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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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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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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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피로 쓴 실비아 플라스 일기 전문 평점8점 | d****e | 2008.09.17 리뷰제목
개강을 이주 앞두고, 학교 도서관 나들이를 했다. 영화 '실비아'를 보고 관심을 갖게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대출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빨간색 하드커버의 책 표지에는 'The journals of Sylvia Plath'가 타이핑체로 인쇄되어있었다. 일주일 동안 다른 책의 외도없이 너무나 섬세하게 한 인물, 한 장소, 한 물건을 묘사해놓은 그녀의 일기를 다락방에 숨어서 남의 글을 훔쳐읽듯
리뷰제목

개강을 이주 앞두고, 학교 도서관 나들이를 했다. 영화 '실비아'를 보고 관심을 갖게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대출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빨간색 하드커버의 책 표지에는 'The journals of Sylvia Plath'가 타이핑체로 인쇄되어있었다. 일주일 동안 다른 책의 외도없이 너무나 섬세하게 한 인물, 한 장소, 한 물건을 묘사해놓은 그녀의 일기를 다락방에 숨어서 남의 글을 훔쳐읽듯 야금야금 읽었다.

 

위대한 천재 시인, 테드 휴즈의 아내- 실비아 휴즈. 그녀는 너무나 글로써 성공하고 싶어했고, 매일 매일 우울증에 시달렸다. 쓰는 일, 돈과 성공, 아버지를 어린 시절에 잃은 트라우마.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할 정도로 심적으로 유약했고 냉철한 테드에 비해 지나치게 감상적이었다. 시와 단편을 수없이 쓰고 고치고 읽고 사유하고 좌절하면서 쓰는 것의 고통을 누구보다 통감했던 그녀는 남편의 외도로 가스오븐에 머리를 처박고 죽은 페미니스트의 전형으로 신화처럼 남겨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보다 책을 좋아했기에, 내면으로만 침잠해서 들어갔기에, 테드를 신처럼 의지했기에 세상과의 소통을 저버릴 수 밖에 없었다. 포스트잇을 붙이고, 받아적고, 때로는 책을 접어가며 읽으면서도 조금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은 전혜린에게 천착했던 불과 2년전 새벽의 악몽이 다시 되살아날 것만 같아서였다.

 

이번 학기에도 국문학과 불문학을 같이 수강한다. 배수아의 '독학자'를 읽으며 학교 수업에 대한 회의를 더 강하게 품었던 지난 학기, 방학동안 나를 담금질하고 공부하는 목적을 찾아가면서 결론내린 것은 혼자 공부하는 막막함에서 벗어나 세상에 내밀 명함하나, 갖는 것-그것이다. 작가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노예처럼 회사에 '취직'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안정적인 수입이 없을뿐더러 창작의 소재는 언제든 고갈되기 마련이다. 그녀가 고민했던 일들, 내가 한참을 행과 행 사이에서 방황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문장들. 이 책은 소유하지 말아야겠다. 심리학과 철학 학위를 따고 싶어했던 그녀처럼 나도 어쩌면 문학보다 적확한 학문에 목말라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나 자신과 이 문제를 탁 터놓고 상의하고 나니, 과거가 그렇게 흉측해 보이지도 않고, 미래가 그렇게 암울해 보이지도 않는다. 나의 메리 벤추라보다는 얼마나 많은 희망을 지니고 있는가. 철학적 태도, 술을 마시고 삶을 끝까지 밀어붙여 살아볼 것. 제발 나로 하여금 사고를 멈추고 맹목적으로 겁에 질려 순응하는 일을 시작하지 않도록 하소서! 날마다 맛을 보고 영광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고통을 겪는 일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아무 느낌도 없는 마비된 핵 속에 자신을 가두어두거나, 삶에 대해 회의를 품고 비판하는 태도를 버리고 수월한 탈출구를 찾아가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배우고 사유하고, 사유하고 살고, 살고 배우고. 항상 이렇게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이해와, 새로운 사랑으로.」

 

경험을 경험으로서만 남겨두지 않고 언어로 가두는 작업. 늦은 저녁과 응답없는 기다림 속에서도 내가 의연해질 수 있는 것은 이 감정을 글로 쓸 수 있다는 환희가 있기 때문이다.

