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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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리뷰 총점 9.4 (8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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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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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 세계를 넓혀준, 새롭게 눈을 뜨게해준 '개'라는 존재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k*****k | 2023.06.12 리뷰제목
실험카메라라고 하는 유투브 콘텐츠를 본 적이 있었다. 백만달러 현금을 눈앞에 보여주면서 당신의 개를 사고 싶다고 말하자 딱 한 명을 제외하곤 (자신의 개가 아니라 아내의 개라고 했던가) 그럴 순 없다고. 얘는 가족이라고. 좋게봐줘서 고맙지만 파는게 아니라고. 한결같이 부드럽게 거절을 이야기했다.    떠돌이 개가 있다. 그 개는 다몬이라는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으나, 만나는
리뷰제목

실험카메라라고 하는 유투브 콘텐츠를 본 적이 있었다. 백만달러 현금을 눈앞에 보여주면서 당신의 개를 사고 싶다고 말하자 딱 한 명을 제외하곤 (자신의 개가 아니라 아내의 개라고 했던가) 그럴 순 없다고. 얘는 가족이라고. 좋게봐줘서 고맙지만 파는게 아니라고. 한결같이 부드럽게 거절을 이야기했다. 

 

떠돌이 개가 있다. 그 개는 다몬이라는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으나, 만나는 이에 따라 클린트, 레오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웠다.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그 개는 자신을 부르고 의지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름을 뛰어넘는 존재 그 자체. 

 

대지진후 삶이 망가지고 또 가족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변해가고 하는 괴로움 속에서 사람들은 이 개를 만난다. 자기 인생도 유지하기 버겁지만, 이 밥도 못먹은 그러나 눈동자가 맑은 이 개에게는 밥을 주고 물을 주고 꺠끗한 털과 집을 주고 싶었다. 그들은 무너져가고 있었지만, 개는 도망가지 않고 그들의 옆자리를 지켰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나에게는 13년의 수명을가지고 왔다가 간 강아지가 있다. 다몬처럼 말을 다 알아듣고는 언제나 가만히 나를 지켜봤다. 3.2kg의 무게지만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내가 화내고 울고 불고 그래도 그 강아지는 언제나 볌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봤다. 정말 고마웠다. 그 강아지가 아프자 난 그 어떤 비용도 아끼고 싶지않았다. 내 가족이기에. 심장마비가 오고 산소방을 임대해 그 안에 넣어도 보고 그랬지만, 어느날 나를 보고 마치 엄마.라고 하는듯 부드러운 시선을 띄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어떤 분의 시처럼, 어떤 곳에도 찾을 수 없지만, 모든 곳에 있는. 마침 차려입은 감색 원피스에서 하얀 털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털이 떨어지지않도록 손바닥으로 감쌌다. 지금도 그리운, 내가 매일 매일 더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 코난이. 지금 아가사라는 강아지를 집에 들였지만, 비어있는 코난이의 존재를 새 강아지가 채우는 것은 아니다. 개로 인해 나의 세계가 더 넓어지고 새로운 시각을 얻게된다. 동물의 고통에 대해서, 인간의 종적 이기심에 대해서 분노하고 가슴이 아파진다.  

 

개는 그런 존재이다. 먹이와 물, 간식 이외엔 더 바라지않고 주인이 어떤 사람이건 평가하지않고 사랑하는 존재이다. 어떤 노숙자는 노숙자는 개를 키울 수 없다하여 빼앗기곤 울며 호소해 자신의 개를 찾았고 또 그 개를 위해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는 것도 보았다.

 

