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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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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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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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016결산] 편의점 인간, 인간 적격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c****o | 2016.12.24 리뷰제목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실린 사례 중 크리스티너라는 27세 여자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특이하다.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자기 몸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팔이 머리 밑에 있고, 다리가 하반신에 붙어 있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너무 당연해서 '인식'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크리스티너는 그런 인식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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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실린 사례 중 크리스티너라는 27세 여자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특이하다.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자기 몸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팔이 머리 밑에 있고, 다리가 하반신에 붙어 있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너무 당연해서 '인식'하는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크리스티너는 그런 인식이 갑자기 사라져 버리자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발과 땅을 보고 있어야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 끝없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인식하는 몸에 대한 감각을 보완하기 위해 그녀는 끝없이 청각과 시각을 이용해야만 했다. 어떤 것의 정도를 알 수가 없을 때 우리에게는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이 매번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후루쿠라의 경우는 신체적인 무감각이 아니라 정신적인 무감각이 문제였다. 우리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초등학교 때 이미 사람을 삽으로 내리쳐서는 안 되는 것을 알고, 죽은 새는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묻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루쿠라는 그것을 선천적으로 구별할 수 없었다. 후루쿠라는 학창 시절을 겪으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와 함께 자기 생각을 그대로 밝히는 것은 항상 좋지 않은 반응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크리스티너의 경우처럼 '당연하게' 할 수 없다면 방법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동생이 알려준 대로 '아프다'고 하거나 다른 이유로 적절히 자신이 결코 비정상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편의점을 만나서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전까지 나에게 "이것이 평범한 표정이고 목소리는 이런 식으로 내는 것"이라고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천장과 침대가 그 자리에 있고 몸이 거기 있으므로 크리스티너에게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 지 가르쳐줄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상대가 앞에 있고 내 생각대로 표정을 짓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므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후루쿠라가 편의점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첫 번째 이유가 '매뉴얼' 때문이었다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녀는 모든 것이 균질해지고, 정형화 되었으며,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편의점의 세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편의점 인간'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18년을 일했다. 서른 여섯이지만 다른 어떤 직장에도 나갈 자신이 없었다. 오직 편의점과 사랑에 빠져 그만 보고 살았는데 다른 만남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겨우 일차 관문을 넘어 사람들 사이에서 '티'나지 않게 서 있을 수 있게는 되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사람들은 틈만 보이면 정규직 일자리는 왜 구하지 않느냐, 남자는 안 만나느냐, 결혼은 언제 할거냐 등을 들이대며 공격해댄다. 

그때 그녀를 구원할 적절한 대상인 시하라가 나타난다. 시하라는 세상은 여전히 조몬시대(일본의 선사시대)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가부장적인 사고로 뭉쳐진 이상한 인간이다. 그는 결국 빈틈없이 완벽한 '편의점'의 세계에서 쫓겨난다. 시하라가 볼 때 사냥을 못하면 대접 받지 못하고, 부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족원을 배제하는 사회와 지금이 어찌 달리 보일 수 있겠는가. 같은 논리로 그는 후루쿠라에게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는 간섭받고 강요당하고, 결국 무리에서 추방당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둘은 결정한다. 결혼하기로. 

과연 둘은 결혼(형식상일 뿐이지만, 세상은 형식만 갖추면 공격하지 않으므로)을 통해 세상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전에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스러운 것일까. 우리는 선사시대에서 얼마나 많은 발전을 한 것일까. 이런 질문들이 짧은 소설에서 계속 던져진다. 다자이 오사무 이후 일본 소설은 거의 '인간실격'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서 있고, 남이 원하는 얼굴로 표정 짓는 '인간'이 될 수 없다면, 우리의 인생에는 언제든 '실격'의 철퇴가 내려진다. 인간실격의 요조든 편의점 인간의 후루쿠라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우리는 편의점의 매대를 벗어날 수 없는 부속품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붙어 있는 가격표와 상품명에 맞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는 즉각 교체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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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평점8점 | k*****7 | 2020.03.12 리뷰제목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소설, 금방 후딱 읽힌다. 잔혹스릴러로 변할까 싶어 마음을 졸였는데 당신들은 나와 다른 인간, 나는 당신들과 다른 인간이므로 당신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겠다고 선포하고 시원하게 끝난다.  어렸을때부터 보통사람과 다른 사고 구조를 가진 후루쿠라 게이코는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면 제재를 가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현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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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소설, 금방 후딱 읽힌다. 잔혹스릴러로 변할까 싶어 마음을 졸였는데 당신들은 나와 다른 인간, 나는 당신들과 다른 인간이므로 당신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겠다고 선포하고 시원하게 끝난다.

