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공유하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장도연 장성규 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리뷰 총점 9.5 (57건)
분야
사회 정치 > 언론/미디어
파일정보
EPUB(DRM) 102.82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도서의 시리즈 내서재에 모두 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2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35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주간우수작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평점9점 | g*******7 | 2021.05.27 리뷰제목
해방 이후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분단과 전쟁, 그리고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한국의 격동의 현대사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상과 이념에서의 갈등과 대립, 사회의 분열을 초래했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현대사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으며,
리뷰제목

 

 해방 이후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분단과 전쟁, 그리고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한국의 격동의 현대사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상과 이념에서의 갈등과 대립, 사회의 분열을 초래했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현대사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으며, 또한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사에 대한 접근이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하지만,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서 현대사로 편입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필요하기에 마냥 현대사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늦출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사에 대한 색다른 접근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사건을 통하여 그 시대의 분위기와 흐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1. 보호받아야 할 정조, 보호받을 수 없는 정조 :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2. 미궁 속에 남은 정치 테러 : 공작명 KT 납치 사건

3. 개돼지보다 못했던 사람들 :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4. 미워할 수밖에 없는 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 서진룸살롱 살인 사건

5. 유전무죄 무전유죄! :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

6. 사람이 증발한다, 지구 최후의 날! : 1992 휴거 소동

7. 꽃분홍 아지트의 괴물들 :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철저한 언론 통제로 인하여 '공작명 KT 납치 사건'의 경우는 당시 사람들이 그 진상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나머지 사건들은 연일 언론에서 대서특필할 정도로 잘 알려진 사건들이다. 덕분에 나 역시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 '1992 휴거 소동',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은 이러한 사건들을 통하여 한국 현대사의 어떤 실상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1. 보호받아야 할 정조, 보호받을 수 없는 정조 :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

 1955년 20대 해군 대위가 고급 댄스홀을 휘젓고 다니면서 여성들을 농락한다는 첩보가 들어와 검찰은 수사 끝에 26살의 박인수라는 인물을 공무원 사칭과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공소장에 피해자는 30명이었지만, 실제로는 70명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것도 1년 동안 만난 여성의 숫자이니 그의 행각은 당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저렇게 많은 여성 피해자가 있었으니 그에 대한 재판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고였던 박인수는 혼인빙자간음을 극구 부인하였다. 이 와중에 그의 입에서 나온 발언은 재판은 물론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만난 여성 중 처녀는 미용사 한 명 뿐이었다."


 

 이 진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진짜 처녀인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여성들과 혼인빙자간음죄가 아예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형법 제304조.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p. 16 中에서-


 형법에 정의된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설명 중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는 음란하지 않은 여자, 문란하지 않은 여자를 의미한다. 그러니 피고의 주장은 곧 미용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여성들이 문란했기 때문에 혼인빙자간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이 황당한 것 같지만 이 발언 이후 오히려 피해 여성들에게 질타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리고, 여성들은 고소를 취하하거나 스스로 정조를 빼앗긴 적이 없다고 증명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심지어 재판부는 혼인빙자간음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해군 대위라고 사칭한 부분만 유죄로 인하여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2심 역에서는 피고인에게 결혼을 약속한 동거녀와 자식이 있다는게 드러나면서 징역 1년 형이 선고되었지만, 판사는 판결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조에는 보호해야 할 정조와 보호하지 않아도 될 정조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조라는 것은 여성에게 있어 생명이다.

 - p. 20 中에서 -


 

