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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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 더숲 | 2019년 3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7 (294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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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새들을 허공에 날아가게 하라...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평점10점 | e***i | 2021.02.04 리뷰제목
내 시는 음악도 아니고 악기도 아니다 내 시는 나 자신이 부서지면서 내는 소리 (242쪽)   모든 것 속에 당신이 있으나  그 어떤 것도 당신과 같지 않네 (243쪽)   새들을 허공에 날아가게 하라 너의 새는 돌아올 것이니 (243~244쪽)   천 개의 욕망 모두 목숨을 걸 가치가 있으니 그중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난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원하네 (246쪽) 단 두 줄! 이행시입니다만 마음
리뷰제목

내 시는 음악도 아니고 악기도 아니다
내 시는 나 자신이 부서지면서 내는 소리
(242쪽)

 

모든 것 속에 당신이 있으나 
그 어떤 것도 당신과 같지 않네 (243쪽)

 

새들을 허공에 날아가게 하라
너의 새는 돌아올 것이니
(243~244쪽)

 

천 개의 욕망 모두 목숨을 걸 가치가 있으니
그중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난 여전히 더 많은 것을 원하네 (246쪽)



단 두 줄! 이행시입니다만 마음을 휘젓습니다. 촌철살인의 통찰이 담겨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위 시들은 19세기 인도 델리에서 활동한 시인 갈리브의 시라고 합니다. '모든 것 속에 당신이 있으나 / 그 어떤 것도 당신과 같지 않네'도 대단하지만 저는 '새들을 허공에 날아가게 하라 / 너의 새는 돌아올 것이니' 이 시에 순간 감탄사가 터졌습니다. 시공간적 이미지가 삶의 심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불경의 한 구절 같습니다. 이렇게 책을 통해 마음을 휘젓는 감흥을 느낄 때, 그 감흥에서 알지 못했던 배움으로 이어질 때, 그 책의 작가를 다시 보게 됩니다. 

 

갈리브의 시는 류시화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마지막 꼭지 글인 「우리가 찾는 것이 우리를 찾고 있다」 편에 나옵니다. 나날의 삶 속에서 표식을 발견하는 것이 영성(靈性)이라며,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표식들을 따라가면 언젠가는 해답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예기치 않은 표식들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며, 가슴이 그 번갯불 같은 표식들과 접촉하도록 허락할 때 새로운 운명이 열린다고 거의 결론처럼 쓰여 있습니다. 번갯불까지는 아니지만 살아본 여정을 돌아보면 정말 그랬다는 공감의 확인이랄까,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문장 속에서 삶의 생각거리를 건져 올립니다. 어떤 특정 종교에 깃대지 않으면서도 묵중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류시화 개인의 인생 여정이 때론 처연하기도 하지만, 그 고난의 자유로움에서 이런 깊이 있는 글이 나오나 봅니다. 마치 점층법처럼 뒤로 갈수록 울림이 커집니다. 실상 저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저자의 경험이 깊게 우러난 좋은 글에서 나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는, 그런 의미가 담긴 수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익은 글은 그냥 치기(稚氣)일 뿐입니다.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걸 지금 말하고 싶은 겁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205쪽)


삶이 우리를 밖으로부터 안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이 '상처'가 아닐까? 상처없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고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영혼은 스스로 고난이 필요한 시기를 아는 듯하다. 우리의 삶이 상처보다 크다는 것도. (43쪽)



티베트어에 '센파'라는 단어가 있는데 대개 '집착'으로 번역을 하지만, 정확히는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리듯 '붙잡히는 것' 혹은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를 '가려운 곳을 긁는 고통'에 비유하는데요. 가려우면 긁게 되고, 긁을수록 더 가려워져서 어느 순간 가려움이 고통으로 변한다는 거지요. 이미 일어난 불행한 일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는 거라는 비유도 멋집니다. 고통의 대부분은 실제의 사건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더 커진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실은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편으로 읽은 후기의 처음을 열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살다 보니 '우리는 모든 계절을 품고 한 계절씩 여행하는 순례자들'이란 문장이 바로 삶의 본 의미와 통한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한 시기의 모습으로 타인의 존재 전체, 혹은 삶 전부를 판단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범하는 오류'임을 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제 친구 중에 고교 시절엔 중간 정도의 실력으로 공전에 진학했는데, 전문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한 후 4년제 편입, 학사장교, 공기업 취업, 박사 학위 취득 등 끊임없이 한 단계씩 성장하여 친구 중 누구보다 잘나가고 있으니까요. 

