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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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9.0 (9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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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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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가족이라는 상처 평점6점 | r*********s | 2019.03.04 리뷰제목
우리가 하는 실수는 쉽게 예측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예단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이라서, 자세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어려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이 되어서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표지를 유심히 보게 만드는 시마모토 리오의 『퍼스트 러브』가 내게 남긴 문장이다.  모르는 것은, 내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처받는 것이,
리뷰제목

 우리가 하는 실수는 쉽게 예측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예단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이라서, 자세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어려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이 되어서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표지를 유심히 보게 만드는 시마모토 리오의 『퍼스트 러브』가 내게 남긴 문장이다.

 

 모르는 것은, 내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처받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342쪽)

 

 소설의 구성은 단순하다. 아니, 단순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화가인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재판을 받을 예정인 칸나와 국선 변호사 가쇼, 그리고 칸나의 사연을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그녀를 상담하는 임상 심리 전문가 유키의 시선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아나운서를 면접 도중에 실신하고 그 길로 아버지의 작업실에 찾아가 아버지를 칼로 찌른 딸. 그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학대였다. 그러나 그건 추측일 뿐이다.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칸나와 상담을 하는 유키가 발견한 것도 그러했다. 분명 뭔가 있는데 칸나는 말을 감춘다.

 

 소설에서 흥미로운 건 하나 더. 비밀스러운 유키와 가쇼의 관계다. 유키의 남편 가몬의 사촌동생으로 이번 사건으로 도움을 받는 사이지만 둘 사이이 존재하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소설은 칸나의 불안한 심리와 그 배경과 함께 유키와 가쇼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칸나와의 면회를 통해 유키는 그녀의 아버지가 양부라는 사실과 그가 무척 엄격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데생 교실의 모델이 되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화가의 아버지를 돕을 수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모두 남학생이라는 것과 칸나가 남자 누드모델과 같이 모델을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처음엔 소설을 읽으면서 칸나가 아버지에 대한 살인을 계획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다. 딸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어머니와 칸나의 과거 연인의 등장까지. 어쩌면 공범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점차 유키를 통해 칸나의 복잡한 심리를 접근하고 보니 모든 게 선명하지 않았다. 상담과 칸나가 유키에게 보내온 편지를 통해서도 그녀의 진심을 알기란 어려웠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모호하게 그려나가는 점이 말이다. 어쩌면 작가는 그런 점을 유도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칸나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들려고.

 

 화가 아버지와 친절한 어머니, 그리고 미모의 딸. 타인의 시선에 비친 가족은 어떤 문제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보인다. 아버지가 양부라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더욱 그렇다. 어떤 정서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소설을 통해 작가는 가정 폭력과 여성 학대에 대해 말한다.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해 시선을 모은 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심리 상담을 통해 전달한다. 소설의 칸나는 더 이상 소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그러하다.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어른의 책임에 대해 생각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2
종이책 [서평]퍼스트 러브 - 시마모토 리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2.10.05 리뷰제목
미모의 여대생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검거된다. 이 하나의 문장만으로 꽤 뜨거운 이슈몰이를 했던 책이었다. 나조차도 궁금해서 읽어볼까 하던 책이었다. 표지에서 얼굴의 반을 앞머리로 덮은 여자는 옆으로 누운 채로 해골에 손을 대고 있다. 표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고통스럽게 한 건 아빠였으니까. 153p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는 다르게 이 사건
리뷰제목

미모의 여대생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검거된다. 이 하나의 문장만으로 꽤 뜨거운 이슈몰이를 했던 책이었다. 나조차도 궁금해서 읽어볼까 하던 책이었다. 표지에서 얼굴의 반을 앞머리로 덮은 여자는 옆으로 누운 채로 해골에 손을 대고 있다. 표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고통스럽게 한 건 아빠였으니까.