 

어렸을때부터 보통사람과 다른 사고 구조를 가진 후루쿠라 게이코는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면 제재를 가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현실에, 커가면서는 자기 맘대로 행동하지 않고 의견도 말하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아간다. 대학교 1학년 때 새로 개장한 스마일마트 히이로마치 역전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이후 비로소 이 세계에 소속되었다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후 같은 편의점에서 18년동안 알바로 일하고 있다.

 

서른살이 한참 넘어, 편의점에서 정식 직원도 아닌 알바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후루쿠라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이상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 나이 정도 되었으면 정식 직원으로 취직을 하거나 시집을 가야 정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루쿠라는 본인이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고 생활이 불편하지도 않다. 바쁘게 돌아가는 편의점에서 잘 맞춰진 부속처럼 톱니바퀴처럼 규칙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삶에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느낀다.

 

매장의 페트병이 팔리고 대신 그 안에 있던 페트병이 롤러로 굴러오는 데구루루하는 작은 소리에 얼굴을 든다... 손님의 미세한 몸짓이나 시선을 자동으로 알아차리고 몸을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눈과 귀는 손님의 작은 움직임이나 의사를 포착하는 중요한 센서가 된다. 필요 이상으로 관찰하여 불쾌하게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포착한 정보에 따라 재빨리 손을 움직인다. 

 

아침이라는 시간이 이 작은 빛의 상자속에서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세상의 톱니바퀴가 회전하기 시작하는 시간 그 톱니바퀴의 하나가 되어 돌아가고 있는 나, 나는 세계의 부품이 되어 이 '아침'이라는 시간속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편의점에 취직한 이후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을 한 것이다.

 

아침에 편의점에 출근해서 물건을 분류하고 빵, 주먹밥 등등 제각각 맞는 자리에 가지런히 세워놓고 나면 평화를 느낀다.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기에 그는 주위 사람들을 흉내내면서 살고 있는데 고향 친구들을 만나는 이유도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어느날 고향 친구 부부모임에서 "왜 아직까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냐"  "결혼은 왜 안하냐" 등등 적대적인 질문을 받고 나자 평온한 일상은 무너진다.

 

밖에서 사람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가 교회 종소리로 들린다. 문을 열면 빛의 상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계속 돌아가는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 나는 빛으로 가득찬 이 상자속 세계를 믿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 초등학교 시절의 그때처럼 조금 물러서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 그래도 어딘가 호기심이 섞인 눈길만은 기분나쁜 생물을 보듯 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후루쿠라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 '시라하'가 편의점에 알바로 들어오는데, 시라하는 게으르고 불평불만이 많으며 남 탓만 하는 사람이다그렇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시라하를 집으로 들이는데, 시라하는 일하지 않으면서 후루쿠라에게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라고 내몬다.  편의점을 그만둔 후루쿠라는 지금까지 편의점에 맞춰 살아왔던 삶의 기준을 잃어버리는데,,

 

한 부류는 차별에 대한 충동이나 욕망을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또 한 부류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생각없이 차별용어를 연발할 뿐이다. 시라하가 그런 사람이다.