 

새는 날아서 어디로 가게 될지 몰라도」의 다음 말은 뭘까요? '나는 법을 배운다'입니다. 목걸이를 팔려 온 아이에게 '지금 금값이 내려갔으니 팔지 않는 게 좋다, 나중에 팔면 더 이익이다.'라며, 대신 자신의 보석 가게 일을 도와달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훌륭한 보석 감정가가 된 후 자신의 목걸이를 감정하니 금이 아니라 저급한 도금이었다는 겁니다.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라는 ‘경험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살다 보면 이보다 더한 철학도 별로 없더군요. 경험은 문제 해결의 밑바탕이니까요.

 


숲에서 진박새가 야생비둘기에게 말했다.
"눈송이 하나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아?''
야생비둘기가 말했다.
"무게가 거의 없어."
전박새가 말했다.
"그럼 내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내가 전나무 둥치 바로 옆 가지에 앉아 있었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심한 눈보라도 아니었어. 전혀 격렬하지도 않았고 마치 꿈속처럼 내렸어.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앉은 가지 위에 내려앉는 눈송이들의 숫자를 세었어. 정확하게 3,741,952개였어. 네 말대로라면 무게가 거의 없는 그다음 번째 눈송이가 내려앉는 순간 나뭇가지가 부러졌어."
지금 내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의 눈송이들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는가.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이 자기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30쪽)


어느 현자가 시골을 여행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왔다. 아픈 아이가 있어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현자가 그녀의 집으로 향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자는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때 사람들 속에서 한 남자가 소리쳤다.
“병원 약도 듣지 않는데 당신의 기도가 효과가 있겠소?”
현자가 남자에게 버럭했다.
“넌 기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바보 같은 놈!”
그 말에 남자가 분개하며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가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현자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 말 한마디가 그대를 그토록 흥분시킨다면, 내가 하는 기도도 치료의 힘을 갖고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해서 현자는 그날 두 사람을 치유로 인도했다. (36쪽)



우리가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도 공감합니다.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라는 말과,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살다 보면 질곡에서 헤매기도 하니까요. 무엇을 보는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 무엇을 듣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듣는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는가가 우리의 삶을 만들어나간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명상에 대한 작가의 접근도 참 좋습니다. 겉으론 사마디에 든 듯하지만,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하는 의구심,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조바심, 의지가 약한 자신에 대한 책망, 혹은 다 거짓이 아닐까 하는 의심, 정신이 이상해질지도 모른다는 망상까지 들었다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는 유명 명상 전문가들의 경험담은 와닿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과의 싸움'을 이기고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가 되는 비법은? 생각과 회의와 의심과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거랍니다. "수행이 잘되든 안되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명상하려고 하는 의지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적어가려니 끝이 없고,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직장 독서동아리 추천 책이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책 읽기가 되었습니다. 읽다 보면 모든 흐름이 삶의 긍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 이런 말을 듣고 싶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누는 그런 사람…. 고정된 '나'가 아니라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 그러려면 '나는 누구인가?'의 물음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이 물음은 '나는 무엇이 아닌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 자신이 얼마나 오래된 영혼인지 모른다. 영혼을 돌본다는 것은 자신의 내적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영혼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영혼임을 아는 것이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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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19.03.13 리뷰제목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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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파도는 그냥 치지 않는다. 어떤 파도는 축복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59)

 

때로는 가슴이 답답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에 의혹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한 권의 책이 위안이 되고,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요즘처럼 심신이 피곤할 때는 더욱 그렇다. 때때로 류시화의 책은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준다. 그의 전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나오는 글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나에게, 그의 글은 내가 살아오고 살아갈 삶에 대해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삶은 우리의 영혼이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책이다. 그 책의 다음 장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좋은 결론은 책의 후반부에 적혀 있다는 것 외에는. 앞 부분의 내용이 어둡다고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184,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더숲)

 

류시화 시인의 책은 가급적이면 나오는 대로 찾아 읽는 편이다. 그의 신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역시 출간되기 무섭게 구매했지만 읽기만은 뒤로 미루어 두었다. 요즘 무언가 막힌 듯, 답답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기에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생각은 만 가지 물음을 수반하고 그 물음들은 나를 지치게 만든다. 문득 책이 눈에 보이길래 읽었다.