 이 사건은 1950년대 한국 사회가 남성의 정조에 대해서는 관대하였고, 여성의 정조에 대해서는 중요시 하는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지금은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지만, 유죄의 판단 기준 중 하나가 여성의 정조였다는 점은 누구도 잘 몰랐을 것이다. 또한 6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러한 여성에 대한 정조의 관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장의 여비서가 재판정에서 원치 않았던 관계를 왜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물은 것은 그러한 관념이 여전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제자에 대한 교사의 성범죄에 대한 판결 역시 교사가 남성이냐 또는 여성이냐에 따라서 형량이 달라진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성과 관련된 범죄에서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성에 따라 달라지는 형량도 어쩌면 남성은 강하고 여성은 약하다라는 편견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개돼지보다 못했던 사람들 :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1977년 4월 20일, 한 남자가 철거반원 4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이라 명명되는 이 사건을 이 책에서는 그 진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알지 못하였다. 그저 무등산에 불법 주거지에서 살던 사람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 보면 과연 이 사건을 그저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되는 참혹한 사건으로만 볼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우선 이 사건으로 인하여 결국 사형을 당하는 박흥숙이라는 인물의 삶을 본다면 과연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러한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하였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머리가 좋았지만, 너무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가족과 함께 무등산에 움막을 짓고 사는 와중에도 사법시험에 도전할 정도로 그는 성실했다. 그러한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신체를 단련하고 시험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개천에서 용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1977년 4월 20일 철거반원들이 들이닥치면서 박흥숙 가족의 주거지는 철거되면서 이 과정에서 철거반원들은 불을 지르게 된다. 이로 인하여 박흥숙의 모친이 열심히 모은 돈이 움막과 함께 타버리지만, 오히려 박흥숙은 가족들을 진정시키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주거지는 불태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거동조차 힘든 사람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철거반원들은 무시하고 주변의 움막들을 불태우고, 이 부분에서 박흥숙은 분노와 함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이후 박흥숙은 재판에서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고 그는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속죄의 시간을 갖다가 결국 사형이 집행된다. 박흥숙의 이러한 사정 때문에 그를 옹호하거나 변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철거반원들 역시 공무원이 아닌 하청업체의 직원이었고, 그들 역시 공무원들의 지시를 받아서 그들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 비극적이고 참혹한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었으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한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이 사건을 다룬 언론의 행태이다. 지금과는 달리 정부의 눈치를 보던 그들은 이 사건을 한 광기의 인물에 의하여 저지른 것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무등산 타잔'이라는 용어 역시 그들이 만들어 냈으며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허위로 이 사건을 다뤘던 것이다.


 - 박흥숙은 무당골에서도 가장 뛰어나 굿거리 10여 개를 몽땅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수입이 많고 그동안 절약하여 광주 시내에다 집을 3채나 샀다.

 - 무당촌을 사수하려는 집념에 사로잡힌 무당의 아들이, 제단을 차려둔 집도 태우려 하자...

 - 사교의 온상 무등산 무당촌을 벗긴다.

 : 사교촌 20대 청년의 발악이 끝내 무등산을 피로 물들이고 말았다.

 - p. 136 中에서 -


 불우한 환경을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인물을 많은 재산을 모은 무당으로 언론은 묘사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였기에 당시 이 사건은 끔찍한 범죄로만 사람들에게 비춰졌을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눈치를 보던 일부 언론이 이제는 더이상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음에도 특정 여론을 형성하거나 조작하고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쓰고 있으니 이 책에서 이 사건을 언급한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3. 유전무죄 무전유죄! : 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

 1988년에 일어난 이 사건을 나 역시 TV로 그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니 그저 흉악범이 인질극을 벌인 정도로만 이해했지만, 그가 외친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로 인하여 나중에 이 사건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 대통령의 동생은 당시 73억에 이르는 횡령을 저질렀지만, 약 2년의 형만 살다가 가석방이 되었고 심지어 1992년에는 사면복권 되었다. 그에 반하여 지강헌은 500만원의 절도죄로 인하여 징역형과 함께 이후 장기간의 보호감찰을 받아야 했으니 이에 불만을 품고 그는 탈옥을 하였던 것이다. 결국 인질극 사건은 경찰에 의하여 진압이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지강헌은 총을 맞고 심각한 출혈로 인하여 결국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게 된다. 하지만 지강헌 일당이 도피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인명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은 훗날 재판에서 오히려 시민들이 그들에 대한 탄원서를 쓸 정도였으니 비록 방법은 옳다고 할 수 없지만, 당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돈 없다고 사람 취급 못 받는 세상, 돈으로 판사도 검사도 살 수 있는 세상, 죄 있어도 돈 있으면 무죄, 죄 없어도 돈 없으면 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게 우리 대한민국이야! 우리 대한민국의 O같은 법이야!!