 

 

「밸이 말하기를 시각화라, 그리고 나중에 감정을 담아라. 작가 초년생들은 감각적 인상에 기대어 작업하느라, 차갑고 현실주의적인 조직을 망각한다. 먼저, 냉정하고 객관적인 플롯과 장면을 정하라. 경직되게. 그러고 나서 소파에 앉아 시각적으로 그리면서, 그 빌어먹을 글을 쓰라는 거다. 휙휙 휘저어 하얀 백열로 달구고, 다시금 생명을, 예술의 생명력을 부여하고, 더는 참조할 틀도 없는 무형의 신세를 벗어난 형식을 성취하라.」

 

그렇다. 매순간이 시가 되고 소설이 될 수 없다. 시각화하고 기록하고 실사처럼 표현하라. 그것이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나의 어마어마한 독서목록을 차근차근히 지워나가고 사람과 어울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이 책은 내게 소설과 시 창작의 소재와 방법, 그리고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소울메이트를 한 명 더 선물해준 고마운 책이다.

 

「내 두뇌에서 경쟁의 유령을, 자의식의 에고 센터를 싹 잘라내버릴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릇이, 타자를, 바깥 세상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관심은 독창적인 정체성의 개성에 순수하게 매료되는 게 아니라 나와 비교하는 관점에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상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나는 외형과 출판, 수표, 성공으로 점철된 바깥 세상을 잊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면의 심장에 충실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어리석음, 나르시시즘, 그리고 경쟁에서 상처받을까 봐, 결핍을 남한테 들킬까 봐 둘러친 보호막과 싸워야만 한다.

 글쓰기 자체를 위해 글을 쓰고, 그 일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 일하는 것. 그 얼마나 훌륭한 신들의 은총인가.」

 

