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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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개정판)

리뷰 총점 9.5 (17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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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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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귀한 가르침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6 | 2022.04.21 리뷰제목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매번 새롭게 알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끝이 없고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극악무도한 잔인함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사랑으로 이겨낸 사람들이 있음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가슴에 새긴다. 이번에 문학살롱 4월의 책으로 선정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또한 어려움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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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매번 새롭게 알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끝이 없고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극악무도한 잔인함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사랑으로 이겨낸 사람들이 있음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가슴에 새긴다. 이번에 문학살롱 4월의 책으로 선정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의 선함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그리고 책으로 우리의 삶이 풍요롭게 변화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줄리엣 애슈턴과 지인들이 주고받은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줄리엣이 전쟁 당시 암울한 상황을 웃음과 위트로 담아냈던 칼럼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인기를 얻고 강연회를 다니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한다. 줄리엣이 소장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우연히 건지섬에 사는 도시 애덤스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찰스 램의 다른 책을 구한다는 그의 편지를 받는 것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건지섬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매력적인 모임으로 확장된다. 독일군에 점령당했던 건지섬에서 모든 게 통제되었기에 몰래 키운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를 먹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독일군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하고 통금시간을 어기고 집으로 돌아가다 발각되는데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문학회 모임을 하느라 늦어졌다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 이것을 계기로 북클럽이 급조되고 밀가루 대신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를 준비하면서 이 북클럽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되었다. 줄리엣은 북클럽 멤버들에게 전쟁 당시의 상황들을 전해 들으며 멤버 하나하나와 우정을 쌓으며 다음 책으로 건지섬의 이야기를 담기로 한다. 자신이 직접 건지섬으로 직접 가 그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이 북클럽을 만들었던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 경험한 내면의 변화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이 이들에게 남긴 고귀한 희생, 봉사, 헌신, 사랑은 큰 발자국을 남긴다.

 

우리 문학회 이름에 '감자껍질파이'가 들어간 건 윌 시스비 때문이에요. 그는 먹을 게 없는 모임에는 결코 가지 않아요. 독일군이 오라고 해도 거절할걸요! 그래서 우리 모임에 다과가 추가되었지요 당시 건지섬에는 버터와 밀가루가 부족하고 설탕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윌이 감자껍질파이를 만들었어요. (p.82)

 

어쨌든 책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까도 밝혔듯이 저에게 책은 단 한 권입니다. 세네카 말입니다. 그를 아십니까? 가상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설파한 로마 시대의 철학자입니다. 역시 지루할 것 같지요? 하지만 그의 편지는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재기 발랄하지요. 글을 읽으며 웃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p.139)

 

자신의 영혼을 그 자체의 기별 이 아닌 풍문으로 알다니요. 저에게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를 설교자에게 들어서 알아 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신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오직 자신의 힘으로 믿을 수 있다 면, 그렇다면 자기 영혼의 기별도 자신의 힘으로 들을 수 있겠지요. (p.157)

 

수용소에서도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강인했는지를 글로나마 전해드리려 합니다. 그녀는 단순히 강인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잠시나마 우리가 어디 있는지를 잊게 해주는 신통한 능력이 있었지요. 엘리자베스는 제 친구였으며, 그곳에서는 오직 우정이 우리를 인간이게 해주는 전부였습니다. (p.272)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이야기가 바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지 않을까? 책이 선사는 마법과 같은 치유와 사랑 그리고 연대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편지 하나하나가 개별의 에피소드였고 이 에피소드들이 모여 가슴 뭉클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완성된다. 줄리엣이라는 순종적이지 않은 당찬 여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나 빛을 발휘했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물들의 등장 또한 서로를 위하는 이타적인 인물들의 연대의식을 더 부각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데 오로지 타인의 이야기로만 전달되는 방식 또한 신선했다. 결국 엘리자베스를 만날 수 없었지만, 그녀의 고결한 인품에 매료당했고 더욱 그녀를 기리는 마음은 더 커졌다. 이 책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에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진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긍정적인 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멤버일 것이다.

