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내가 하지 않은 밥이라고 하지? 나 역시도 그렇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 다 키워서 부엌에 들어갈 일 많지 않겠네? 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집에 있는 남자 둘. 남편과 작은 아이가 워낙 집밥이라는 걸 좋아해 나는 여전히 부엌에서 음식을 만든다. 입이 짧고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래서 음식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 손이 빠른 편이라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내는 편이지만 음식을 하는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에 피곤하지만 어쩌겠는가. 좋아하니 할 수밖에. 만약 우리 동네에 집밥 같은 맛있는 도시락 음식점이 있다면 거기서 음식을 조달해 먹을 수 있을 텐데 ^^
여기 조그만 도시락 가게가 있다. 외관은 빵집이어야 할 것 같지만 도시락을 판다. 이 도시락 가게에 손님이 온다. 한 사람은 과거 어느 시점에 친구를 외면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고, 어떤 이는 엄마와의 관계가 부드럽지 못한 사람이고, 어떤 이는 과거 생명을 무시한 기억이 있다. 이런 세 사람 앞에 난데없이 도시락 가게 사장은 포인트 카드의 포인트가 꽉 찼다고 경품을 준다. 하찮은 내용물이라 무시했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걸렸던 기억이 살아난다. 친구에게 절교를 선언한 사람, 엄마에게 화를 내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던 사람, 길고양이를 두고 도망쳤던 아이. 사소한 엇갈림이 모두에게 상처가 되었고 관계를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수도. 도시락 가게 사장 히나타의 선물은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를 배려해야만 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버리니까 싸움이 되는 거야 (30)
매일 똑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밀린 빨래를 하거나, 반찬을 만드는 날도 있지만 예측할 수 있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하루지만 때론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나 웃고 떠들고 그러다 상처받게 되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 같다. 꼭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하고 재미없는 것 같은 인생. 잔잔하다 못해 물이 밀려 들어오는지 모를 그런 날이 계속 이어져도, 그래서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라고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았겠는가? 나라고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았겠는가? 이제 다 지난 일이라면 그로 인해 애면글면하지 않고 그냥 사는 거다. 언젠가 다시 그나 그녀를 만나게 되어 털어버릴 수 있다면 땡큐고, 아니면 각자 제 갈 길 가면 되는 것이고.
이젠 연연해 하지 않는 느긋함이 생겨 좋다. 세상에는 나와 맞는 사람도 있고 뭘 해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걸 인정하면 세상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 위로받고 행복해지는 지점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 잔잔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