방 안에서 치열하게 읽고 쓰다 나간 후라도 컬렉션 수준으로 집착하는 플랫폼 스니커즈 앞에 약해지는 것이 나이다. 신화와 민담, 세상의 모든 시를 읖조를테야, 이번 학기엔. 내 언어안에 기호학이 정신분석학이 철학이 다시 울부짖도록 다양한 독서목록을 만들어야지. 실비아가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했듯이 일본어 회화와 프랑스어 기본 발음을 수강하고 매일마다 영어소설을 읽어야지. 실제 사건들을 적을 공책을 하나 더 만들고 더 많은 작가들을 만나며 The journals of egoism을 멋지게 타이핑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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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문장에 숨어있는 향기 평점6점 | YES마니아 : 로얄 e******t | 2005.09.15 리뷰제목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와, 전혜린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 속독을 주로 했었고, 한 번 읽으면 집중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읽어 버리는 타입인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속독을 해야 하는 책과 정독을 해야 하는 책을 알겠고, 빠르게 읽어 내린 후에도 음미하며 다시 읽을 수 있겠다.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고민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님을
리뷰제목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와, 전혜린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 속독을 주로 했었고, 한 번 읽으면 집중해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읽어 버리는 타입인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속독을 해야 하는 책과 정독을 해야 하는 책을 알겠고, 빠르게 읽어 내린 후에도 음미하며 다시 읽을 수 있겠다.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고민을 나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겠다. 나는....플라스나 전혜린과 같은 천재의 계열에는 들지 않고... 그네들과 같이 탁월한 문학적 감각이나 글에 대한 재능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언어’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이들의 글에, 꼭 같지는 않아도 사상의 맥락을 같이 하는 것들이 들어 있다. D.H. Lawrence는 Why the Novel Matters에서 ‘If the one unchanged and unchanging, I would cease to love her. (정확한 문장인지는 갸웃)’ 이라고 했다.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랑을 멈추겠다. 너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는 로렌스가 지닌 그 사상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James Joyce의 본질적 고민에도 역시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두 작가가 지향하는 바가 모두 다르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해결책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작품을 통해 Ulysses나 The Sons and the Lovers에 나타난 그 지향점을 보면서 내가 가야할 바는 또 볼 수 있었다. 이는 나와 동질의 것을 볼 때 느끼는 바도 그러하겠지만... 전혀 다른 것을 보면서 그 차이점이 명백하게 드러날 때 또한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결국 로렌스의 Why the Novel Matters는 물질적이며 인본주의적 가치관을 너무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지만...저 문장만큼은 그럼에도 너무도 멋지게 다가왔다. 사람은 변화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Being'이라는 것. 그저, ‘있음’이 아니라.....있어 가는 것.... 약동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 내가 플라스의 일기를 읽으면서 때로는 감동에 젖고, 감탄하기도 하며, 전율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기도 하는 것은 플라스가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며 고민을 하는지....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며 썼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솔직하게 꾸밈없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맹목적인 추종자가 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생활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나의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상깊은구절]
이렇게 내가 즐기는 알레고리와 직유와 은유로 기울어짐으로써 나는, 어제부터 줄곧 마음에 걸려 가슴 답답해하던 생각들의 가닥 얼마쯤을 표현해낼 길을 갑작스레 찾아내었다...... 바로 매사추세츠 해안선의 이름 없는 일부 지역이 내게 주었던 느낌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겉보기엔 꽤나 간단해 보이지만, 나는 본래의 정서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야말로 내 안에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는 사상과 실천의 철학 한가운데 자리잡은 핵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인적이 뜸한, 돌 많은 해변에는 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나온 커다란 바위가 한 개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따라, 톱니바퀴처럼 튀어나온 발판을 하나씩 밟고 오르면, 사람의 몸 하나 길게 뻗어 누일 수 있는 판판한 자연 암반이 한 개 있는데, 거기에 누우면 저 아래에서 치솟아 올랐다간 떨어지는 파도도 보이고, 저 멀리 만 너머로 눈길을 돌리면, 돛단배의 돛들이 빛을 받았다가, 그늘졌다가, 다시 빛을 받으며, 수평선을 좇아 머나먼 어딘가로 바람을 안고 달려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 바위들은 태양빛에 그슬려 거무스름하게 탔고, 둥근 암석들은 거대하고 쉬임 없는 조수간만의 흐름에 허물어지고, 세차게 치이고, 닳아빠지다 못해 결국 해변을 걷는 사람들의 발 밑에서 달각거리며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는, 햇볕에 달궈진 매끈한 돌멩이들로 변모했다. 지각 위에서 벌어지는 점진적 변화들의 유장한 불가피성을 실감하며, 나는 묵묵한 경외감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만 불꽃 같은 사랑이 솟구쳐 오르더구나. 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이름 없는 암석들과 이름 없는 파도와, 이름 없는 야생의 풀들이 모두 한순간이나마 그들을 바라보는 존재의 의식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한껏 온전하고 총체적으로 인식함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이. 바위 속 깊이. 살 속 깊이 파고들어 불타는 태양과, 머리카락과 풀잎을 스치는 바람을 보면 문득 깨달음을 얻게 되더라. 이 맹목적이고 형언할 수 없이 크나큰, 무의식적이고 비인격적인 자연의 기는 앞으로도 영원토록 존재하겠지만, 지금 이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그나마 한테 붙어 있는 것이 기적이라 할 이 연약한 유기체는 잠시 동안 이 지상을 거닐다가는 곧 비틀거리며 쓰러질 것이고, 끝내는 썩어 문드러져 목소리도 없고 얼굴도 없고 정체성도 없는 무명의 토양이 되고 말리라는 것. 이러한 체험으로 나는 온전하고 순결한 이로 다시 태어났다. 뼛속 깊이까지 땡볕에 그을리고, 짜디짠 바닷물의 얼음 같은 날카로움에 순백으로 씻기고, 건조되고, 새하얗게 표백되어 태초의 존재들과 함께함으로 얻어지는 다사로운 평화 그 자체로 거듭났다. 또한 이러한 체험으로 하나의 믿음이 솟아나 치졸한 욕망과 기만적인 소인배들로 가득한 인간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철없고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자연의 무한한 소박함에서 태어난 이 하나의 믿음. 그것은 남들이야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든, 바람과 햇빛 아래 이 탁 트인 공간에서 같은 믿음을 지닌 한 인간과 함께 터놓고 나눌 수 있는 삶이라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나름의 존재 이유와 고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없는 신뢰를 주려 할 때면, 내겐 그토록 풍요롭고 복잡다단하며 총체적인 인생관이었던 것이 무심한 손짓 하나로 그만 한순간에 허공으로 제쳐지는 꼴을 보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이지. 바로 이럴 때 나는 경악으로 일순 넋을 잃고 온몸이 마비되며, 입은 그만 얼어붙어버리곤 하는데, 행여 시간이 지나 처음의 충격이 가시더라도 마음 속에 입은 깊은 상처의 흔적만은 끝내 사라지지 않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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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평점10점 | w***r | 2009.10.22 리뷰제목
아~~ 이 책을 생각하려니 다시 머리가 복잡해져온다. 아무래도 일기 형식의 글들은 쓴 사람의 속내-심지어는 허구가 아닌 진짜 인물-를 너무 깊이 알게되는 데서 오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연민과, 안타까움과, 공감에 반응하다보니 내가 마치 실비아의 삶을 잠시라도 살았던 듯, 마음이 복잡해져오는 거다.   실비아는 나랑 너무 비슷하다. 그래서 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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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생각하려니 다시 머리가 복잡해져온다.