 - p. 229 中에서 -


 이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에서 나온 이 절규가 과연 그 사건에 국한되는 것일까? 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날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판사나 검사가 범죄를 저지르면 제대로 기소되지도 않거나 기소가 되어도 형량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돈을 많이 쓰면 같은 범죄인데도 형량은 줄어들기 마련이고, '전관예우'가 버젓이 통하는 사법부의 현실을 보면 지강헌의 외침은 계속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4. 꽃분홍 아지트의 괴물들 :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1993년의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은 정말 사람으로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치를 떨게 한 사건이었다. 이들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은 결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이 왜 1993년에 일어났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부유층의 젊은이들이 부모의 부를 바탕으로 강남에서 퇴폐적인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들을 등급에 따라 오렌지족, 탱자족, 낑깡족이라 칭하였다. 심지어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야! 타!"라고 외쳤기에 야타족이라는 용어도 등장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그저 선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지존파는 바로 그 후자의 기형아였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심화로 인하여 부의 불균형과 대물림이 심화되면서 그 간극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좁히려고 했던 것이다.

 

 현재에도 금수저를 비롯한 수저론이라든지 건물주와 같은 용어는 이러한 문제점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까지는 금수저 또는 건물주에 대한 부러움과 선망으로 가득하지만, 이것이 어느 순간 증오로 바뀐다면 과연 1990년대에 일어난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으며 취업과 결혼, 집장만과 같이 예전에는 노력하면 그래도 이룰 수 있었던 것들을 하나 둘씩 포기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그러한 생각을 이런 엽기적인 사건과 연계하여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쯤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리뷰에서 다루지 못한 사건들을 포함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은 실제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들이고 그것이 하나의 범죄 또는 소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면서도 그것이 현재와도 깊은 연관이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하나의 점으로만 보였던 이 사건들이 연결되어 선으로 현재와 이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한국 현대사의 또 하나의 맥락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1 댓글 56
종이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s*****7 | 2021.05.12 리뷰제목
"끊임없이 그것들들 추적하고 찾아내 응징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악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옥의 그늘을 찾아내 계속 지워나가는 것, 그곳을 인간의 따뜻함으로 가득한 천국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더 이상 악마가 마음껏 활개 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한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이
리뷰제목

"끊임없이 그것들들 추적하고 찾아내 응징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악마를 만들어내고 있는 지옥의 그늘을 찾아내 계속 지워나가는 것, 그곳을 인간의 따뜻함으로 가득한 천국으로 만들어가는 것, 그래서 더 이상 악마가 마음껏 활개 치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한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이대성 PD노트 중에서]

 

 대부분의 사건들이 70~90년대 일어났던 일들이어서 기억조차 못하거나 생소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건의 전말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이야기에 빠질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몰입도가 있었다.

모든 귀결이 한 가지로 모아지기는 했다.

모든 사건의 근간은 사람이라기 보다 죄가 탄생하게 된 배경 사회의 시스템에 좀 맞춰져 있는 듯하다. 물론 사회의 시스템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보니 인간이 원흉이라고 해야 하나?

빈부격차가 주는 낭패감을 넘어선 좌절, 절망, 분노들이 응축된 사건들이 많았다.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탈옥수 지강헌 인질극 사건','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등의 발단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KT납치사건 같은 경우는 좀 비켜가서 권력다툼 이라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있는 사람들(권력, 부 등)이 마음대로 사람의 목숨과 안위도 흔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시스템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억울한 사람을 무한대로 증식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몸소 보여주는 분들 말이다.

물론 그 억울함과 분노가 범죄로 발현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주의다.

그럼에도 무등산에서 6명의 가족이 움집을 짓고 살고 있는데 그것도 외관상 보기 싫다고 싹 다 밀어내려하고 그마저도 소각박멸하려고 했던 그 시절 그 행정 시스템에는 정말 치가 떨렸다.

보여주기 식 행정의 극치라고 밖에 ...사람의 목숨과 여러 가정의 생존이 위협 받는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 할까?

지강헌이 탈옥해서 여러 가정을 방문해서 도피했을 때 밥도 차려주고 술도 따라주고 인간답게 대접했던 분들처럼 좀 따뜻한 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 사각지대에 놓인 생존조차 위협받고 분노와 외로움에 휩쌓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시와 질타의 눈빛이 아닌 함께 걸어가는 동행인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아닐까?

