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즙 배달원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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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즙 배달원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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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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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정민씨가 행복하길 평점10점 | b****3 | 2021.05.10 리뷰제목
이 책이 김현진 작가님의 18번째 책이라고 한다. 늘 기다렸다 새책 나오면 사보는 독자지만 이 책은 읽는데 용기가 조금 필요했다.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주인공 강정민은 작가님 본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들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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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김현진 작가님의 18번째 책이라고 한다. 늘 기다렸다 새책 나오면 사보는 독자지만 이 책은 읽는데 용기가 조금 필요했다.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주인공 강정민은 작가님 본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민씨가 행복하길 이 세상의 절반 여성들이 좀더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계속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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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녹즙 배달원 강정민-김현진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m | 2022.06.02 리뷰제목
웹툰 작가가 꿈인 정민이 스타업인가 뭐시긴가 하는 회사에서 얄궂은 그림을 그려 번 돈은 모두 오빠의 결혼 자금으로 사라졌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엄마는 정민에게 재테크가 무엇인지 보여줄 테니 월급 통장을 맡기라고 했다. 정민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3년을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돈을 좀 모아서 나만의 그림을 그려볼 테다. 꿈이 있었다. 왜. 도대체 왜. 오빠가 결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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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가 꿈인 정민이 스타업인가 뭐시긴가 하는 회사에서 얄궂은 그림을 그려 번 돈은 모두 오빠의 결혼 자금으로 사라졌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엄마는 정민에게 재테크가 무엇인지 보여줄 테니 월급 통장을 맡기라고 했다. 정민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3년을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돈을 좀 모아서 나만의 그림을 그려볼 테다. 꿈이 있었다. 왜. 도대체 왜. 오빠가 결혼하는데 정민이 자금을 보태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정민 자신도 모르게.

 

글 작가를 섭외해서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영화 공부를 한다는 글 작가는 정민에게 술을 마시며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는 헛소리를 했다. 조짐이 좋지 않았는데 왜 항상 틀린 예감은 맞는 걸까. 글 작가는 먹튀했다. 지원금 천만 원을 고스란히 정민이 갚아야 했다. 서른이 넘은 정민은 온갖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우리 회사의 인재상과는 맞지 않아. 거절, 거절 그리고 또 거절.

 

이상 김현진의 장편소설 『녹즙 배달원 강정민』의 주인공 강정민의 사연이다. 이렇게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한데 책을 읽는 나는 고구마 백 개, 구운 계란 백 개를 먹은 답답함이 느껴졌다. 정민이 쌔가 빠지게 모은 돈 오천만 원을 오빠 결혼 자금에 엄마가 갖다 바친 장면에서는 에라이 책을 덮을 뻔했다. 정민은 그 돈으로 한동안 생활비 걱정하지 않고 공부해서 웹툰 작가가 되려고 했다. 인생사,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 게 어디 있겠는가. 그리하여 정민은 녹즙 배달원이 되었다.

 

나이와 연륜과 뻔뻔함과 강철 멘탈로 무장한 여사님들 사이에서 정민은 고군분투한다. '사무실분'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건 예사. 한 달에 오만 원 하는 녹즙 값을 1년 동안 떼먹은 인간도 상대해야 했다. 몰랐다. 소위 '사무실분'들이 이렇게나 싸가지가 없는지를. 소설가 김현진은 2년 동안 녹즙 배달을 했단다. 체험이 잔뜩 묻어 있는 소설은 그래서 현실적이고 슬프다.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오늘에 정민은 술이라는 환각을 들이붓는다.

 

배달원은 노동자가 아니란다. 특수고용노동관계. 녹즙 값이 한 달이라도 밀리면 돈을 받지 못한다. 정민은 1년 동안 수당을 받지 못했다.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나와 당신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딸이라는 이유로 집안의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생활비를 내야 하고 월급은 고스란히 남자 형제에게 쓰인다. 어렵게 면접의 기회가 생겨 한껏 차려 입고 갔는데 업무 질문은 없고 결혼과 애인 유무, 출산 예정에 대한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힐난만 받고 돌아온다.

