 여자는 그렇게 아이가 되어가고 삶의 마지막을 향해 다가간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기억을 잃어가는 중에도 문득문득 자신이 알지 못했던 한 여자의 기억. 어머니는 삶을 잃어가는 중에도 가끔씩 인식하고 기억했다. 그렇게 삶의 끝자락을 한없이 붙잡았고 마무리해갔다.

이 책에는 어머니의 삶을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써내려간다. 제3자의 시선인 것처럼. 감정을 절제하고 한 여자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궁금해진다. 딸이라면, 여자라면 이 글들을 건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한 여자의 삶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이겨낸 수많은 여자들의 삶이기도 했다. 자식을 위해선 뭐라도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카멜레온처럼 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우리 모두의 삶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삶이 최고의 이야기'라는 걸 그렇게 증명해냈다.

이 소설을 읽고 아니 에르노의 다음 소설을 읽는다면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권하고 싶다.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나간 저자의 기록이 담긴 이 소설이 저자의 어머니와 저자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노벨문학상은 아니 에르노 수상자에 대한 평을 "개인적 기억의 뿌리, 소외, 집단적 구속 밝히는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기억의 뿌리. 그 시작을 이 『한 여자』로 시작해 보는 것도 꽤 많은 도움이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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