 

출처 : https://youtu.be/XO44JoMvw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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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서간문학의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8.08.13 리뷰제목
책을 읽는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것. 같은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같은 책의 누군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게 북클럽의 역할이 아닐까. 인터넷 서점에 발을 붙인 뒤부터 책에 대한 욕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는 건 다반사고, 좋아하는 책이 나오면 판본별로 구매하는 일도 자주 있다. 읽은 책을 또 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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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것. 같은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같은 책의 누군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게 북클럽의 역할이 아닐까. 인터넷 서점에 발을 붙인 뒤부터 책에 대한 욕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는 건 다반사고, 좋아하는 책이 나오면 판본별로 구매하는 일도 자주 있다. 읽은 책을 또 읽는 것 보다는 새 책에 대한 호기심도 만만찮아 꽤 많은 돈을 도서구입비로 지출한다. 신간을 찾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 좋아하는 작품을 여러 번 읽는 것이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은 다 이유가 있는 법. 읽어도 늘 새로운 감동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서간 문학이 몇 권 있다. 주디의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가 그 첫번째고, 우연히 잘못 보낸 이메일로 인연이 되어 서로 편지를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그 연작 『일곱 번째 파도』가 두번째다. 편지라는 게 보낸 사람의 마음이 확실히 드러나는 반면 받는 이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애가 타는 법이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에 더 애틋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편지를 나눈다는 건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전달되고 만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의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을 읽었던 게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은 2009년 이었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터라 내가 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안타깝던 차였다. 영화 개봉과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게 되니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느낌만 가지고 있다가 다시 읽으니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문장 하나, 에피소드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게 없었다. 따뜻한 소설,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 하나하나가 실제의 인물이 되어 그대로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줄리엣 애슈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이 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책을 이어 다른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마땅한 소재를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자신이 팔아넘긴 찰스 램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도시 애덤스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영국령 채널제도의 건지 섬에서였다. 건지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2년간 점령당한 곳이었다. 도시 애덤스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문학회의 회원으로 건지 섬에서는 찰스 램의 책을 구할 수 없어 런던에서 좀 보내줄 수 없느냐는 편지였다. 문학회의 탄생과 북클럽 회원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줄리엣은 문학회의 회원들과 편지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줄리엣이 궁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북클럽의 이름이 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인지 궁금할 것이다. 건지 섬을 점령하고 독일 군과 마찬가지로 건지 섬의 주민들 또한 먹을 것이 귀했다. 동물들과 채소 등을 독일 군에게 보고해야 되었던 것인데, 마을 주민인 아멜리아가 돼지 한 마리를 숨겨 두었던 것이다. 돼지 구이 파티를 하다보니 독일군이 정한 통금 시간을 지나버렸다.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독일 군에게 발각되었고, 자기들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으로 문학회를 하다가 마쳤다고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이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고 문학회를 이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어요. (22페이지)

 

오래전에 써놓은 위의 발췌 글을 비교해보니 처음 출간된 작품에 비해 상당히 부드럽게 번역이 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처럼 되어 있어 편하게 읽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줄리엣이 건지 섬의 문학회 회원들과 편지를 나누다가 직접 건지 섬으로 오게 되면서 부터다. 문학회 회원인 이솔라는 엘리자베스의 집을 치워 줄리엣을 머물게 했다. 북클럽 회원들이 돌아가며 돌보았던 엘리자베스의 딸 킷은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더니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책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함 때문이었다. 처음의 시작은 돼지 구이 파티였지만, 엘리자베스의 재치로 문학회가 결성되었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책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북클럽을 좋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지만 책으로 하나되어 가족보다도 오히려 더 애틋한 존재가 되어 갔다.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두 발 벗고서라도 달려들 마음을 간직했다.

 

명목상은 새로운 글에 대한 소재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지만 점차 건지 섬이 좋아졌다. 아멜리아나 이솔라, 도시도 특별했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존재는 엘리자베스의 딸 킷이었다. 언젠가부터 킷은 줄리엣의 무릎을 손으로 만졌고, 줄리엣과 함께 잠을 자며 많은 것을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오만과 편견》이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러브 스토리다, 라고 말해줬어요. 긴장감이 엄청난 작품이기 때문에 끝까지 읽기도 전에 애간장이 녹아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도 얘기해줬죠. (305페이지)

 

이 책이 좋은 이유 중의 다른 하나, 따스한 인간애가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섬이라는 곳 자체가 전쟁과 멀어보이지만 섬을 차지하겠다는 이유 하나로 쳐들어 온 독일 군에 맞서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주었던 엘리자베스는 감동이다. 연약한 여성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자신 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곳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따뜻한 인간애와 적군과의 로맨스,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럽다. 예고편 만으로만 접한 원작 영화 또한 몹시 궁금해졌다. 건지 섬 문학회원들의 이야기가 어떤 아름다운 장면으로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8
eBook 이제서야 이 책을 알게 되다니!_036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평점10점 | w*****y | 2022.06.06 리뷰제목
채널제도 건지 섬의 도시 애덤스가 줄리엣에게      친애하는 애슈턴 양,    제 이름은 도시 애덤스입니다. 건지 섬 세인트마틴스 교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예전에 당신이 갖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지금 저한테 있습니다. 앞표지 안쪽에 당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더군요.    (중략)    독일군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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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제도 건지 섬의 도시 애덤스가 줄리엣에게

 

   친애하는 애슈턴 양,

   제 이름은 도시 애덤스입니다. 건지 섬 세인트마틴스 교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예전에 당신이 갖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지금 저한테 있습니다. 앞표지 안쪽에 당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더군요.