 

생각만큼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없다. 마음은 한 개의 해답을 찾으면 금방 천개의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작가이다. 마음이 자기와 전쟁을 벌이지 않을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30)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일, 그 중에서도 안 좋은 일은 빨리 잊어야 한다. 시인도 말했듯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은 오만가지 물음을 새롭게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잊어버리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힘들다. 요즘의 내 생활이 그런 것 같다.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에서는 단순하고 간결한 삶을 원했는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다시 새로운 관계들이 엮이면서 삶이 복잡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관계가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이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곧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불쑥 끼어드는 관계는 불편하기만 하다. 상대방이야 호의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생판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기회에 한번 만났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소개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전에 같은 분야에서 일을 했던 사람도 아니고, 공통분모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만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내 삶 속에 끼어들어 이런저런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싫은 소리를 해야 함에도 선뜻 그러지를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가지치기가 안된 나무가 과수원을 망가뜨리듯 정리되지 않은 관계는 인생을 고갈시키고 불만족과 고통의 원인이 된다. 고통은 우리를 떠나는 것들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163)

 

사실 세상을 아무리 단순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관계를 맺으며 살 수는 없다. 좋아하고 싫다는 것은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 그 사람의 감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젊었을 때처럼 남의 삶에 끼어들려 하지 않고 내 삶이나 제대로 사는 것, 그것이 간결한 삶이라 생각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잘 모른다는 것과 동의어 일 때가 많다. 누군가를 안다고 믿지만,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믿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나의 판단과 편견을 신뢰하는 것이다.’ (206)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나와 연고가 전혀 없는 곳이다. 그런만큼 새로운 관계에 엮이는 것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세상사는 일이 마음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굳이 피하지는 않지만 스쳐가는 인연들이라 생각하기에 아는듯 모르는 듯 무심하게 지내고 있지만 간혹 불편함이 몰려온다. 아마 나도 그렇고 상대도 그렇고 서로를 잘 모르는 가운데에서 관계가 엮이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시인이 말하는 하나하나의 구절을 내 마음과 내가 살아가는 삶을 연결해가며 읽었다. 그리고 내가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고자 하는 삶이라는 것이 내 마음의 문제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것들을 관계자체를 단순하게 하는 것으로 오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글들은 나로 하여금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내 마음과 전쟁을 벌이지 말고,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떠나보내면서 말이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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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지 나쁜지_072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w*****y | 2020.11.08 리뷰제목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상황들이,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시간들이,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과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은 좋아 보이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 그 빛이 바랠수도 있고, 또 반대로 내가 무던히도 피하고 싶었던 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하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시야를 만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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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상황들이,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시간들이,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과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은 좋아 보이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 그 빛이 바랠수도 있고, 또 반대로 내가 무던히도 피하고 싶었던 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하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시야를 만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하나, 하나의 일들에 좋다, 나쁘다 마냥 좋아할 필요도,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이 책을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아침시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오후를 시작하기전 점심시간에 그리고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펼쳐들어 하나, 둘 야금야금 읽어내려갔다. 그중 몇몇 이야기는 블로그에 나의 생각과 함께 올려두기도 했다.

 

내 마음에 남은 이야기들을 모두 소개하려면 책의 절반을 옮겨적어야 하니, 오늘은 그 중 내가 일상에서 잊지 않고 싶은, 지켜가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볼까 한다.