아무래도 일기 형식의 글들은 쓴 사람의 속내-심지어는 허구가 아닌 진짜 인물-를 너무 깊이 알게되는 데서 오는,

왠지 모를 불편함과, 연민과, 안타까움과, 공감에 반응하다보니

내가 마치 실비아의 삶을 잠시라도 살았던 듯,

마음이 복잡해져오는 거다.

 

실비아는 나랑 너무 비슷하다.

그래서 일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내 이중성, 자기기만, 게으름에 대한 변명, 욕망, 우울, 두려움과 너무 닮아 있어,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내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서 날 닮은 부분을 보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서일까, 나도 실비아가 미웠다.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만은 없는 뭔가가 있다.)

 

실비아 플라스는 감수성 예민한 시인이었다.

어린 시절에 성공을 경험하고, 그 이후에 그 영광을 되찾지 못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방황한 시인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재능에,..남부러울 것 없어보이던 그녀는

처녀 시절에도 몇 번 자살기도를 하고

평생의 짝이라 믿었던 (천재시인이라고들 하는) 테드휴즈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나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별거에 들어가고,

런던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가스오븐에 머리를 쳐박고 자살한다.

그게 겉으로 보이는 실비아 플라스의 짧은 인생이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그녀의 일기(실제로 많이 생략되서 그 정도)를 읽다보면,

단명한 천재들이 늘 그러하듯이

실비아도 자신의 표면을 가능한 한 넓혀서(깊은 감수성으로) 

남들이 60년 넘게 경험하고 고뇌하는 걸

짧은 시간에 소화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 울프..와의 오버랩 현상은 나만 느끼는 걸까?)

그녀는 다름아닌 자기 자신 때문에 힘들어했고

스스로를 극복하기엔 자아가 너무나 강하고 컸다.

슬픈 건, 그녀가 그걸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녀의 두려움 중에는 내가 공감하는 게 너무나 많다.

아직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시점에서 결혼을 하고(그까진 좋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면서도 임신에 대한 두려움.

남편의 그늘에서 남편이 가져다주는 바깥 소식만을 접하면서 살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 재능에 대한, 노력에 대한 목마름과 염증의 반복..

그리고 우울증과 자살.

 

남편 테드휴즈는 실비아가 죽고 나서 이 일기를 출판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망각이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부분을 생략해버렸다.

그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의 말이 맞긴 하다.