   (중략)

   독일군 점령하에서도 저는 찰스 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돼지구이에 관한 글이 압권이지요. 우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독일군에게는 비밀로 해야 했던 돼지구이 때문에 탄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찰스 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가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찰스 램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보다는 실례를 무릅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p.12

 

 

   줄리엣이 도시에게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p.13

 

19461, 건지 섬의 이야기는 이렇게 줄리엣에게 닿았다. 찰스 램의 작품을 읽고 싶었던 도시(이름이 도시(Dawsey)’인덕에 책의 중간중간 도시(city)’와 헷갈리는 해프닝이 몇 번 있었다)의 바램을 담아 그리고 북클럽의 시작이 된 돼지구이 이야기를 싣고서.

 

이 책을 왜 이제야 읽게 된 거지???!!!!!

2009년 쓰여진 작품이라는데 나는 20년 이상이나 이 책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줄리엣(그녀는 이제 앤, , 주디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이 되었다!)과 건지섬 주민들 도시, 아멜리아, 이솔라, 에번과 그의 손자 엘리 그리고 이제는 건지섬에 없지만 영원히 그들과 함께 할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딸 킷까지 어느 한 명 마음에 담지 않을 수 없다. , 물론 시드니와 소피 그리고 마컴 V. 레이놀즈 2세도 빼놓을 수 없다(마크에 대한 기억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남을 듯도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작가 줄리엣은 찰스 램덕분에 인연이 닿은 도시를 통해 건지섬의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게 되고, 마침 책의 소재를 찾던 그녀는 북클럽 회원인 섬 주민들과 편지를 주고받시 시작한다. 섬 주민들은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그들을 숨 쉬게 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이야기와 함께 줄리엣의 시간에 성큼 들어선다.

 

도시, 아멜리아, 이솔라, 에번 등과 편지를 이어가던 줄리엣은 결국 건지섬으로 떠나고 편지에 담기지 않았던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과도.

 

건지 섬은 과연 실존하는 곳인가? (나는 실제로 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건지 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금은 그곳에 없는 엘리자베스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이제 네 살이 된, 그녀의 딸 킷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시드니, 도시, 마크 이 세 명의 신사 중 줄리엣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누구일까 

이솔라가 킷의 도움을 받아 냄비를 휘저으며 만드는, 거품이 보글보글 이는 묘약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감자껍질로 파이를 만들다니, 건지 섬의 감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감자와 다른 걸까?

아니, 그래서 돼지구이가 대체 북클럽과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이야 

 

이런 내용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지금 당장 여행가방을 챙겨 채널제도 건지 섬으로 떠나시기를 적극 권장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정한 섬 주민들과 그들이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겪은, 마음 아프고 때로는 애틋한, 그 시간을 견디며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내게 미친 영향

하나.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들의 따뜻한(물론 어디에나 그렇듯, 그 중에는 미운 말을 잔뜩 늘어놓은 편지도 있었지만) 편지들을 읽다보니 문득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두울. 건지섬에 도착한 줄리엣이 그 곳의 풍광을 시드니와 소피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새인가 나 역시 '건지 섬'을 찾아보며 어떻게 그 곳에 갈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책을 나의 버킷 리스트에 '건지섬 여행하기'가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세엣. 원서를 통해 작가가 사용한 단어, 표현들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미 장바구니에도 담아두긴 했는데 예전 하이디와의 짧은 만남(제 블로그 이웃님들은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지만^^;)이 생각나 조금 망설여진다.

 

네엣.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어 건지 섬의 이야기를 적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줄어드는 책의 페이지가 이렇게나 야속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분은 나만 느낀 것은 아닌 듯.