 

육체노동자는 몸이 망가지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아무리 성실해도 분발하여 열심히 노력해도 몸이 나이를 먹으면 나도 이 편의점에서 쓸모없는 부품이 될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편의점에 합리적이냐 아니냐로 판단하던 나는 이제 기준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채용 면접을 보러 가다 편의점에 들르는데, 자동적으로 주먹밥을 정리하고 소시지를 한줄로 세우면서 편안함과 행복을 느낀다.  시라하가 그녀를 끌어내지만, 편의점이 그동안 그녀에게 삶의 의미를 주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세포 전체가 유리창 저편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호응하여 피부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아니 누구에게 용납이 안되어도 나는 편의점직원이예요 인간인 나에게는 어쩌면 시라하씨가 있는 게 더 유리하고 가족도 친구도 안심하고 납득할 지 모르죠 하지만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인 나한테는 당신이 전혀 필요없어요"

 

"당신은 나에게 아침과 낮과 밤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주고 현실이라는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불가사의한 신발을 선물해주었지요. 내게 당신은 마법사였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아침이라는 시간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갔겠죠"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 본인이 좋다고 하면 좋은 것 아닌가? 나 또한 편의점 일은 알바나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흠, 이 소설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꼭 맞는 것이라는 아니라는 것을 후루쿠라를 통해 보여준다. 전형적이지 않고 약간은 이상한 주인공 후루쿠라의 편의점 삶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이 책의 저자도 편의점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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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편의점 인간] 21세기형 새로운 인간인가 아니면 N포세대 낙오자인가. 평점9점 | c*****p | 2016.11.30 리뷰제목
실제로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무라타 사야카의 체험담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듯한 소설이다. 짧은 스토리지만 어딘가에 속해야만 한다는 현대인의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어떤 사람이 정상이고 어떤 사람이 비정상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으로 구분되며 정의되는가.
리뷰제목

실제로 18년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무라타 사야카의 체험담이 고스란히 녹아있을 듯한 소설이다. 짧은 스토리지만 어딘가에 속해야만 한다는 현대인의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어떤 사람이 정상이고 어떤 사람이 비정상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에나 있다.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으로 구분되며 정의되는가. 소설은 평범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지만 평범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평범한 척 살려고 노력하는데, 결코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의 범주에 들지 못한 주인공의 삶이 그려진다.

 

후루쿠라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싸우자 사물함에서 삽을 꺼내와 가장 난폭한 아이의 머리를 쳤다. 그저 그 싸움을 중지시키고 싶었을 뿐이었던 후루쿠라... 또 여선생님이 히스테리를 부리며 출석부로 교탁을 치자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의 스커트와 팬티를 벗겨버렸다. 그저 옷을 벗기면 조용해지는 것을 TV로 본적이 있어서 그랬을 뿐이다. 싸이코패스의 기질도 있어보이고, 자폐아같은 분위기도 있은 후루쿠라이지만 부모는 사랑으로 키우고, 여동생도 언니를 따르며 보통의 범주에 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족들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서 후루쿠라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행동도 조용히 하며 자라서 대학까지 졸업을 했지만, 취업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발견한 편의점 오픈... 후루쿠라는 편의점 알바자리를 얻게 되며 그것으로 생계를 잇고 독립까지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생활이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심지어 건강까지도 편의점 알바를 위해서 챙기게 된다. 편의점 안에 있어야 편안하고 편의점 안에서 해야 할 일을 진행하는 게 즐겁다. 고객의 시선이 집중되도록 매대 진열을 하는 방법과 매출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움직인다. 나이가 서른 여섯이 되도록 연애도 못해봤고 당연히 결혼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연히 가게 된 동창회에서 친구들은 편의점알바만 하며 살고 있는 후루쿠라를 이상하게 여기고 결혼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래서 후루쿠라는 동생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묻고 대답할 말을 상의해서 간다. 어른이 되었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어떻게 자신을 변명해야 하는지를 아직도 모르는 후루쿠라다. 오로지 편의점 안에서만 편안하고 안정적인 후루쿠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일종의 성격장애를 가진 아이로 보였는데, 자라면서 아무 사고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그 장애는 남아 있는 것이다. 여동생이 낳은 조카가 울자 케잌을 자르는 작은 칼을 보며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후루쿠라... 어찌보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전혀 악의도 없고, 뒷일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보이는 일이 문제로 보이면 그걸 해결하는 자체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보통사람이라고 하기에 후루쿠라처럼 단순한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야 하리라. 하지만, 사회부적응자를 모두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후루쿠라가 편의점에서 동료로 만난 시라하는 후루쿠라 못지않은 사회부적응자다. 게으르고 일하기도 싫어하고 모든 결과의 책임은 다 남들에게 탓을 돌린다. 입만 열면 석기시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툴툴대는 시라하는 결혼을 위해서 편의점 알바를 하다가 결국엔 해고당하고... 어찌어찌하다가 후루쿠라의 제안으로 후루쿠라의 집에 들어와서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된다.