153p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는 다르게 이 사건은 스릴을 추구하기보다는 심리적인 면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건은 단 한번뿐 더이상의 사건을 벌어지지 않으며 그로 인한 범인도 없다. 사건도 범인도 이미 다 밝혀진 상황. 남은 것은 그녀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나 하는 것뿐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버지가 자신이 아나운서가 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면접을 보고 온 그날이다. 그날 그녀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화장실로 불러내고 가는 길에 산 칼로 아버지를 찔러 죽였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할까. 더군다나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아버지를 죽인다는 것이 매일 얼굴을 보고 오랜시간을 같이 살아온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그것도 칼로 찌른다는 것이 간단할까. 심장을 찔렀다고 했다. 심장은 우리 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이고 그런 까닭에 갈비뼈로 보호되고 있다. 즉 칼을 잘못 찔렀다가는 뼈에 부딪히기만 할뿐 쉽게 심장에 닿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그래서 칼을 흉기로 삼는 사람들이 만만한 배나 옆구리를 찌르는 것일수도 있다. 

 

이미 사건 자체가 현실적으로 정확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여대생인 그녀는 자신이 일부러 아버지를 죽인 것은 아니라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실수였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아무리 아버지라고는 하나 여자와 남자의 힘 차이가 있는데 사실적으로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부모 책임이, 어디까지일까요.

특히 자식이 성인이 된 후로는.

159

 

그녀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와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려는 상담가. 그 둘은 형수와 도련님 사이다. 즉 상담가가 변호사의 형과 결혼을 한 것이다. 그 이전에 그들은 같은 학교를 다닌 동기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 사건을 통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다. 그 이전에 충분히 껄끄러운 사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인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고 주위의 사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그와 면회를 통해서 이 사건을 풀어가려는 노력을 한다. 변호사는 이 사건의 형량을 줄여야 할 것이고 그런 반면 상담가는 어떤 이슈를 꺼내어서 책으로 쓸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하나의 사건을 구심점으로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퍼스트 러브. 첫사랑이라는 것일까. 그녀의 첫사랑은 누구였나. 이 이야기를 읽는 당신의 첫사랑은 누구인가.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2
종이책 《퍼스트 러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작품. 평점8점 | r*******n | 2019.03.11 리뷰제목
사건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한편, 딸이 친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있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주 평범하게 취업 활동을 하던 여대생이 난데없이 그런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어떤 방아쇠가 있었던 것일까.   p.28 스물 두 살 미모의 여대생이 화가인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에
리뷰제목

 

사건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한편, 딸이 친아버지를 살해한다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있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주 평범하게 취업 활동을 하던 여대생이 난데없이 그런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을까.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어떤 방아쇠가 있었던 것일까.   p.28

스물 두 살 미모의 여대생이 화가인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에 한 방송국에서 2차 면접 시험을 치렀는데, 도중에 몸이 불편해져 면접을 포기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버지가 강사로 일하는 미술학교로 찾아가, 여자 화장실에서 아버지의 가슴을 사들고 간 칼로 찔렀다. 현장에서 도주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언쟁을 벌인 후, 뛰쳐나와 강가를 걷던 중 경찰에 체포되었다.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난 여대생이,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이야기는 살인 사건 이후 재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과연 그녀의 동기는 무엇인지 추리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이 아니라 변호인과 임상 심리사의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임상 심리사인 유키는 출판사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논픽션 집필을 의뢰 받는다. 임상 심리사의 관점에서 그녀의 반생을 정리한다는 기획을 세웠는데, 사실 재판에 영향을 주면 안 되고 유족들의 감정도 고려해야 해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칸나의 변호인인 가쇼가 유키의 시동생이라 그들 두 사람이 칸나를 면회하고, 사건의 배경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동기는 알 수 없지만, 살의가 있었다는 정황을 뒤집기는 거의 어려운 상황이었고,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을 받으려면 어머니의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어머니는 변호 측 증인이 아니라 검사 측 증인으로 선다고 하니 난감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피의자 칸나는 시종일관 모호한 진술을 하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평소 같으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대뜸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알아 버리고 말았다. 성으로 부르는 거 싫다는 그 한마디로, 그 말투로, 그 역시 부모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p.192

이 작품은 시마모토 리오의 2018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폭력의 굴레와 억눌린 아픔을 그린 이 소설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사실 상처란 낯선 타인을 통해 받게 되는 경우에는 금방 잊어 버리거나 극복하더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경우 치명적인 독이 되어 끝내 치유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감히 당신이, 나에 대해서 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주다니... 배신감은 배가 되고, 충격은 절망으로 연결된다. 이제 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믿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로부터의 폭력이기에 여파가 크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바로 알아차리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자기를 혐오하며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밀쳐내며 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플롯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바로 '자아 형성 과정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가 도리어 깊은 상처를 줬을 때 극복할 수 있는 가'이다.

