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김현진 작가님의 18번째 책이라고 한다. 늘 기다렸다 새책 나오면 사보는 독자지만 이 책은 읽는데 용기가 조금 필요했다.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주인공 강정민은 작가님 본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라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기사를 봤는데 정민씨가 행복하길 이 세상의 절반 여성들이 좀더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계속 생각한다. |
녹즙 배달원 강정민-김현진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만족스러웠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편인데 정민의 대부분의 일들은 공감도 하면서 마음이 많이 쓰였던것 같아요. 정민과 비슷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들을 이해할수 있어서 너무 좋은 글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산뜻한 표지에 마음이 많이 끌리기도 햇지만 다 읽고 나니까 많은 부분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어요 |
강정민의 정신과 상담 중에서 개인사를 이야기할 때, 게임회사에서의 업무 및 환경은 공감되기도 하고 그 부당함이 여전한게 자본주의를 굴리고 있는건가 라는 슬픈 생각도 들었다. 가정사에서는 부모 세대의 그릇된 가치관이 그 윗세대 부모에게서 유전되는건지 여전히 남과 여를 갈라놓고 대척점에 둔다는 것이 의아했다. 이야기 흐름을 보면 평등에 관한 시선이 조금 개선되던 시기 아니였던가, 의문이 들었다. 어쨌든 남매를 낳아 남자 아이를 위해 여자 아이 삶이 가족의 발판이 되거나 성별이 여자여서 성인이 아닐지라도 너의 인생은 너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는 부모는 '노답'이었다. 그리고 p사의 배달원으로서 곳곳에 군상을 만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우리의 시선은 공감되었다. 녹즙을 포함하여 야쿠르트 배달 하시는 분 중에서 젊은 아가씨라고 불리는 세대를 본 적이 없고 좀 더 윗세대이고 성별이 여자이면서 그들이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듯 싶다. 실제 사무실에서 몇 년간 이야기속 녹즙을 마셨는데 성별과 나이대에 따라 마시는 것을 분류한 대목에서는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배달하시는 분이 주시는 무료 샘플이 진심으로 세 번 이상되면 샘플만 받지는 않게 된다는 것이다.
술을 사랑하고 술을 마시기까지 내 삶에서 술이 가지는 위치와 의미를 친구인 민주랑 구구절절 길게 의미를 부여하였다. 매 순간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사회 속 다른 인간 부류인 것으로 본인들 스스로 규정하였다. 강정민을 이해 못하는 것인지, 그 세대를 이해 못하는 꼰대가 된 것인가 고민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소설일 뿐이라고 심각할 필요없다고 하지만 혹시 내가 보고 싶은 세상만 보면서 편협하게 정민과 민주를 바라보는 것인가 의문을 더하였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녀의 가족 이야기, 오늘도 카페에 올라온 하소연 글을 보면서 강정민이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도 어느 한쪽에서는 남과 여를 갈라놓고 '숏컷'은 '페미'이네, 어쩌네.... 안타깝다며.... 한숨이 절로 나오는 현실이 바로 여기 있었다.
여학생은 수학 잘 필요없어라고 다른 선생님들이 이야기할 때 창희 선생님은 달랐다. 다른 누군가가 다른 시선을 만들고 세상에 묻혀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인생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민주와 정민이가 사회 밖으로 내던져서 문제 상황 속에 부딪힐 때마다 생각하라. 생각하라. 생각을 멈추지 마라.를 주문처럼 외치는데 정답이라고 외칠 수는 없어도 생각 속에 답은 있었다. 우리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틀리더라도 갈 길은 가야하고 빈칸으로 제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다. 현재 20대 젊은이만 그러는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전 세대에게 생각 좀 하라고 외치는 듯 하다.
면접관으로서 훌륭한 태도를 요구하는 정민에게서 우리 사회, 특히 작은 회사라고 하여 가족적인 분위기를 내세우는 곳에서 꼭 갖추어야 할 기본 개념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민주도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한 발 앞서거나 뒤로 물러나 멀리 바라보며 약간에 용기를 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P사 녹즙 및 야쿠르트의 진상 손님들을 나열해 보면 사실 우리 사회 어느 조직이나 곳곳에 만연한 민폐 캐릭터들이다. 어디에서나 밟혀도 뽑아도 자라나는 잡초마냥. 잡초들에게는 이름과 비교 자체가 미안하지만 말이다.
