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 '칸나', 그녀는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식칼을 구입항 아버지를 찾아갔다. 평소 아버지는 그녀의 아나운서 지원을 반대하고 있었고, 칸나가 찾아온 그날, 식칼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언론에서는 칸나를 '극강 미모의 살인자'라고 불렀다.
이야기의 중심 스토리는 살인사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책의 느낌과 제목은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살인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형사나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확실히 요즘 이런 장르 소설에서는 심리를 다루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진 것 같다. 이 책도 그 대표적인 예로,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 나가는 화자는 임상 심리사 '유키'이다. 그녀는 칸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 책으로 내려고 한다. 물론 책을 쓰기 위해 사건의 전후 과정을 파헤쳐 나간다. 형사의 수사가 아닌 유력한 용의자 '칸나'의 마음을 통해서. 마치 말을 하는 느낌으로 쓰인 책은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
칸나의 사건이 전개되는 동시에 유키의 과거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리뷰를 쓸 자신이 없었다. 책은 무척 재미있었고, 칸나와 유키의 이야기는 흥미로워 절로 뒤 내용을 읽고 싶게 만들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단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딸은, 주변에서 보기에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버지는 제법 유명한 화가였고, 어머니는 전업주부. 그런데 딸은 옷에 피가 묻은 채 그저 강가를 걷고 있다가 체포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말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작품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책 속의 사람들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임상 심리사가 아닌 나로서는 도대체 왜 그런 상황들이 벌어졌으며, 무엇이 원인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 사람들의 이상한 심리는 뭔지, 그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나는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을 본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시간이었다. 절대 읽기 싫어서 지독했던 게 아니다. 그저 이 작품 속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기이한 심리들이 지독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주 작은 기대를 품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어딘가에는 이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지독한 감정이 드는 것들에게도 결국,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작가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의 제목이 '퍼스트 러브'인 이유는 바로 그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꽤 많은 의미를 담을 수밖에 없으니까.
p.5 - 스튜디오로 이어지는 길은 길고 지나치게 하얗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내 눈에 다시 띈 문장이다. 내가 책을 읽는 내내 그토록 궁금했던 것이 바로 시작되는 이 한 문장에 들어있었다. 이 문장을 발견하고 나는 한참 동안 마음속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p.9 - 체포된 후에 그녀가 한 말 말입니다. '동기는 그쪽에서 찾으세요.'
제아무리 종이에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릴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바로 그런 점을 염두에 둔 것 같은 장면들이 나온다. 이 한 문장이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 싶은 그런 장면. 바로 이 장면이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딸의 한마디.
p.39 - 부탁합니다. 저를 고쳐 주세요. 저를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솔직히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칸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부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칸나는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녀의 숨겨진 진심을 반드시 알고 싶어졌다.
p.353 - 우리는 아주 잠깐,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에 있었다. 서로의 시선 속에서.
처음 책을 받고 제목, 표지, 줄거리에서 느껴지던 이질감이 말끔히 사라지는 마지막 문장.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언제부터 남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가짜 모습을 내세우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해졌을지에 대해서.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