 

시라하도 후루쿠라도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이해불가능한 인물들이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표현으로 나눈다면 틀림없이 시라하와 후루쿠라는 비정상이다. 하지만,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이 사회안에서는 다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비정상으로 일컬어지는 그들이 정상인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끔 눈쌀을 찌푸리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좀 있을 뿐이다. 시라하는 후루쿠라에게 일만 안하는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 싫다며 자신을 숨겨달라고 말한다. 평생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숨만 쉬고 살고 싶다고 한다. 정말 보통의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지만,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니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봤다. 후루쿠라의 삶 속에 시라하가 들어와서 먹고 자니, 후루쿠라의 표현을 빌면 정말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들의 삶이 양쪽의 가족들에게는 어이없고 기가 막히지만,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 그리고 시라하가 자신을 부양시키기 위해서 후루쿠라를 제대로된 정규 직장에 취직을 시키려고 함으로써 이들의 사이는 벌어지게 된다. 오로지 편의점에서만 일을 해봤고, 편의점에서 흐르는 음악에 귀가 열려 있고, 편의점 매대로만 시선이 꽂히며, 편의점 간판과 문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후루쿠라이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기로 한 날, 후루쿠라는 가던 중에 편의점을 보게 되고 몸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실제의 체험담이 녹아있어서인지 책이 정말 잘 읽힌다. 그리고 소설 속 후루쿠라가 처음엔 이상했는데, 읽을수록 요즘의 고독한 나홀로족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지만 결국엔 벗어나지 못하고 그냥 그 삶에 적응하고 마는 슬픈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도 했다. 소설 속의 후루쿠라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하나의 부품처럼, 혹은 하나의 가구처럼 너무나 익숙하게 스며들어 버리고 결국엔 거기서 나가면 자신의 삶이 끝날 것처럼 행동한다. 쇠가 자석에 이끌리듯이 저절로 편의점에 이끌려가 버리는 후루쿠라...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색다른 소설이었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16
종이책 보편적인 것이란?, 편의점 인간 평점8점 | k****e | 2018.01.27 리뷰제목
후루쿠라 게이코, 변변한 직장 한번 다닌 적 없이 대학에 다닐 때부터 18년째를 넘어 19년째 오로지 편의점에서만 근무중이다. 그녀는 어린아이일 때부터 뭔가 '정상'이 아니었다. 죽은 새를 구워먹겠다는 발상과 싸우는 아이를 말린다며 삽을 꺼내들어 때린 적도 있었다. 자상한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이 아니었으므로 주위에선 학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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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쿠라 게이코, 변변한 직장 한번 다닌 적 없이 대학에 다닐 때부터 18년째를 넘어 19년째 오로지 편의점에서만 근무중이다. 그녀는 어린아이일 때부터 뭔가 '정상'이 아니었다. 죽은 새를 구워먹겠다는 발상과 싸우는 아이를 말린다며 삽을 꺼내들어 때린 적도 있었다. 자상한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아이'가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이 아니었으므로 주위에선 학대 당한 게 아니냐며 도리어 부모님을 의심하고 비난하고 괴롭히기까지 한다.