 

모르겠다. 뭐가 옳은지. 그른지. 전부 틀린 것만 같은 세상이다. 정답은 없고 오답만 가득한 세계. 덜 괴롭고 싶어 소설을 읽는데 더 괴롭고 서글프다. 정민이 개같이 일해서 번 돈을 가족이 털어가서. 녹즙 값 그거 얼마나 한다고 떼먹고 도망가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한테 그런 험한 일을 왜 하냐는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내 칭구 같은 정미니를 힘들게 해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그 속에 두고 온 정민을 생각한다. 유쾌하게 끝을 맺었지만 내일은 또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

 

정민. 나 여기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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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살겠다고 하는 것들은 다 이뻐! 평점10점 | g********9 | 2021.05.24 리뷰제목
강정민은 알콜에 의존해 산다.짜증나고 화나는 가족이 있고, 어찌어찌 간 미대를 졸업하고 선배가 하는 회사에서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데 온갖 성희롱이 난무한 거지같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술 없이 살 수 없다. 퇴사후 녹즙을 배달하며 겨우 겨우 살아간다. 녹즙을 배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눈에 보이는 계급들.. 같은 인간임에도 하는 일의 수준이 달라 대우가 달라지고, 값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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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은 알콜에 의존해 산다.
짜증나고 화나는 가족이 있고, 어찌어찌 간 미대를 졸업하고 선배가 하는 회사에서 게임 캐릭터를 그리는데 온갖 성희롱이 난무한 거지같은 곳에서 일하기 때문에 술 없이 살 수 없다.
퇴사후 녹즙을 배달하며 겨우 겨우 살아간다. 녹즙을 배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눈에 보이는 계급들.. 같은 인간임에도 하는 일의 수준이 달라 대우가 달라지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인격도 값싼 것처럼 생각하고 마구 대하는 현실 속에 술 없인 살 수가 없다.

p10 나도 알고 있어, 너와의 열애가 나를 망친다는 것을. 하지만 끝까지 나를 버리지 않은 건 너뿐인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겠어 내가 지금처럼 한심한 신세일 때도 너는 결코 나를 비웃지 않지. 부드럽게 나를 감싸는 너의 키스가 나를 천천히 무너뜨릴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네 품에 몸을 맡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

술에 의존해 삶을 사는 사람들을 정말 싫어하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시원한 맥주가 간절했다.
웃겼다, 짠했다, 슬펐다, 우울했다, 씁쓸했다가.....몇년 전 학교서 받아 마시던 신선초즙의 맛과 꼭 닮아 있었다.

꿈을 꾸지만 막상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꿈조차 꾸지 못하는 바보가 될까봐 실행시간을 늦추려 애쓰는 모습에서 내가 보였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땐 잘 알고 지내는 기간제 샘이 떠올랐고, 성희롱을 당할 땐 내 딸이 사는 세상에선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일이길 간절히 바랐다.
이러저러한 삶의 역경이 있지만 정민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조금 더디고 답답할 지 몰라도 암튼 걷고 있고 무언갈 행하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열심히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명랑하고 용기가 필요할 땐 큰 용기를 내는 정민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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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녹즙 신청하고 싶어져 건강해지는 책 <녹즙 배달원 강정민> 평점10점 | b******4 | 2024.04.17 리뷰제목
목에 명찰을 걸고 출근한 내 자리에 매일 신청해둔 건강 음료가 놓여 있으면 근사하겠다.어느 시절 직장에 대한 로망이었다. 현실은 건강 음료 한 달 비용도 고정지출이 되면 은근 부담이더라는 거다. 김현진 장편소설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얼핏 보면 청소년 소설처럼 보인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벼운 성장소설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능숙하고 짜릿한 소맥(소주+맥주) 같다.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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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명찰을 걸고 출근한 내 자리에 매일 신청해둔 건강 음료가 놓여 있으면 근사하겠다.


어느 시절 직장에 대한 로망이었다. 현실은 건강 음료 한 달 비용도 고정지출이 되면 은근 부담이더라는 거다. 


김현진 장편소설 <녹즙 배달원 강정민>은 얼핏 보면 청소년 소설처럼 보인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벼운 성장소설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능숙하고 짜릿한 소맥(소주+맥주) 같다.

알코올중독자 강정민이다.

스스로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다니지만 자신을 속인다.  '노력은 하고 있어.'