민주의 오랜 스토커 이재희를 떨궈내는 사건을 통하여 민주와 정민은 각자가 원했던 각자의 길로 진정 들어서게 된다. 고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결국 열매 맺는 과정이었던 것일까.
세상과 가족이 던진 핍박과 압박이 술로서만 위로되던 그녀들이 이제 스스로 딛고 일어선 이야기이다. 웹툰처럼 장면 하나에 인물의 감정과 생각이 그려진다. 그리고 어른인 줄 알았던 이들의 꼰대짓이 얼마나 많은 청년들을 억누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고통이 단순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괴변으로는 이야기되지 않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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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소설 한 권을 읽고 싶어 고민을 하다가 다른 책을 주문하고는 여유롭게 소설 탭에 다른 무슨 책이 있나 보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제목이며 표지며 이건 꼭 사야겠다는 생각만 들어 앞서 구매한 책은 바로 취소하고 이걸로 구매했다. 책은 구매했다고 꼭 읽는 행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이후로는 독서와 꽤 거리를 두고 살아왔고 최근에는 전자책 위주로 읽어와서 그런지 선뜻 구매한 종이책에 손이 가질 않았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적어도 일주일도 더 지난 어젯 밤에서야 읽기 시작해서 차마 덮지 못하고 새벽에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지금 리뷰를 쓰고 있다. 이 소설에서 술은 그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애써 회피하며 합리화하는 수단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술은 바로 강정민의, 김민주의 수단이었다. 처음에는 그 점을 잘 알지 못한채 읽어나갔다. 하지만 읽으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슬슬 뭔가 나와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데 딱 치고 나온다. 그 전까지는 이 책을 다 읽고 되팔까 나름 고민도 했지만 그 부분을 읽은 뒤로는 그 고민을 버릴 수 있게 됐다. 이 이야기는 강민정의 이야기이고 김민주의 이야기이지만 또한 나의 이야기였다. 또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다. 다른 수단으로 변주되었을 뿐 흐름을 관통하는 주제는 공감할 사람이 분명히 많을 것이라 확신한다. 때때로 자신감을 잃을 때면 스스로를 나약해졌다 진단하며 채찍질 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구매하고는 했지만 앞으로는 이 책을 읽을 것이다. |
이 리뷰는 한겨레 출판사에서 2021년 04월에 발간한 김현진 작가님의 <녹즙 배달원 강정민>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다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감안하시고 보시길 바랍니다.
안정적인 직장, 삶을 영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을 내려놓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나랑 다르면 꼭 한마디씩 하는데 그냥 자기인생 살았으면 좋겠구요.. 꼭 같은 길을 걸으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
의도한 건 아닌데,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한동안 자격증 공부를 하느라(또 공부해야 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는 것은 안 비밀) 책을 소홀히 했는데, 몇 주 동안 실컷 읽었다. 주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골라 사 읽었다. 김현진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의 글은 웃프다. 웃긴데 슬프다. 슬픈데 웃기다. 그래서 마음이 간다. 적어도 그의 책은 출간할 때마다 산다. 한 권을 더 사 다른 이에게 준다. 그냥 그러고 싶다. 이 책 「녹즙 배달원 강정민」 또한 여지없이 웃프다. 웃기고 슬프다. 작가가 실제로 녹즙 배달을 한 것처럼 강정민의 삶과 김현진의 삶이 비슷하다.
강정민은 녹즙 배달원이다. 만화를 그리고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에서는 녹즙 배달원이다. “내가 엄마의 강렬한 희망이었던 간호학과를 버리고 어릴 때부터 꿈꾸던 만화가, 그러니까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만화과를 택한다고 하자 엄마는 등록금을 단 한 푼도 대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p.23) 등록금을 단 한 푼도 대주지 않은 부모 때문에 홀로 모든 것을 견뎌야 했다. 열심히 일하며 공부해 회사에 들어갔지만, 게임 캐릭터를 오로지 성 상품화시키는 것에 혈안이 된 회사에서 그림이 망가진다. 그림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 같이 일하던 신대리라는 놈은 일부러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가져오기도 하는 성희롱을 한다. 나도 결혼을 하기 전에는 성차별, 성희롱, 성추행 이런 것들이 남의 일로만 여겼다. 여성들이 반복적, 무차별적으로 겪는 일상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급하게 잡아 올라탄 택시에서 “씨발, 오늘 첫 개시 조졌네.”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등하교 버스 안에서 무시로 뻗쳐 오는 남성들의 시선과 손길을 견뎌야 했다는 것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남자기 때문에 인생을 살며 단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일이 여자에게는 너무나 많았다. 우리 부모 세대에서는 그런 일이 흔했다고 하더라. 가 아니었다. 지금도 여전한 일이다. 김현진은 이 소재를 그의 작품 내내 소개한다. 캐릭터와 사건에 녹여 낸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각인한다.