내에겐 개가 내 세상의 일부이지만, 개에겐 나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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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다섯해 동안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21.10.31 리뷰제목
책 제목은 《소년과 개》인데, 개는 처음에 나오고 소년은 나중에 나온다. 소년과 개 하면 생각나는 거 없나. 난 《플랜더스의 개》(위더)가 떠오른다. 파트라슈. 주인이 죽은지 모르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하치도 있다. 어떤 개는 사람이 남극에 데리고 가서 썰매를 끌게 하고는 개만 남겨두고 사람은 그곳을 떠났다. 개 사슬이라도 풀어주고 가지. 거기 남은 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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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은 《소년과 개》인데, 개는 처음에 나오고 소년은 나중에 나온다. 소년과 개 하면 생각나는 거 없나. 난 《플랜더스의 개》(위더)가 떠오른다. 파트라슈. 주인이 죽은지 모르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하치도 있다. 어떤 개는 사람이 남극에 데리고 가서 썰매를 끌게 하고는 개만 남겨두고 사람은 그곳을 떠났다. 개 사슬이라도 풀어주고 가지. 거기 남은 개에서 두 마리만 살아 남았다. 개는 사람한테 온 마음을 다하는데 사람은 그런 개 마음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늑대개와 함께 산 이야기 본 적도 있다. 길을 걷다가 커다란 개가 보이면 무섭기도 하다. 개가 사람을 보고 으르렁대는 건 사람이 그렇게 만든 건지도.

 

 며칠전에는 차 조수석에 탄 흰 개를 보았다. 그 개는 꽤 컸다. 머리가 차창 크기과 거의 비슷했으니. 내가 그 개를 본 건 차창이 내려와서였다. 개한테 바람 쐬라고 차창 열었을까. 난 그걸 보고 개가 창으로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 잠깐 했다. 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개는 사람과 자주 차를 타고 어딘가에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개와 산책하려고 어딘가에 간 걸지도. 이 책에 개가 나와서 이런저런 개 이야기를 잠깐 했다. 이런 거 말고 개와 있었던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예전에 거의 시골에 살아서 개를 자주 보기도 했는데. 그때는 개를 아주 무서워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사람이 버린 개가 더 많을지도. 그런 개가 무리지어 다니면 무서울 것 같다. 개를 기르다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 나오는 개 이름은 다몬이다. 다몬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뒤 다섯해 동안 이와테 현에서 구마모토까지 간다. 일본 동쪽끝에서 남서쪽끝으로 갔다고 해야 할까. 다몬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잘 알았다. 이렇게 똑똑한 개가 있다니. 다몬을 잠시 동안 만난 사람은 모두 다몬을 좋아했다. 자신을 지켜주는 개로 여긴 사람도 있었다. 귀금속품을 훔치다 폭력조직한테 쫓기게 된 미겔은 다몬을 자기 나라 스페인에 데려갈 생각도 했다. 그건 미겔이 어릴 때 만난 개 쇼군 때문이었다. 미겔은 쇼군이 있어서 죽지 않았다. 어릴 때 개와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은 개를 좋아하겠다. 그래도 미겔은 다몬이 어딘가에 가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다몬을 보내주었다.

 

 처음에는 다몬 목에 걸린 목걸이에 이름이 있어서 처음 만난 사람은 다몬이라 했는데, 나중에 만난 사람은 다몬한테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래도 다몬은 똑똑해서 사람 말을 잘 알아들었다. 이런 개 정말 있을까. 개가 똑똑하다는 건 알지만, 다몬은 사람 말을 아주 잘 알아듣는 것 같았다. 다몬은 사람이 말하는 걸 잘 들어줬다. 다몬 한자는 多聞인데 한자 뜻만 보면 ‘많이 듣는다’다. 한국말로 읽으면 다문이지만. 다몬은 다몬천에서 따온 건가 보다. 다몬은 도둑을 만나고 어느 부부를 만나고 매춘부 그리고 노인을 만나기도 한다. 부부는 다몬한테 서로 다른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게 마음이 안 맞다니. 아니 내가 보기에 아내가 남편한테 말을 안 해서인 것 같다.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불만은 없었을 테니. 자신이 바라는 걸 상대가 다 들어주지 않을지 몰라도 말은 하는 게 좋을 텐데. 그랬다면 좀 나았을 텐데. 이런 말했지만 나도 말 안 할 것 같다. 아내는 다몬을 만나고 개를 길러야겠다고 생각한다.

 

 다몬은 다섯해 동안이나 걸었다. 힘이 들면 잠시 동안 사람과 살면서 앞으로 갈 힘을 기른 것 같다. 한번은 노인이 죽는 걸 옆에서 지키기도 했다. 노인은 다몬이 곁에 있어서 덜 쓸쓸했겠지. 다행하게도 다몬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그게 바로 히카루다. 제목에 나온 남자아이는 마지막에 나오다니. 생각할수록 다몬 대단하다. 어떻게 다몬은 히카루가 있는 곳을 알았을까. 히카루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말을 하지 않게 됐는데, 다몬을 만나고는 조금씩 나아졌다. 집에서 그림만 그리던 히카루가 다몬과 집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멋지면서 슬프기도 하다. 아니 슬프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다몬이 사람한테 준 마음은 아주아주 컸다. 히카루와 만나기 전에 만난 사람도 그렇게 느꼈을 거다.

