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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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 시민

엄마를 위한 페미니즘 소설 선집

리뷰 총점 9.5 (2건)
분야
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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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지만 그는 틀렸다 평점9점 | s********d | 2019.10.05 리뷰제목
죽은 새는 모든 가정의 일부인가  (45)   생각은 생각을 부르고, 긴요한 생각은 현상까지 초래하는 것일까.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를 다시 읽기로 마음먹은 며칠 후 속편 신간 소식이 들렸다. 뜨거운 이십대에 만난 그녀의 소설은 강렬한 페미니즘을 품었던 터라 다시 만나는 데 일종의 각오가 필요했다(모를 때 무작정 덤빈다). 미드로 제작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꽤 친숙
리뷰제목

죽은 새는 모든 가정의 일부인가  (45)

 

 생각은 생각을 부르고, 긴요한 생각은 현상까지 초래하는 것일까.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를 다시 읽기로 마음먹은 며칠 후 속편 신간 소식이 들렸다. 뜨거운 이십대에 만난 그녀의 소설은 강렬한 페미니즘을 품었던 터라 다시 만나는 데 일종의 각오가 필요했다(모를 때 무작정 덤빈다). 미드로 제작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꽤 친숙한 작품인데도 애써 거리를 두었다.

 

  속마음이 여성 생식기나 재생산과 관련한 이야기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생리통을 앓고 생식기 관련 질병을 얻고 다시 재발한 상황에서 마치 내게 생식기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것으로 작게 환원되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아직도 생식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다가오는 갱년기에 막연히 겁을 먹는 중이다. 그러면서 만약 남자 생식기였더라도 경부암 검사를 이렇게밖에 하지 않았을까, 받을 때마다 의문이 든다. 침대 위의 공포, ‘고문대위에서의 무력함을 여성 스스로 느슨하게 방치해온 면도 없지 않다

 

  나는 여성 생식기와 재생산성은 오래 전 논문으로 충분했고 이제는 진부하다고 덮어두었던 것이다. 재독에 앞서 워밍업 삼아 읽은 <<이등 시민>>은 전혀 고루하지도, 옛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뜨겁게 이는 호응과 감정몰입 속에 여성의 몸을 둘러싼 화두는 지금도 내 안에서 용암임을 깨달았다.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한, 그리고 인간 번식이 계속 되는 한 영원히 종료될 수 없는 연구주제이자 탐구대상인 것이다.

 

  이로써 내 안의 편견을 부수고, 다시 마거릿 애트우드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여성의 몸과 주체성은 내 이십대뿐 아니라 오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고, 중년 여성인 현재를 엄습하는 진행형 관심사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등 시민>>에 소개된 각기 다른 글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 프리다 칼로의 욕조와 침대 그림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개별 글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다.

 

1) 마거릿 애트우드의 출산은 출산 그것은 알려진 것이나(give, deliver쓰면 안 됨) 당연시해온 것과 다르게 언어화하고 싶어도, 그 욕망을 지워버린 채 공백으로 남겨둬야지만 다음 임신과 출산이 연속 가능하다. 여성의 몸과 관련된 영역이 대부분 침묵인 이유이다

 

2)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는 사적, 공적 공간에서 둘로 나뉘어 판에 박힌 듯 박제되어버린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렬히 그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이라는 휴식처를 마련하지만 출산과 육아 문제로 더이상 그녀는 이전의 그녀가 아니다. 나아짐이면 좋겠으나 달라짐 정도고, 여유나 사색 없이 숨 막히는 모성 신화를 분주히 따른다. 작가는 이제 스물여덟,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학교 선생님일 때의 이야기라서 뜨겁지만 아직 착하다.

 

왜 이렇게 정돈을 하는가? 누구를 위해서? ... 내가 아침 7시부터 허둥지둥하다 결국 맞이한 것은 이 공허. 분명 여자들이 약을 삼키고, 혼자 술을 마시고, 마르세유로 가는 기차를 잡아타는 때가 이때(오후 두시)일 것이다. 정지한 세계. (136) 

 

3) 틸리 올슨의 나는 다림질을 하며 여기 서 있다는 여러 자식 중 큰딸 맏이에 대한 미안함과 뒤늦은 격렬한 애정을 고백한다. 엄마와 딸은 처음이기 때문에 미숙하고 불편한 사이이기도 하고, 뭔지 모르고 정신없이 키우다가 오히려 도움 받고 부족함을 들켜버린 것 같아 어렵고... 아이의 감춰진 잠재성을 어떻게 키워줄지 다림질하는 내내 고민이 이어진다.