의사는 나를 파악하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나 자신을 파악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아봤자 좋은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끊고 싶으면서도 끊고 싶지 않다.

끊고 싶다. 그렇지만 끊고 싶지 않다.


41p



젊은 나이의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면 많은 말을 듣는다.

나 역시 20대 초반 아무 소속 없이 알바의 신으로 일을 할 때 듣던 말이 있다.


'아직 젊은데 뭘 좀 제대로 배우지'


그 말이 거슬렸던 이유는 나 역시 현재 하는 일에 자신이 없어서였다. 열심히는 하고 있으나 내 업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 말들은 자존심을 건들곤 했다. 




자존심이 건드려지고 그것을 달래기 가장 쉬운 방식이 강정민에게는 술이었다. 

오직 술이라는 친구만이 곁을 떠나지 않고 달랜다.

하물며 그 술이라는 친구들은 성격이 다양해 어떤 안주엔 어떤 술이 어울리는 식의 사랑의 작대기까지 해가며 나름의 놀이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위로를 넘어 잔을 넘쳐흐르는 술처럼 결국 술이라는 친구는 어깨동무에 그치지 않는다. 기억을 끊어 또 다른 죄의식, 죄책감, 혐오감을 선물한다. 

멀어지고 싶으나 결국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 술이라는 친구와의 절교는 쉽지만은 않다. 



정민의 곁에 같은 방식으로 술을 벗 삼는 민주라는 친구와 전화하면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와주는 준희라는 인물이 있다.


술이 아닌 어떤 인물이 언급된다는 건 희망이다. 




녹즙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이 녹즙이 놓이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녹즙 배달원 강정민을 읽다 보면 한순간의 목 넘김으로 지나치는 음료에 사연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알아버리고 나면 이제 자신에게 배달된 음료를 감사한 마음으로 마시게 되고, 배달하시는 분을 만나면 이제껏과는 다르게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가볍게 읽고 지나칠법한 책이라 여겼던 마음에 건강한 녹즙을 들이킨 마음이랄까.

읽으면서 녹즙을 주문하고 싶어지기까지 하니 이 책은 배달 음료 회사에 전파되어야 할 성싶다. 



성역이 많이 무너지고 성차별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생활 속에는 성차별적 언어들이 많이 남아있다. 가끔 거슬리면서도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말과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한 번 더 짚어주는 것도 <녹즙 배달원 강정민>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틀어 간직하고픈 문장이 있다.




생각해.

계속 생각해.

생각하는 걸 그만두면,

그때부터는 정말 지는 거야.




건강해지는 맛이 나는 책이었다. 

새로 만난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어 읽을 수 있었다. 막상 해보면 그 안에서 뭐든 얻게 된다. 




생각이 많으면 피곤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떤 상황에선 생각을 멈춰버리면 잘못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가게 된다. 

생각은 멈추면 안 된다. 

살아있다는 거니까.

살아보려는 것들은 다 이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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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2022-06 녹즙 배달원 강정민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7 | 2022.02.22 리뷰제목
p.102 나도 민주의 지금 스타일이 좋다. 투명한 얼굴, 단정한 원피스, 욕을 내뱉을 때도 거친 말투를 쓰지 않고 나긋나긋하게 고양이처럼 썅, 하고 가르랑거리는 민주의 이 사랑스러움이 나는 너무 좋다. ... "으응, 너 또 쥐좆같은 놈 만났구나."   어쩐지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에 나오는 하나코를 연상시키는 민주다.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고 언제나 정확한 무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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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나도 민주의 지금 스타일이 좋다. 투명한 얼굴, 단정한 원피스, 욕을 내뱉을 때도 거친 말투를 쓰지 않고 나긋나긋하게 고양이처럼 썅, 하고 가르랑거리는 민주의 이 사랑스러움이 나는 너무 좋다.

...

"으응, 너 또 쥐좆같은 놈 만났구나."