 

# 말하는 대로

   마음 속에서 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해도 자기 자신이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는 무의식 속에서 정신을 부패시키고, 어떤 단어는 기도처럼 마음의 이랑에 떨어져 희망과 의지를 발효시킨다. p.36

 

입 밖으로 꺼내는 말 만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하는 말을 조심하라는 글을 읽으며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솔직히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불평을 하고, 또 때로는 더욱 심한 말(상상에 맡깁니다^^;)을 속으로 삼켰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스스로 잘 참았다 뿌듯해하지는 않았던가. 그런데 그 말을 내가 듣고 있다는, 당연하지만 이제껏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던 상황을 마주하니, 이제는 나에게도 좋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가 의식을 바꾸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모국어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세상은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대로 존재한다. 무엇을 보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는가, 무엇을 듣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듣는가,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는가가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p.75

 

작가가 힌디어를 배울 때, 그에게 언어를 가르쳐준 지인은 하루에 한 문장씩만 알려주었다고 한다. 연습을 해야 하니, 계속해서 그 말을 쓸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보니 언어가 의식을 바꾸고 또 보이는 것들마저 바꾸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인은 행복, 아름다움과 같은 말들을 작가에게 가르쳐주었다.

 

   ‘아즈 함 바훗 쿠시 헤!’ (나는 오늘 무척 행복하다) p.72

   ‘순다르 하와 찰 라히 헤! (아름다운 바람이 불어오네) p.73

 

# 서로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p.48

      

언젠가 책을 읽다가 만난 플라톤의 문장과 닮은 글이었다.

 

   친절하라.

   네가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힘들게 싸우고 있으니까. -플라톤

 

그 글을 읽고 다들 힘들게 싸우고 있다는 말에, 그러니 친절하라는 말에 울컥했더랬다.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채,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 그들을 함부로 판단해서도 또 나의 방식으로 여행하기를 고집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저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어린 인사를 전하며 친절히 대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들은 그것으로 많은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판단보다는 온 마음을 담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어떤 사상과 지식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이다. p.101

 

# 마음은 게스트하우스

   마음은 게스트하우스와 같아서 여러 감정들이 번갈아가며 찾아온다. 반가운 투숙객도 있지만 어떤 감정들은 불청객이다. 마음의 방을 어지럽히고, 소란을 피우고, 불평하고, 문을 발로 차서 일과를 망친다. 잠들 때까지 영혼을 괴롭히는 감정들도 있다. 무의식에 난 틈새로 등장하기 때문에 쫓아내기도 어렵고 잠금장치를 해 둘 수도 없다. p.155

 

다양한 감정들이 찾아오는 마음을 게스트하우스로 설명한 이 글은 그 비유가 절묘해서 감탄이 나기도 했다. 반가운 투숙객, 불청객 게다가 어떤 손님들은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고정적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블랙리스트에 올려 쫓아낼수도 없으니 그저 소란을 피우지 않고 잘 머무르다가 떠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이 감정들에게 이름을 불러 주라고 권한다. 슬픈 감정이 오면, “슬픔, 너구나. 어서 와.” 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중략)..그것으로 충분하다. 손님들에게 자신의 집을 영원히 내줄 필요까지는 없다. pp.155-156

 

다행인 것은 말 그대로 감정들은 게스트하우스에 잠시 머물다 떠난다는 것이고 내 마음을 완전히 슬픔에게, 우울함에게, 조급함에게 내어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저 오랜만에 왔구나, 잘 머무르며 그 감정을 추슬러서 돌아가도록 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들이 떠난 방을 깔끔히 정리하며, 평온함을 되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나는 잠시 화가 났을 뿐이지 화가 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잠시 두려울 뿐이지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며, 잠시 슬플 뿐이지 슬픈 사람이 아니다. 나는 맑고 고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어떤 감정보다 더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pp.158-159

 

이밖에도 많은 글들이 마음에 남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책의 절반 이상을 옮겨적을 수 없으니 아쉽지만 지금 내 마음속에 떠오른 글들을 소개해본다. 어쩌면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다른 글들이 떠올라 다시 글을 올려야 하나 고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전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p.59

    

 

*나에게 적용하기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갖기를. 친절하기를. 판단하지 않기를. 해를 끼치지 않기를(적용기한 : 지속)

 

   “내가 가능한 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갖기를. 만약 내가 이 순간에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없다면 친절하기를. 만약 내가 친절할 수 없다면 판단하지 않기를. 만약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면 해를 끼치지 않기를. 그리고 만약 내가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최소한의 해를 끼치기를.” p.173

      