“그래. 맞다, 이년아. 네가 어쩔래?” “와, 남이면 고소라도 할 텐데, 진짜.” “고소? 얘 말하는 꼬라지 좀 봐. 가족끼리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네 오빠가 너 결혼할 때 가만있겠냐?” (p.158)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이거다. 그래도 부모님인데, 그래도 가족인데.” (p.159)
그래도 가족에게 늘 치인다. 불쌍할 정도로 치인다. 뼈 빠지게 벌어온 돈을 훔쳐 “하나님이 준 거”라고 발뺌하는 그들 때문에 “하나님과도 친해질 수” 없다. 유일한 친구는 술이다. 알코올중독자라고 시인할 정도다. 한 번씩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실 때마다 술자리에 함께한 남자와 모텔에서 함께 아침을 맞는 끔찍함을 매번 겪는다. 하지만 그 끔찍함을 또 깜찍하게 이겨내는 것이 술이다.
“그래서 오늘은 소맥, 너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어. 그냥 냉장고에서 오래 묵은 아무 반찬, 심지어 신김치 쪼가리만 곁들여도 나를 기꺼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너.” (p.9) 기꺼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너는 술뿐이기 때문에. 아, 정민아. 너를 어쩌면 좋냐.
“오늘도 익숙한 메일이 왔다. 강정민님 님께서는 저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어쩌고저쩌고 귀하의 건승을 빕니다.” (p.255) 지원하는 회사에서는 매번 ‘귀하의 건승’을 빈다는 거짓부렁의 메일만 받는다. 잠시만, 잠시만 하던 녹즙 배달이 주업이 되어 버렸다. 자신은 절대로 앉아 일할 수 없는 대기업의 높은 빌딩 안에 있는 콧대 높은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조롱을 견뎌내며 술로 버틴다. 술이 아니면 무엇으로 버티나.
“24개월을 술을 한 방울도 드시지 않았다, 이러면 이건 알코올 완치 판정으로 봅니다.” (p.395)
그런 강정민이 알코올 완치 판정을 받았다. 뜬금없었다. 나는 실패할 줄 알았다. 뭐 조금씩 줄여가는 정도면 좋겠다. 강정민은 건강을 해치지 않는 정도로 술을 마셔주었으면 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고약한 심술인가. 건강을 해치지 않는 술은 없는데 말이다. 술을 끊은 강정민의 앞길이 어떨지는 모른다. 좋은 곳에 취직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릴 것인지, 녹즙 배달로 전국 1등을 할 것인지, 여전히 버는 족족 가족에게 돈을 뺏길 것인지, 녹즙이고 그림이고 아무것도 개선이 없는 채 또다시 술에 빠져들지. 나는 좋은 쪽으로 기대하고 싶다. 작가가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는 것처럼. 강정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가족과 술에만 매여 강정민 자신을 잊은 채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이 이르렀던 편안함은 판타지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지안이 마지막 장면에서 보였던 작은 웃음 정도는 강정민도 보여주기를 바란다. 녹즙이 든 큰 가방을 메고 있든, 머리를 쥐어 짜내며 태블릿 PC에 그림을 그리고 있든 상관없이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고마운 것은 바로 당신. 이 책을 집어 들어준 독자 여러분, 게다가 역병이 도는 바람에 다들 먹고살기 어려워 책 한 권 사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 굳이 이 책을 사준 당신. 당신이야말로 나를 늘 살아 있게 해준, 살아 있어도 된다고 해준, 계속 살라고 해준, 바로 그 사람이다. 당신 덕분에 계속 살고, 웃고, 쓸 것이다.” (p.416)
언제나 그렇듯, 재미있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책 한 권 사는 것이 아직은 사치가 아닌 형편이라 다행이기도 하다.
고되게 쓰시고, 햇살처럼 웃으시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