 

어쩐지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에 나오는 하나코를 연상시키는 민주다.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고 언제나 정확한 무게의 "어서 와."를 말하는 하나코. 언제고 그런 말투를 꼭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에 나오는 민주의 "썅~"도 어떻게 거칠지도 않고 나긋나긋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지.. 그런 말투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흠..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사람. 어쩐지.. 책 읽어주는 그런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게 빠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ㅎ

 

 

p.121

민주와 나는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지만 좋게 말해 조촐하고 바로 말해 허름한 이곳과 어쩐지 파장이 맞는다고 할까, 친구가 되자마자 우리는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드나들었다. 늘 앉는 자리, 늘 주문하는 안주, 늘 마시는 주종의 술이 있는 '16mm'는 너무 빨리 달음질쳐 매일 딴판으로 바뀌어버리는 세상의 속도에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를 기다려주는 곳이다. 아무것도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이런 곳을 일명 아지트라고 하겠지.. 요즘은 소울플레이스라고도 하고.. 나도 이런 곳이 있다. 메뉴가 다양하지 않지만, 내 입맛 역시 다양하지 않아서 늘 앉는 자리, 늘 주문하는 디저트, 늘 주문하는 커피가 일정한 카페 '고이'가 심장이 두근 반 세근 반 뛸 때의 내 가슴을 가장 잘 진정시켜주고 집중시켜준다. 이런 내 아지트를 함께 하는 민주 같은 친구가 가까이에 없는 게 참으로 아쉬울 따름..

 

 

p.333

"응, 버리면 아깝잖아. 모아뒀다 녀석들 주기 시작하니까 이제 이 시간이 되면 밥 먹는 줄 알고 으레 와. ... 다 살겠다고 그러는데, 얼마나 이뻐. 살겠다고 하는 것들은 다 이뻐……."

이후로도 나는 사는 게 팍팍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때 과자를 뿌리던 할머니 모습을 생각했다.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뻐. 물론 잘 살겠다고 악에 받친 사람들은 무섭지만 그저 살겠다는 것들은 이쁘다. 그리고 이제 함부로 비둘기가 징그럽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가 그럴 자격이 있단 말인가. 살겠다고 하는 것들끼리.

 

서울에 살 때 종종 '비둘기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마시오' 라는 경고문을 본 적이 있다. 많이 모여 있으면 무섭기도 했고, 보기에 넘 통통해서 닭둘기라 부르며 과연.. 저 아이들은 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했었는데.. 살겠다고 하는 것들끼리.. 내가 참 예의가 없었다. 어떤 의지로 살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저 살겠다고 먹는 그 녀석들은 이쁜 녀석들이였는데... 이쁜 녀석들이다.

 

30대 초반의 알콜의존증인 강정민 씨는 녹즙을 배달했다. 결혼을 안한 그녀가 녹즙을 배달하니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리 험한 일을 하느냐 안타까워 했다. '험한 일'이라.. 세상에 험한 일이 참 많다. 그런 말, 나도 참 많이 들었으니까.. 보험 텔레마케팅할 때도, 젊은 아가씨가 어쩌다가... 택배를 배달하게 되었을 때도, 아가씨가 어쩌다가... 심지어 지금 하는 카페에서 음료를 만드는 일도, .... 어쩌다가... 듣다 보면 사무실에서 하는 일만이 세상 험하지 않은 일인 것만 같다. 정작 나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위장도 버리고, 불면증도 생기고, 성격도 버렸는데.. 오히려 택배 배달이나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성격이 많이 다시 밝아진 것 같다. 사람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뭔가를 한다는 것이 점점 더 나를 외면적인 것에서부터 밝아지게하면서 내면적인 것으로까지 조금씩 밝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겪었던 일들이 주인공 정민에서 자꾸 보여서 반가우면서도 불편하기도 했다. 정작 본인은 괜찮은데 다들 왜 그렇게들 말하는지.. 당신들의 그런 말들 때문에 가까스로 생겨난 긍정이 다시 사그라드는 걸 알고는 하는 말인지..칫.

 

김현진 장편소설이라고 표지에 쓰여 있고, 내용도 재미난 소설이 맞지만, 작가 소개를 보면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단순히 취재에서 나온 이야기라기엔 뭔가 디테일이 섬세하다 했더니.. 어느 정도는 경험이 바탕이 된 자전 소설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가님이 괜히 가깝게 느껴지고 궁금해지고..ㅎ 아무래도 조만간 이 작가님의 또 다른 책을 접하게 될 것 같다.ㅎㅎ

 

언제고..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재밌는 작품 하나가 나올 것 같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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