*내가 포스팅한 글들

구불구불한 글씨로 적은 : http://blog.yes24.com/document/13174740

과정을 거쳐야만 : http://blog.yes24.com/document/13193908

멋진 사람 : http://blog.yes24.com/document/13220497

  

  

*기억에 남는 문장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 p.22

 

외부 상황에 대한 지나친 해석으로 내면의 전투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은 인간 심리의 흔한 측면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눈을 감고 앉아 있을 때 노랑 앵무새를 생각하지 말라.”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눈을 감자마자 노랑 앵무새를 떠올릴 것이다. 그 생각은 차츰 강박적이 되어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나, 심지어 꿈속에도 노랑 앵무새가 나타날 것이다. 그 새를 괴물로 만드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 p.27

 

모든 상처에는 목적이 있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우리를 치료하는지도 모른다. 상처는 우리가 자신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키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p.41

 

작자 미상의 누군가가 말했듯이, 인생은 폭풍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빗속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가 하는 것이다. p.42

 

만약 우리가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전체 이야기를 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게 될까? 그것이 삶의 비밀이라는 것을.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지나간 길이 아니라 지금 다가오는 길이다. p.57

 

우리는 신에게, 삶에게 묻곤 한다. ‘왜 나에게 이것밖에 주지 않는 거지?’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중략)..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p.64

 

당신과 나, 우리는 어차피 천재가 아니다. 따라서 하고 또 하고 끝까지 해서 마법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 p.70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가장 좋아 I like me best when I'm with you.”

두 사람의 관계가 부러운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살아온 과정과 삶의 방식이 달라도 나의 존재 전체를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그런 관계가. 그래서 내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관계. p.99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당신이 한 행동을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잊지 않는다.” p.105 미국 시인 마야 안젤루

 

나 자신이 실제로 누구인가는 감추거나 꾸미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부지불식간에 그것을 드러내며, 내가 주장하는 사상이나 철학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 준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인가? 그것이 가장 진실된 나의 모습에 가깝다. p.105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슬픔이나 분노가 아니라 무력감이었다. 우리를 쓰러뜨리는 것은 이 무력감이다.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존재가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p.108

 

생각은 언어만큼이나 쉽게 전염된다. 마음이라는 공간 안에 담겨 있는 나의 고유의 생각들은 수많은 타인의 생각들과 혼합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생각들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이것은 나야라거나 이것은 내가 아냐라고 말할 때, 그것은 어디까지 참일까? p.144

 

인간관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훌륭한 정원사는 어느 가지가 나무에 유익하고, 어느 가지가 단지 자양분을 빼앗을 뿐인지 구분할 줄 안다. 가지치기가 안 된 나무가 과수원을 망가뜨리듯 정리되지 않는 관계는 인생을 고갈시키고 불만족과 고통의 원인이 된다. 고통은 우리를 떠나는 것들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떠나 보내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p.163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곁에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p.176

 

나무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한 계절의 모습으로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무와 사람은 모든 계절을 겪은 후에야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계절만으로 인생을 판단해선 안 된다. 한 계절의 고통으로 나머지 계절들이 가져다줄 기쁨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만 겪어 보고 포기하면 봄의 약속도, 여름의 아름다움도, 가을의 결실도 놓칠 것이다.” p.184

 

인내는 단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인내는 앞을 내다볼 줄 알고 살아가는 일이다. 가시를 보고 피어날 장미를 아는 것이고, 어둠을 보고 떠오르는 보름달을 아는 것이다. p.187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얼마만큼 아는 것을 의미할까? ‘안다처럼 정반대의 말과 같은 의미인 단어가 또 있을까? 가까운 관계라 해도 어떤 사람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중략)..관계가 공허해지는 것은 서로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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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d****o | 2019.10.10 리뷰제목
류시화 작가의 책... 작가 사진만 표지에 없어도 세 배는 더 팔렸을듯한데 왜 굳이 사진을 넣는지 모르겠다. 오래전 도사 같기도하고 노숙인 같기도 한 사진을 담은 책도 있었다. 시집이 그 모양이니 감성 확~ 떨어졌는데, 그런데도 난 그의 책을 산다. 이런 불평을 쏟아노흐면 작가는 "이 또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말로 대신할 것 같다. ㅎㅎ 말한 것처럼 류시화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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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작가의 책... 작가 사진만 표지에 없어도 세 배는 더 팔렸을듯한데 왜 굳이 사진을 넣는지 모르겠다. 오래전 도사 같기도하고 노숙인 같기도 한 사진을 담은 책도 있었다. 시집이 그 모양이니 감성 확~ 떨어졌는데, 그런데도 난 그의 책을 산다. 이런 불평을 쏟아노흐면 작가는 "이 또한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말로 대신할 것 같다. ㅎㅎ 