 

 

 

*더하는 말

 

 마침 며칠 전에 <한국의 명견>이라는 기념우표가 나왔다. 진도개, 삽살개는 알지만 경주개 동경이는 처음 알았다. 경주개 동경이가 가장 오래된 개라 하는데 몰랐다. 진도개, 삽살개, 동경이는 다 천연기념물이라 한다. 진도개는 진도에서만 기를 수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다른 개도 마찬가지 아닐지. 개든 고양이든 함께 살게 되면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일반우표 10원 50원 100원짜리도 나왔다. 앞으로는 만들지 않을 것 같기도 했는데. 이 좋은 소식을 몰랐다니. 저건 다음에 우체국에 가서 사와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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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개와 상처받은 사람들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 2021.03.08 리뷰제목
개를 키운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갈 즈음 어머니가 어디선가 데려온 백구였다. 진돗개 혈통이 섞였다고 했고, 무척 귀엽고 잘생긴 강아지였다. 밤늦게 공부하다 종종 밖에 묶어 놓은 강아지와 얼굴 보였다 말았다 하는 놀이를 했다. 갸우뚱거리는 강아지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무슨 문제인지는 몰랐지만 강아지는 짖지를 못했다. 그러니 집 지키는 목적으로는 영 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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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운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갈 즈음 어머니가 어디선가 데려온 백구였다. 진돗개 혈통이 섞였다고 했고, 무척 귀엽고 잘생긴 강아지였다. 밤늦게 공부하다 종종 밖에 묶어 놓은 강아지와 얼굴 보였다 말았다 하는 놀이를 했다. 갸우뚱거리는 강아지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무슨 문제인지는 몰랐지만 강아지는 짖지를 못했다. 그러니 집 지키는 목적으로는 영 빵점이었지만, 사람 말은 잘 들었다. 시간 되어 대문을 열고 풀어놓으면 밖으로 나가서 어디선가 용변을 보고 들어왔고, 놀다가도 부르면 멀리서 쏜살같이 달려왔다. 첫해에 대입에 실패하고 재수한다고 서울로 올라왔다 고향으로 내려갔을 때 강아지는 훌쩍 커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를 잊지는 않았었다.

 

그 개는 어느 날 사라졌다. 어머니는 아마도 개장수가 끌고 갔을 거라고 했다. 짖지도 못하니, 끌고 가는 걸 알아차릴 수가 없었으리라. 그 후로 어머니는 개를 키우지 않으셨다. 나도 그렇다. 아들 녀석이 개를 키우자가 가끔 졸랐지만, 나도, 아내도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었었다. 개에 대한 추억은 그 정도다.

 

그런데 그 정도의 추억임에도 내 기억 속에는 아주 선명하고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요새 TV에서 방영하는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 그 적막한 밤, 마음도 황량한 시절에 위로가 되어준 건 바로 그 강아지였으니.

 

하세 세이슈의 소년과 개은 다몬이라는 이름의 개와 그 개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주인을 잃고 헤매는 다몬은 누군가를 찾아 떠난다. 그러면서 한 남자를 만나고, 외국인 도둑을 만나고, 어떤 부부를 만나고, 매춘부를 만나고, 그리고 사냥꾼이었던 노인을 만난다. 모두 어두운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다몬을 만나면서 행복해했고,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다. 개는 죽음을 앞둔 이들 앞에 나타나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었다. 그들은 개 옆에서 죽어갔지만 개에게서 구원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소년을 만난다. 애초에 다몬은 그 소년을 찾아 헤맨 것이었고, 일본 거의 전역을 헤매다닌 지 5년만의 일이었다. 대지진으로 인한 충격으로 말도 잃은 소년은 다몬을 만나고 웃음을 찾고 말을 찾는다. 그러나...