극중 등장 인물들은 모두 부모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다. 임상 심리사인 유키는 어머니와, 변호사인 가쇼도 어머니와 관계가 불편하고, 칸나 역시 아버지, 어머니와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유키는 칸나의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과 상처를 되돌아보게 된다. 사실 왜곡된 애정과 무책임한 방임으로 인한 비극은 허구의 이야기 속 문제만은 아니다. 여전히 뉴스 보도를 통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부모라는 이름의 어른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알려지지 않는 이상한 형태의 가족 관계가 세상에 더 많을 것이다. 각각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오로지 그들만의 사정이라, 바깥으로 알려지지 않는 이상 그것이 어떤 굴절된 형태이건 상관없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사회가 정해 둔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얼마나 허약하며, 반대로 또 얼마나 끔찍하게 견고한가, 가족은 정말 울타리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이야기였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섬세한 심리 묘사들로 인해 차곡차곡 감정들을 쌓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1
종이책 평범해보이는 사람들, 나는 몰랐던 그 이면의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b******8 | 2019.03.01 리뷰제목
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 '칸나', 그녀는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식칼을 구입항 아버지를 찾아갔다. 평소 아버지는 그녀의 아나운서 지원을 반대하고 있었고, 칸나가 찾아온 그날, 식칼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언론에서는 칸나를 '극강 미모의 살인자'라고 불렀다. 이야기의 중심 스토리는 살인사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책의
리뷰제목

 

 

 

 

 

 

 

아버지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 '칸나', 그녀는 아나운서 지망생으로,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식칼을 구입항 아버지를 찾아갔다. 평소 아버지는 그녀의 아나운서 지원을 반대하고 있었고, 칸나가 찾아온 그날, 식칼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언론에서는 칸나를 '극강 미모의 살인자'라고 불렀다.

 

이야기의 중심 스토리는 살인사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책의 느낌과 제목은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살인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형사나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확실히 요즘 이런 장르 소설에서는 심리를 다루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진 것 같다. 이 책도 그 대표적인 예로,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 나가는 화자는 임상 심리사 '유키'이다. 그녀는 칸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 책으로 내려고 한다. 물론 책을 쓰기 위해 사건의 전후 과정을 파헤쳐 나간다. 형사의 수사가 아닌 유력한 용의자 '칸나'의 마음을 통해서. 마치 말을 하는 느낌으로 쓰인 책은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든다.

 

칸나의 사건이 전개되는 동시에 유키의 과거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리뷰를 쓸 자신이 없었다. 책은 무척 재미있었고, 칸나와 유키의 이야기는 흥미로워 절로 뒤 내용을 읽고 싶게 만들었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단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 딸은, 주변에서 보기에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버지는 제법 유명한 화가였고, 어머니는 전업주부. 그런데 딸은 옷에 피가 묻은 채 그저 강가를 걷고 있다가 체포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말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작품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책 속의 사람들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임상 심리사가 아닌 나로서는 도대체 왜 그런 상황들이 벌어졌으며, 무엇이 원인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걸 멈출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 사람들의 이상한 심리는 뭔지, 그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나는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마침내 끝을 본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시간이었다. 절대 읽기 싫어서 지독했던 게 아니다. 그저 이 작품 속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기이한 심리들이 지독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아주 작은 기대를 품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어딘가에는 이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지독한 감정이 드는 것들에게도 결국,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작가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이 책의 제목이 '퍼스트 러브'인 이유는 바로 그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꽤 많은 의미를 담을 수밖에 없으니까.

 

p.5 - 스튜디오로 이어지는 길은 길고 지나치게 하얗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내 눈에 다시 띈 문장이다. 내가 책을 읽는 내내 그토록 궁금했던 것이 바로 시작되는 이 한 문장에 들어있었다. 이 문장을 발견하고 나는 한참 동안 마음속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p.9 - 체포된 후에 그녀가 한 말 말입니다. '동기는 그쪽에서 찾으세요.'

제아무리 종이에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릴 수 없다. 책을 읽다 보면 바로 그런 점을 염두에 둔 것 같은 장면들이 나온다. 이 한 문장이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 싶은 그런 장면. 바로 이 장면이었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딸의 한마디.