 

4) 그레이스 페일리의 어린 시절의 문제에서는 두 아이를 양육하고 글을 쓰면서 애인을 유지하는 게 고되고 비현실적인 꿈임을 호소한다. 단 일분이라도 혼자 있고 싶지만 그마저도 방해를 받는다. 일상이 여유와 평온한 마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막내아들이 나가 놀아주면 고맙겠는데 바짝 붙어오니 거부할 수 없는 감옥인 것이다. 애인은 집을 나가고 아들은 자꾸 품을 파고드니 후자를 먼저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

 

너하고 애들이 다친 게 내 잘못이란 얘기야?”

당연하지, 페이스. 네가 형편없었던 거야.”

내가 말했다. “형편없다고?”

클리퍼드가 말했다. “후지다고.”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내가 되물었다. “후지다고?”

그가 말했다. “그래! 구역질난다고!” (31)

 

솔직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나의 자아는 따뜻하다. 나는 별이다. 그게 누구든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다. 베풀 수 있다. 이 속도감 있는 대기에 날아오는 별것도 아닌 모욕이라는 운석은 완전히 전소된다. 나는 어떤 것에도 상처받지 않고 나만의 열화학적 방식으로 타오른다. (32)

 

5) 표제작인 이등 시민은 부치 에메체타(소개에 생몰년도가 잘못 표기되었다. 1994년생 아니고 1944년생)의 소설로 여기 실린 글 중 가장 복잡다단한 이야기다. 출산 이외에도 인종과 계층까지 곁들어진다. 목에 튜브가 끼워진 채 말을 하지 못한 상태로 다른 산모들을 관찰한다. 그들이 받는 축하와 행복한 모습에 산후우울증까지 덮친다. ‘침대는 태어나는 곳이자 영원히 잠드는(영면하는) 공간임을 확인하고, ‘잠옷아기 숄이 주머니사정과 경제력, 다시 말해 남편의 무능과 이기적인 의존을 상징한다

 

아이들과 남편으로 이뤄진 내 가족에 대해 무심하다가 병원에서 다른 타인의 삶을 목격하며 자신의 결혼생활의 허점과 남루함을 독대한다. 주인공은 남편과 시어머니에 대해 못마땅해하지만, 아빠 없는 집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 아직은 아니다! 산고를 치르며 몸과 마음의 파란을 한바탕 겪었는데 퇴원이 끝이 아니라 투쟁의 시작인 것 같다. 임신 기간은 고되고, 아이들은 자주 아프다. (166)

 

6) 린다 쇼어의 나의 죽음은 엄마는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다친 아이의 치료가 먼저고, 남편의 업무를 방해하면 안 되고, 더 아픈 다른 엄마의 고충을 헤아리며, **파트너 역할도 부족해 살아남을 가족의 식사까지 챙겨야 한다. 죽을 것 같은 안색에도 남편의 커피를 내려야 하니 일상은 매우 몰인정하게 흐른다. 쉬는 건 무덤에서나 가능하다. 그런 그가 한낱 죽음 때문에 대낮에 가게 문을 닫겠는가! (84) 

 

7) 수전 술래이만의 글쓰기와 엄마됨은 페미니즘 비평 역사를 훑어 이론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유익하다. ‘책이냐, 아이냐?’ ‘창작이냐, 모성이냐?’를 두고 펼쳐온 갑을논박을 다룬다. 무엇보다 기존 역사에서 목소리가 턱없이 부재했던 엄마의 위치를 (m)other로 함축하며, ‘엄마들의 언어찾기를 강조한다

 

우리는 엄마 내면의 이야기를 거의 알지 못한다. 정신분석 이론과 엄마에 집착하는 (남성) 작가들의 불길한 존재 때문에 계속 쓰는 여성으로서의 엄마보다 쓰이는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강조하는 한, 우리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179)

 

8) 얼마 전 작고한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의 일부를 발췌하였다. 여자와 생명의 깊은 관계를 도망노예, 즉 운명의 사슬 끊기 현장으로 데려가 조망한다

 

9) 리디아 데이비스의 오래된 사전은 백이십년 된 사전과 아들을 다루는 공통된 방식을 마련한다.

 

10) 로젤린 브라운의 훌륭한 살림살이는 평소에 들여다보지 않는 몸의 깊은 어둠을 촬영으로 밝힌다. 있으나 외면하고 점차 잘 쓰지 않고 다물게 되는 개폐의 주기와 공간을 특정 사물과 신체에 빗댄다.

 

11) 앨리스 워커의 아이 덕분에 작가가에서는 이등 시민이 탄생한 배후를 소개하며 아프리카계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피력한다.

 

12) 미닝 포럼의 엄마됨과 예술은 자식과 자기 안에 어린 아이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육아의 이중고(미러링)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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