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전전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 작가가 함께 공동으로 집필한
<인생수업> 과 <상실수업> 을 읽은 적이 있다.
한참 엄마가 병원에 다니실 때였다.
엄마가 가지고 계셨던 지병이 완치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을 때 쯤 접한 책들은
나에게 엄마와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세번째, 마지막 수업인 <의미수업>을 들어보려고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다섯단계로 구별했다.
부정 ㅡ 분노 ㅡ 타협 ㅡ 우울 ㅡ 수용 이 그것이다.
이는 생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때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유족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캐슬러작가는 여기에 더해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단계인 '의미'의 단계를 주장한다.
캐슬러는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기에 이 주장은 힘을 얻는다.
누군가를 잃어보았기에 그는 진정으로 유족들과 공감하며
진정한 돌봄 전문가이자 슬픔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큰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다.' - 이화여대 한국학과교수 최준식님의 추천사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의미찾기란 무엇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다.
2부는 다양한 슬픔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며,
3부는 계속 슬퍼할 수만은 없기에 우리는 먼저 떠난이들이 남긴 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해야할 슬픔의 극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1부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상실속에서 의미를 찾아야하며,
그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할때에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의 삶의 의미까지 바로 찾을 수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모든 상실에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케슬러는 수 많은 죽음옆에 있었고, 유족들을 위로했으며 그들에게
죽음이 가지는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죽음은 대체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죽음을 통해서 어떤 것들을 배워야한단 말인가.
슬퍼하기에도 벅찬 마당에.
어떤 식으로든 고인이 생전에 남긴 의미를 찾게된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내가 더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는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원하던 하루였다.'
이 말을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먼저 떠난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슬픔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고 웅크리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고인을 위해서라도 내 삶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의무가 있다.
2부에서는 죽음이 어떤 식으로 오며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 죽음을 어떻게 느끼는가.
그리고 그 죽음들속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아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때로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해 우리는 죄책감을 느낄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그렇게 아프기전에 그렇게 힘들기전에
내가 무언가 도울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의 아픔을 너무 외면한 채 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내가 조금만 더 엄마의 아픔을 빨리 알았더라면, 엄마는 지금도 내 옆에 계시지 않았을까.
심지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안에는 방황하고 울고 괴로워하는 아이가 있다.
케슬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처럼 큰일이 생기면
그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며
우리가 헤아릴수도 없는 어떤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가 자신에게 더 큰 상처를 내고 자신을 파괴할지라도.
그것을 우리는 죄책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유족들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계속 슬퍼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 큰 슬픔과 고통속에서도
희망을 꿈꾸고 의미를 찾고 내일 다가올지도 모르는 우리의 빛나는 날을 떠올려야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언젠가 사후세계에서 다시 만날때
진정으로 당신덕분에 더 열심히 살았노라고 고맙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모든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공평하게 유한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그 진리는 한층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어짜피 끝이 있고 그 끝에 닿았을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그렇다면 지금 주어진 삶을 떠난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람들 모두를 위해서
행복하게 보내야하지 않을까.
작가는 아들을 약물중독으로 잃었다.
작가도 한때 자신이 아들을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유족의 탓이 아니다.
절대 자신을 탓하면 안된다. 그것은 고인이 바라는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고, 그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아직 마음에 남아있음을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 삶의 소중한 의미를 찾아야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그렇다면 떠난 사람들이 남기고 간 그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찾아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의미를 서둘러 찾으려고하면 안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너무 고통스럽고 슬픈일이다.
그 슬픔을 충분히 느껴야한다.
캐슬러는 처음 느끼는 감정에 오래 머물라고 조언하고 있다.
슬픔을 서둘러 정리하면 그것은 마음안에 계속 머물러있다가 언젠가는 터져나온다.
고통과 슬픔은 억누르려고하거나 부인하지 말고 받아들여아한다.
그리고 충분히 슬퍼하고 오랜시간 힘들고나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엄마를 잃어버리고 1년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직장도 그만두고 아이들도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계속 먹기만했다.
티비를 보면서 먹다가 울고 그러다가 또 책보다가 울고.
그렇게 쉴새없이 울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렇게만 지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슬플때 책을 부여잡았고 집에는 주로 아이들 책이 많았기에 그림책에 푹 빠졌다.
그렇게 독서논술지도사, 독서토론지도사에서 그림책놀이전문가로, 그림책활동가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일을 시작했고 그렇게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내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고통이외에 다른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때야 비로소 엄마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의미를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일어났어도 매번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고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 심장이 덜컹거리는 날들이 온다.
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처음 상실을 느끼고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언제나 엄마가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믿는다.
정말 힘들거나 괴로울때는 마음속으로 엄마와 이야기를 하기도한다.
이상하게보일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상실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리고 삶도 계속 흘러간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못한 채 1년을 보냈고 시간은 지금도 계속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보내는 시간들은 결코 나에게 무의미하지 않다.
나는 엄마의 인생을 돌아보고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비슷하게나마 엄마처럼 살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있고
나중에 언젠가 엄마를 만나게되었을때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있다.
작가가 아들을 잃었을때 치유한 요소들은 3P였다고한다.
이것은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 같다.
1.개인화
왜 나만? 왜 나에게만 이런일이 일어났지? 하며
이세상의 모든 고통이 나에게만 있음을 느낀다. 이때는 정말 나만 불행하다.
모든 사람들은 나빼고 다 행복해보인다. 나도 그게 싫어 집에만 틀어뱍혀있었다.
2. 침투성
일도 그만두고 살만 계속찌고. 아이들도 자꾸나를 힘들게하고.
이제 나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모든일이 귀찮고 싫다.
3. 영속성
이 슬픔이 끝없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온다.
이때 끝없이 추락도해보고 슬퍼도해보고 힘들어도 해봐야한다.
이 때 나에게 오는 모든 아픔을 다 느끼고 받아들여야한다.
그래야 빠져나올 수 있다.
끝없는 어둠과 슬픔속에서 빠져나왔을때
내가 슬퍼하던 그때에도 지금도 내 삶은 계속되고있음을 느끼고 의미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경험은 정말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이 슬픔을 피할 수 없다.
겪었거나 언젠가는 겪게 될 일이다. 나 또한 상실의 아픔을 전할 수 밖에 없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유한함을 알기에 우리는 살아가야한다.
좋든 싫든 삶은 계속되고 이왕이면 그 삶이 아름다워야하지 않겠는가.
의미수업은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 준 책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나는 여전히 슬프다. 하지만 걸어가고있다. 소중한 나의 행복을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나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의미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소중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