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찬 하루 끝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삶을 위해!
딱 필요한 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진솔한 이야기!
『행복해지려는 관성』은 2018년 2월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동아일보 <2030세상>에 연재해온 칼럼을 수정하여 엮은 책이다. 그녀는 3주에 한 번 꼬박꼬박 1,500자 원고를 기어코 완성해내는 성실한 마감 노동자로서, 무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구독자와 호흡해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다수의 공감을 받고 나아가 각각의 글이 독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는 칼럼의 특성을 오랫동안 유지하리란 꽤나 힘든 일일 테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게 정해진 매체에 정해진 형식으로 일종의 ‘기-승-전-긍정’의 패턴을 유지하다보니, 세포 어딘가에 끝내 긍정으로 향하려는 관성 같은 게 새겨진 것 같다고 고백한다. 제아무리 벅찬 하루였대도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나 더하는 일. 딱 그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용기면 대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칼럼 쓰기를 통해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제목의 그것처럼 책을 읽다보면 행복에도 관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성취’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단련을 통해 ‘유지’하는 것, 나에게 꾸준히 행복들이기를 선물하려는 습관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적극적으로 행복해지기로 했다
7살 아들이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보면서 느닷없이 “나는 의사가 될래.”라고 선언했다. 의사라니, 소방관이 되겠다고 했다가 건축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또 경찰이 되겠다고 말한 게 엊그제인데 이번에는 의사란다. 며칠 전에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의사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아니, 나는 소방관이랑 건축가랑 경찰이랑 의사랑 다 할 건데?” 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나는 웃으며 꿈이 참 많아서 참 좋겠다고 대꾸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아이와 비슷한 또래일 때는 물론 자라면서도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 학교에 써 내는 장래 희망란에 늘 의사라고 쓰긴 했지만 내가 왜 의사이기를 희망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어린 나이에도 그럴 듯한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그나마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로 문예창작학과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나는 어느 학교에 무슨 전공으로 진학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의 인생은 대체로 구체적인 목표 의식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그저 그 순간에 나아가는 방향대로 흘러간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다 할 욕심도 없고, 뚜렷한 목적도 없는 ‘그저 그런 지금’이 쌓이고 쌓여 밀려온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아이가 새삼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 책의 글귀 하나가 마음을 붙든다.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장래희망이 여전히 직업과 동의어일지언정 직업과 꿈은 동의어가 아니니까. 직업으로 정의되지 않는 꿈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아니까.’ 되고 싶은 것에 연연하기보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삶, 무언가가 되든 되지 않든 나의 꿈은 이렇게라도 실재한다는 것.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내 삶은 결코 밋밋하기만 했던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쩐지 위로가 된다.
다수의 타인들에게 선택을 위임하지 않고 오롯이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 길을 따라 걷는다 한들 그 끝에 있는 것이 우리가 원한 것일까.
오늘 광경을 보고 새삼 다짐한다. 앞에 서 있는 많은 이들을 보고 이 길이 맞다 믿어버리지 말자. 고개를 내밀어 보고, 이탈해 걷기를 겁내지 말자. 길의 끝에 있기를 희망하는 것은 저마다 다르다. / 27p
누구에게나 벅찬 하루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란 대개 쉽지 않은 일이다.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미성숙의 상징이므로, 성숙한 사회인이라면 응당 감출 줄 알아야 했다. 표현할 경우 어김없이 ‘어리다’는 딱지가 나붙었다. 반면 감동과 같은 긍정
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종종 ‘오그라드는’ 별종으로 치부되곤 했다. 어느 방향으로든 넘치지도, 그렇다고 아주 모자라지도 않는 감정 표현, 어른들은 그것을 ‘사회성’이라 불렀다. 이것이 행복의 반의어처럼 들리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 72p
연애시절, 당시엔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나는 갑자기 밥을 먹다 바다를 보러 가거나 안동찜닭을 먹으러 굳이 안동에 가는 수고를 하는 등 느닷없는 여행을 즐겼다. 이걸 보러 가자, 하고 꽂히면 불시에 출발해버리거나 특별한 장소가 정해지지 않으면 그냥 길을 따라 가보는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바다에 가서 회가 아닌 햄버거를 먹게 되고, 하필 그 날이 휴무이거나 이미 가게 문이 닫혀서 허탈해지기를 반복하곤 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참 재미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부터는 미리 검색을 해서 가볼 만한 곳을 일일이 찾아보는 여행을 해야만 했다. 아이들과 가볼 만한 곳, 아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 나오는 곳, 아이들이 볼거리가 많고 지루하지 않을 만한 곳. 이런 검색의 조건들이 반드시 따라오는 곳이어야 아이들이 긴긴 자동차 안에서의 시간들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제일 핫하다는 맛집이나 카페,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여행조차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검증된 길로만 내모는’ 게 아닐까. 덧붙여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일상으로 돌아와 뇌리에 남는 것은 결국 미션 수행하듯 완벽하게 마무리한 정답 같은 여행이 아니라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걸어간 흔적이다. “아, 거길 가봤어야 했는데” 혹은 “아, 그걸 먹어봤어야 했는데”가 아니라, “그 여행 참 좋았다”는, 단지 이 느낌’이라고. 덕분에 이제부터는 ‘그곳에 갔다 왔다’에 방점을 찍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한 데에서 느끼는 감정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여행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힙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회라는 스테이지 위, 트렌드라는 줄거리에서의 주인공은 못 되더라도 우리, 각자가 그린 줄거리에서만큼은 언제든 주인공일 수 있을 테니. 그저 오늘 나의 할 일은 내 몫의 줄거리를 성실하고 줏대 있게 써 나가는 것이 아닐까. / 123p
미니멀리즘 열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말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려고 존재한다. 먼저 무엇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지 왜 그렇게 살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이는 비단 물건에 국한된 말은 아닐 것이다. 오늘의 생활 나아가 삶 전반에 대해 나만의 시선, 기준을 가지고 내 주변을 내게 소중한 물건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관계들로 채워 나가는 것. 행복은 결국 이 단순한 미션의 성취다. / 177p
‘마음 방학’이라는 자체 제도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마음에 방학을 주는 것인데,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 ‘작전타임’을 외치듯 스스로 부여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최대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염려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잠시 내려놓는다. 내일의 나에게 후일을 맡기고 오로지 ‘지금 나의 기분’만을 생각하는 철없는 이기주의자가 되어보는 것.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끊임없이 지금의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묻는다. / 231p
지난 밤, 남편과 TV를 보다가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는 프로그램을 잠깐 시청했다. 나는 평소에 보지 않던 프로그램이지만 신랑은 종종 챙겨보는 프로그램인 모양이었다. 남편은 서장훈의 조언이 항상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부러 좋은 말로 포장하거나 애써 위로하려들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라고. 그러고 보면 한없이 따뜻하고 좋은 말들은 세상에 넘쳐나고, 그런 류의 말들로 위로를 건네는 책들도 넘쳐나지만 언제부턴가 지금 내가 처한 현실과 거리감이 느껴져서 내 것이 아닌 듯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딱 필요한 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위로와 희망을 건네기에 보다 진솔하게 다가온다. 벅찬 하루 끝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 하나를 더할 수 있는 삶, 딱 그 정도만 살아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이 책의 메시지를 잊지 않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