말한 것처럼 류시화 작가의 사진이 있는 책은 사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처럼 사고 또 읽게되고, 읽은 것을 감사하게 된다. 그러고는 다시 사진 실린 표지에 대해 불평한다. 어쩌면 너무 감상에 빠지지 말라는 듯, 현실로 돌아오라는 듯, 색안경끼고 노려본다. 


읽지 않는다면 당연히 후회할 일도 없을 것이되, 

읽는다면 한 번만 읽지는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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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좋은지 나쁜지 안다고 삶이 꼭 바뀌는 것도 아닌걸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21.03.26 리뷰제목
이솝우화처럼 마음에 다가오는 재미있는 글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일에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웃님이 한 장 한 장을 아껴 읽었다는 마음이 참 부럽다. 나는 한 장 한 장을 읽어갈 마음이 부족한 시간만큼 오래 걸렸다. 광고에 나오는 동글동글한 비계가 붙어 있는 의약품 광고나 곰이 붙어있는 광고가 부러울 정도로 처음 보는 다양하고 복잡한 신세계를 경험하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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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솝우화처럼 마음에 다가오는 재미있는 글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일에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웃님이 한 장 한 장을 아껴 읽었다는 마음이 참 부럽다. 나는 한 장 한 장을 읽어갈 마음이 부족한 시간만큼 오래 걸렸다. 광고에 나오는 동글동글한 비계가 붙어 있는 의약품 광고나 곰이 붙어있는 광고가 부러울 정도로 처음 보는 다양하고 복잡한 신세계를 경험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마음이가 힘들 땐 쉼표가 필요하다. 문제는 마음에 쉼표를 찍을 곳이 없는 것이 문제일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화창하고 기가 막히게 좋은 날도 "제길 날씨는 왜 이렇게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사람이고, "날씨 차~암 좋다~"라고 말하는 것도 사람이다. 똑같이 좋은 날도 내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 나도 이런 감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는 위안을 갖는 것도 재미있고 희한한 일이다.

 

 책을 가까이하며 읽고, 생각하고 매달리며 무엇인가 내게 남고, 무엇인가는 떨쳐버렸다고 생각(착각)한다. 잃어버린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찾고 있던 것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속상하지만 삶의 무게도 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걸어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일정한 속도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는 생각은 든다. 그나마 너무 많은 곳을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덤으로 달리는 것과도 거리가 조금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관점과 어떤 상태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나 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어렵지만 요란하고 소란스럽게 덜그럭거리며 그 방향으로 살아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희로애락이 나이가 적던 많던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굳은 살이 생겨 조금 무던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인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매일매일 같다고 생각한 나날이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라는 감사함을 알게 된 것일까? 조금 더 멍청해지는 것일 수도 있고, 조금 더 현명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걸어온 발자국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神님이 쉼표란 이정표를 세워두었는데 마침표를 찍지 말라고 하시니 살아낸다는 것은 계속 달리거나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시간의 여백이 삶을 달콤하고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면 쉼표, 쉼표를 찍던 마음이 조금은 바뀌어 다시 조금씩 운동을 하게 된 것만 해도 참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나쁘고, 돌아보면 좋은 일, 지금은 좋지만 돌아보면 후회하는 일이 삶에 교차한다. 나 내가 만든 일이다. 무엇을 만들며 살아갈지도 다 내 마음이란 생각이 드는 책이다.

 

 뭐 안다고 다 잘되는 것도 아닌걸, 주말엔 쉬어야지~

 

#류시화 #에세이 #독서 #좋은지나쁜지누가아는가 #알면어떻게할거야?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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