 

 

[ 내가 학대당한 아이라면 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게 틀림없다. 순순히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것 같았다. 성가시다. 왜 그렇게 안심하고 싶을까하고 생각하면서. ] p53

 

 

이렇게 생각하는 그녀는 보편적으로 벌어지고 행해지는 것에 대해 '왜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라는 물음을 마음 속에 지닌 채 살아간다. 그저 조용히 지내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계속 뭔가를 '고치지 않으면 안되므로' 입을 다문 채, 누군가의 말투와 행동을 흉내내고 옷입는 거라던지 신발까지도 따라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에 그녀와 비슷한 나이로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시라하라는 비쩍마른 남자가 들어온다. 그는 매사 의욕도 없고 불평도 많다. 편의점에서 일하게된 것도 알고보니 '혼활활동(결혼을 하기 위한 활동?)'같은 거라며 근무하는 여자 알바생이나 여자손님에게 수작을 부린다. 그녀는 편의점에서 쫓겨나고도 계속 편의점 주위를 맴돌며 방해가 되는 시라하와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되고 오갈 데 없게 된 그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는데...!

 


***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굉장히 어이없고 황당하고 도무지 이해할래야 할 수 없는,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기까지 하지만 자꾸만 내용을 곱씹어보고 생각하게 된다.

 

외롭다.
일정시기가 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듯 사람들에게 계속 질문을 받게 된다.

 

취업을 해야한다.
번듯하고 제대로된 자리에 취업하지 않으면 그 또한 이상하게 바라보며 온갖 간섭을 받게 된다.

 

돈이 없고 일할 의욕이 없는 사람이 아이를 낳는 건 민폐다.

 

3포세대니, 5포세대니, N포세대니... 갖가지 포기 세대를 한번쯤은 들어봤다면 이 이야기가 자꾸 눈에 밟힐 것 같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지만 그걸 차치하고 그녀가 의식하는 주위의 사람과 환경은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p102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옳은 것처럼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무시 당하고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 받으며, 무언가를 열심히 해도 가끔 사람이 아닌 기계보다도 더 못한 부품, 소모품같이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런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라서 한동안은 마음에 먼지처럼 남아 계속 두둥실 떠다닐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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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편의점 인간, 편의점 부품 평점8점 | e******i | 2017.01.19 리뷰제목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에, 가게 안을 흐르는 유선 방송에서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이돌의 목소리. 점원들이 부르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 넣는 소리, 빵 봉지 쥐는 소리,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하이힐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뒤섞여 ‘편의점의 소리’가 되어 내 고막에 거침없이 와 닿는다.
리뷰제목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에, 가게 안을 흐르는 유선 방송에서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이돌의 목소리. 점원들이 부르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 넣는 소리, 빵 봉지 쥐는 소리,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하이힐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뒤섞여 ‘편의점의 소리’가 되어 내 고막에 거침없이 와 닿는다.

                                                                                                  -p. 8

 

편의점의 소리가 이리도 다양했던가. 인간은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 일부분만 선택해서 받아들인다고 하더니,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소리인가 보다. ‘편의점 인간’ 후루쿠라 게이코는 편의점의 모든 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그리고는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이를테면 짤랑하는 작은 동전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담배나 신문을 재빨리 사서 돌아가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빨리 카운터 안으로 자신의 몸을 미끄러뜨리는 식이다. 후루쿠라 게이코는 편의점 점원으로 18년째 일하고 있다. 어느덧 서른여섯 살인데,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취직을 한 것도 아니어서 남들에게 말하기 그럴싸한 변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후루쿠마 게이코는 어릴 때부터 어쩐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아이였다. 유치원 시절에 새가 죽어 있었서 다들 슬퍼하고 있는데, 그녀는 이거 먹자고 얘기했다고 한다. 아빠도 새 꼬치구이를 좋아하고 자기와 여동생은 닭튀김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새는 다수의 의견대로 구덩이에 묻혔는데, 꽃줄기를 억지로 잡아 뜯어 죽인 꽃 시체가 듬뿍 바쳐졌다고 한다. 이런 후루쿠마 게이코의 ‘보통’과는 다른 생각과 행동에 부모님은 언제나 그녀를 걱정했다. “어떻게 하면 ‘고쳐’질까?”