근현대사의 사건 만으로도 그 시대 정황을 알 수 있고 그 시대를 살아나갔던 소소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 잘 읽혀졌지만 계속 뭔가 찜찜함과 앙금이 내려 앉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그 시절 범죄보다 더 악랄해지는 요즘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외 되고 있구나 힘든 삶을 연명해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웬지 우울해진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TV만큼 재미있는 그날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t******7 | 2021.06.17 리뷰제목
언젠가 TV에서 지존파에 대해 상세히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린 시절에 뉴스에서 보았던 사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그 어린 나이에 뉴스를 보면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던 꽃분홍 집도, 당시 영상도 보여주면서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보는 자리. 그 프로그램의 제목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다. 이번에 TV에 나온 사건
리뷰제목


 

언젠가 TV에서 지존파에 대해 상세히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어린 시절에 뉴스에서 보았던 사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그 어린 나이에 뉴스를 보면서 두 손으로 눈을 가렸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던 꽃분홍 집도, 당시 영상도 보여주면서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보는 자리. 그 프로그램의 제목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다.

이번에 TV에 나온 사건을 모아 책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은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 동아시아 / 2021)이고, 마치 이야기를 해주듯 편한 문체로 수많은 '그날'을 설명하고 있다.

맨 처음에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기졌던 이유는 영화감독 장항준, 개그우먼 장도연, 아나운서 장성규가 진행하는 일명 '장트리오'가 공동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100% 장씨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처음 봤고, 같은 성씨라 더 관심이 간 게 사실이었다.

 


 

책은 다양한 시대의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미 잘 알려졌던, 하지만 내막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지강헌 인질극 사건, 공작명 KT 납치 사건, 휴거 소동을 벌인 다미선교회, 어린 나에게 충격을 주었던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 등에 대해 돋보기를 갖고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또한 잘 알지 못했던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이나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서진룸살롱 살인 사건 등에 대해서도 '그날'로 돌아가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초반에 소개된 '허벅다리 부인'은 가히 충격이었다. 열녀와 효부를 넘어 남편에게 자신의 허벅다리를 도려내어 먹였다는 걸 보고 경찰이 크게 감동해서 표창장을 줬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하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고, 그게 역사가 되었다.

 


 

잔소리 많은 여성에게 '잔소리꾼 굴레'라는 이름의 재갈을 물리거나 '치욕의 가면'을 씌웠다니, 과거에 여성은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TV의 이야기를 담아내다보니 당시 자료 화면을 비롯해 여러 시각 자료를 통해 마치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난으로 인해 검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살인자로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은 보는 내내 먹먹했다. 물론 그 어떤 것으로도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자신과 가족의 임시 보금자리인 집만큼은 제발 불태우지 말아달라고 했던 절규가 이 책을 보며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범죄자를 미화하는 거 아니냐는 일부 시청자들의 질타도 있다고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또한 TV에서 다 말하지 못한 것을 이런 책을 통해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있어서 유용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한 인간으로서 평점10점 | h******o | 2021.05.10 리뷰제목
6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이라고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여성의 행실을 따지고 드는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야. 정조에 관한 명문화된 죄는 분명 사라졌고, 평등을 추구하는 다양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지. 여성이 목소리를 낸다고 재갈을 물리지도 않아. 많이 변화했지. 하지만 조금씩 더 나아졌으면 해. 어렵지 않아. ‘여성’이기에 앞서 사람이라는 걸, 한 인간으로
리뷰제목

6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이라고 여성에게 정조를 요구하고 여성의 행실을 따지고 드는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야. 정조에 관한 명문화된 죄는 분명 사라졌고, 평등을 추구하는 다양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지. 여성이 목소리를 낸다고 재갈을 물리지도 않아. 많이 변화했지. 하지만 조금씩 더 나아졌으면 해. 어렵지 않아. ‘여성이기에 앞서 사람이라는 걸,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 p.49

 

박인수 사건을 보면, 과연 진짜로 그런 일이 진짜로 일어났을까 하는 의문까지 든다. 박인수는 혼인빙자간음죄로 재판을 받았는데, 실제로는 여성이 문란함이 문제되어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따지고 보면, 간음죄가 없어졌기에 그날의 죄를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없는 게 맞는 듯도 하다. 그러나 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박인수는 분명 죄를 저질렀다. 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차별했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의 주제라 할 수 있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이렇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로 가벼운 말투와 가볍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감으로서 작품의 깊이와 작품의 흥행(?)을 동시에 이룩하고자 했다고나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에는 총 7가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유튜브에 나올 성 싶은데, 아직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이 리뷰를 올리고 난 뒤에 시간이 나면 한번 들어가볼까 생각 중이다. 미리 보면, 재미없을 듯해서. 책부터 보고 나서 보려고 한다.