 

   이야기의 유일한 단점은 이 있다는 사실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딱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달라고 빌겠다. 나와 같은 소원을 지닌 이들도 무척 많은 것 같다. 전 세계 애독자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지를 보노라면 책이 끝나는 게 속상하다고 적은 이가 부지기수이다.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건지 섬으로 가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 되고 싶어요 p.213

책의 말미 애니 배로스가 메리 앤 섀퍼를 기억하며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p.14

 

나는 서점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들은 실로 특이한 존재들이에요.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박봉인 서점에서 일할 리가 없고, 제정신이 박힌 주인이라면 서점을 운영할 리가 없죠.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 책과 책 읽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신간을 먼저 볼 수 있다는 작은 특권도 있고요. p.17

 

저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셔서 셔포크의 베리세인트에드먼즈 근처 세인트힐다 교회의 사이먼 심플리스 목사님께 추천서를 부탁해두었습니다. 제가 꼬마일 때부터 알던 분이고 절 좋아하세요. 레이디 벨라 톤턴에게도 추천서를 부탁했어요. 독일군 대공습 때 소방 감시원으로 같이 일한 동료인데, 진심으로 저를 싫어하죠. 이 두 분이 하는 말을 종합해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인 그림을 그리실 수 있을 거예요. p.34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사람에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에게 각각 추천서를 부탁한 줄리엣, 이런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원하신다면 이 책 빌려드릴게요.”

제가 이 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당신도 아시죠. 그런 책을 빌려준다는 건 저에겐 하늘의 달을 따다 주겠다는 제안이나 다름없답니다. p.75

*, 맞아! 나도 가끔 내가 너무나 아끼는 책은 나만 보고 싶은 마음이니까^^

 

길 한복판에 캔버스 천으로 된 낡은 해수욕 신발 한 짝이 놓여 있었습니다. 엘리 녀석은 신발을 유심히 보며 그 옆으로 걸어가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신발은 혼자예요, 할아버지.”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녀석은 신발을 한동안 더 바라보고는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녀석이 할아버지, 나는 결코 저렇게 안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물었지요.

저렇게라니?”

그러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 p.95

 

그래도 뱃멀미가 심한 게 아니라면, 나 같으면 웨이머스에서 오후에 출발하는 배를 타겠어요. 건지 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바다를 지날 때 가장 아름답거든요. 해가 질 무렵이나 해가 바다에 반쯤 잠겼을 때, 시커먼 먹구름이 끼었을 때나 안개 속에서 섬이 모습을 드러낼 때...... 나도 건지 섬을 그렇게 처음 만났어요. p.106

*언젠가 나도 건지 섬으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이런 풍광을 만날 수 있을까 

   

몇 개의 문장을 이 곳에 적었지만, 나를 웃음 짓게 하고 또 울게도 한 문장들을 옮기자면

책의 절반은 적어야 할 듯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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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메리 앤 섀퍼, 애니 베로스 평점10점 | t******e | 2019.03.25 리뷰제목
2010년에 출간 된 책을 작년 여름에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책 내용이 영화화되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됐다고 하는데 굳이 영화로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제목만 보면 북클럽 소개와 활동이 주요 내용일 듯 한데 읽어보니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내용이다.  액자 소설이고 서간체 형식이다.  작가인 줄리엣이 자신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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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출간 된 책을 작년 여름에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책 내용이 영화화되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됐다고 하는데 굳이 영화로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었다.  제목만 보면 북클럽 소개와 활동이 주요 내용일 듯 한데 읽어보니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내용이다.

 

액자 소설이고 서간체 형식이다.  작가인 줄리엣이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줄리엣과 결혼 할 뻔한 사람이 헤어지고 난 뒤 석 달 만에 죽었다. 줄리엣이 신문에 쓴 칼럼을 모아 낸 책이 인기를 끌자 이것을 문제 삼는 하이에나 같은 기자도 있다. 줄리엣 곁에는 친구 오빠인 시드니가  편집자로 있어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구나 출판계 거물인 남자가 줄리엣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줄리엣이 우연히 건지섬에 있는 남자의 편지를 받고 그곳에 있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해 섬으로 찾아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줄리엣의 이야기가 포장이라면 건지섬의 이야기가 진짜 내용인 것이다. 영국령인 채널제도는 2차대전 중에 독일군에게 함락된 유일한 영국땅이라고 한다. 설마했지만 독일군이 섬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사실로 전해지자 섬 주민들은 어쩔 줄 몰라한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어린 아이들을 영국 본토로 내보내는 것. 이때 본토로 간 아이들은 5년이 지나서야 섬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그 5년 동안에 건지섬의 권력은 독일군인들이 차지한다.