 

읽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생각했고

게을렀던 나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재능과 노력에 대하여, 삶과 사랑에 대하여, 욕망과 인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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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실비아 플라스, 천재의 광기-관습에의 도전 평점10점 | g******1 | 2006.04.13 리뷰제목
사실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를 먼저 읽고 난 후,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익히 그의 인생이나 시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이 접한 터라 적지 않은 환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왜곡되고 잘못 인식된 부분도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벨자''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주옥같은 은유와 상징들, 그리고 삶에 관한 성찰들은 그의 일기에 고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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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를 먼저 읽고 난 후, 이 책을 사게 되었다. 익히 그의 인생이나 시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이 접한 터라 적지 않은 환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왜곡되고 잘못 인식된 부분도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벨자''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주옥같은 은유와 상징들, 그리고 삶에 관한 성찰들은 그의 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위의 리뷰에서와 같이 우리는 자살한 천재 시인이라는 점에서 전혜린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허난설헌이 오버랩되었다. 국문학을 전공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회의 억압과 모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자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날카롭게 풍자하며 작품으로 승화시킨 그의 천재성에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삶을 마감하긴 했지만, 결코 나약한 현실도피로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작가를 평가할 때 작가의 삶에 대한 선입견이 먼저 작용하여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그의 일기에는 그의 삶과 그의 사랑과 그의 영혼과 그의 사상이 담겨있다. 이만한 걸작을 그에 뒤지지 않는 제본으로 빛내준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예전에 일기장에다 그러한 공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썼잖아요.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결혼이라는 육체적 육감성이 배우자의 영역 밖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 욕망을 얼르고 달래어 무기력한 권태로 빠뜨려버릴까 봐 두려운 거예요. 그리하여,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안에서 나를 잃어버릴까 봐", 그럼으로써 탈출할 필요성을 상실하는 동시에 글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될까 봐. 아주 간단한 문제 아닌가요.'' p.95. ''내게는 이미 과도한 양심이 주입되어 있어, 파괴적인 후유증 없이는 관습을 파기할 수 없는 것이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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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면의 투쟁-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w******t | 2005.11.15 리뷰제목
1963년 2월 11일 31살의 나이로 가스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함으로써 참혹한 비극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미국 천재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1950~1962년 사이의 일기. 그의 남편이었던 영국의 시인 테드 휴즈가 공개하기를 허락한 대부분의 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실비아의 시에 대한 강박적 헌신이 잘 드러난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일기와 구별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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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3년 2월 11일 31살의 나이로 가스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함으로써 참혹한 비극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미국 천재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1950~1962년 사이의 일기. 그의 남편이었던 영국의 시인 테드 휴즈가 공개하기를 허락한 대부분의 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7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실비아의 시에 대한 강박적 헌신이 잘 드러난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일기와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바는 바로 실비아를 온 존재로 지배하는 시로 자신을 표현하고, 나아가 시로 자아를 확실하게 완성해 나아가며, 시로 명성과 불멸을 이룩해 내겠다는 끊임 없는 그리고 일관된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삶은 온전히 욕망을 쟁취하는데 있었다고 할만큼 철저한 것이다.  결혼 전의 실비아는 사랑을 삶의 맨 앞 자리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범인들의 사랑과는 다른 지극히 냉소적이고 치기어린 그리고 낭만적인 이상으로 얼룩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은 글쓰기의 소재로 쓰이곤 한다. 그러니까 실비아에게는 순수해야 할 사랑조차도 그녀의 다른 삶의 내용들이 그러하듯 시의 완성을 위한 하나의 도전이다.  결혼 후에는 스스로 위대한 시인이라고 자부하던 남편 테드 휴즈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정신 세계를 구축하는 일에 온몸과 마음을 바쳐 매달린다.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그녀는 늘 글쓰기에 자신의 온 존재를 투영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갈구한다.  여하튼 이 일기는 소설같은 재미를 준다. 그리고 천재 여류시인이 겪는 안타까움과 고통과 성숙과 사랑, 희망 이런 것들이 점철된 예술가의 창조적 열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놀라울 정도로 감동적이며 순수한 실비아 플라스의 삶과의 투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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