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2편도 변함없는 엄마의 밥상이었다. 음식으로 전하는 사랑과 감동은 여전했다. 방송을 볼 때도 그랬지만, 재방송을 보듯 복습을 하듯 책으로 다시 만나는 수미네 반찬은 침이 고이게 한다. 갓 지은 밥에 얹은 병어조림 한 조각, 손으로 휘적휘적 무쳐 만들어놓은 잡채 한 젓가락, 하얗고 고급스럽게 지져진 대구전, 한 그릇 이상 먹게 해서 과식하게 되는 묵은지 고등어조림, 밑반찬으로 익숙한 계란 장조림, 매콤한 양념이 막걸리 한잔 부르는 더덕구이, 밥에 얹어 먹으면 한 그릇 뚝딱하게 되는 오징어볶음... 말하자면 끝이 없는 메뉴에 이 밤에 다시 한 끼 시작하고 싶어진다.


수미네 반찬의 장점은 레시피가 간단하다는 거다. 일단 재료만 준비해놓으면 레시피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사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존의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 그대로 용량을 따라서 하면 좀 싱거운 듯한 맛이 날 때가 많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얘기할 때마다 요리책의 레시피는 시험용이고, 밥상에 올릴 메뉴는 그보다 조금 더 간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유별나게 짜게 먹는 식성이 아니어도, 우리네 입맛은 수미 쌤처럼 '요만치~'의 용량인 거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용량으로 재료를 넣어야 결국 맛있는 음식이 된다는 것. 아마 기본적인 방식을 제공하는 게 목적인 듯하다. 엄마가 해주시는 걸 먹어보기는 했는데, 어느 유명 식당에서 맛있다고 감탄하기는 했는데, 내 손으로는 도저히 시도조차 하기 무서울 때. 그때 누가 문을 확 열어주면 덤벼볼 것 같은데. 그럴 때 요리의 문을 열어주는 지침서로 활용하기 좋다.

더군다나 그 요리가 그냥 요리가 아니다. 우리가 맛보고 싶은 건 요리 그 이상의 음식이다. 시간과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음식들, 나 혼자가 아니라 자꾸 나눠주고 싶은 마음들, 모여서 함께 먹을 때 더 맛있어서 좋았던 시간들 말이다. 수미네 반찬이 전하고 싶은 것도 그런 맛이다. 어렵지 않게 하는 음식으로 우리네 정서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 반찬 한두 가지로 밥상을 풍성하게 했던 기억을 소환하게 하는 것이다. 그 음식들로 행복했던 우리의 기억을 끊임없이 이어가게 하려는 의무를 지닌 사람처럼, 수미네 반찬이 가진 온도 그대로 전달한다.

수미 쌤이 선보이는 음식들에 이어지는 셰프들의 특별식(?)은 또 하나의 별미다. 이미 아는 음식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날그날 수미 쌤이 가져온 재료로 새롭게 탄생하는 요리들이다.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메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하면서 요리 과정을 지켜보게 하는 재미, 결국 감탄하면서 보게 하는 완성작. 방송하는 거의 한 시간이 완벽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아마 방송만으로 끝났다면 아쉬웠을 시청자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계속 레시피가 책으로 나와 주니 반갑다. 옆에 두고 계속 들춰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물론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서 눈앞에서 확인하는 즐거움도 빼놓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이 책 보면 계속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지게 한다. 똥손을 금손으로 만들어줄 준비가 된 책.
그냥 음식이 아니라, 엄마의 손맛으로 사랑과 위로가 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저절로 가슴에 채워지는 순간을 계속 즐기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움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을 채울 수 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직접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평범한 저녁 밥상에서부터, 소중한 사람들 초대해서 맛보여주고 싶은 음식들, 자라던 시간의 기억을 부르고 싶은 메뉴까지 이 한권으로 꽉 채울 수 있다. 곧 다음 책도 나온다고 하니 이번에는 또 어떤 메뉴로 책 한권을 꽉 채울지 기대된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