 

처음엔 유화적인던 독일군들도 전세가 기울어지자 주민의 것을 약탈하기 시작한다. 주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자 독일군 편에 붙어서 주민들을 감시하고 작은 보상을 받는 고발자도 생긴다. 작은 일도 적발되면 수용소로 보내져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시기를 보낸 주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세상에 전하려고 하는 줄리엣에게 호감을 느낀다.

 

줄리엣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 중심에 킷의 엄마인 엘리자베스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킷은 독일군 의사와 섬 처녀 엘리자베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주민들은 엘리자베스에 대해 커다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독일군 포로를 돕다가 체포되어 수용소에 간 뒤 그곳에서도 용감한 행동을 하다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줄리엣은 킷을 입양하기로 마음 먹는다.

 

여러 사람의 편지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지루하다는 생각 없이 재미있게 잘 읽혔다. 특별한 상황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갖게 되는 배타성을 작가 줄리엣의 사심없는 정직함과 따뜻함으로 감싸진 내용은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한다. 독일군의 만행을 고발하면서도 독일인 의사의 인간미를 내세워 독일인 전부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책을 덮으면 해피엔딩의 즐거움으로 미소를 짓지만 곧 이어 전쟁의 잔혹함을 겪은 건지섬 사람들의 아픔이 함께 전해져 '전쟁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묵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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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평점10점 | p******0 | 2019.01.10 리뷰제목
1. 책을 좋아하나요?2. 독서모임에 가입해 본 적이 있나요?3. 마음 아픈 소재이지만 눈물이 아닌 미소를 짓게 하는 글을 좋아 하나요?4. 자신의 삶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의 이야기를 좋아 하나요?5.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위의 질문에 3개 이상 '예'라고 대답했다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해
리뷰제목

1. 책을 좋아하나요?

2. 독서모임에 가입해 본 적이 있나요?

3. 마음 아픈 소재이지만 눈물이 아닌 미소를 짓게 하는 글을 좋아 하나요?

4. 자신의 삶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의 이야기를 좋아 하나요?

5.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위의 질문에 3개 이상 '예'라고 대답했다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해 본다. 이 책을 내게 빌려 준 이도 내가 그럴꺼라 확신을 가지고 건네주었다. 겉표지가 없는 상태라 책을 처음 봤을 때 진짜 오래된 책, 고전의 향기를 느껴 빌린지 한 달 째 모시다가 이번 주말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숙제하듯 책을 펼쳤다. 읽는 동안 한 달 동안 꺼내지 않은 나를 원망하며 책을 덮는 순간 순간을 아쉬워 하며 틈틈이 계속 읽었다.

 

1. 책을 쓰는 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쓴 작가 매리 앤 섀퍼, 그 책 안에 등장하는 작가 줄리엣. 두 작가 다 매력적이라 책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1) 이 책의 작가 매리 앤 셰퍼

 

'지은이의 말' 과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부분을 이리도 열심히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보통의 책에서 그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인사가 있듯 이 책의 지은이의 말 역시 그런 인사글이다. 독자입장에서는 작가는 감사인사를 전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니 감흥이 적은데 이 책은 이상할만큼 내겐 인상적이었다.

 

지은이의 말 중

 

이 책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탄생했다. 다른 책을 조사하여 영국을 여행하던 중에 독일군이 채널제도를 점령한 시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충동에 이끌려 계획에 없던 건지섬으로 날아갔고, 섬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이 책은 그 여행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오랜 세원이 흘러야 했지만.

 불행한 일이지만 책은 저자의 머릿속에서 완성품이 되어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이 책은 조사와 집필에만 몇 년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오기까지 우리 가족의 인내와 지지가 필요했다. 나는 책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심했지만 남편 딕 섀퍼와 딸 리즈와 모건은 단 한 순간도 그런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부단히 나를 컴퓨터와 키보드 앞에 앉혀놓은 일등 공신이다. 일개 아이디어가 한 권의 책으로 존재하게 이끌어 준 것은 내 등 뒤에서 팔짱을 끼고 나를 감시하던 쌍둥이 딸의 공이다.

  애니 배로스가 메리 앤 섀퍼를 기억하며

 

사실 말솜씨와 글솜씨는 별개의 문제다. 내가 기억하는 한 메리 앤 이모님은 언제나 글을 썼지만 자신이 만족할 만한 작품은 좀처럼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를 완성했다.