 

p.39 - 부탁합니다. 저를 고쳐 주세요. 저를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솔직히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칸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부분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칸나는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녀의 숨겨진 진심을 반드시 알고 싶어졌다.

 

p.353 - 우리는 아주 잠깐, 그 어느 곳도 아닌 장소에 있었다. 서로의 시선 속에서.

처음 책을 받고 제목, 표지, 줄거리에서 느껴지던 이질감이 말끔히 사라지는 마지막 문장.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언제부터 남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가짜 모습을 내세우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해졌을지에 대해서.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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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퍼스트 러브] 제159회 나오키상 수상작, 시마모토 리오 장편소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s*****a | 2019.02.18 리뷰제목
제목에서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표지를 읽어나가다가 '살해범'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이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자라난 미모의 여대생이 어느 날 아버지를 죽인 살해범으로 검거된다!이 한 문장만으로도 소설의 내용이 엄청 궁금해지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
리뷰제목

제목에서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표지를 읽어나가다가 '살해범'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이 책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화가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엄마 사이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자라난 미모의 여대생이 어느 날 아버지를 죽인 살해범으로 검거된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소설의 내용이 엄청 궁금해지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일본 차세대 대표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해서 이 소설『퍼스트 러브』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시마모토 리오.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현재 일본 문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책은 열일곱 살에 데뷔한 이후 군조 신인문학상과 노마 문예신인상, 시마세 연애문학상, 나오키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일본 차세대 대표작가 시마모토 리오의 장편소설이다.





일단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바로 두 장 정도 넘기고 났을 때부터 극도의 호기심이 생긴다. 소설을 읽을 때 궁금증이 일어나면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이 주요 방송국의 이차 면접을 본 직후에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피범벅이 된 채로 저녁때 다마 강변을 걸어갔다고 한다. 주간지의 '극강 미모의 살인자'라는 자극적인 기사는 기본적으로 달릴 듯 세간의 화제가 된 사건인 것이다. 과연 살인동기는 무엇일까. 임상심리사인 마카베 유키는 이 사건을 취재하여 책으로 만들자는 집필 의뢰를 받아 칸나와 그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칸나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지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히지리야마 칸나. 22살. 살인 용의자로 지난 7월 19일에 체포되었다. 피해자는 칸나의 친아버지인 화가 히지리야마 나오토. 사건 발생 당일 오전에, 칸나는 도쿄 도내에 있는 한 방송국에서 2차 면접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도중에 몸이 불편해져 면접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아버지가 강사로 일하는 후타코타마가와의 미술학교로 찾아갔다. 그리고 여자 화장실로 불러낸 아버지의 가슴을, 시부야의 도큐핸즈에서 사 들고 간 칼로 찔렀다. 피범벅이 도니 면접용 재킷과 셔츠를 벗어던지고, 하얀 티셔츠에 감청색 치마 차림으로 현장에서 도주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어머니와 언쟁을 벌인 후, 집에서 뛰쳐나와 다마 강가를 걸어가던 도중, 근처에 사는 주부가 그 모습을 목격. 주부는 얼굴과 손에 피가 묻은 칸나를 보고, 무슨 문제에 휘말린 것으로 판단하고 뛰어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칸나는 그녀를 피해 다시 도주. 그래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27~28쪽)


이야기에 잠겼을 때 느낀 싸늘한 공포와 폐쇄감,

작중에서 밝혀지는 숨겨진 비밀에 대한 혐오감은 잊을 수 없다.

_미야베 미유키,『모방범』의 작가


이 소설은 제159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지금까지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에 읽어본 소설들 중 몰입도가 단연 최고였다. 한 번 집어든 이후에 끝까지 읽어나갔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왜 살인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때문에 계속 읽어나갔지만, 그 다음엔 더 이상 그 문제 때문 만은 아니었다.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사실에 불쾌하면서 혐오감을 느끼게 되었지만, 거기에서 고개를 돌려 외면하거나 멈춰버리지 않고, 계속 읽어나가게 되는 힘을 지닌 소설이다. 가까이에 있으면서 오히려 평생 씻지 못할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족이라는 굴레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제목도 그림도 읽기 전의 느낌과 상반된다.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소설인 듯하여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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