 

개가 주는 따뜻한 위로를 주제로 한 소설이지만, 단 한 번도 개의 입장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 그 개로 위로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개를 바라보고 생각한다. 그게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개와의 소통한다고 개가 사람 대신으로 만들어버리지 않고, 그냥 개로 바라보고 개로 생각하는 것이다. 개가 선사하는 위로이지만, 결국은 위로받는 마음은 사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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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1.02.04 리뷰제목
하세 세이슈.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진혼가와 장한가 그리고 그 시작인 불야성. 그 시리즈의 작가이다. 야쿠자의 세계를 아주 찐득찐득하니 무겁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작품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 조금 맛만 보려고 했다가 후다닥 다 읽어버린 그런 시리즈의 작가인 것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무언가 기대하는 맛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순수하고 마음이 따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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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 세이슈.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진혼가와 장한가 그리고 그 시작인 불야성. 그 시리즈의 작가이다. 야쿠자의 세계를 아주 찐득찐득하니 무겁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작품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 조금 맛만 보려고 했다가 후다닥 다 읽어버린 그런 시리즈의 작가인 것이다. 그런 작가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무언가 기대하는 맛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순수하고 마음이 따스해지는 제목이라니. 거기에 이 개 한마리는 또 무언가. 누가 봐도 소년과 개 한마리에 얽힌 이야기임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읽었던 작품과는 전혀 괴리되어 있는 이 작품의 표지와 제목에 읽기 전부터 의구심을 잔뜩 품게 된다.

 

표지를 넘기기도 전 품었던 의구심은 몇장 채 읽기도 전에 사라졌다. 작가에 대해서도 고정관념을 가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전작이 어떠했던간에 이 작품은 이대로도 충분히 좋다. 아니 내가 작가의 이름을 몰랐다면 나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잘 읽히며 감동과 재미와 흥미를 잔뜩 돋구어주고 퍼부어준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충분히 받을 만하다. 일곱 번 만의 도전끝에 이루어냈다고 했다. 작가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남자와 >개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는 이야기는 한 남자가 한 마리의 개를 만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제목에서 미루어 보듯이 그 다음부터 개는 반복적으로 들어가고 앞에 붙는 사람들만 달라진다. 도둑, 부부, 매춘부에 노인 그리고 마지막이 소년과 개이다. 각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대사가 있다. 개가 자꾸 한쪽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개는 어디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일까.

여기에서의 사람들은 악하지 않다. 개에게 해를 가하려는 사람들도 없다. 단지 배가 고파 헉헉대고 있는 개를 보살펴주고 병원에 데려다 주고 사료를 사주고 물을 먹인다. 모든 사람들이 다들 이렇게 친절할리는 없건만 이 개가 만나는 사람들은 유독 친절하다. 자신들의 돈을 쓰면서 개를 돌봐주기에 인색해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어떤 부분에서, 이 개가 어떻길래 그들은 다들 이 개에게 매력을 느끼고 마음을 뺏기게 된 것일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개는 점점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이동하는 듯이 보인다. 지도라도 첨부해 주었다면 개의 이동경로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한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다. 일본의 지리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단순하게 개가 괘 많은 이동거리를 지나왔구나 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긴긴 시간을 거쳐 돌아온 개 한마리. 소년과 개가 행복하게 아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아마 이 책을 읽어가는 사람들이라면 다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작가는 거기에 다시 한번 양념을 아니 소금을 아니 생채기를 냈다. 아주 깊고 깊고 깊은 그런 상처를 말이다. 이렇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절대 나을 수 없는 그런 상처를 남기는 작가가 잔인하고 미웠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그렇게 함으로 비로소 완성되었다.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게 된 작품이 된 것이다. 그저 좋은 것만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신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함으로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었다.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4
종이책 개를 통해 가족에게로 다가가다... 평점10점 | l****1 | 2021.02.20 리뷰제목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작가의 이름이 하세 세이슈였다. 놀랐다.  '하세 세이슈하면 비정하기가 이를 데 없는 하드보일드 소설인 '불야성' 시리즈를 쓴 사람이 아니던가? 그가 이런 달달한 소설을 썼다고?' 처음 '소년과 개'라는 소설의 표지를 보았을 때 든 생각이었다. 그 때는 그래보였다. 아무튼 개가 주연이고 그 개와의 관계를 통해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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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작가의 이름이 하세 세이슈였다. 놀랐다.