(생략)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메리 앤 이모님이 속한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이모님에게 글을 쓰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씨앗이 탄생했다. 소설 속 문학회 회원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는 와중에 발견한 것은, 어떤 힘든 장벽이든 우정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모님의 글쓰기 모임도 그랬다. 친구들의 칭찬의 비평과 감탄과 조언 덕에 이모님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을 이겨내고 생애 최초로 한 편의 원고를 마지막 줄까지 완성했다.

지은이에게 관심이 생긴 이유는 어쩌면, 나의 상황과 겹쳐져서일지 모르겠다. 그녀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문장가는 아니였기 때문이 아닐까. 나처럼 계속 글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그런 의문을 품지도 못하게 믿고 감시해 주는 가족의 이야기가 내가 책을 쓰겠다고 했을 때 상상되는 우리집 분위기라서 공감이 간다. 그리고 왠지 메리 앤 섀퍼가 속해 있던 글쓰기 모임처럼 우리 일.고.십 멤버들, 예스24 블친 분들이 내게 조언과 쪼음, 비평, 격려를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결국 매리 앤 섀퍼는 책을 쓰던 중 건강이 몹시 안 좋아져서 조카인 작가 애니 배로스에게 부탁하여 함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가 둘인 책이 되었다. 이 또한 책이라는 게 혼자의 힘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느끼게 한다.

 

 2) 책 속 작가 줄리엣

 

이 책의 주인공은 줄리엣인데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강연회와 인터뷰에 지쳐있을 때 건지 섬의 도시(Dawsey)에게 편지를 받는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책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그가 갖게 되었고 거기에 그녀의 이름과 주소가 있었던 것이다. 서점이 없는 건지 섬이라 찰스 램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데 읽을 수 없어서 런던에 있는 서점 이름과 주소를 보내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또한 독일군에게는 비밀로 해야했던 돼지구이 때문에 '건지 감자 껍질파이 북클럽'이 탄생했다는 내용이 담기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를 계기로 줄리엣은 건지 섬에 관심이 생기고 그곳으로 가서 글의 소재들을 모은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생긴 주민들과 친밀감이 생겼는데 그런 건지 섬에 도착하며 그녀가 느낀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p. 243

 

새로이 알게 된 사람들, 어쩌면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전부 손꼽아 기다리고 있잖아요. 바로 나를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더는 편지나 기사 뒤에 숨은 존재가 아니었어요. 오빠, 지난 2,3년간 나는 실제 삶보다 글 속 삶을 더 잘 꾸려왔어요. 게다가 오빠가 내 글에 어떤 작업을 더했는지 한번 생각해봐요. 글 속의 나는 완벽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그거갸 엄연한 눈속임일 뿐이죠. 진짜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요. 어쨌든 우편 수송선이 부두로 들어설 때 든 생각은 그랬어요. 붉은 망토를 벗어 던지고 딴 사람인 척할까, 하는 비겁한 충동마저 일었다니까요.

블로그의 글만 해도 100% 내 생각으로 적을 수는 없다. 일단 공개를 전제로 하기에 써도 될 말, 쓰면 더 멋질 것 같은 말들이 더해진다. 그러다 보니 내 글에 내가 묻어있다고 해도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 지고, 그 이미지와 실제 내가 다름에 대해 혹시 달라서 실망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의 자료 수집이 되지 않아 우연히 방문한 건지 섬에서 매리 앤 섀퍼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 걸작을 탄생시킨 소재를 발견했다. 책 속 주인공 작가 줄리엣 역시 우연한 일로 건지섬까지 가게 되고 인생을 깨닫게 된다. 책과 독자도 인연이 있지만, 작가 역시 어쩌면 그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소재가 찾아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2. 책을 읽는 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북클럽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낯설다. 건지는 건지섬, 감자껍질파이는 말 그대로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북클럽 이름에는 안타까운 시대적 배경이 담겨있다.