 

아, 나는 이물질이 되었구나,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가게에서 쫓겨난 시라하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은 내 차례일까?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쳐지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 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 98

 

그렇게 이물질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서른 여섯의 나이에 결혼 혹은 취직을 안 하고 있다는 이유로 후루쿠마 게이코는 이물질이 된다. 그것은 시라하도 마찬가지인데, 그는 말로는 ‘혼활’(‘결혼 활동’의 줄임말)을 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하고는 농땡이만 부린다. 그리고는 결국 여자 손님을 스토커하다가 가게에서 쫓겨난다.

 

“이 세상은 이물질을 인정하지 않아요. 나는 줄곧 그것 때문에 괴로워해 왔어요.”

음료 코너에서 티백을 우린 재스민 차를 마시면서 시라하 씨가 말했다.

재스민 차는 움직이지 않는 시라하 씨를 대신하여 내가 탔다. 시라하 씨가 말없이 앉아 있어서 내가 찻잔을 가져다 앞에 놓아주자, 그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마시기 시작했다.

                                                                                                  -p. 105

 

후루쿠마 게이코와 시라하 둘 다 같은 것으로 괴로워해 왔으나, 둘은 비슷하면서도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우선 후루쿠마 게이코는 편의점 인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편의점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시라하는 게으름을 피우고 변명이나 늘어 놓는다. 후루쿠마 게이코가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시라하는 강자한테는 비굴하고 약자한테는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남들이 보기에 똑같은 사회 부적응자일 뿐이다.

 

“시라하 씨는 조몬 시대 이야기를 좋아하는군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주 싫어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은 현대 사회의 거죽을 쓴 조몬 시대예요. 커다란 사냥감을 잡아 오는 힘센 남자에게 여자들이 몰려들고, 마을에서 제일가는 미녀가 시집을 갑니다. 사냥에 참가하지 않거나 참가해도 힘이 약해서 도움이 안 되는 남자는 업신여김을 받죠. 구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p. 98

 

시라하는 걸핏하면 조몬 시대(일본 역사에서 신석기 시대)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면 그의 말대로 구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제수한테조차 업신여김을 받는데, 후루쿠마 게이코와 달리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제수의 말대로 그는 제 손으로 돈을 벌 마음은 추호도 없으면서 돈에 탐욕스럽고 칠칠치 못한 사람이다. 우리가 보통 사회 부적응자하면 쉽게 떠올리게 되는 유형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후루쿠마 게이코 같은 유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육체 노동자는 몸이 망가지면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아무리 성실해도, 분발하여 열심히 노력해도, 몸이 나이를 먹으면 나도 이 편의점에서 쓸모없는 부품이 될지도 모른다.

                                                                                                  -p. 101

 

쓸모있는 부품이 되기 위해 후루쿠마 게이코는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편의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잠을 자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업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그만두게 되자,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는데..

 

수상식 당일에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마치고 왔다는 무라타 사야카의『편의점 인간』은 작가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안겨 줬다. 그녀 역시 18년째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써 왔다고 한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그런지 후루쿠마 게이코라는 캐릭터가 돋보인다. 처음 후루쿠마 게이코는 감정은 배제한 채 효율성만 강조해서 고쳐져야 하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런 성격은 편의점에서는 빛을 발한다. 부품으로 일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산업 사회가 만든 인간의 기계화를 그린《모던 타임즈》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후루쿠마 게이코는 편리하게 날 때부터 기계 같은 모습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들 기계화가 되었을지 몰라도 처음부터 기계였던 사람은 이상하고 불편하다. 게다가 그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겪는 수순을 밟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자꾸 간섭하고 타박하는 것이다. 결혼이나 취직을 하라고 말이다. 모두들 정작 누군가를 소개해 주거나, 일자리를 소개해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보통 사람처럼 살아갈 것을 후루쿠마 게이코에게 강요한다. 오로지 그녀의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 말에 휘둘리다가 결국 자기 자리를 찾는다. 그 자리가 최선인지 아닌지 어느 누구도 말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여전히 들리는 듯하다. 그 자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어서 빨리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라고.. 시라하의 말대로 이 세상은 현대 사회의 거죽을 쓴 조몬 시대일 수도 있다. 예외는 용납되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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