 '하세 세이슈하면 비정하기가 이를 데 없는 하드보일드 소설인 '불야성' 시리즈를 쓴 사람이 아니던가? 그가 이런 달달한 소설을 썼다고?' 처음 '소년과 개'라는 소설의 표지를 보았을 때 든 생각이었다. 그 때는 그래보였다. 아무튼 개가 주연이고 그 개와의 관계를 통해 따스한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라고 들었으니까. 하긴 개를 가지고 '불야성'처럼 비정하고 냉혹한 작품을 썼다간 애견인들에게 무슨 비난을 들을지도 모르는 법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 불야성 시리즈를 완결한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달라졌어도 이상할 건 없다. '그래, 그렇다면 듬뿍 맛 봐주지! 하세 세이슈가 쓴 달달한 소설의 맛을!'하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다.

 

 

 놀랍게도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대변되는 후쿠시마 사태를 작품의 배경으로 깔고 있었다. 주연이 되는 개, 다몬은 그 사태 때 주인을 잃은 개였다(이 사실은 소설 후반에 가서야 밝혀지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작품에서 그리 중요한 미스터리가 되는 건 아니므로 그냥 여기서 밝혀두도록 한다.) 그 개가 일본을 이리저리 떠몰면서 이런저린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소설은 그걸 인물 하나 당 각 장 하나를 할애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우리는 '남자의 개'를 시작으로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는 자주 잊지만 개의 조상은 원래 늑대로 그 늑대가 그러하듯이 원래는 무리를 이루고 사는 동물이다. 소설은 바로 그런 개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야기 곳곳에서 개 다몬이 옛 주인을 떠나는 이유가 어떤 일로 인해 더이상 무리의 일원이 될 수 없어서라는 게 자주 나오는 것이다. 작가가 하필이면 이런 '무리를 이루는 것'을 반복해서 내세우는 것에도 물론 이유가 존재한다. 소설이 계속해서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가족'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우연히 다몬과 만나 그를 거둬들이게 되는 남자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그를 홀로 돌보는 누나라는 가족이 등장한다. 남자는 장남이라 거기에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 상 그걸 짊어지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와 누나를 위해 할 수 없이 절도단의 도피를 위해 자신의 특기이기도 한 차량의 운전을 해 주기로 한다. 그 다음, '도둑과 개'에선 '남자와 개'에서 절도단의 리더로 나온 미겔이 주인공이다. 그는 외국인인데, 소설에서 정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으나 아무래도 남미에서 온 것 같다. 그 역시 누나가 있다. 어릴 때 모종의 사건으로 부모를 잃었고 누나가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미겔은 그런 누나를 위해 절도를 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게를 차려주려 하고 있다. 그는 다몬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데 그건 어릴 때 자신을 도와주고 병으로 죽어버린 개와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 다몬과 함께 하면서 미겔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무리, 즉 가족을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다음 편도 그러하다. 모두 가족이 나오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무너져 있거나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밝혀진다. 다몬을 그런 가족 안으로 들어가 그 일원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역시 달달한 이야기 같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하세 세이슈가 달달한 소설을 썼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커다란 착각으로 밝혀졌다. 역시 '불야성'의 작가답게 이야기 도처에 범죄와 죽음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어느 한 편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설에서 미겔은 자신과 함께 한 이는 모두 죽었다면서 자신이 마치 사신과 같다는 얘기를 한다. 알고보면 다몬이 그런 존재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달달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일단 건조한 듯 보이지만 가급적 차가운 느낌을 배제한 문장이 그렇고 개와 가족을 향한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그렇다. 하드보일드에 자주 등장하는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 자신만의 비극적인 사연과 현재의 고통 때문에 그저 누군가를 포용하거나 자신의 따스한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외롭고 피로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범죄가 일어나고 죽음이 발생해도 마냥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마음들이 채 꽃 피우지 못하고 져서 애틋하고 그들이 남겨놓은 잔향들이 아련할 뿐이다. 어쨌든 '화차'로 유명한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이 작품을 나오키 상 수상작으로 정하면서 감동적인 수작이라고 했는데, 감동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가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좋은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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