건지섬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섬인데 전쟁 때 독일군 점령지가 되었다. 섬이라서 본토로부터 독일군들이 물자를 공급 받지 못했고, 자연히 그 섬에 있는 주민들이 농사지은 것, 가축들까지 다 빼앗게 된다. 돼지도 다 수량을 파악해서 죽은 돼지일지언정 주민들은 먹지 못하도록 다 막아버린다. '돼지고기 구이'를 먹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고 어디로 끌려가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기지를 발휘해 돼지 한 마리를 몰래 빼돌릴 수 있었고 굶주린 주위 주민들은 모아 돼지고기를 구워먹는다. 그러다 통금 시간이 지나게 되어 몰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술 주정뱅이가 멤버 중에 있어 큰 소리로 노래를 하는 바람에 독일군 눈에 띈다. 돼지고기를 먹은 사실이 발각되면 끝장인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들은 북클럽 회원들로 통금시간이 지난지도 모르고 책 이야기를 하다 이리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당시 독일에선 대외적으로는 모범적으로 점령지를 통치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웠기에 문화활동에는 관대했다. 그리하여 위기를 모면하지만, 문학회 이름과 회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며 장교 몇명도 그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정말 '어쩔 수 없이' 북클럽이 시작된다. 2주 안에 돼지구이를 먹은 멤버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윌 시스비라는 멤버가 먹을 것이 없으면 절대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버터도 밀가루도 설탕도 구할 수 없던 형편이라 감자껍질파이를 만들게 된다. 그깬 감자를 넣어 비트 즙으로 단맛을 내고, 감자껍질을 파이 껍질로 사용한... 눈물겨운 음식이었다.

 

독일군, 나치, 점령지, 전쟁, 피난, 강제 징용, 폭력 등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소재가 없는데 이 책은 너무나도 유쾌하게 글을 풀어간다. 결코 이러한 것을 우습게 만들거나 가벼이 취급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아픔들 속에서도 언제나 존재했던 '함께'하는 힘. 서로를 아끼는 '따뜻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서인 것 같다. 전쟁 속의 북클럽이라니. 책이라니.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소재가 연결되고, 책이라곤 읽은 적이 없던 인물들이 책을 읽으며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가는 모습들이 너무나 따뜻해서 위로를 얻게 된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 장면을 소개해 본다.

 

 p. 259

 

'우드로는 내가 퇴비를 만드느라 한창 바쁠 때 우리 집으로 건너왔습니다. 이 코딱지만 한 책을 손에 들고 와서는 방금 다 읽었다고 자랑하더이다. 그러더니 나보고도 읽어보라면서, 아주 '심오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말했어요.

'우드로, 난 심오할 시간이 없어.'

내가 말했지요. 그랬더니 우드로는 이러더군요.

'시간을 내야지, 조나스. 자네가 이걸 읽으면 '크레이지 아이다'에서 좀 더 훌륭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을거야. 맥 주 한 잔을 놓고도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말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봤자 소용없어요. 우린 어릴적부터 친구였는데 언제부턴가 나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해온 겁니다. 왜냐, 자기는 당신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난 안 읽으니까.

(생략)

나는 일단 마음의 상처는 뒤로 미루고 그 망할 책을 받았습니다. 내가 오늘 여기 온 건 모두에게 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창피한 줄 알아, 우드로! 부끄러운 줄 알라고! 감히 어린 시절 친구보다 책을 더 높이 사?

 

책을  읽는다고 그 책을 읽는 자신에게 매료되어 남을 무시하는 자세는 어쩌면 책을 조금 읽었다고 거들먹거리는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하는 것 같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멤버들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들 고상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고 만나면 싸우는 이들도 있다. 나의 모습과도 비슷해 공감이 간다. 책을 읽기 전엔 이 책만 읽으면 다 바뀔꺼야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는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책을 함께 읽는 힘을 전하는 동시에 책을 읽는 이들이 경계해야하는 일들도 함께 전해 준다.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 중 공감이 갔던 대목도 메모해 본다.

 

p. 20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p.22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3.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이 책은 최근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여서였다. 나는 소설 등장인물들 이름을 정말 못 외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서간체 소설이라서 작가가 친절하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이인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ooo가 줄리엣에게 와 같은 식으로 편지 제목으로 처음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어떤 소설보다 등장 인물들이 머리에 남는다. 아마도, 소설 속 인물들이 그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를 전해줘서 소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서가 아닌가 한다.

 

 1) 항상 옳은 일을 한 엘리자베스

 

주인공 줄리엣 역시 나처럼 건지섬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에 매료되어 오히려 글을 어찌 써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출판사 사장이자 절친의 오빠인 시드니에게 조언을 구하자 건지섬 사람들이 사랑한 이가 누구인지 정확히 보라고 한다. 모든 이들의 이야기엔 엘리자베스라는 한 여인이 있었다. 독일군에게 돼지구이를 먹은 모임이 발각될 위기에 나서서 문학 클럽이라고 말하여 북클럽을 만들어낸 것도 엘리자베스였다. 섬의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만 배에 태워 본토로 보내는 순간에도 불안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덜어준 이도 엘리자베스이다. 기아에 굶주린 어린 노동자를 숨겨 씻겨주고 보호해 준 것도 그녀이다. 그일로 수용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처참한 곤혹을 치르는 소녀를 위해 나섰다가 총살을 당한다. 심지어 조금 있으면 독일군이 물러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임을 알았고, 그녀에겐 섬에 두고 온 아들도 있었지만 불의 앞에선 개인적인 일은 생각하지 않은 이였다.

