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허밍버드 출판사의 신간 <“힘내”를 대신할 말을 찾았다 >
예전에 허밍버드 출판사가 전달하는 특유의 감성 에세이 분위기를 좋아했다. 꾸준하게 찾아 읽고 좋아했던 편인데 아무래도 에세이를 자주 읽다보면 무뎌지게되는 느낌이랄까. 무딘 느낌이 들어 한동안은 찾지 않았지만 날이 쌀쌀해지다보니 오랜만에 허밍버드 출판사의 스타일을 만나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저자분도 다르고 출판사의 톤도 바뀌었기 때문인지 예전에 내가 애정했던 스타일과는 톤이 살짝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젊은 '요즘 애들'인 독자분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특유의 문장들을 담은 에세이가 아닌가 싶다.
( 아마 20대였을 때 독자였던 내가 30대가 되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
대학내일도 영화제도 모두 좋아하는 독자인데다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는 또래 세대의 글이라서 그런지 ( 사실 내가 몇 살 더 많지만 또래라고 해두자 ) 읽다보면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편하게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는데, 특히 대학생에서 사회초년생, 사회초년생이라는 소개를 하기엔 경력이 조금 생겼지만 아직은 무얼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어딘가 어중간한 2030의 독자들이 공감할 것 같은 내용을 만날 수 있다. 나아가 저자만의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차분한 위로와 응원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다. 무언가 젊은 세대의 인스타그램 감성과 다음 브런치 글들의 톤의 중간 어디 쯤을 담아, 많은 사람들이 애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에세이다.
일단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짧게 짧게 이야기가 있어서 읽기 좋았다. 이 책을 읽은 후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싶을 때 다양한 말로 응원을 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스스로에게도 힘을 주기 위해 많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분 전환하는 방법도 하나씩 만들어가며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서 너무 좋다. 동생에게도 읽어보라고 말할 것이다. 따뜻한 위로, 누구나 건낼 수 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무심코 던지는 누군가의 말이 애정이라는 포장지에 쌓여 건네는 가시에 누군가는 이리저리 온몸이 찔려 무너져간다. 꽃은 어디에 놓고 가시 잔뜩 박힌 줄기만이 관심과 애정이란 포장지에 쌓여 반갑지 않게 던지고 가는지..
저자는 혼자만이 짊어지는 삶에 이리저리 당사자가 원치 않는 무게를 더해가는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그만큼 리스크가 따르는 일에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다 너무 쉽게 발은 빼는데 이거 참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이다.
'요청 없는 동정'은 사양하겠습니다.
실업률이 세대의 구분 없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정과 예측 가능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공무원이 되길 원해서 그 길을 선택한 것일까? 도서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A와 B라는 친구가 나온다. 이들에게 주변인들이 건네는 말은 그들의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떠날 줄을 몰랐다.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왠지 너는 될 것 같아'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응원을 던진다는 것. 이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에게 끝없는 물음을 울린다. 만약 내가 2-3년 동안 준비했는데도 떨어진다면 그다음 시험을 기약하며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취업도 하고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 것 같은데 공무원 시험 합격이라는 지점에 계속 머물러있다 못해 고여버린 듯한 느낌을 받은 이들은 이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시험에 언제 합격할지도 모르고 계속 공부와 압박감과 자괴감, 박탈감에 시달리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보면 한 발자국을 떼기조차 무섭다고 느껴진다. 저자는 한수희 작가의 에세이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에서 나온 내용을 일부 들려주며 '르윈'이라는 포크가수를 직업 삼고 있는 인물의 삶을 소개하는데, 무슨 일인지 재능, 노력, 운 등.. 성공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필요한 요소요소들이 미묘하게 뒤틀리며 그를 비껴갔다. 뒤틀리며 어긋나는 동안 '르윈'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나이 들어갔다. 한수희 작가는 '르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것을 온전히 선택하지도 그렇다고 놓아버리지도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며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길만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는 사이에 살 수도 있었을 인생은 지나가 버린다.라고 교훈을 준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읽고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달리게'되는 삶을 살아갈까 무섭다고 했다. 자신의 꿈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꿈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선택의 길로 떠밀어버리곤 한다. '기다림'이 존재하지 않는 각박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무엇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함부로 판단하고 재단해서 속 편히 권유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상대가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땐 기꺼이 손을 내밀면 된다.
무엇에도 쉽게 입을 떼지 않는 사람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말의 무게를 담은 입을 함부로 열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생각을 또 타인의 마음을 곱씹고 또 곱씹아보며 헤아리기 위해 숨을 고르는 듯 이야기를 하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고민이 또 밤을 채워간다. 그럴 땐 도서 도서 “힘내”를 대신할 말을 찾았다에서 저자가 말했듯.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편안하게 푹 잘 잤으면 좋겠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