 

7가지 이야기 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박인수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가부장적인 사회와 여성에게 정조를 지켜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 행하는 차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그래서 은근 재미가 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가다 보니, 도달한 결론.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 여성이기에 앞서 사람이기에.

 

-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한가지 의문! 오늘날의 MZ 세대는 오히려 남성에게도 정조를 요구하는 듯한 이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렇다면, 여기에 앞선 말을 남성에게도 적용할 수 있겠다. 남성이기에 앞서 사람이기에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자격으로 동아시아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흥미가 꼬리에 꼬리를...... 평점10점 | w******h | 2021.06.14 리뷰제목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방송으로는 ‘지존파 납치 살인사건’ 딱 한 편을 시청했는데,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진행과 TV 뉴스나 신문기사로는 알 수 없는 이면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관심있는 사건이 있으면 비슷비슷한 기사들을 모조리 찾아보고 방송이나 유튜브, SNS 등을 들여다 보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견해를 살펴보는 것을 즐긴다. 그
리뷰제목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방송으로는 ‘지존파 납치 살인사건’ 딱 한 편을 시청했는데,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진행과 TV 뉴스나 신문기사로는 알 수 없는 이면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관심있는 사건이 있으면 비슷비슷한 기사들을 모조리 찾아보고 방송이나 유튜브, SNS 등을 들여다 보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견해를 살펴보는 것을 즐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재미있다. 다루는 사건들이 가볍거나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악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서 극단적이고 잔혹하면서도 애잔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어서 몰입감이 엄청나다.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에서는 불과 50여년 전의 여성 인권이 어땠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일방적인 정조 강요와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행실 운운하며 2차 가해를 행하는 것은 여전하다. 씁쓸한 일이다.
특별히 더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는 공작명 KT 납치 사건,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 서진룸살롱 살인 사건, 1992 휴거 소동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치된 적이 있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 분이 다리를 절게 한 것은 고문 때문이 아니라 의문의 교통사고였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여름날 온몸이 결박당하고 눈도 가려진 채로 배 밑바닥에 던져져 보낸 시간은 그야말로 극한의 공포였을텐데도 ‘나보다 더 좋은 대신이 나올 때까지 내 목숨을 살려달라’고 기도했다는 인터뷰 기록에 숙연해졌다.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을 읽고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빈민들에게 가해졌던 폭력과 인권 침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불우했지만 꿈을 위해 정진했던 선량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살인 범죄자가 되어 사라진 것이 안타깝고 딱하다. 정부와 언론이 결탁하여 만들어낸 가짜 뉴스는 그와 그의 가족을 두 번 죽인 셈이기도 하다.
‘서진 룸살롱 살인 사건’은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자주 언급되었다. 술잔이 비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해 얼른 잔을 채워주지 않으면 ‘야, 서진 룸살롱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하는 식이다. 하지만 처참했던 사건 현장에 대해 알게된다면 누구라도 가볍게 농담으로 입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조폭 간의 계획된 패싸움이 아니라 사소한 시비에서 비롯된 무시무시한 살육의 주범은 뜻밖에도 또 선량한 20대 청년이다. 폭력조직에 몸을 담은 것은 본인의 선택이었고 살인까지 저질렀지만 사형집행 전까지 속죄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반드시 도왔다는 그는 범죄자이기 이전에 인간인 것이다.1992년에 나는 대학생이었다. 지방에 살고 있었고 종교가 따로 없었기 때문에 먼 산 불구경 하듯 휴거 뉴스를 지켜봤다. 1992년 10월 28일이 다가오자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지만 '뭐 그렇다 한들 어쩌겠는가?'했던 것 같다. 평소처럼 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웃으며 헤어졌다. '내일 보자. 볼 수 있다면.'이라는 장난스런 인사를 주고 받았다. 휴거를 준비하며 전재산을 교회에 바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최근, 방송에 자주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한국사 강사가 역사 왜곡 등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달달 외우게 하던 역사 공부와는 달리 재미있는 요소들을 강조한 스토리텔링으로 흥미진진하게 역사에 빠져 들어가게 하는 강의 방식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 역사에 흥미가 없었던 나로서는 뜻밖에도 재미있게 근현대사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이 책을 읽은 의의가 있다. 구어체로 적힌 문장은 자연스럽지 않으면 읽기가 힘든데 이 책은 빼어난 문장력 덕분에 술술 읽힌다. 이 한 권에서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길 바란다.

#동아시아출판사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2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6점 9.6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