강제 수용소에서 만난 레미와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p. 273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날 저녁 그녀가 저에게 오더니 "레미"하고 제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저는 이름으로 불린 게 몹시 기뻤습니다. 그녀는 '나랑 같이 가자. 깜짝 선물을 보여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른채 그녀를 따라 막사 뒤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유리가 깨져 종이로 막아놓은 창문이 있었는데, 엘리자베스가 그 종이를 끄집어냈습니다. 우리는 창문으로 빠져나가 라거스트라세 방향으로 내달렸습니다.

저는 그제야 엘리자베스가 말한 깜짝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습니다. 놀랍고도 멋진 선물이었지요. 담장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마치 불타는 듯했습니다. 낮게 깔린 붉은색, 보라색 구름 아랫면은 어두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구름 모양이 끊임없이 변하면서 하늘을 가로질러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그곳에 서 있었지요.

수용소 같은 데 갇혀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 일이, 누군가와 함께 그토록 고요한 순간을 보낸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결코 알지 못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이에게 손을 내밀 줄 알았고,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계속 찾아낸 그녀의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해피 바이러스 이솔라

 

전쟁 후의 상황이 배경이 된 소설임에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등장인물 이솔라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마치 우리 일.고.십 멤버 책읽는 엄마곰처럼 해피 바이러스를 뿜뿜 뿜어내는 인물이다.

아직 친해지지 않은 줄리엣에게 말을 놓고 건지섬에 오라고 하고 심지어 줄리엣 책에서 사진을 봤는데, 몇살이냐, 눈은 왜 그렇게 떴었냐, 원래 사팔눈이냐 난 금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금발은 아닌 것같아 다행이다, 아파트는 넓냐 등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인 질문들을 해대는 이솔라. 그래서 처음엔 이 사람 좀 너무하다 싶었고 줄리엣이 건지섬을 이 사람 때문에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닐까 했는데 그녀의 해맑은 질문들에 줄리엣은 성실히 답하고 마음을 연다. 그리고 이솔라는 줄리엣이 글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모을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라고 다니면서 이야기를 한다. 줄리엣이 묵을 곳을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 청소까지 하는 정성을 보인다. 순수하고 진심어린 행동들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오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책 마지막 부분은 그녀의 '미스 이솔라 프리비의 탐정 수첩 비밀문서, 사후에도 절대 공개 불가'라는 파트이다. 시드니 출판사의 직원이 그녀에게 탐정 미스 마플 같았다고 칭찬해주자 자신이 그쪽으로 소질이 있으니 잘 관찰해서 탐정 일지를 쓰겠다고 해서 쓴 글이다. 도시를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몰라 불안해 하는 줄리엣의 마음도 전혀 눈치 못 채는 이솔라. 도시 역시 줄리엣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눈치 못 채고 오히려 도시와 레미가 좋아한다고 판단. 도시의 집을 청소해 주겠다며 잠입하여 도시가 레미를 좋아하는 증거를 찾으려고 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한다. 풀이 죽어 줄리엣에게 가서 도시가 레미를 분명 좋아하는데 단서를 못 찾았다며 투덜거린다. 심지어 줄리엣의 사진은 천지이고 줄리엣의 손수건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더라며, 그런데 왜 레미 것은 하나도 없는지 의문이라고 하는 이솔라. 이솔라의 말을 듣는 순간 줄리엣은 도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에게 달려간다. 그 순간에도 이솔라는 줄리엣이 도시에게 레미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러 가는거라 생각한다. 엉뚱 발랄 유쾌한 사랑스러운 캐릭터 이솔라. 우울할 때 그녀를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이 리뷰에는 다 담지 못한 말이 많을 정도로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있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었다. 내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또 다시 꺼내 읽게 될 책이 생겼다. 아직 영화로는 보지 못했는데 서간체의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구성했을지도 정말 기대된다. 많은 독자들이 이야기 했다고 하는 나 역시 이 소설이 끝났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그녀의 다른 책도  더 이상 볼 수 없음도 아쉽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내 마음에 계속 남아 이럴 때 이솔라라면 어떻게 했을까, 엘리자베스였다면, 줄리엣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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